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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대전지법 2007. 9. 13. 선고 2006고합4 판결
[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직무유기] 항소[각공2007.11.10.(51),2453]
판시사항

[1] 검사의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인치명령을 규정한 검찰사건 사무규칙(법무부령), 인권보호수사준칙(법무부훈령) 및 체포구속업무처리지침(대검찰청예규)이 헌법과 법률의 위임이 없어 위법한 것인지 여부(소극)

[2] 자진출석한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후 긴급체포 승인건의서와 구속영장 신청서를 검찰청에 접수한 사법경찰관이 위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을 전해 듣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위 사법경찰관에게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본 사례

[3] 형법 제139조 의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와 형법 제122조 의 직무유기죄의 죄수 관계(=법조경합)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일반적·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있고 긴급체포를 포함한 수사 전반의 적법성을 통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체포의 적법성 등을 따져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이고,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면담하는 것이 필요한 때에는 경찰이 긴급체포한 피의자이더라도 면담할 수 있으며, 한편 체포 후 수사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의자를 일시적으로 검찰청 등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을 또 다른 인권제약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수사절차의 적법성 통제를 위하여 체포된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거나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체포된 피의자의 인치를 명할 수 있다는 검찰사건 사무규칙(법무부령) 제39조 제2항 , 인권보호수사준칙(법무부훈령) 제11조 제4호 및 체포구속업무처리지침(대검찰청예규)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의 관련 규정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법률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라거나 이에 근거한 검사의 피의자 인치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2] 자진출석한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후 긴급체포 승인건의서와 구속영장 신청서를 검찰청에 접수한 사법경찰관이 위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을 전해 듣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법경찰관에게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본 사례.

[3] 형법 제139조 의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와 형법 제122조 의 직무유기죄의 구성요건을 비교하여 보면, 형법 제139조 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형법 제122조 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반대로 형법 제122조 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행위가 형법 제139조 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므로, 양 조항은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를 이룬다.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경진

변 호 인

변호사 김종국외 1인

주문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이름 생략)지방경찰청 수사과 광역수사대 조직범죄수사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사법경찰관인 경감이다.

피고인은 2005. 12. 12. 10:50경 공소외 1을 상습사기 혐의로 긴급체포한 다음 검사에게 긴급체포 승인건의와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는데 수사지휘검사인 대전지방검찰청 공소외 2 검사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수사과정의 적법성 및 적정성에 의문이 있어 긴급체포 승인 여부와 구속영장의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신문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인권옹호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위 공소외 1을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실로 데려올 것을 명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1. 2005. 12. 13. 17:30경 대전 중구 중앙로 155 소재 (이름 생략)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직범죄수사팀 사무실에서, 같은 날 16:00경 같은 팀 소속 사법경찰리 공소외 9로부터 위 공소외 1을 직접 대면 신문하겠으니 대전지방검찰청 (호실 생략)호 검사실로 동인을 데려오라는 검사의 직무상 명령을 전해 듣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고,

2. 같은 날 21:00경 위 조직범죄수사팀 사무실에서, 같은 날 18:25경 위 대전지방검찰 검사의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직접 대면 신문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니, 금일 21:00까지 대전지방검찰청 (호실 생략)호 검사실로 이건 수사기록과 함께 피의자 신병인치 요망”이라는 서면으로 된 직무상 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제1, 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각 일부 진술기재

1. 증인 공소외 3, 1, 4의 각 법정진술

1. 공소외 5 작성의 진술서 사본의 기재

1. 피고인에 대한 검찰진술조서 등본의 일부 기재

1.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 등본의 일부 기재

1. 각 구속영장신청서 사본

1. 긴급체포서, 긴급체포승인건의 각 사본

1. 수사보고(검사지휘 관련) 사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139조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더 무거운 판시 제2항의 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죄에 대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유예된 형 : 징역 8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형법 제139조 와 그 입법 취지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그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이 뒤에서는 ‘이 사건 법조문’이라고 한다).

나. 입법 취지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명령을 준수하지 않는 행위는 피의자 등의 인권에 대한 직접적 침해 또는 구체적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사절차에 있어서 인권옹호의 급박성과 인권침해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검사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를 인정하여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와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특히 수사기관에 의하여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는 행위들을 분리하여 특별조항을 둠으로써 수사절차에서 침해될 수 있는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에 이 사건 법조문의 입법목적이 있다.

2. 이 사건의 경과

가. 공소외 1의 사기범행

(1) 공소외 1은 2005. 10. 27.경부터 2005. 11. 19.경 사이에 대전 시내 중고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자동차를 판매해 주겠다고 말하고 자동차를 건네받아 이를 공소외 3 등에게 전매한 후 이들로부터 받은 차량대금을 원래 위탁받은 중고자동차 매매상들에게 교부하지 않고 임의로 유용하였다.

