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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5.2.4. 선고 2014고합58 판결
가.존속살해나.살인(인정된죄명존속살해)
사건

2014고합58 가. 존속살해

나. 살인(인정된 죄명 존속살해)

피고인

1.가. A

2.나. D

검사

국양근(기소), 김정선(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D(피고인 모두를 위한 사선)

담당 변호사 BE

판결선고

2015. 2. 4.

주문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각 무기징역으로 정한다.

이유

범죄사실

[범죄전력]

피고인 A는 2008. 3. 18.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2008. 3. 26.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 D은 2008. 3. 18.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서 뇌물공여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2008. 3. 26.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2010. 6. 11.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2011. 1. 2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범죄사실]

피고인 D은 피해자 F(54세)의 법률상 처이고, 피고인 A는 피해자의 친아들이다.

피고인들은 2006. 12. 일자불상경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피해자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하였고, 이후 피고인 D은 평소 알고 지내던 E에게 '내가 둘째 아들(피고인 A)과 이야기를 다 해놨으니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내자.'라는 취지로 말하여, E에게 실수인 것처럼 위장하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E은 이를 수락하였다.

피고인들은 2006. 12, 25. 18:00경에서 21:00경 사이에 정읍시 이하 불상지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사체를 G 산타페 승용차 조수석에 싣고, 피고인 D은 위 승용차 뒷좌석에 탑승하고, 피고인 A는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같은 날 21:00경 정읍시 칠보면 와우리에 있는 칠보삼거리에 이르렀으며, 그 무렵 그곳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E이 운전하던 H 쏘나타 승용차 뒷범퍼 부분을 위 산타페 승용차 앞범퍼 부분으로 고의로 충격하여 마치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A의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E, BF의 각 법정진술

1.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9고합88호, 89호(병합), 2010고합19호(병합) 사건의 제6회 공판조서 중 증인 BG, L, E에 대한 각 진술기재, 위 사건의 제7회 공판조서 중 증인 E에 대한 진술기재, 위 사건의 현장 검증조서 기재, 위 사건의 제8회 공판조서 중 전문심리위원 Q에 대한 진술기재, 위 사건의 제9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D에 대한 일부 진술기재 및 E에 대한 진술기재

1. 피고인 D에 대한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제561쪽)

1. E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제574쪽)

1. 피고인 A에 대한 일부 경찰 진술조서(수사기록 제53쪽), 피고인 D에 대한 각 일부 경찰 진술조서(수사기록 별책 2권 제903쪽, 별책 3권 제1538쪽, 제1566쪽), 피고인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중 E 진술 부분(수사기록 별책 3권 제1580쪽)

1. AG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수사기록 별책 1권 제543쪽, 별책 2권 제776쪽), E에 대한 각 일부 경찰 진술조서(수사기록 제661쪽, 제670쪽), AH, AI, R, S, AX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수사보고(공소장, 판결문 첨부), 수사보고(에어백 관련), 수사보고(변사자 사진 확인), 수사보고(피해자의 시반 관련), 수사보고(지도 첨부), 수사보고(보험설계사 S 관련), 수사보고(피해자 사체 촬영 시간), 수사보고(112 신고 관련), 교통사고 발생현장 출동 관련 수사보고, 수사보고(변사자 F 화장 관련), 수사보고(AS정형외과 입원사실 확인), 수사보고(AU U산부인과 진료기록부), 수사보고(D의 뇌물공여 전과 확인), 수사보고(산타페 내부 사진)

1. 경찰 작성 검증조서(사진첨부)

1. 교통사고종합분석서 결과 통보, 수사협조의뢰에 대한 회신, 각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사체검안서, 현장사진, 변사자사진, 교통사고 발생보고, 구급이송상황 회신, 회답(응급실일지, 진료기록지, 119구급활동일지), 감정의뢰에 대한 회보, 감정의뢰 추가 회보, 자문의뢰 회보

1. 사체 및 소지금품 인수서

1. 호적등본(호주 F)

1. 피고인들 및 E의 통화내역(수사기록 제430쪽 ~ 제439쪽)

1. 판시 전과 : 범죄경력조회회보서(A), 수사보고(공소장, 판결문 첨부), 수사보고(D에 대한 범죄경력조회), 수사보고(D의 뇌물공여 전과 확인), 추송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들 : 각 형법 제250조 제2항, 제30조(피고인 D은 피해자의 직계비속이라는 신분이 없으므로 형법 제33조 단서, 제50조에 의하여 형법 제250조 제1항에 정한 형으로 처벌1)하되,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치리

