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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2014. 6. 2.자 2013라205 결정
[경매개시결정에대한이의][미간행]
신청인,항고인

코메르츠방크 악티엔게젤샤프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10인)

피신청인,상대방

매리빌 마리타임 인코포레이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이춘원 외 2인)

주문

1.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2.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2타경12656호 선박임의경매 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2. 12. 3. 별지 목록 기재 선박에 대하여 한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하고, 피신청인의 임의경매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별지 목록 기재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은 독일 법인인 씨클래스 9 게엠베하 운트 코 카게(Sea Class 9 GMBH & Co KG, 이하 ‘씨클래스’라 한다)의 소유로서 독일에 선박등기가 되어 있다.

나. 신청인은 은행업을 영위하는 독일 법인으로서 2011. 8. 11. 씨클래스에게 17,000,000달러를 대여하고, 같은 달 12.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저당권자 신청인, 저당권설정자 씨클래스, 채권최고액 28,275,000달러의 1순위 저당권을 설정하고 독일 선박등기부에 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다. 한편, 이 사건 선박의 이전 소유자인 야타가 모빌리언게젤샤프트 엠베하 운트 코 카게(JATAGA Mobiliengesellschaft MBH & Co KG, 이하 ‘야타가’라 한다)는 2007. 7. 16. 마샬아일랜드 법인인 콜 에이지 쉽코 엘엘씨(Coal Age Shipco LLC, 이하 ‘콜 에지지’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나용선계약(Bareboat Charter)을 체결하였는데, 씨클래스는 2010. 11. 4. 야타가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매수하면서 콜 에이지의 동의하에 위 2007. 7. 16.자 나용선계약을 인수하기로 하였다. 이에 씨클래스는 2011. 8. 9. 위 2007. 7. 16.자 나용선계약상의 선주 지위를 인수하였고, 이를 마샬아일랜드에 나용선등록(Bareboat Charter Register)하였다.

라. 피신청인은 선박관리업에 종사하는 그리스 소재 법인으로서, 2008. 4. 15. 콜 에이지와 사이에 선박관리계약(Ship Management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피신청인은 이후 2012. 8. 2. 콜 에이지를 대리하여 월드 퓨얼 서비시즈 싱가포르 피티이 엘티디(World Fuel Services Singapore PTE LTD, 이하 ‘월드 퓨얼’이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선박용 연료유 약 1,000톤을 공급하기로 하는 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월드 퓨얼은 2012. 8. 9. 위 유류공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선박용 연료유 985.081톤을 공급하였고, 당시 위 연료유 공급가액은 미화 603,845.65달러(이하 ‘이 사건 유류대금채권’이라 한다)에 이른다.

마. 월드 퓨얼은 2012. 11. 27. 피신청인에게 이 사건 유류대금채권을 양도하고, 위 양도 사실을 콜 에이지에게 통지하였고, 피신청인은 2012. 11. 29. 월드 퓨얼에게 위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을 지급하였다.

바. 피신청인은 콜 에이지가 이 사건 유류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2012. 12. 3. 이 사건 유류대금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2타경12656호 로 선박임의경매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

사. 이에 대하여 신청인은 2013. 3. 21.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3타기148호 로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같은 해 7. 25. 신청인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2. 항고이유의 요지

나용선등록제도에 따라 선박이 이중등록된 경우 선박의 소유권, 저당권 및 선박우선특권 등 사법적 권리의무는 소유권등록국의 법에 따라 규율되므로, 이 사건에서 선박우선특권의 인정 여부를 정하는 준거법인 선적국법은 나용선등록국인 마샬아일랜드법이 아니라 소유권등록국인 독일법이고, 독일법에 의하면 유류대금채권에 관하여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사 마샬아일랜드법이 이 사건의 준거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신청인은 나용선자와 선박관리계약을 체결하여 선박 운항에 관한 일반적인 권한을 선주로부터 수여받은 선박관리인의 지위에 있는데, 마샬아일랜드법에 의하면 이와 같은 지위에 있는 피신청인에게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3. 판단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 는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선박에 관한 물권 및 담보물권의 우선순위에 대한 법률문제에서 준거법을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선적국법주의를 택하고 있다. 여기에서 선적국법이라 함은 선박이 소속하는 국가, 즉 선박이 국적을 가지고 있는 국가의 법을 말하는바, 일반적으로는 소유권등록항, 즉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등기·등록을 하고 선박국적증서를 교부 받은 곳이 속한 국가의 법을 의미한다.

