사건
2010가합1671 해고무효확인
원고
A
피고
주식회사 B
변론종결
2011. 4. 22.
판결선고
2011. 4. 2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09. 12. 7.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회사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광고사업 등에 종사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03. 4. 7.경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08. 6.경부터 2009. 12.경까지 경영관리국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09. 12. 4.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인 회장 C에게 '본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같은 달 7.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다음날 원고에게 이를 통지한 후, 같은 달 21. 원고를 퇴직처리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는, 피고 회사의 신축사옥 부지 매수 계약 체결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인 C이 전적으로 한 것이고, 원고는 실무자로서 C의 지시에 따라
당시 대표이사 D, 상무 E와 함께 계약 과정에 참여하였던 것인데, 위 계약 체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대표이사 D이 원고에게 실무자로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되 절대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게 하겠다고 제안하여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하였으므로, 피고 회사가 이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고 이러한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당시 대표이사 D, 상무 E와 함께 피고 회사의 이사회 결의나 회장인 C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피고 회사에 불리한 내용의 신축사옥 부지 매수 계약을 임의로 체결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하여 원고 등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 회사가 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원고와의 근로계약은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인 때에는 이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고, 여기서 말하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51926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E의 일부 증언은 아래 다. 항에서 보는 사정들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고, 증인 D의 증언, 증인 E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①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는 회장인 C이고, 2009. 12. 당시 원고는 경영관리국장으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D, 상무 E와 함께 피고 회사의 신축사옥 부지 매수 계약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사실, ② 그런데, C이 2009. 12. 4. 원고, D, E 등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위 부지 매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회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하게 질책을 한 사실, ③ 이에 원고, D, E 등이 C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위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거나 C이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다. 오히려, 을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증인 D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2009. 12. 4. 사직서를 제출한 후 같은 달 21. 사직서가 수리되기까지 명목상 휴가를 내고 피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사실, ② 한편, 원고는 사직서를 제출한 2009. 12. 4. 18:50경 퇴근하였다가 약 1시간 후인 19:50경 F 등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와 주식양수도계약서, 손익계산서, 감사보고서, 대외비 서류철 등 약 79점의 피고 회사 서류를 몰래 가지고 나간 사실, ③ 또한, 피고 회사에서 원고가 위와 같은 피고 회사 서류를 몰래 가지고 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경찰에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자 2009. 12. 7.(2009. 12. 4. 은 금요일이었고, 2009. 12. 7.은 월요일이 다) 피고 회사 사내 전산망에 위와 같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면서 당시 피고 회사의 보도국장 등 임원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①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원고의 사직서 제출 이후의 행적이 도저히 피고 회사에서 계속하여 근무할 것을 기대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① 한편, 원고는 대표이사인 D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하여 이를 믿고 진의 아닌 의사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하나, 당시 실질적인 사직서 수리 권한은 C에게 있고 원고 스스로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오로지 D의 말을 믿고 진의 아닌 의사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점, Ⓒ 또한 당시 D이 대표이사이기는 하였으나 근무한지 불과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원고와 E가 피고 회사의 신축사옥 부지 매수 계약과 관련된 업무를 주도하고 있었으므로, C로서도 D보다는 원고나 E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점(E 역시 같은 날 사직서를 제출하여 수리되었다), ⓐ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로서는 회장인 C의 질책에 대하여 책임을 질 유일한 방법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 뿐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비록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피고 회사에서 사직할 것을 바라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거나 최선의 방법이라도 판단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라. 따라서 원고와 피고 회사와 사이의 근로계약은 원고가 피고 회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 회사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에 의해 종료되었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정강찬
판사박주영
판사양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