가. 피고인 A :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전문(위 죄와 판결이 확정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 상호간)

나. 피고인 D :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전문(위 죄와 판결이 확정된 뇌물공여죄, 사기죄 상호간)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피고인들)

가.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일시 및 장소, 살해 방법 등이 특정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들이 분담, 실행한 행위도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여 공소제기가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 ·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1. 2. 32. 선고 2000도4415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등 참조). 또한, 살인죄에 있어 범죄의 일시 · 장소와 방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괄적으로 설시하여도 무방하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507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피고인들이 살인의 범행을 부인하고, 직접적이고 유일한 단서인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하여 시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의 시신이 훼손됨으로써 그 살해방법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는 공소사실의 특정의 정도를 완화하여 해석하지 않으면 현저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들의 변소에 그 합리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에 의한 피해자의 살해 이외에 다른 원인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가능성 또한 없어 보인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장소가 '정읍시이하 불상지'로, 살해 방법이 '불상의 방법'으로 되어 있는 것은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으나, 범행시간이 '2006. 12. 25. 18:00경에서 21:00경 사이'로 특정되어 있고, 피고인들의 살해 공모, 범행을 은폐한 수단 및 그 준비 과정 등이 공소장에 자세히 적시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당시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등의 알리바이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므로, 위와 같이 공소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3)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피고인 A)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 A는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그 범죄사실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 동일하므로, 피고인 A에 대하여는 면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 (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존속살해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426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A에 대하여 유죄로 확정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존속살해죄는 범행일시가 근접하고, 그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가 이 사건 존속살해죄의 피해자와 동일하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존속살해죄는 위 교통사고 발생 이전에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위 교통사고로 사망에 이른 것처럼 위장하였다는 것이므로, 일시, 장소, 수단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의 태양이나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존속살해죄 사이에는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A에 대하여 위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죄로 받은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존속살해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여야 한다거나 피고인 A를 존속살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 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3) 따라서 피고인 A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주장

가. 주장의 요지

피해자는 피고인들과 함께 판시 산타페 차량을 타고 가던 중 운전자인 피고인 A가 2006. 12. 25. 21:00경 정읍시 칠보면 와우리에 있는 칠보삼거리에서 과실로 E이 운전하던 H 쏘나타 승용차 뒷범퍼 부분을 들이받아 발생한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로 인해 우연히 사망한 것이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니다.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들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 D은 피해자의 법률상 처이고, 피고인 A는 피해자와 피고인 D 사이에서 출생한 친아들이다.

2)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의 정황

가) 피고인 D은 2006년 가을 무렵 정읍시 BB에 있는 AT 복권방에서 E을 만나 알게 되었고, 2006. 11.경 피고인 D이 E에게 휴대전화(BH)를 개통하여 준 것을 계기로 더욱 가까워져 내연 관계로 발전하였으며, 피고인 D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전E의 모친이 입원한 병원에 함께 병문안을 가기도 하였다.

나) 한편, 피고인 D과 피해자는 서로 다른 건물에 거주하는 등 사실상 별거생활을 하였고, 서로의 생활에 대하여 간섭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피고인 A의 여자친구인 AU은 임신한 상태였는데, 피해자는 피고인 A에게 별다른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A의 혼인에 대해 반대하여 왔다.

다) 피고인 D은 평소 보험에 무척 관심이 많았고, E에게 '가족 명의로 20여 개의 보험에 가입하였는데, 보험도 하나의 재테크수단이다.'라고 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보험가입을 권유하였으며, E은 피고인 D이 소개하여 준 보험설계사(R, S) 등을 통하여 2006. 11.경 우체국 보험에, 2006. 12. 19. 금호생명 보험에 각 가입하였다.

라) 피해자는 정읍시청 공무원으로 평균 월급여가 약 260만 원이었는데, 피고인 D 또는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만 약 20개에 달하고, 피해자의 월 급여 중 약 180만 원 이상이 월 보험료로 지출되었다.

마) 피고인 A는 아파트 현장 등에서 목수로 일하였으나,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전 3~4개월 전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일까지 위 일을 그만 둔 상태였다.