(2) 공소외 1은 같은 달 21. 자동차 매수인인 공소외 3을 동대구역 앞 다방에서 만나 위와 같은 범행 내용을 말하면서 자신이 대전의 자동차업자들로부터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으니 일단 자동차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공소외 3은 이를 거부하였다.

(3) 공소외 3은 같은 날 19:00경 공소외 1을 포항 북부경찰서 조사계로 데려가 공소외 1의 입건과 구속을 요구하였으나, 포항 북부경찰서 경찰관은 우선 고소장부터 접수하라고 하며 입건을 거부하고 공소외 1을 돌려보냈다.

나. 공소외 1에 대한 긴급체포과정

(1) 공소외 1의 아버지인 공소외 6은 2005. 12. 9. 위 광역수사대 소속 사법경찰리인 공소외 7과 통화하면서 같은 달 12. 10:00 내지 11:00 사이에 공소외 1을 경찰서에 출석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2) 공소외 1은 같은 달 12. 10:50경 피고인의 사무실에 자진출석하였고, 약 5분 뒤에 긴급체포된 다음 같은 날 20:30경 대전 중부경찰서 수사과 유치장에 인치되었다.

(3) 피고인은 같은 날 10:00경 긴급체포 승인건의서 및 구속영장 신청서를 대전지방검찰청에 접수하였고, 수사지휘를 담당한 검사 공소외 2는 검찰청 직원인 공소외 5를 시켜 판시 범죄사실 1항과 같이 2005. 12. 13. 16:00경 공소외 9 경장을 통해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을 검사실로 데려올 것을 요구하였다.

(4) 여기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 1계장인 공소외 8 경정의 의견을 듣고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직접면담제 검토’라는 경찰 내부문건의 내용을 검토한 뒤 같은 날 17:30경 전화로 공소외 2 검사에게 체포된 공소외 1을 검사실로 데려갈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5) 공소외 2 검사는 다시 판시 범죄사실 2.항과 같이 서면으로 체포된 공소외 1을 검사실로 데려올 것을 명하였으나, 피고인은 같은 날 21:00경 재차 서면으로 거부의사 표하였고, 공소외 2 검사는 같은 달 14. 00:20경 공소외 1에 대한 긴급체포를 불승인하고 구속영장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공소외 1 사건의 추후 경과

공소외 1은 2006. 6. 15. 대전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2006고단310) 항소하여 2006. 11. 24. 같은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2006노1161, 1711(병합) },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3. 판 단

가.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과 변호인(이 뒤에서는 ‘피고인과 변호인’을 ‘피고인’이라고 한다)의 주장

(가) ① 형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어디에도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검사에게 피의자를 심문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점, ②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인치명령은 필연적으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방어권 등을 제한하게 되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게 되는 점, ③ 체포된 피의자의 인치를 명할 수 있다는 검찰사건 사무규칙(법무부령) 제39조 제2항 과 인권보호수사준칙(법무부훈령) 제11조 제4호, 체포·구속업무처리지침(대검찰청예규)은 헌법과 법률의 위임 없이 규정된 위법한 명령인 점 등에 비추어 검사실로 긴급체포된 피의자를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이를 준수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가 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또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검사의 명령, 즉 “ 공소외 1을 직접 대면 신문하겠으니 검사실로 동인을 데려오라”는 구두명령과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직접 대면 신문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니, 검사실로 피의자 신병인치 요망”이라는 서면에 의한 명령의 내용만으로는 이러한 명령이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명령인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여 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2) 먼저 검사가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된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명령의 법적 근거 유무에 대하여 살펴본다.

(가) 검사의 지위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은 수사분야에 있어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사제도를 두어 검사에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철저한 신분보장과 공익의 대변자로서 객관의무를 지워 사법경찰의 수사에 대한 지휘와 감독을 맡게 하고 있다.

검사에게는 전속적 영장청구( 헌법 제12조 제3항 ), 수사주재자로서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형사소송법 제195조 , 제196조 ), 체포·구속장소 감찰( 형사소송법 제198조의2 ) 등의 권한이 부여되고, 이에 따라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 또한 옹호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나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여야 할 의무도 부담한다.

(나)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근거규정

형사소송법 제195조 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제196조 제1항 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 제2항 은 “경사,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 제3항 은 “ 전 2항 에 규정한 자 이외에 법률로써 사법경찰관리를 정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으며,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2호 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의 지휘·감독”, 제53조 는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에 있어서 소관 검사가 직무상 발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다) 수사의 개념

수사의 개념에 대해 “수사란 수사·공판절차를 가리지 아니하고 범죄혐의의 유무를 확인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범인을 발견·확보하며,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 일체”라고 보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대표적인 수사의 예로서는 피의자와 참고인의 조사, 피의자의 체포, 구속, 압수, 수색, 검증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긴급체포도 당연히 수사의 범주에 포함된다.

