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성범(기소, 공판), 이건웅(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재훈 외 5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5. 7. 선고 2020고합58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주1)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
2) 변호사의 정당한 직무활동에 해당한다는 주장
피고인이 △△은행장에 대한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더라도, ○○과 주식회사 △△은행 사이에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 허용 여부와 관련한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의 의뢰에 따라 △△은행장인 공소외 3을 만나 위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한 것은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2억 2,000만 원을 수수한 것은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 추징 2억 2,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기초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기초사실 및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2와 공소외 1로부터 △△은행장 공소외 3에게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해 달라는 내용의 부탁을 받고, 이를 수락한 다음 실제로 공소외 3을 만나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청탁 취지를 전달하고, 그 명목으로 공소외 1로부터 2억 2,0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소개받았을 당시 처한 상황
△△은행의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 불가 통보에 따라 ○○은 기존에 설정한 펀드 만기에 따라 2019. 8. 7.부터 2019. 10. 30.까지 약 6,700억 원의 투자금을 환매해 주어야 했는데, 단기간 내에 그 금액만큼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은 환매중단을 선언해야 할 위험에 처해 있었고, 그 경우 대외적인 신인도가 추락하고 ○○의 다른 펀드에서도 고객들이 환매를 요구하는 등 소위 ‘펀드 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절박한 상태에 있었다. 또한 환매금 마련을 위해 ○○이 Top2 밸런스 펀드의 모펀드인 ‘○○ 플루토 FI-D1호’ 펀드(이하 ‘플루토 FI-D1호 펀드’라 한다)를 통해 ◇◇◇에 투자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경우 ◇◇◇ 역시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었다.
나)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피고인과의 만남 및 알선의뢰 내용
(1) 공소외 2의 휴대전화 내 2019. 7. 15. 15:00경 ‘JW 메리어트’, 2019. 7. 23. ‘미팅 메리어트’, 2019. 7. 29. 21:30 ‘공소외 4’라고 기재된 일정표 내역, 공소외 2의 2019. 7. 14. 19:34, 19:44 및 2019. 7. 18. 16:18 JW메리어트 호텔과의 통화내역, 2019. 7. 29. 21:30~23:30 공소외 2 이름으로 예약된 ☆☆공간 교대역 3호점 예약목록, 피고인의 휴대전화 내 2019. 7. 15. ‘(공소외 4)230’, 2019. 7. 23. ‘(공소외 4)9’라고 기재된 일정표 내역을 종합하면, 공소외 2가 공소외 4와 함께 피고인을 2019. 7. 15. 15:00경 및 2019. 7. 23. 9:00경 JW메리어트호텔에서 2회 만났고, 공소외 4,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을 2019. 7. 29. 21:30~23:30경 ☆☆공간에서 만났다는 취지의 공소외 2 원심 법정 진술은 믿을 수 있다. 주5)
(2) 공소외 2는 피고인을 처음 만난 2019. 7. 15. 15:00경 ‘190715 △△은행 Top2 밸런스 펀드 만기 상환 이슈’ 명칭의 파일(증거 순번 45, 이하 ‘순번 45 문건’이라 한다)의 출력물을 가져갔는데, 그 문건 첫 페이지 서두 및 말미에는 양괄식으로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겨있다.
(3)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2019. 7. 17. 11:51 “피고인 변호사입니다. 자료를 편집해야 하는데 pdf파일이 아니라 워드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같은 날 12:03 “지난 미팅때 자료도 보내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고, 공소외 2로부터 순번 45 문건의 워드 파일 및 그 문건을 약간 수정한 ‘190715 △△은행 Top2 밸런스 펀드 만기 상환이슈2’ 명칭의 워드 파일(증거 순번 46, 이하 ‘순번 46 문건’이라 한다)을 메일로 전송받았다.
(4) 이후 피고인은 순번 45 문건과 순번 46 문건의 주요 내용을 짜깁기하여 ‘○○ Top2 밸런스 사모펀드 재판매 요청서’라는 제목의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에서 생성된 파일을 직접 작성하였고(증거 순번 47, 이하 ‘순번 47 문건’이라 한다), 주6) 그 문건을 공소외 2에게 전달하였다. 순번 47 문건에는 제목뿐만 아니라 결론 부분에도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겨있고, 제목 아래에 작성일자가 2019. 7. 18.로 기재되어 있다.