바) 피고인 D은 2006. 11. 1. 무렵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일인 2006. 12. 25.까지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BI)를 이용하여 E의 집에 설치된 유선전화나 위와 같이 E에게 교부한 휴대전화에 수십 회 이상 전화하였고, E 또한 같은 기간 피고인 D으로부터 교부받은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고인 D에게 연락하여 왔다.

3)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일 전날부터의 행적

가) 피고인 D은 2006. 12. 24. 10:23경 그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고인 A에게 전화하였는데, 그 발신장소는 E의 주거지가 있던 정읍시 BJ이다.

나) 피고인 A는 2006. 12. 25. 00:58경, 01:49경, 10:12경 각각 피고인 D의 휴대전화에 전화하였는데, 피고인 D의 휴대전화 내역에는 2006. 12. 25. 10:18경 정읍시 BJ에서 발신한 기록이 나타난다.

다) 피고인 A는 위와 같이 피고인 D과 연락한 후,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2006. 12. 25. 여자친구 AU과 함께 정읍시에 왔는데, 같은 날 14:48경 충남 홍성군에서, 같은 날 15:53경 전북 부안군에서 각각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고인 D에게 연락하였고, 피고인 D은 같은 날 16:15경 정읍시 BK에서 피고인 A에게 연락하였으며, AU은 같은 날 16:20경 정읍시 BK에 있는 U산부인과에 입원하였다.

라) 피고인 D은 2006. 12. 25, 17:49경 피해자가 사용하던 휴대전화(AD)에 전화하였다.

마) E은 2006. 12. 25.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무렵 전주시 소재 BL병원에서 출발하였고, 산외면 방면에서 칠보 방면으로 가던 중 피고인 A가 운전하고 피고인 D 및 피해자가 타고 있는 산타페 차량을 앞질러 갔으며, 구 도로를 이용하여 칠보 면사무소 소재지 방면으로 진행하였다가 칠보 터미널에서 차를 돌려 우회도로로 접어들었는데, 같은 날 21:00경 사고지점인 칠보삼거리 좌회전 차선에 정차하고 있던 중 뒤따라오던 위 산타페 차량에 추돌 당하였다.

4)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후의 정황

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인 2006, 12, 25, 21:11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피해자에게 의식이 없음을 확인한 후 곧바로 119에 신고하였고, 같은 날 21:13경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 AG은 도착 즉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의식 · 호흡 · 맥박이 없고 동공이 산대되어 있으며 동공 반응이 없자 피해자가 이미 사고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나) 피해자를 후송한 119 구급차량은 같은 날 21:36경 정읍아산병원에 도착하였는데, 당직의사는 피해자가 내원 당시 호흡·맥박 등 생체징후가 전혀 없고, 동공반사가 없었으며, 심전도상 박동이 확인되지 않자 도착 당시 이미 사망(DOA, Death On Arrival)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 피해자의 사체는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2006. 12. 26. 피고인 D에게 인도되었고, 2006. 12. 27. 피고인 A의 신청에 의하여 화장되었다.

라) 피고인 D 및 피고인 A를 포함한 그 아들들은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보험회사로부터 약 6억 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받았고, 한화손해보험 등에 약 2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이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마) 피고인 A는 과실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2008. 3. 18.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8고단28호), 위 판결은 2008. 3. 26. 확정되었다.

바) 피고인 D은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경찰로부터 피고인 A 및 E과 공모하여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담당 경찰관에게 2007. 5, 21.경 및 2007. 7. 10.경 두 차례에 걸쳐 합계 55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하였고, 위 범죄사실에 대해 뇌물공여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2008. 3. 18.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으며(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8고단29호), 위 판결은 2008. 3. 26 확정되었다.

사) 피고인 A는 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9. 11.경 호주로 출국하여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가, 호주 이민성으로부터 이민이 취소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2014. 4. 14. 입국하여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었다.

5)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후의 피고인들의 언행

가) E은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2006. 12. 26. 및 2007. 1. 10.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일 모친이 입원하여 있는 전주시 소재 BL병원에 병문안 하였다가, 아들인 L을 만나기 위해 같은 날 20:00경 운암대교에 갔으나 L을 만나지 못하고, 산외 방면에서 정읍시내 방면으로 가던 중 칠보삼거리에 이르러 좌회전 차선에서 정차 후 출발하려는 순간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으며, 피고인들 및 피해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하였다. E은 위 진술과 같은 행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 L과 사이에 교통사고 발생 직전 운암대교에서 만 나기로 하였던 것처럼 알리바이를 조작하였고, 이에 따라 L은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E과 운암대교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던 것처럼 허위 진술을 하였다.

