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손상욱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은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음주측정에 대한 명백한 거절의사를 밝히고 있는 피고인을 사실상 강제로 연행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루어졌으므로 이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이나 원심 제1회 공판기일까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연행되었다는 주장을 전혀 한 사실이 없고, 경찰관이 수갑을 채우거나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피고인을 강제로 순찰차에 태운 것이 아닌 점, 경찰관이 피고인을 지구대로 동행한 후에도 음주측정요구에 강압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지구대에서 퇴거를 희망하거나 동행을 거부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건 당시 경찰관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이 음주측정을 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탄현지구대로 데리고 간 것은 임의동행에 해당하고 그에 이은 음주측정요구는 적법하여 이에 불응한 피고인에게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됨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9. 11. 3. 01:09경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경찰서 탄현지구대에서 위 지구대 소속 경사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에게 술냄새가 나고 얼굴에 홍조를 띠는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약 20분간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방법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은 방법을 회피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인을 음주측정요구 장소인 탄현지구대로 데리고 간 경찰관 공소외 1은 그 당시 피고인에 대하여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사실을 고지한 적이 없고 그에 따르는 절차(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 부여)를 거친 사실도 없는 점, 단지 음주측정을 위하여 피고인을 탄현지구대로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데리고 갔을 뿐인 점(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② 지구대에 도착한 후에도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를 때까지 그 임의동행에 관한 서류는 전혀 작성된 적이 없고,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그가 피고인을 동행함에 있어 피고인에게 그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준 적이 없는 점(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제2회 진술), ③ 경찰관 공소외 1은, 현장에서 피고인이 처음에는 흥분하다가 갑자기 차분해져서 피고인의 동의 아래 그를 순찰차에 태웠고 그 차안에서 이른바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제2회 진술), 오히려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최초 단속할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을 폭행하는 등 그들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고 그 후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순찰차에 태워 탄현지구대로 데리고 갔으나 피고인은 여전히 음주측정 관련서류에 날인을 거부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단속경위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증거기록 제6, 8, 10쪽)},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공소외 1의 진술과 같이 그의 동행요구에 자발적으로 응하였거나 그 과정에서 자유로이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속경찰관인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피고인을 지구대로 동행한 것이 아니라, 음주측정에 대한 명백한 거절의사를 밝히고 있는 피고인을 사실상 강제로 연행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럼에도 당시 피고인에 대하여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사실이나 그에 따르는 절차를 고지하는 등 수사상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고, 이러한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로서 그러한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그 역시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이 그와 같은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09. 11. 3. 00:30경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439에 있는 맥도널드 앞 도로의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서 자신의 차량에 시동을 켠 채로 그대로 정차하여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었던 사실, ② 피고인의 차량이 도로 가운데 정차되어 있어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 공소외 1, 3이 출동하여 그 현장에 도착한 사실, ③ 공소외 1이 운전석에 앉아 자고 있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피고인을 깨우기 위해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자 잠에서 깬 피고인은 차에서 내려 공소외 1에게 욕설을 하면서 양 주먹으로 공소외 1의 얼굴 및 목 뒷덜미 부위를 3, 4차례 폭행한 사실, ④ 당시 피고인은 술냄새가 나고, 혈색이 붉으며, 말을 할 때 혀가 심하게 꼬이고 비틀거리며 걷는 등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던 사실, ⑤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그곳 현장은 위험하여 다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하면서 피고인을 순찰차 뒷자리에 태운 뒤 일산경찰서 탄현지구대로 피고인을 데려왔고, 그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별도로 음주측정을 요구하지 않은 사실, ⑥ 공소외 1이 작성한 단속경위서(증거기록 제6쪽)에는 ‘심하게 술냄새가 나므로 음주운전혐의로 탄현지구대로 임의동행 후’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으로부터 임의동행동의서를 받는 등 임의동행 관련 서류를 작성하지는 않은 사실, ⑦ 이에 대하여 공소외 1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을 데려올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어 경찰직무집행법상 보호조치의 대상으로 지구대로 데려온 것이기 때문에 임의동행관련 서류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⑧ 피고인은 탄현지구대에 도착한 뒤 위 지구대 소속 경찰관 공소외 2로부터 약 20분간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요구를 받았으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음주측정에 불응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판단
1) 임의동행이란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피의자를 수사기관에 동행하는 것으로서 임의수사의 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 그 현장에서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가 통행하는 도로에 자신의 차량을 세워두고 잠을 자고 있었던 점, 그 현장에 출동하였던 경찰관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사고로 인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피고인에게 현장은 위험하여 다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가자고 하면서 피고인을 지구대로 데려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경찰관 공소외 1이 당시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하지 않았고 지구대로의 동행목적에 대하여 음주측정을 위한 것임을 명백하게 고지한 적도 없는 점, 경찰관 공소외 1 등이 지구대에 와서도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관련 서류를 전혀 작성하지 않은 점은 위 인정사실에서 본 것과 같은바, 위 인정사실들에 의하면,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지구대에 데려올 당시 피고인에 대하여 음주운전의 피의자 지위로서 수사절차를 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관련 경찰관은 그 당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 의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술취한 상태로 인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와 재산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며 응급의 구호를 요한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발견한 때에는 24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동인을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음주운전의 피의자로서가 아니라 보호조치의 대상자로서 피고인을 지구대로 데려온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나아가 일응 적법한 보호조치로써 피고인을 수사관서에 데려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후 경찰관이 피고인의 음주운전 여부를 밝히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할 시점에는 피고인에 대한 보호조치는 이미 종결되고, 비로소 음주운전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절차가 개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당시 이와 같이 보호조치를 마치고 수사를 개시하는 경찰관으로서는 강제력 없이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서 행하는 임의수사를 위하여 음주운전의 피의자로 조사하는 것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수사관서에서 자유롭게 퇴거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방법 등으로 피고인에게 자발적으로 수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거나 이에 응하지 않는 피고인에 대한 강제수사를 위하여 체포 등 형사소송법상의 적법한 강제처분에 대한 절차를 밟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수사에 나아갔다면 설령 그 당시 피고인에 대한 물리적 억압이 없었더라도 이는 적법한 체포 하의 수사개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음주운전의 피의자를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보호조치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수사관서에 동행하는 방법으로 임의동행이나 강제수사를 위한 절차를 잠탈할 우려가 있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
3) 한편,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음주측정요구를 위한 위법한 체포와 그에 이은 음주측정요구는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하여 연속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개별적으로 그 적법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위법한 음주측정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운전자가 주취운전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운전자에게 경찰공무원의 이와 같은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대해서까지 그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그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음주측정거부에 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840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인이 당시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 등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자에 해당함이 명백하여 피고인을 보호조치의 대상자로서 지구대에 동행한 것이 적법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지구대로 동행하여 온 후 비로소 음주운전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를 개시하였다면 곧바로 피고인에게 지구대에서 자유롭게 퇴거할 수 있음을 고지하거나 피고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방법 등으로 적법한 강제처분을 거쳤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이러한 절차를 거쳤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에 불응하였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기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설령 피고인을 지구대에 데려간 것을 임의동행 형식에 의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경찰관이 피고인에게 동행의 목적에 대하여 음주측정이라는 점이나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준 적이 없어서 피고인이 그 당시 경찰관의 수사개시행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사실상의 강제연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수사기관이 당시 수사상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는 위법하게 피고인을 체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피고인에게 그 죄가 성립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