(5) 공소외 2는 2019. 7. 29.에는 피고인이 직접 수정한 순번 47 문건의 제목, 작성자, 특수기호 등 형식을 참고하여 기존 문건들에 비해 강한 어조가 담긴 문건(증거 순번 49, 이하 ‘순번 49 문건’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가져갔는데, 그 문건에도 △△은행에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 알선의뢰 이후 피고인의 행적 및 금품 수수 경위
(1) 공소외 3과의 1차 만남
(가) 피고인은 2019. 7. 15. 공소외 2를 만난 이후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공소외 3에게 2019. 7. 17. 11:22 전화하여 48초 간 통화하였고, 그 직후인 11:24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공소외 3)3’이라는 내용의 2019. 7. 18.자 일정을 저장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9. 7. 17. 11:51 및 12:03 공소외 2에게 순번 45 문건과 순번 46 문건을 워드 파일로 전송하여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짜깁기하여 순번 47 문건을 직접 타이핑하여 작성하였다.
(다) 피고인의 2019. 7. 18. 14:36~15:06 데이터 발신기지국이 △△은행 본점 소재지인 서울 중구 부근으로 확인되었다.
(라) 공소외 2는 같은 날 18:43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노력 중이던 공소외 5와 공소외 6에게 “네네 지금 마지막 필살기 한번 써보고 ㅠㅠ 안되면 포기할라구요”라는 왓츠앱 메시지를 보냈다.
(2) 공소외 3과의 2차 만남
(가) 피고인은 공소외 4와 함께 2019. 7. 29. 공소외 2, 공소외 1을 ☆☆공간에서 만났다. 공소외 2는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4가 공소외 1에게 ‘피고인 변호사님 워낙 능력 있고 굉장히 바쁜 분이신데 우리가 너무 아무런 대가 없이 시간만 뺏는 게 조금 미안하지 않냐’고 말했다.”고 진술하였다.
(나) 공소외 1은 피고인을 만난 다음 날인 2019. 7. 30. 15:28 공소외 7을 통해 ◇◇◇의 기업은행 계좌에서 피고인이 관리하는 법무법인 □□(분사무소)의 신한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로 2억 2,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9. 7. 30. 16:55 공소외 3과 43초간 통화하였고, 16:58 휴대전화에 ‘△△은행430’이라는 제목의 2019. 7. 31.자 일정을 입력하였다.
(라) 피고인의 2019. 7. 31. 16:07~16:24 데이터 발신기지국은 △△은행 본점 소재지인 서울 중구 부근으로 확인되었다.
(마) 공소외 3은 검찰에서 ‘2019. 7. 31. 피고인을 만났던 것 같고, ○○에 대해 스쳐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3) 공소외 3에 대한 거듭된 요청
피고인은 2019. 8. 8. 15:43경 공소외 3에게 “○○ 상품은 은행에서 판매중지를 안하더라도 창구에서 판매가 되지 않으면 해결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판매대금 6,700억 원이 1년기간 담보대출인데 6개월 상품으로 판매되어 재판매되지 않으면 상환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 내용, 특히 ‘판매대금 6,700억 원’, ‘1년기간 담보대출’, ‘6개월 상품’이라는 문구는 피고인과 공소외 2가 주고받은 순번 47 문건 등에서 사용되었으므로, 피고인이 2019. 7. 18.과 2019. 7. 31. 공소외 3을 만난 자리에서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를 요청하는 공소외 2, 공소외 1의 청탁취지를 전달하였다는 정황을 강하게 뒷받침하여 준다.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제시받자 ‘공소외 1, 공소외 2 쪽에서 △△은행이 6개월을 만기로 펀드를 판매하되 재판매해주기로 약속해놓고 △△은행이 재판매를 해주지 않는 것은 △△은행 책임 아니냐고 컴플레인을 해서 그 취지를 제가 공소외 3 회장에게 통보한 것 아닌가 합니다’라고 진술하여, 사실상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청탁취지를 공소외 3에게 전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까지 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사실 주7) 내지 사정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공소외 2의 진술 중 ‘피고인과 공소외 3의 만남과 관련된 진술’ 및 공소외 2와 공소외 8 사이의 텔레그램 통화 녹취록 중 ‘공소외 2가 공소외 3의 반응 등에 대하여 발언한 내용’은 재전문진술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부분 진술과 녹취록 기재는 공소외 2가 공소외 1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에 터 잡은 것으로서 주8) 전문진술에 해당하는데 원진술자인 공소외 1의 진술이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에서 규정하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에 관하여 별다른 증명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공소외 3을 2회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그 무렵 작성된 문서들, 피고인의 통화내역 및 기지국위치, 피고인의 휴대전화 일정표,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 부분 진술이나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론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2)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공소외 3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 요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공소외 2의 검찰진술은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가) 공소외 2는 3회에 걸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그 진술이 일관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세하여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워 보이고, 그 무렵 작성된 문건들, 공소외 2와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일정표, 피고인의 통화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 부합한다.
