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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2010. 10. 22. 선고 2010노1638 판결
[근로기준법위반(인정된죄명: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허훈

변 호 인

변호사 권순억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이 채택, 조사한 제반 증거들을 종합하면, 근로자 공소외 2가 적극적, 명시적으로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과 위 공소외 2 사이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피고인이 경영하는 회사에서의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관행, 이에 대한 근로자들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공소외 2에게 지급한 금원이 유효한 중간정산 합의에 따른 퇴직금이라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퇴직금으로서의 효력 유무

먼저 피고인이 각 계약기간의 종료일마다 근로자 공소외 2에게 지급한 금원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퇴직금에 해당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 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7도372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위 공소외 2와 2003. 10. 4.부터 2008. 9. 14.까지 근로기간을 각 1년 또는 6개월로 정하여 여러 차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왔고, 위 각 계약에 따른 근로기간이 종료할 때마다 위 공소외 2로 하여금 퇴직원을 제출하여 퇴직하도록 하였으며, 당해 계약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정산하여 이를 위 공소외 2에게 지급하기는 하였지만, 위 기간 동안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 송도지점(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에 대한 위 공소외 2의 근로제공이 실질적으로 단절된 바 없어, 피고인과 위 공소외 2 사이의 근로관계는 종료되지 않은 채 계속적으로 존속하여 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각 계약에서 정한 근로기간의 종료시에 위 공소외 2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 지급의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의 약정이 있었는지의 여부

다음으로, 피고인과 위 공소외 2 사이에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의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본다.

살피건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 은 “퇴직금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 은 “ 제1항 의 규정에 불구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위 법의 입법취지와 그에 따른 위 법의 강행법규적 성격, 그리고 사용자가 최초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월 또는 매년마다 전월 또는 전년도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로 약정한 후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위 법에 따른 퇴직금지급의무를 면탈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법 제8조 제2항 에 의한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각 중간정산시마다 근로자의 명시적, 적극적인 중간정산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은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위 공소외 2가 위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별다른 이의 없이 수령하여 왔고, 자신의 퇴직금을 계산한 내역이 기재된 ‘퇴직금 산정내역서’ 및 퇴직금의 수령에 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급여(퇴직금) 수령확인서’에 자필로 서명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위 금원의 지급을 독촉하기도 한 사실, 피고인 회사의 다른 직원들도 위 공소외 2와 마찬가지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중간정산의 방식으로 지급받아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 위 공소외 2가 피고인 회사와의 각 계약기간 종료시마다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명시적, 적극적으로 전년도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중간정산의 요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 공소외 2는 단지 피고인 회사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오던 근로계약체결 방식 및 그에 따른 피고인 회사의 연도별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에 따라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매년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아 온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결국 피고인과 위 공소외 2 사이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의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위 공소외 2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명시적, 적극적인 중간정산의 요구를 하였으므로 위 공소외 2와 피고인 사이에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이 성립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고의의 인정 여부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 제9조 소정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 제9조 가 규정한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위 공소외 2 사이에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의 약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존속 중인 위 공소외 2에게 위와 같은 중간정산의 방식을 통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미리 지급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피고인이 위와 같은 약정을 이유로 위 공소외 2의 퇴직금 지급 요구를 거절한 것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으며, 이는 피고인 회사에서 이러한 방식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오랜 기간 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거나, 위 회사에 근무하는 다른 근로자들도 별다른 이의 없이 같은 방법으로 퇴직금을 수령하여 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소결론

결국 피고인이 위 공소외 2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퇴직금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피고인과 위 공소외 2 사이에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의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하며,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도 볼 수 없는바,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달리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검사 및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 제36조 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였으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제정되어 2005. 12. 1.부터 시행됨과 동시에 근로기준법 제34조 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제도에 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개정됨으로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일 이후에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적용되어야 함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의 형식적 기재사항 중 사건명 항목의 ‘근로기준법위반’을 ‘근로기준법위반(인정된 죄명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고치고, 법령의 적용 중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항목의 ‘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 제36조 ’를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 제9조 ’로 고치며,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제5면 제8행의 ‘할 볼 수 없고’를 ‘볼 수 없고’로, 제9행의 ‘없다’를 ‘없다고 할 수 없다’로 각 고치는 것으로 원심판결을 경정한다].

판사 정창근(재판장) 정희엽 손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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