나) 피고인 D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2006. 12. 25, 경찰조사에서는 E을 아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2007. 5. 21. 경찰에서는 상대운전자가 누구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정읍시내에서 왔다갔다하며 본 얼굴 같은데 전화번호도 모르고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하였고, 다시 경찰관이 통화내역을 근거로 내연관계가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2006. 여름경 AT복권을 하면서 복권방에서 알게 되었으며, 여러 번 마주쳐 전화를 빌려주기도 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다) E은 그 후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약 3년 동안 도피생활을 하던 중 2009. 11. 23. 검거되었는데, 검거 당일 이루어진 경찰 조사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인 D이 제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이미 죽어 있었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또한 L은 피고인 D에 대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9고합88호, 89호(병합), 2010고합19호(병합) 사기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E의 부탁을 받아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일 운암대교에서 E과 만나기로 약속하였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하였다고 시인하였다.

라) E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전 피고인 D으로부터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보험금 편취 범행에 대한 제안을 받았고, 피고인 D이 2006. 12. 24. 피고인 A와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언제 내려올 것이냐, 네가 내려와야 실행에 옮길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통화를 들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E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전 피고인 D으로부터 남편이 복분자를 좋아하니 복분자에 약을 타서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고 발생 후 며칠이 지나 피고인 D이 입원하여 있던 전주시 소재 AS정형 외과에서 피고인 D으로부터 피해자에게 약을 타서 먹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마) 피고인 D은 위와 같이 E이 검거된 후 재개된 수사 과정에서, E의 모친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 간 사실이 있고, E이 자신의 휴대전화(BH)를 잠깐 사용하였는지 모르지만 E에게 휴대전화를 준 사실은 없으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복분자를 준비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마시게 하였음을 시인하였다. 또한 위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 D은 2006. 12. 30. 전주시 소재 AS정형외과에 입원하였다가 2007. 1. 2. 퇴원하였음이 밝혀졌다.

바) 피고인 D은 피고인 A가 체포된 후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2006. 10. 일자불상경 AT 복권방에서 E을 알게 되었고, E이 피고인 D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용하였으며, E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고, 피고인 D이 E의 주거지에 가거나 E이 피고인 D의 주거지에 간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6) 피고인들의 보험금 편취에 관한 형사사건의 경과

가) 피고인 D은 피고인 A 및 E과 공모하여 고의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발생시키고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여, 보험회사로부터 합계 207,669,266원을 지급받고, 아들들인 피고인 A 및 I, J로 하여금 합계 163,461,302원을 지급받게 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에 대해 사기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2010. 6. 11.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며[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9고합88호, 89호(병합), 2010고합19호(병합)], 위 판결은 2011. 1. 27. 확정되었다.

나) 한편, E은 위 사기 사건에서 피고인 D과 함께 공소제기되어 2010. 6. 11.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제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아 그 무렵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위 징역형의 집행을 받은 후 출소하였다.

다) 피고인 A는 위와 같이 피고인 D 및 E과 공모하여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사기죄로 공소제기되었다(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4고단157호).

7)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분석

가)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칠보삼거리는 정읍시 칠보면사무소 소재지에서 태인 방면으로 약 700m 진행한 뒤 우회전하여 약 20m 진행한 지점에 있는 곳으로, 정읍 시내 및 태인면에서 산내면 및 산외면을 연결하여 주는 우회도로에 있고,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야간에는 차량의 통행이 매우 드문 한적한 장소이다. 또한 E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전 한 번도 칠보삼거리에 가본 사실이 없고, 전주시 소재 BL병원에서 정읍시 BJ에 있던 그의 주거지까지 돌아오는 경로상 칠보삼거리를 지나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직후 경찰이 촬영한 사진에는 노면에 스키드 마크 등 발생 흔적이 전혀 없었고,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인 A 운전의 산타페 차량이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여 진행하면서 E 운전의 쏘나타 차량 뒷범퍼를 정면으로 추돌한 것이며, 교통사고 발생 후 양 차량은 정지선을 넘어 직진 방향과 나란히 최종 정차하였다.