나) 공소외 2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종전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에게 공소외 3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 요청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공소외 2의 원심 법정 진술은 ‘△△은행장 공소외 3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공소외 1에게 말하여 피고인을 소개받았고, 피고인과 만나 △△은행에 대한 펀드 재판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으며, 당시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피고인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하였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펀드 재판매 요청을 부탁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당심 법정에서도 검찰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주9)
3) 피고인은 공소외 2가 2019. 7. 18. 공소외 5와 공소외 6에게 보낸 왓츠앱 메시지(네네 지금 마지막 필살기 한번 써보고 ㅠㅠ 안되면 포기할라구요) 중 ‘필살기’는 피고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공소외 2가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 ‘필살기’는 피고인을 통해서 공소외 3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당심 법정에서 위 표현이 피고인을 통한 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기는 하였으나, 위 ‘필살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바, 이 부분에 대한 공소외 2의 당심 법정 진술은 믿기 어렵다.
나. 변호사의 정당한 직무활동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3과의 사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의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의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워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은 공소외 2, 공소외 1 등을 3차례 만나 부탁을 받고, 이후 공소외 3을 2차례 만나 청탁취지를 전달하였을 뿐 달리 법률사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순번 47 문건은 공소외 2로부터 전달받은 순번 45 문건과 순번 46 문건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고,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가 중단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피고인은 검찰의 수사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직후인 2020. 10. 24. 순번 47 문건의 제목 및 결론 부분에 기재된 ‘재판매 요청’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변호사로서 법률적인 검토를 한 것과 같은 문구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해당 문건을 수정하고 ‘메트로.hwp’라는 명칭으로 저장하였는데(증거 순번 145, 이하 ‘순번 145 문건’이라 한다), 그 수정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도 기존에 정상적인 법률자문을 제공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나) 공소외 2는 피고인을 통해 공소외 3에게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의 공소외 5나 공소외 6에게 알리지 않았고, “네네 지금 마지막 필살기 한번 써보고 ㅠㅠ 안되면 포기할라구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변호사로서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요청하였다면, 이를 ‘필살기’라고 표현할 이유가 없고, Top2 밸런스 펀드 판매 재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같이 노력한 회사 동료인 공소외 5나 공소외 6과 이를 공유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다) 피고인은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와 관련하여 ○○ 측과 계속하여 소통하던 △△은행의 공소외 9 부장이나 공소외 10 부행장을 만나 변호사의 지위에서 법률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은 일체 없이 Top2 밸런스 펀드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던 △△은행 의사결정의 구조 정점에 위치한 은행장인 공소외 3을 직접 찾아가 소위 ‘탑 다운(Top down)’ 방식의 해결을 모색하였다.
공소외 2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변호사이건 정치인이건 그런 건 전혀 상관이 없었다. 딱 제가 원했던 거는 (△△은행장에게) 저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를 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과 앞서 본 가), 나)항의 사정을 아울러 살펴보면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가진 전문 법률지식을 활용하기보다는, 공소외 3과 대학교 동문으로서 쌓은 친분관계를 전적으로 이용하여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은 법무법인 □□의 대표 변호사로서 청주 분사무소와 서초동에 있는 서울 분사무소를 수시로 오가면서 근무하였다. 그런데 피고인과 공소외 2, 공소외 1 등의 3차 모임에서 공소외 2는 JW 메리어트 호텔 회의실 예약이 어렵자, ☆☆공간(교대역 3호점)을 예약하여 그 곳에서 모임을 가졌다. 피고인이 변호사로서 법률자문을 제공할 목적이었다면, 근처에 있는 피고인의 변호사 사무실을 놔두고 굳이 학생들이 스터디장소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공소외 2, 공소외 1 등과 만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실도 피고인의 공소외 2, 공소외 1 등과의 모임이 정상적인 변호사 업무의 일환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에서 정하고 있는 알선수재죄는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한다. 알선수재죄의 행위 주체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그 청탁, 알선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자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도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한편, 변호사법 제2조 는 변호사의 지위에 관하여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제3조 는 그 직무에 관하여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 또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행함을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리’는 민·형사 소송에서의 그것과 반드시 개념범위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법률사건 즉 법률상의 권리, 의무에 관하여 다툼이나 의문이 있거나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 일반에 있어서, 본인을 대신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제반행위로서 분쟁처리에 관한 사실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도3453 판결 참조). 그렇다면 변호사의 직무행위는 제3자를 대리하여 법률사무를 행하는 직무의 성격상 알선수재죄의 알선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서, 알선수재죄와 변호사의 직무행위 사이에 법률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변호사 지위의 공공성과 직무범위의 포괄성에 비추어 볼 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는 변호사가 그 위임의 취지에 따라 수행하는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행위까지 처벌대상으로 한 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고, 접대나 향응, 뇌물의 제공 등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의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방법을 내세워 의뢰인의 청탁 취지를 금융기관의 임직원에게 전하거나 의뢰인을 대신하여 스스로 금융기관의 임직원에게 청탁하는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는 것과 같이 금품 등의 수수의 명목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가 규정하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387 판결 ,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2409 판결 참조).
