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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20가합588681 판결
[징계무효확인의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북아 담당변호사 박찬홍)

피고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순용)

2021. 6. 2.

주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20. 9. 8. 결정한 정학 2일의 징계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학교 설립과 운영에 따른 조례」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영문표기 1 생략) □□캠퍼스 고등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고 한다)를 운영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이 사건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가 2021. 5. 22. 이 사건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다.

나. 원고에 대한 징계의 경위

1) 원고는 2020. 8. 이 사건 학교의 12학년 학생으로 재학 중이었는데, 이 사건 학교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하여 2020. 2.부터 2020. 8. 17.까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위 기간 동안 서울 종로구 소재 집에 머물고 있었다.

2) 원고는 2020. 8. 15. 어머니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서 1㎞ 가량 거리인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103 소재 인도음식점에서 12:35경부터 13:11경까지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일 위 식당으로부터 300m 가량 떨어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었다.

3) 원고는 2020. 8. 18. 개학을 하여 등교수업을 실시함에 따라 등교를 하였다.

4) 한편 이 사건 학교는 코로나19 감염병의 전파예방을 위하여 학생들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건강 및 여행력 조사(Health and Travel Survey)’(학생 각자가 온라인에 접속하여 해당 항목에 ‘예/아니오’를 표시하는 방식이다)를 실시하였는데, 여기에는 “최근 14일 이내에 본인 혹은 가족 구성원이 코로나19 다수감염이 있는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항목이 있었고, 원고는 2020. 8. 16. 및 2020. 8. 24.의 조사에서 위 질문항목에 ‘아니오’로 답을 하였다.

5) 원고의 어머니는 2020. 8. 27.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으로부터 “2020. 8. 15.(일) 12시부터 17시 사이 광화문집회 일대를 30분 이상 체류한 것으로 기지국에서 확인이 되어, 증상이 있는 경우 혹은 검사를 희망하시면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원고도 다음날 보건당국으로부터 동일한 취지의 전화를 받았는데,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어떻게 하여야 할지 상의를 한 다음 기존의 ‘건강 및 여행력 조사’ 내용을 수정하지도 않았고 2020. 8. 31. 조사에서도 코로나19 감염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였다.

6) 한편 원고가 보건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을 기숙사의 친구들이 알게 되었고 이러한 사정이 2020. 8. 30.(일) 저녁에 이 사건 학교에 알려지면서, 이 사건 학교는 2020. 8. 31.(월) 오전에 원고를 기숙사에 대기시킨 후 귀가조치시켰다.

7) 원고는 2020. 8. 31.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2020. 9. 1. 보건당국으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아 2020. 9. 2. 학교에 그 결과를 통지하였고, 이 사건 학교는 2020. 9. 1.(화)부터 2020. 9. 4.(금)까지 전교생에 대하여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하였다.

8) 이 사건 학교는 2020. 9. 7.(월) 태풍으로 휴업을 한 다음 2020. 9. 8. 10:30경 원고에 대한 윤리위원회(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하여 정학 2일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을 하되 귀가조치되었던 2020. 8. 31.과 윤리위원회가 열린 2020. 9. 8.로써 정학기간을 채운 것으로 조치하였다.

9) 이 사건 징계처분의 결정문에는 징계사유로 "원고가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로 영향을 받는 지역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설문에 거짓으로 응답하였다. 이것은 학교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영문표기 2 생략) provided false personal information on the (영문표기 1 생략) Health and Travel form stating that he had not been to an area affected by a COVID-19 outbreak. This jeopardized the safety of the (영문표기 1 생략) community.)”라고 기재되어 있고, 윤리위원(징계위원)으로 총괄운영이사(Executive Director)인 소외 2(영문표기 3 생략), 전체 학교 총교장(Head of School)인 소외 3(영문표기 4 생략), 이 사건 학교의 교장(High School Principal)인 소외 4(영문표기 5 생략)가 참여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10) 원고는 2021. 5. 22. 이 사건 학교를 졸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6, 18, 19호증, 을 제2, 3, 1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절차적·실체적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데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미 이 사건 학교를 졸업하였으므로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징계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3.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확인의 소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의 당사자 간에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는 경우에 허용될 뿐이므로,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4다35565, 35572 판결 등). 다만,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 법률관계의 확인소송은 즉시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 이렇게 보는 것이 확인소송의 분쟁해결기능과 분쟁예방기능에도 부합한다( 대법원 1995. 4. 7. 선고 94다4332 판결 ).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에 따라 2일간 출석이 정지되었는데, 이미 이 사건 징계처분을 모두 이행하였고, 2021. 5. 22. 이 사건 학교를 졸업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조치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갑 제1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내역은 피고의 학적관리 시스템에 영구적으로 기재되는 사항일 뿐만 아니라, 향후 원고가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는 경우에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징계처분은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소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절차적 하자

갑 제14, 16, 1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이 사건 학교의 학칙에 “최고 수위의 징계가 정학에 해당하는 경우 윤리위원회는 해당 학교 교장과 두 명의 다른 윤리위원으로 구성된다.(For cases where the maximum consequence is suspension, the Ethics Committee will consist of the divisional leader and two other committee members.)”라고 되어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징계처분의 결정문에는 윤리위원회에 총괄운영이사 소외 2, 전체 학교 총교장 소외 3, 이 사건 학교의 교장 소외 4가 서명을 하였으나, 실제로는 소외 2는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바 없고 사무국장(High school business director) 소외 1이 참석한 사실, ③ 원고측이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명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데 대하여 피고측이 답변을 하면서 이 사건 학교의 학칙에 정학 징계절차와 관련하여 “부모, 학생, 그리고 최소 3인의 윤리위원회 위원이 청문에 참석(Parents, student, and at least 3 Ethics Committee members attend the hearing)”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부분을 “부모, 학생, 최소 2명의 윤리위원회 위원과 한국인 관리자가 미팅에 참석함”이라고 번역하여 송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을 위한 윤리위원회에는 윤리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소외 1이 참석하고 서명만 윤리위원 자격이 있는 소외 2가 한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학칙에 따른 윤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나. 실체상의 하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의 사유는 원고가 코로나19 감염병의 발발로 영향을 받는 지역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건강 및 여행력 조사’에 거짓으로 답을 하여 학교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 및 여행력 조사’의 질문 내용은 ‘최근 14일 이내에 본인 혹은 가족 구성원이 코로나19 다수감염이 있는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는가’라는 것인데, ① 2020. 8. 15. 서울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위험을 증대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방문한 곳은 광화문광장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식당으로 집회참석자들과 섞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장소였고 원고의 동선도 집회장소와 겹치지 않았던 점, ② 이후 보건당국에서 원고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증상이 있거나 검사를 희망하면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에 불과하였던 점, ③ 코로나19 감염병은 접촉에 의하며 전염되는 것으로 공기에 의한 감염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코로나19 다수감염 지역’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특정 시설을 의미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코로나19 다수감염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였다고 하여 이를 허위의 답변이라고 평가하여 징계의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 더구나 이후 코로나19 감염병의 유행을 몇 차례 겪은 변론종결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같이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 우려가 있는 집회장소 부근(특히 원고가 있었던 곳은 집회 장소로부터 300m 가량 떨어져 있고 집회 장소와는 중간에 대형 건물들이 있어 물리적으로 부근일 뿐이지 전혀 다른 장소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곳이다)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학교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실체상의 하자도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절차상·실체상의 하자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이원석(재판장) 최석진 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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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참조판례

대법원 1996. 5. 10. 선고 94다35565, 35572 판결

대법원 1995. 4. 7. 선고 94다433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