다)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 지점 및 양 차량의 최종 정차 지점, 탑승자를 포함한 양 차량의 중량 등 자료를 참조하여 조사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사고 발생 당시 피고인 A가 운전한 산타페 차량의 속도는 37.63km/h로 추정된다.

라) 이 사건 교통사고로 쏘나타 차량의 경우 뒷범퍼 부분만이 파손되었고, 산타페 차량도 앞범퍼 부분이 파손되었으나, 차량 내부의 대쉬보드 등에서는 파손된 흔적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 산타페 차량을 입고받아 수리한 AH은 사고 발생 다음날 산타페 차량을 점검하였는데, 차량 내부에서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차량 내부가 사고 차량 치고는 상당히 깨끗한 편이었다.

마) 산타페 차량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후 전면 유리가 3군데(조수석 쪽 2군데, 운전석 쪽 1군데) 깨어져 있음이 확인되었으나, 그 파손된 부위를 비롯한 전면 유리에 혈흔이나 모발이 묻어 있지 아니하였고, 위 전면 유리에 대한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의 감정 결과에서도 위 산타페 차량의 전면 유리에서 혈흔, 피부조직, 모발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바) 위 산타페 차량에는 운전석 및 조수석에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D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피고인 D 및 E은 경추부 염좌 등을 이유로 며칠 동안 입원하였을 뿐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8)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분석

가)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후 같은 날 22:33경 병원에서 촬영한 피해자의 사체 사진에 의하면, 안면부에 코 부위까지 뚜렷한 울혈이 있고, 탑승자가 전면 유리에 충격할 경우 얼굴에 잘게 부서진 안전유리의 형태가 그대로 인상되어 손상(이른바 주사위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피해자의 얼굴에는 이러한 손상이 전혀 없으며, 피해자의 등 부위에 이미 시반이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피해자의 이마 중앙 상단 부분에서 표피박탈성 상처가 보이기는 하나, 위 상처 부위에 출혈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하복부나 다리 부위에도 충돌로 인하여 멍이 들거나 상처를 입은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감정인 BM은 피해자의 안면부 사진을 분석∙ 검토한 결과, 안면부 울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마 부위에 표피박탈과 함께 피해출혈로 의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기는 하나,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으로부터 불과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두부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2007. 3. 16.자 질의 회보서를 작성하였다.

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법의학자인 K 교수는, 피해자에게 나타난 손상은 조수석에 탑승하여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손상이 아니고, 시속 40km/h 이하의 속력에 의한 차량 추돌로 짧은 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손상도 아니며, 그 손상과 연관을 지을 수 있는 사인은 액사 밖에 없고, 위 사체 사진에서 나타나는 시반의 정도에 비추어 사진 촬영시각보다 최소 2~3시간 이상은 앞서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의 2008. 10. 2.자 자문의뢰회보서를 작성하였다.

라)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소속 법의학자인 Q 교수는 피고인 D에 대한 사기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수사협조의뢰에 대한 회신서를 작성하고,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9고합88호, 89호(병합), 2010고합19호(병합) 사건에서 전문심리위원으로 출석하여 진술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산타페 차량의 구조물 내에 충격흔이 전혀 없고, 피해자의 사체에 사망에 기여할 수 있는 손상이 보이지 않는다. 산타페 차량의 전면 유리에서 피해자의 혈흔, 피부조직, 모발 등이 검출되지 않았고, 1회의 충격으로 피해자가 조수석 앞 전면 유리에 2회 부딪혔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피해자 안면부의 이마 부위에 나타나는 표피박탈은 그 정도와 양상이 주사위 손상으로 보기 어렵고, 그 상처 부위에 출혈 등 생활반응이 동반되어 있지 않다.

②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경추손상이나 경추부골절이 발생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나, 위 산타페 차량에는 조수석에 머리 받침대가 있어 경추손상이나 경추부 골절을 의심하기 어렵다.

③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일 23:33경 촬영한 피해자의 사체 사진에 나타나는 시반은 1시간 33분 전에 사망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정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④ 같은 날 21:13경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현장에서 산타페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에는 안면울혈이 보이고, 이는 기계적인 질식사나 급사의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며,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누워있는 경우 일정 시간 후 안면울혈처럼 보이는 시반이 발생하기도 하나, 심근경색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즉사하는 것은 아니다.