금품 등의 수수의 명목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로는 ① 금융기관의 임직원에게 금품·향응 등 뇌물을 제공하는 방법을 내세워 청탁하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② 청탁의 내용이 위법, 부당한 직무처리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러한 청탁을 하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③ 선임의 경위와 의뢰내용에 비추어 전문법률지식의 활용이 아니라 전적으로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청탁을 하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위 ③의 경우와 관련하여 전적으로 친분관계를 이용하는 청탁 내지 알선이라 함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하여 금융기관의 임직원과의 친분 내지 사적인 인간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해당 금융기관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적법·공정한 판단이 아닌 사사로운 판단을 유인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금융기관의 임직원과의 친분관계의 이용이 이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단순히 금융기관의 임직원을 직접 만나서 해당 수임사건에 관하여 의뢰인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와 의견을 설명하고 금융기관의 임직원을 설득하는 기회를 손쉽게 마련하기 위하여 친분관계를 이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피고인이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명목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평가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09. 12. 29. 선고 2008노3201, 3330 판결 참조).
나)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와 관련한 피고인의 알선행위가 법률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변호사의 직무범위
(2)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 여부를 둘러싼 ○○과 △△은행 사이의 논의 경과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아래와 같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2019. 1.경 △△은행 WM추진부의 실무진들은 ○○ 측에 Top2 밸런스 펀드의 만기를 6개월로 설정하여 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펀드 만기 시 △△은행에서 위 펀드의 재판매를 해 주겠다는 언급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공소외 2가 2019. 7. 15. 피고인을 처음 만날 때 가져간 순번 45 문건과 같은 달 17. 피고인에게 송부한 순번 46 문건에도 △△은행 측에서 재판매를 약속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포함되어 있다.
③ △△은행 WM추진부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공소외 13은 검찰에서 “2019. 7. 12.자 회의 당시 ○○의 공소외 6 상무가 공소외 10 부행장에게 ‘△△은행에서 약속한 대로 재판매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공소외 10 부행장이 공소외 9 부장에게 ‘재판매 약속한 것이 맞느냐, 왜 함부로 재판매를 약속했느냐’라고 질책을 하니까 공소외 9 부장이 공소외 10 부행장에게 ‘부행장님도 암묵적으로 동의하셨잖아요’라고 항의를 했다. 위와 같은 대화 내용을 듣고, 그동안 ○○에서 주장하는 △△은행의 재판매 약속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Top2 밸런스 펀드는 모펀드인 플루토 FI-D1호 펀드와 국채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주요 자산의 만기가 1년 이상이었으므로, 만기를 6개월로 설정할 경우 만기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따라서 ○○은 △△은행 실무진들의 재판매 약속을 믿고, Top2 밸런스 펀드의 만기가 도래할 경우 △△은행의 재판매로 유입되는 신규 펀드 자금으로 기존 환매대금을 상환할 것으로 예정하고 자산을 운용하였다.