(라)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의 관계

앞서 본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면, 우리 법체계는 사법경찰관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수사권을 행사하되, 수사와 법률의 전문가인 검사가 일반적 지침 또는 일반적·구체적 지시와 지휘를 통해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을 법적으로 조정·통제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검사의 법률적 판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제도를 입법적으로 채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사법경찰관리에 대하여 수사에 관한 일반적 지휘권과 구체적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

일반적 수사지휘는 대검찰청 소관부서에서 각급 검찰청에 대하여 예규 또는 지침의 형식으로 지시하여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이 관할 사법경찰관리에게 이를 시달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구체적 수사지휘는 특정 사건 또는 사안을 담당하는 소관 검사가 사법경찰관리에게 지시하는 개별적 수사지휘로서 사법경찰관리가 수행하는 모든 수사 활동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그 내용과 형식 등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 긴급체포의 집행에 대한 형사소송법 규정

형사소송법 제81조 제1항 본문은,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 제85조 제1항 은, “구속영장을 집행함에는 피고인에게 반드시 이를 제시하여야 하며 신속히 지정된 법원 기타 장소에 인치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200조의5 는, “… 제81조 제1항 본문 …(중략)… 제85조 제1항 …(중략)…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이 경우 ‘구속’은 이를 ‘체포’로, ‘구속영장’은 이를 ‘체포영장’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의 ‘체포’ 개념에는 당연히 ‘긴급체포’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나아가 ‘집행’의 개념에 ‘구금’뿐만 아니라 ‘인치’까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85조 제1항 이 ‘집행’을 ‘지정된 장소에 인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인치’는 당연히 ‘집행’의 개념에 포함된다.

(바) 판 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인 점, 긴급체포도 수사에 포함되어 그 적법성 통제가 검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 검사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일반적·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있어 경찰이 긴급체포한 피의자에 대하여도 수사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체포의 적법성 등을 따져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로서, 체포의 적법성 판단을 위해 체포된 피의자의 면담이 필요한 경우 피의자를 면담할 수 있고, 법률에 의한 체포(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내지 제200조의5 , 제212조 )는 그 자체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합법적 침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이후 체포 등 수사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통제하기 위한 한 피의자의 검찰청에로의 일시적 장소의 이동을 또 다른 인권제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수사절차의 적법성 통제를 위하여 체포된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에 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이러한 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가 체포된 피의자를 검찰청에 데려오라는 명령의 근거가 헌법형사소송법 그리고 검찰청법의 관련 규정에 있는 이상, 검찰사건 사무규칙(법무부령) 제39조 제2항 과 인권보호수사준칙(법무부훈령) 제11조 제4호 그리고 체포구속업무처리지침(대검찰청예규)은 위 법률들의 관련 규정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 규칙과 준칙 그리고 예규가 법률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어서 여기에 근거한 검사의 피의자 인치명령이 위법하다는 피고인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다음으로 공소사실 기재 명령의 내용만으로는 이것이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명령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본다.

