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외 69
항 소 인
피고인들
검사
김성문
변 호 인
법무법인 춘추 담당 변호사 신태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제2호 의 행위주체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등록을 하고 건설업을 영위하는 건설업자’에 한정되므로 건설업자로 등록한 사실이 없는 공소외인이 피고인들을 대행하여 입찰행위를 하였다 하여도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공소외인은 피고인들을 위하여 피고인들의 견적서 제출을 대행해준 것에 불과하여 이를 건설산업기본법상 ‘다른 건설업자의 견적을 제출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타인의 견적서를 제출하게 하여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를 저질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들이나 공소외인은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전자서명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공소외인에게 입찰을 대행시키면서 피고인들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게 한 것은 전자서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이 공소외인에게 입찰을 대행하게 한 경위나, 실제 이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이 없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각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 법원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 각 회사의 대표이사나 실제 대표자들(다음부터 ‘피고인 대표자들’이라고 한다)은 공소외인 등과 공모하여 건설공사의 입찰에 있어 다른 건설업자의 견적을 제출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공소외인이 운영하는 (상호 생략) 소속 직원에게 피고인들 회사 명의의 전자입찰용 공인인증서를 대신 발급받을 수 있도록 관련서류를 전달하는 방법 등으로 공인인증서를 대여한 후, 그들이 위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조달청 등에서 실시하는 관급공사에 피고인들 회사를 대신하여 입찰하면서 다른 건설업자의 견적을 대신 제출하게 하고,
누구든지 행사하게 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공인인증서를 양도 또는 대여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공인인증서를 대여하여 그들로 하여금 조달청 등에서 시행하는 관급공사 전자입찰에 행사하게 하고,
(2) 피고인 각 회사들은 대표자인 위 각 피고인 대표자들이 그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한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건설산업기본법에 관한 판단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는 건설공사의 입찰에 있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호 에서 ‘다른 건설업자의 견적을 제출한 자’를 들고 있는바,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의 목적과 위와 같은 처벌규정을 두게 된 입법취지 및 그 법정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는 같은 호의 ‘다른 건설업자’라는 법문이나 이와 병렬관계에 있는 같은 조 제1호 및 제3호 의 규정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설공사의 입찰에 있어 입찰의 공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건설업자들을 특별히 가중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찰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제315조 의 특별 규정이라 할 것이고(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2423 , 2007. 7. 26. 선고 2007도2032 판결 참조),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5호 는 ‘건설업자’라 함은 건설산업기본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등록 등을 하고 건설업을 영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인은 (상호 생략)이라는 상호로 개인 사업자등록을 하고 실내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였으나,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등록을 마친 건설업자에 해당하지는 않았던 사실, 공소외인이 조달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조달청 등에서 시행하는 관급공사 전자입찰에 해당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참가하지 않은 업체를 알아낸 후 전화를 걸어 전자입찰을 대행해주겠으니 낙찰이 되면 수수료를 지급하라고 권유하였고, 이에 응하는 건설업자들로부터 공인인증서를 받아 건설업체 명의로 전자입찰을 대신한 사실, 이에 의하여 낙찰이 될 경우 공소외인이 건설회사로부터 해당 낙찰금액의 약 3%~7%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등록된 건설업자가 아닌 공소외인에게 건설공사의 입찰을 대행하도록 하면서 자신의 견적을 제출하게 하였을 뿐 공소외인 자신이 건설업자로서 건설공사에 입찰하면서 타인의 견적을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비록 공소외인이 한 건의 전자입찰에서 여러 피고인들 각 회사 또는 대표자 명의의 견적서를 동시에 제출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별도의 법령을 제정하여 규율할 필요성이 있음은 별론,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행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이를 건설공사의 입찰에 있어 입찰의 공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또 건설업자가 아닌 공소외인이 공범으로 가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자신들의 견적서를 제출한 이상 이를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다른 건설업자의 견적을 제출하게 한 것이라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전자서명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전자서명법 제23조 제5항 은 ‘누구든지 행사하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공인인증서를 양도 또는 대여하거나 행사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공인인증서를 양도 또는 대여받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2조 제4호 에서 이에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전자서명법이 공인인증서의 양도나 대여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이러한 행위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공인인증서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임의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오인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부정한 의도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피고인들이 공소외인에게 전자입찰을 대행시키면서 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이고, 이러한 사용의 목적 및 그로 인한 경제적·법률적 효과 역시 공소외인이 아닌 피고인들 자신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이를 두고 피고인들이 공소외인에게 공인인증서를 ‘행사하게 할 목적으로 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위와 같은 목적으로 대여한 것이라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 역시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의 기재와 같은바, 앞서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