(다) 그런데 △△은행은 Top2 밸런스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인 2019. 7. 8. ○○ 측에 위 펀드의 재판매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하였다. 신규 펀드 자금으로 환매대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던 ○○은 환매대금으로 지급할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최악의 경우 환매중단을 선언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라) 이에 ○○의 공소외 2, 공소외 5, 공소외 6은 △△은행 공소외 10 부행장, 공소외 9 부장 등과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와 관련하여 수회에 걸쳐 미팅 등을 하면서 계속 재판매 요청을 하였고, 때로는 △△은행에서 재판매를 해주지 않을 시에는 환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하였으나, △△은행 측은 재판매를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재판매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마) 이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로부터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와 관련한 알선을 의뢰받을 당시인 2019. 7.경에는 위 펀드의 재판매 여부와 관련하여 기존에 구두로 약속한대로 재판매를 해 달라는 입장의 ○○과 그런 약속을 한 바 없으므로 재판매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의 △△은행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3)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과 △△은행 사이에 펀드 재판매 여부 등과 관련한 의견 대립 등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의 위임 취지에 따라 분쟁 상대방인 △△은행의 은행장인 공소외 3을 만나 펀드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은행의 실무진이 기존에 약속했던 대로 재판매를 이행해 달라는 ○○의 입장을 전달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은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으로서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대리, 청탁, 알선 등 법률사무에 해당한다.
(가) 공소외 2는 △△은행의 공소외 10 부행장, 공소외 9 부장 등에게 기존에 약속한대로 펀드 재판매를 이행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은행장 공소외 3에게 △△은행의 실무진들이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를 약속한 사실, 펀드 재판매를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 등에 대해 알리고, 펀드 재판매를 요청하는 ○○의 입장이 전달되기를 원하였다.
(나) 한편, ◇◇◇은 Top2 밸런스 펀드의 모펀드인 플루토 FI-D1호 펀드 자금으로 투자를 받았는데,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가 되지 않아 ○○이 펀드 환매대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에 투자한 자금이 회수될 입장에 처해 있어 위 펀드 재판매와 관련하여 ○○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었다.
(다) 공소외 2, 공소외 1은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3과 친분관계가 있는 피고인을 소개받아 피고인에게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공소외 3을 만나 재판매 요청을 해달라는 취지로 알선을 의뢰하였다. 피고인은 그에 따라 2회에 걸쳐 공소외 3을 만나 위 펀드와 관련된 상황을 설명하고, 재판매를 요청하는 ○○의 입장을 전달하였다.
(라) 순번 45 내지 47 문건 모두 그 주요 내용은 ‘Top2 밸런스 펀드의 6개월 만기는 △△은행 측의 요청으로 설정된 것이고, 당시 △△은행 상품팀은 펀드 만기 시 재판매를 약속하였으나, 2019. 7.경 ○○에 재판매 불가를 통보하였다. 만약 위 펀드의 판매가 중단된다면 펀드 내 유동성 부족으로 상환이 연기되고, 양사의 고객들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매 또는 일부 재판매를 요망한다.’는 것으로서 △△은행의 실무진이 기존에 약속했던 대로 재판매를 해달라는 취지이다.
다) 피고인이 금품을 수수한 명목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한지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로부터 의뢰받은 펀드 재판매 관련 알선행위는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법률사무에 해당하므로,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그것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의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 주12)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2억 2,000만 원을 수수한 명목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은행장 공소외 3에게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1로부터 2억 2,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공소외 2,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의뢰한 알선의 내용은 △△은행 실무진이 구두로 약속했던 대로 재판매를 이행해 줄 것을 요청해 달라는 것으로서 위법·부당한 직무처리를 청탁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공소외 3이 업무와 관련하여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 측의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나아가 피고인이 전문법률지식의 활용이 아니라 전적으로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청탁 내지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외 2는 공소외 3과 친분관계가 있어 공소외 3을 직접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와 관련된 ○○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피고인을 소개받아 펀드 재판매에 관한 알선을 의뢰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공소외 3을 