판시 범죄사실에서 보듯이 검사는 피고인에게 “ 공소외 1을 직접 대면 심문하겠으니 검사실로 동인을 데려오라”는 구두명령을 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자 재차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직접 대면 신문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니 검사실로 피의자 신병인치 요망”이라는 내용의 서면으로 된 명령을 발하였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그 누가 보더라고 검사의 직무명령은 인권옹호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른다면,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내용의 명령만으로는 이것이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명령임을 알 수 없으므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여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조문의 피적용자는 경찰의 직무를 행하거나 보조하는 자로,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명령을 발하는 자는 검사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과 수사절차에서 침해될 수 있는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이 사건 법조문의 입법 취지를 함께 고려해 본다면, 직무명령의 외관뿐만 아니라 이를 발하는 자와 받는 자의 내심의 의사도 이 명령이 인권옹호에 관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설령 직무명령의 외관만으로는 이것이 인권옹호에 관한 명령인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 명령을 발하는 자와 이를 받는 자의 내심의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황이 있다면 이러한 정황 역시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명령인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앞서 본 공소외 1에 대한 수사경과(특히, 공소외 1이 (이름 생략)지방경찰청에 자진출석하였고 그 전에도 포항 북부경찰서에 자진출석한 점, 수사착수 직후 공소외 1의 인적 사항이 파악되어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자진출석한 공소외 1을 긴급체포한 점 등)에다가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검사가 명령을 발함에 있어 인권옹호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된 명령인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명령만으로도 검사가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고 명하였다는 점, 즉 검사의 명령이 인권옹호에 관한 것임을 피고인으로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피고인은 공소외 1 측이 검찰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검사가 면회를 주선하기 위해 공소외 1을 검사실로 데려오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나, 이와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에게 범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이전에 구속 전 검사의 피의자 면담제도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던 점, ② 피고인이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았으나 다들 처음 듣는 제도라고 대답했던 점, ③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이름 생략)지방경찰청 수사 1계장으로 근무하던 공소외 8 경정에게 자문을 받은 점, ④ 경찰청에서 내려온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직접면담제 검토’라는 문건을 참조한 점 등에 비추어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형사소송법 제196조 에 의하면 사법경찰관리는 수사를 하거나 수사를 보조함에 있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고,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수사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법무부령) 제27조 제1항 제31조 제3항 은 “긴급체포 및 현행범인의 체포시 인권침해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법경찰관리라면 통상적으로 이 사건 법조문이 규정한 인권의 의미 및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명령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1997. 1. 1.부터 대검찰청예규로 시행 중인 체포·구속업무처리지침에 검사의 피의자 면담절차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규정되어 있고, 그 지침이 이미 1997년부터 경찰에 송부되어 피의자 석방보고서, 영장처리 시간표 등의 서식과 함께 각종 체포와 구속관련 업무에 활용되고 있었던 점, ② 대전지방검찰청에서는 이미 2004. 18명, 2005.부터 이 사건 발생 이전까지 19명 모두 37명에 대하여 구속 전 면담을 실시했던 점, ③ 피고인이 참고했다는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직접면담제 검토’라는 내부 문건에 정식으로 수신처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위 문건이 피고인의 업무처리에 대해 기속력을 가지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관련 규정을 몰랐다거나 내부 문건을 참조하고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당시 범의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경합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① 판시 범죄사실 제1항의 구두명령을 거부한 행위와 판시 범죄사실 제2항의 서면에 의한 명령을 거부한 행위는 모두 동일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신청 사건을 심사하던 검사의 수사지휘를 거부한 피고인의 일련의 부작위인 점, ② 공소외 2 검사가 최초의 구두지휘부터 서면으로 지휘할 때까지 동일하고 계속된 의사에 기하여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공소외 2 검사가 최초 구두지휘할 당시 시간을 정하여 인치명령을 내린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검사의 단일한 명령에 대한 1회의 불이행에 해당되므로 경합범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개의 행위 혹은 연속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5도27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검사의 명령을 불준수한 각 행위가 피고인의 단일하고 계속된 의사에 기한 것이고 피해법익도 같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검사의 직무명령의 구체적 방법이 달랐던 점, ② 구두명령과 서면에 의한 명령 사이에 시간차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본다면 검사의 명령을 2회 받고도 그때마다 이를 거부한 피고인의 각 행위는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판시 각 범죄사실과 같이 검사의 직무상 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각 유기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검사는 판시 각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와 위 각 직무유기죄를 상상적 경합범으로 기소하였다.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말하고,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도66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란 어느 구성요건이 다른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하여야 성립하는 경우로서 특별관계에 있어서는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반대로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도10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법조문은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그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형법 제122조 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직무유기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조문이 형법 제122조 의 규정에 대하여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의 여부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양 법규의 구성요건의 비교로부터 논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법조문은 국가의 기능 중에서 검사의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집행기능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형법 제122조 는 공무원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으로 역시 국가의 기능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법조문은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를 범죄의 주체로 하고 있는 반면 형법 제122조 는 위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외에 모든 “공무원”을 범죄의 주체로 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법조문은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그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를 처벌하고 있으나, 형법 제122조 는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법조문보다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조문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형법 제122조 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반대로 형법 제122조 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행위가 이 사건 법조문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므로, 양 조항은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판시 각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가 성립하는 이상 별도로 피고인의 각 행위가 직무유기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각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각 인권옹호직무명령 불준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이 누구보다도 국법질서를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본인에게 부과된 책무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막중한 직무상의 책임이 있음에도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서 형사사법절차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가기능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작동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의를 부인하며 검찰이 자신을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자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마저 크다고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이 경찰간부후보생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1991. 4. 26. 임용된 이래 별다른 과오 없이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온 점, 나아가 그동안 업무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다수의 표창을 받은 경력이 있는 점, 경찰청장이 전국의 지방경찰청장에 보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면담 실시에 따른 업무지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이후로는 본건과 같은 범행을 재차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본건 범행에 대한 책임으로 피고인을 경찰공무원직에서 종국적으로 배제하는 형으로 처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타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정환경, 법정에서의 태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검토하여 이번에 한하여 피고인을 선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판사 임복규(재판장) 민경화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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