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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7.8. 선고 2017다218895 판결
보험금
사건

2017다218895 보험금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합병 전 상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곽병훈 외 5인

피고피상고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신지영 외 4인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신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평안 담당변호사 정한익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2. 15. 선고 2015나2074648 판결

판결선고

2021. 7. 8.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 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07. 12.경 리비아 개발청(Housing and Infrastructure Board)과 사이에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을 건축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보증을 위한 절차 대행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리비아 소재 사하라 뱅크에게 원고의 지급보증 하에 리비아 개발청 앞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도록 요청하였다.

다. 1) 그에 따라 원고는 2008. 1. 17. 참가인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계약과 관련하여 참가인이 사하라 뱅크에 부담하는 채무를 원고가 지급보증하기로 하는 이 사건 지급보증약정을 체결하고, 그 다음날 사하라 뱅크에게 이 사건 지급보증약정에 따른 지급보증서(이하 '이 사건 지급보증서'라고 한다)를 발급하였다.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서는 적용 규칙을 당시 시행되던 국제상업회의소의 독립적 보증에 관한 통일규칙(ICC Publication No. 458. Uniform Rules for Demand Guarantees, 2010년 ICC Publication No. 758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청구보증 통일규칙'이라고 한다)으로, 준거법을 리비아법으로 정하고 있고, ‘단순 청구(first simple demand)에 따라 완전히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지급되거나 갱신될 수 있는 취소 불능의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정하고 있다.

2) 또한 사하라 뱅크는 그 무렵 리비아 개발청을 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보증을 위한 보증서를 발급하였는데, 그 보증서에는 지급청구의 요건으로 '수익자의 단순 청구(first simple demand)에 따라 지급될 수 있는 무조건적 이행보증'이라고 정하고 있다.

3) 한편 피고는 2008. 1. 15. 참가인과 사이에 참가인이 이 사건 지급보증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부담하는 구상 채무를 보증하는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사하라 뱅크는 2011. 6. 29. 원고에게 '리비아 개발청으로부터 원고가 2012. 12. 31.까지로 보증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증금액 전액의 지급을 구하는 요청이 있었다. 현재의 보증서 유효기간 동안 당행이 원고의 연장 지시를 접수하지 못하는 경우, 본 통지를 유효하고 공식적인 보증금액 전액의 지급청구 및 즉각적으로 인증된 통지에 의한 당행 계좌로의 이체 요청으로 간주하기 바란다'고 기재한 통지(이하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라고 한다)를 하였다.

마. 원고는 2012. 8.경 피고에게 이러한 통지사실을 알리면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기간을 연장할지 여부와 기간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보증금액의 결제 여부에 관하여 회신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 원고에게 보증기간의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하였다.

2.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 기한 지급청구 요건의 준거법에 관하여

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때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 · 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 · 적용하여야 하고,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 (法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며,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따라 살핀다.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서 적용 규칙으로 정하고 있는 청구 보증 통일규칙에서는 독립적 은행보증 관련 지급청구의 요건을 정하면서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 한 제20조 a, b항에 정한 지급청구의 요건이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0조 c항), 반면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서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는 리비아법이나 그 해석상 독립적 은행보증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청구보증 통일규칙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자료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보증금의 지급청구로서 적법한 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는 이 사건 지급보증서와 청구보증 통일규칙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원심이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지급보증서의 내용과 청구보증 통일규칙에 따라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와 같이 준거법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가. 은행이 보증을 하면서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그 보증이 기초하고 있는 계약이나 이행제공의 조건과 상관없이 그에 의하여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즉시 수익자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였다면, 이는 주채무에 대한 관계에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 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이다. 이러한 독립적 은행보증의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불문하고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독립적 은행보증에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와 단절되는 추상성과 무인성이 있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53700 판결 참조). 그에 따라 독립적은행보증에서 보증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가 제출하는 지급청구서 및 첨부서류가 보증서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증조건에 문면상 일치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보증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연장지급선택부(extend or pay) 청구는 독립적 은행보증에서 만기 전에 수익자가 보증인에 대하여 ‘해당 보증서의 보증기간을 연장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만기 시에 그 청구를 적법한 청구로 보고 해당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한 조건부 의사표시에 해당한다(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6조 참조),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만기 연장이 합의되지 않아 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적법한 지급청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청구가 보증의 유효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하고 보증서와 청구보증 통일규칙에서 정한 지급청구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그리고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 C항은 '보증서의 조건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 한 서면에 의한 보강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제20조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청구 보증 통일규칙이 적용되는 독립적 은행보증에서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으로 ‘단순 청구(simple demand)’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더라도 명시적으로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한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에 정한 지급청구의 요건 또한 충족되어야 한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사하라 뱅크의 이 사건 연장 지급선택부 청구는 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로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지급보증서 및 청구 보증 통일규칙에서 정한 지급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1) 이 사건 지급보증은 독립적 은행보증이면서 사하라 뱅크가 리비아 개발청에 대하여 부담하는 보증채무를 지급보증하는 구상보증에 해당한다.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서는 '단순 청구'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명시적으로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 따른 지급청구는 청구보증 통일규칙 중 구상보증의 지급청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제20조 b항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위 조항은 '구상보증상의 지급청구에는 보증인이 보증상의 조건과 청구보증 통일규칙에 일치하는 지급청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재한 서면진술이 첨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사하라 뱅크가 리비아 개발청에 발급한 보증서에서도 수익자인 리비아 개발청의 지급청구의 요건으로 '단순 청구'만을 기재하고 있으나 명시적으로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사하라 뱅크가 발급한 보증서에 따른 지급청구에 대하여는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 a항이 적용되는데, 위 조항은 독립적 은행보증에서 수익자가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할 때 보증의뢰인이 보증의 원인관계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을 지급청구서에 포함하거나 그러한 내용의 진술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결국 이 사건 지급보증서에 근거한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청구로서 이 사건 지급보증서와 청구 보증 통일규칙이 정한 지급청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 b항에서 요구하는 서면진술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즉,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이 사건 지급보증에 근거한 보증금의 지급청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 b항에 따라 '사하라 뱅크가 리비아 개발청으로부터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 a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지급청구를 받았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이 첨부되어야 한다.

4) 그런데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는 보증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보증금을 지급하도록 요구하는 이외에 위 3)에서 본 바와 같은 사하라 뱅크의 서면진술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다. 소결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는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20조의 지급청구의 요건을 갖추지 않아 지급청구로서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다음, 그에 따라 원고가 사하라 뱅크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도 원고에게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청구보증 통일규칙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한편 원고가 청구보증 통일규칙 제10조에 따라 사하라 뱅크에게 합리적인 기간 이내에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부적법한 청구라는 이유로 지급거절을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그와 같은 지급청구의 부적법에 관한 주장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보증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원고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세우는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적법하지 않고 그 결과 피고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과 결론이 정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민유숙

주심 대법관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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