직접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와 관련하여 ○○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와 의견을 설명하고 공소외 3을 설득하는 기회를 손쉽게 마련하기 위하여 친분관계를 이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이 전적으로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청탁 내지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가) 피고인과 공소외 3의 친분관계는 4, 5년 전 ▽▽대학교 동문회에서 만나 교류하게 된 정도로서 피고인은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와 관련하여 공소외 3의 사사로운 판단을 유인할 만한 지위나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펀드 재판매 요청을 할 때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추정되는 순번 47 문건의 내용, 피고인이 2019. 8. 8. 공소외 3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 입장을 전달하면서 공소외 3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고, 대학교 동문으로서의 친분관계나 전직 고위 법조인, 정치인으로서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공소외 3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 공소외 2는 검찰에서부터 ‘△△은행이 재판매를 약속했던 것에 대해 공소외 3 행장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 사정을 꼭 전달하고 싶었고, 또한 저희 ○○이 을로서 피해를 받은 불합리함, 그런 것들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는 ‘만약 피고인 변호사님이 공소외 3 행장님과 친분이 있냐, 없냐를 떠나서 어떤 경위에서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저는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을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해 보면 공소외 2 역시 전적으로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공소외 3의 사사로운 판단을 유인하는 청탁을 의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자문계약서가 형식적으로만 작성된 것인지 여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법무법인 □□과 ◇◇◇ 사이에 작성된 자문계약서가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2억 2,000만 원을 수수하기 위하여 단순히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1) 공소외 4가 2019. 7. 29. 공소외 2,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에 대한 사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그 이전인 2019. 7. 26. 이미 자문료를 ‘2억 원(VAT 별도)’으로 하는 자문계약서 초안(증거순번 163)이 법무법인 □□과 ◇◇◇ 사이에서 준비되고 있었으므로, 공소외 4의 위 발언 이전에 이미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자문료 등에 관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위 자문계약서 초안에는 피고인이 가필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용역 범위에 관한 조항에서 ‘금융기관 등과 관련된 사항 자문’을 추가하고 있다. 이는 △△은행장 공소외 3에 대한 알선업무를 고려하여 용역 범위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은 ◇◇◇의 기업은행 계좌에서 법무법인 □□(분사무소)의 신한은행 계좌로 2억 2,000만 원이 입금된 다음날인 2019. 7. 31. 자문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서도 좀 더 검토할 것이 있다고 하면서 자문계약서의 최종본은 ◇◇◇에게 송부하지 않았는바, 만일 위 자문계약서가 전적으로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이라면 자문 범위나 자문 기간 등에 관한 검토를 위하여 자문계약서 최종본의 작성을 보류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4) 피고인은 자문료를 법무법인 □□(분사무소)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고, ◇◇◇에게 자문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투명하게 회계처리를 하였고, 펀드 재판매에 관한 피고인의 알선행위가 주효하지 않았음에도 ◇◇◇은 2019. 11. 4.경 법무법인 □□에 날인된 자문계약서를 요청하고, 자문료의 일부를 돌려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지 않았다.
(5) 피고인이 ◇◇◇의 자문변호사인 공소외 14 변호사로부터 전달받은 문건들 주13) 이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압수된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외 1이나 ◇◇◇에 아무런 법률자문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마) 기타 사정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이 펀드 재판매 관련 알선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공소외 2로부터 전달받은 순번 45, 46 문건을 편집하여 순번 47 문건을 작성하고, 공소외 3을 2차례 만나 청탁취지를 전달하고, 공소외 3에게 1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외에 특별한 업무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가 개시된 이후 순번 47 문건을 좀 더 법률적인 내용으로 수정하였다.
살피건대, ○○과 △△은행 사이에 법률적 문제를 포함한 분쟁이 발생한 이상, 변호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의 위임에 따라 분쟁의 상대방인 △△은행의 은행장인 공소외 3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 측의 입장을 전달하며 상대방을 설득한 것은 그 자체로 법률사무에 해당한다. 또한 순번 47 문건을 작성한 것은 피고인이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서작업을 한 것으로서 변호사의 직무와 무관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이후에 피고인이 수사에 대비하여 위 문건을 좀 더 법률적인 내용으로 수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이 바뀐다고 볼 수도 없다.