한편, 나용선이란 선주가 선박 이용자를 위해 선체만을 대차하는 일종의 선박임대차로서, 나용선계약을 통하여 임차인에 해당하는 용선자는 용선기간 동안 선박을 점유·사용할 채권적 권리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이 특정국가에 등록을 한 선박이 일시적으로 다른 국가에 나용선된 경우에 있어, 나용선자가 그 다른 국가의 국기를 게양하고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기 위하여 그 다른 국가에 등록하는 것을 나용선등록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선박이 선주로부터 용선자에게 나용선되어 다른 국가에 나용선등록을 마치고 나용선등록국의 국기를 게양하면서 운항되는 경우에, 국제사법 제60조 의 선적국법의 해석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나용선등록을 마친 국가가 당해 선박의 선적국이 되는지가 문제된다.

살피건대, 나용선등록은 선주와 용선자가 나용선계약이라는 선박의 사용에 관한 일종의 채권적 계약을 통하여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특정의 공법적 효과 즉, 일정기간 동안 소유권등록국이 아닌 나용선등록국의 국기를 게양하면서 운항하고, 나용선등록국의 배타적 관할권과 감독권을 형성하여 그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인바, 이와 같이 특정국가에 등록된 선박이 다른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되어 그 국가의 국기를 게양하면서 운항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애초에 선박소유자가 선박에 대하여 가지는 물권적인 사적지배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선박우선특권은 선박의 운항과 관련된 일정한 채권에 대하여 그 선박의 환가대금으로부터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는 법정담보물권이므로, 선박이 소유권등록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 나용선등록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당해 선박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과 순위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국제적 거래관계가 많은 선 박의 사법적 법률관계의 안정성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하다. 따라서 선박이 소유권등록국과 다른 국가에 나용선등록이 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판단에 있어 국제사법 제60조 의 선적국법은 여전히 소유권등록을 마친 국가의 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국제사법 제60조 의 조문 체계를 살펴보면 ‘해상에 관한 다음 각호의 사항은 선적국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이하의 각호에서 해당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특히 제1호 에서는 ‘소유권,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제2호 에서는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선적국법의 의미를 각호의 내용에 따라 달리 파악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일률적인 의미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소유권등록과는 별개로 나용선등록이 마쳐진 사정이 있는 경우에 있어 선박우선특권에 한하여 국제사법 제60조 규정상의 선적국법의 의미를 다른 담보물권이나 기타 권리와는 달리 파악하는 것은 위 규정의 문리적 해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사건 선박이 독일 법인의 소유로서 독일에 등기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유류대금채권이 선박우선특권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이 되는 준거법인 선적국법은 독일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독일상법(Handelsgesetzbuch) 제754조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경우를, "① 선장 및 기타 본건 선박 선원들의 임금, ② 선박에 부여되는 공과금, 선박제세, 입항세 및 도선료, ③ 선박의 운영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발생한 인명 손실, 신체적 상해 및 재산의 손실·손상과 관련한 청구. 단,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할 수 있거나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재산의 손실·손상과 관련한 신청은 제외, ④ 잔존가액 또는 잔존가액 비용을 포함한 추가적 비용, 선박의 분담금 또는 선박 운임의 공동해손 및 난파선 견인 등의 청구, ⑤ 본건 선박 선주에 대한 실업보험 등 사회보험 대리점들의 청구"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 사건 유류대금채권과 같이 선박에 관하여 발생한 물품대금에 대해서는 특별히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유류대금채권에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고,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이 사건 임의경매개시결정은 부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항고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피신청인의 이 사건 임의경매개시신청을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정재규(재판장) 위수현 김성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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