(2) ○○의 공소외 5, 공소외 2, 공소외 6 등은 △△은행의 공소외 10 부행장, 공소외 9 부장 등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설득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였음에도 △△은행 측은 펀드 설정 과정에서 재판매를 구두로 약속했던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재판매 불가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에 공소외 2는 Top2 밸런스 펀드 관련 사항을 알지 못하고 있는 △△은행장 공소외 3에게 그러한 상황을 알리는 등 ○○의 입장이 전달되기를 원하였는바, 그것을 부당한 ‘탑 다운’ 방식의 해결책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3) 공소외 2가 피고인을 통해 공소외 3에게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공소외 5나 공소외 6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를 ‘필살기’라고 표현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공소외 2는 검찰에서 ‘결과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회사 임원들이 큰 기대를 가질까봐 이야기 하지 않은 면도 있고, 관련된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4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을 통한 재판매 요청 시도가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아니라는 인식 하에 동료들에게 숨긴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또한 공소외 2가 피고인을 통해 공소외 3에게 ○○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절박하고 간절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필살기’라고 칭할 만하고, 그러한 표현만으로 피고인의 업무수행이 비정상적인 것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4) 공소외 2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변호사이건 정치인이건 그런 건 전혀 상관이 없었다. 딱 제가 원했던 거는 (△△은행장에게) 저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를 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나, 변호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공소외 2의 내심의 의사나 주관적 견해에 의하여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5) 피고인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두고서도 공소외 2 등을 JW메리어트호텔 회의실이나 ☆☆공간(교대역 3호점)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나,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의뢰인을 만나야만 정상적인 변호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세 차례 만남은 모두 공소외 2가 약속장소를 예약하였으며, 2019. 7. 29. 3차 모임 당시 공소외 2는 JW메리어트 호텔 회의실을 예약하려고 노력하다가 자리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공간을 예약하게 된 것인바, 그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모임 장소가 피고인의 사무실이 아니었다고 하여 피고인의 업무 수행이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소결론
위에서 본 바를 종합하면, ○○과 △△은행 사이에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 여부 등과 관련한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공소외 1의 위임 취지에 따라 분쟁 상대방인 △△은행의 은행장인 공소외 3을 만나 펀드 관련 상황을 설명하고, △△은행의 실무진이 기존에 약속했던 대로 재판매를 이행해 달라는 ○○의 입장을 전달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은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으로서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대리, 청탁, 알선 등 법률사무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의뢰인인 공소외 1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의 알선수재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알선수재죄의 성립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나머지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은 1986년경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경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993년경 검사로 임관하여 재직하다가 2017년 6월경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퇴직한 후 2019년 2월경부터 법무법인 □□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전제사실]
△△은행은 2019. 1. 31.부터 2019. 4. 23.까지 펀드 판매사로서, ○○이 설정한 만기 6개월, 펀드설정액 약 6,700억 원 규모의 Top2 밸런스 펀드를 판매하였다.
○○은 Top2 밸런스 펀드 자금 중 약 3,700억 원을 모펀드인 플루토 FI-D1호 펀드에, 나머지를 국채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다가 6개월의 만기가 경과하는 2019. 8. 7.부터 2019. 10. 30.까지 순차 예정된 Top2 밸런스 펀드에 대한 약 6,700억 원의 환매대금을 △△은행에서 재차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 Top2 밸런스 펀드와 동일한 조건의 신규 펀드 자금으로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은행은 Top2 밸런스 펀드 및 그 모펀드인 플루토 FI-D1호 펀드가 상환일정에 대응하기 힘든 만기구조를 가지고 있고 기초자산이 불확실하며 높은 리스크가 있어 상환 우려가 존재한다는 내부검토에 따라 2019년 7월 초순경 2회에 걸쳐 ○○에 Top2 밸런스 펀드를 재판매하지 않을 예정임을 통보하여 ○○은 2019. 8. 7.부터 순차 도래하는 Top2 밸런스 펀드의 환매기일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의 부사장 공소외 2는 2019년 7월 초순경 모펀드인 플루토 FI-D1호 펀드의 자금 중 약 3,500억 원을 투자받은 ◇◇◇ 그룹의 실질적 운영자인 공소외 1에게 “△△은행에서 Top2 밸런스 펀드를 계속 판매해주지 않으면 메트로에 투자한 금액도 회수해야 할 지경이다. 공소외 3 행장을 직접 만나 사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하고 싶다.”는 취지로 부탁하였고, 공소외 1이 ◇◇◇그룹의 고문인 공소외 4에게 같은 취지로 부탁하여 공소외 4로부터 △△은행장인 공소외 3과 ▽▽대학교 동문으로서 막역한 사이라는 피고인을 소개받게 되었다.
[구체적 범죄행위]
피고인은 2019년 7월경 서울 서초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JW메리어트 호텔 회의실 등에서 공소외 4와 함께 공소외 2, 공소외 1을 수회 만나 공소외 2, 공소외 1로부터 ‘△△은행 측에서 ○○의 Top2 밸런스 펀드를 더 이상 판매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은행장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를 다시 판매해달라는 요청을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2019. 7. 18. 및 2019. 7. 31. 2회에 걸쳐 서울 중구 (주소 2 생략)에 있는 △△은행 사무실에서 △△은행장인 공소외 3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를 요청하고, 그 대가로 2019. 7. 30. 주식회사 ◇◇◇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에서 법무법인 □□(분사무소)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2억 2,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주1)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추가로 제출된 서면은 항소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살펴본다.
주2) 이하에서는 ◇◇◇ 그룹과 그 계열사인 주식회사 ◇◇◇을 구별하지 아니하고 ‘◇◇◇’이라고만 한다.
주3) 처음 기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의 명칭 중 ‘주식회사’는 생략한다. 이하 같다.
주4) ‘○○ Top2 밸런스’ 1호 내지 53호 펀드를 의미한다. 이하 통틀어 ‘Top2 밸런스 펀드’라 한다.
주5) 각주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의 사실인정을 변경한다.
주6) 이 문건은 ○○에서 사용하지 않는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었고, 작성자도 ○○ 임직원들의 일반적인 표기 방식과 달리 ‘○○본부’라고 기재되어 있으며(○○에서는 ‘○○ 대체투자본부’ 등으로 표기함), 그 외 제목 형식, 글자체, 글자 크기, 줄간격, 특수기호 사용방식 등에 비추어 검찰 내부보고서 양식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작성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주7) 원심은 공소외 1이 2019. 7. 29.자 3차 모임에만 참석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공소외 2는 3회에 걸친 검찰조사에서 일관되게 ‘첫 번째 만남에는 공소외 2, 공소외 4, 공소외 1, 피고인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1차 모임의 경위 및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던 점, 공소외 2는 1회 검찰조사에서 “제가 다시 공소외 1에게 재판매 요청이 안 먹힌 것 같다고 말했더니 공소외 1이 ‘그러면 다시 한번 피고인과 애기해 보자’고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데(증거기록 654면), 공소외 1이 1차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와 같이 말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검사와 피고인 모두 첫 번째 모임 당시 공소외 2, 공소외 1, 공소외 4가 함께 피고인을 만났다는 점을 다투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은 2019. 7. 15.자 1차 모임 및 2019. 7. 29.자 3차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주8) 공소외 2는 제2회 검찰조사에서 공소외 2와 공소외 8 사이의 텔레그램 통화 녹취록 중 위와 같은 내용은 공소외 1로부터 들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주9) 공소외 2는 검찰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정치적으로 희생된다는 느낌이었던 것이 사실이고, 지나치게 과장되고 그렇기 때문에 또 저희와 엮여있다는 그런 이유로 너무 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진술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그때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맞고, 또 추가적으로 기소되어 있는 것도 계속 조사받고 있는 과정이어서 가능한 검사님의 조사에 협조를 하게 될 경우에 내가 뭔가 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고, 그렇다고 완전 다른 진술을 한 것은 아니고 조금 제 기억에서 추측성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피해를 보시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서 제가 사실대로 바로 잡은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공소외 2는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는다기보다는 피고인이 너무 큰 불이익을 받은 것 같아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주10) △△은행 측의 Top2 밸런스 펀드 재판매 약속 사실과 관련하여 공소외 2는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 진술하였고, 공소외 6은 검찰 및 당심 법정에서 진술하였다.
주11) 공소외 6는 WM추진부의 공소외 9 부장, 공소외 11 팀장, 공소외 12 부부장이 재판매를 약속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주12) 이에 대하여 검사는, 대법원 2010도387 판결의 법리는 변호사가 의뢰인과 적법하게 수임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관계는 민법상 위임이며, 위임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만으로 성립하고 어떠한 방식도 요하지 않는 낙성·불요식의 계약이다. 따라서 공소외 2, 공소외 1이 2019. 7. 15. 1차 모임에서 피고인에게 공소외 3을 만나 Top2 밸런스 펀드의 재판매를 요청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피고인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위임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과 공소외 2, 공소외 1 사이에 미리 계약서 등이 작성되어야만 적법한 위임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② 나아가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위와 같은 위임관계를 용역 범위에 포함시킨 자문계약서를 작성하였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자문계약서가 단순히 형식적으로만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아래 라)항 참조]. 따라서 변호사인 피고인이 적법한 위임계약 없이 펀드 재판매에 관한 알선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한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주13) 공소외 1에게 ○○ 등과 관련한 배임 등의 형사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작성된 문건(증 제12호증), ◇◇◇의 재무 및 회계 상황을 검토한 문건(증 제13, 14호증), ◇◇◇과 관련된 언론 보도 관련 문건(증 제15호증)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도3453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387 판결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240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12. 29. 선고 2008노3201, 3330 판결
본문참조조문
- 변호사법 제2조
- 변호사법 제3조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5. 7. 선고 2020고합58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