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법의학자인 BF 교수는 이 법원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과 같이 시속 40km/h 이하의 속력에 의한 차량의 추돌사고로 인해 사망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피해자가 유리와 충격하면서 경추 부분을 지나가는 척추동맥이 파열된 결과 뇌에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확인할 수 없으나,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 경우 빠르면 한두 시간 정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다. 판단

1)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1591 판결 등 참조).

2) 먼저 피고인들의 위 주장처럼 이 사건 교통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①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지점인 칠보삼거리는 야간에 차량의 통행이 매우 드문 곳이고, E이 피고인 D과 고의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내기로 모의하지 않았다면 칠보삼거리를 지나가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 D은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에 E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하여 건네 줄 정도로 E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었음에도,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 조사 과정에서는 E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고, E과의 통화사실 등이 밝혀진 뒤에도 복권방에서 보아 알게 된 사이에 불과하다는 허위 진술을 계속하여 온 점, ③ 또한 피고인 D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수사하던 담당 경찰관에게 뇌물을 공여하면서까지 경찰 조사를 무마하려 시도하였던 점, ④ 이 사건 교통사고는 칠보삼거리의 좌회전 차선에서 발생한 것인데, 피고인 A가 우회전하여 칠보삼거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며 전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야간으로 어두웠다는 점을 감안하여도, 우회전 지점으로부터 불과 20m 전방에 있는 쏘나타 차량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쉽게 믿기 어려우며, 나아가 피고인 A과 좌회전 차선에 진입하기 위하여는 저속으로 차량을 운전하며 전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임에도, 좌회전 차선의 정지선에 정차하고 있던 E 운전의 쏘나타 차량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려운 점, ⑤ 그런데 피고인 A는 위 좌회전 차선에 진입한 다음 급제동 조치를 취하지 않고 쏘나타 차량의 뒷범퍼 부분을 정면으로 추돌하였던 점, ⑥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칠보 방면으로 갔다가 식사를 하지 않고 돌아오는 중 칠보삼거리를 통과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21:00경에 이르러 저녁 식사를 위해 정읍시내에서 칠보 방면까지 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는 점, ⑦ E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 L과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약 3년 동안 도피생활을 하던 중 검거되었는데, 체포 당일 이루어진 경찰 조사에서부터 이 법원에서 증인으로 진술하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진술하는 점, ⑧ 이 사건 교통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면 E은 그 피해자에 불과함에도,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제1심에서 징역 1년의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에 대해 항소도 하지 않아 그 징역형의 집행을 마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인들이 E과 공모하여 고의로 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다음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인지에 대해 살핀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추론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산타페 차량의 속도는 37.63km/h 가량에 불과하였고, 쏘나타 차량은 정차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 양 차량은 각각 충격이 이루어진 범퍼가 파손되는 정도에 그쳤고, 피고인들 및 E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가벼운 부상만을 입었으며,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산타페 차량의 에어백 또한 작동하지 아니하였던 것에 비추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은 피해자의 사망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② 피해자의 안면부나 머리 부위에서 산타페 차량의 전면 유리 또는 대쉬보드와 강하게 충돌한 것으로 볼 만한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고, 산타페 차량 내부에서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면 충돌이 이루어지는 경우 조수석 탑승자의 슬관절 부위 등이 대쉬보드 등을 충격하여 상처가 남게 됨이 보통인데도, 피해자에게서는 슬관절부나 하체, 하복부 등에 충돌로 인한 상처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점, ③ 또한 산타페 차량의 전면 유리에서도 피해자의 생체 조직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안면부에서는 탑승자가 전면 유리에 충격할 경우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주사위 손상도 전혀 없었던 점, ④ 그런데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21:13경 이미 피해자에게는 생체징후가 전혀 없었고, 정읍아산병원 소속 담당의사는 피해자가 후송된 21:36경 이미 사망한 상태로 도착하였던 것으로 판단한 점, ⑤ 사체의 시반은 사망 후 약 1시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3~4시간 후에 대부분 형성되는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약 1시간 30분 후 촬영된 피해자 사체의 등 부위에는 이미 시반이 넓게 형성되어 있었던 점, ⑥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자료를 분석, 조사한 법의학자들은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였고, 일부 법의학자에 의해 제기된 지주막하 출혈로 인한 사망 가능성 또한 위와 같은 사망 시각에 비추어 인정되기 어려운 점, ⑦ 피고인 A가 호주에 출국할 당시에도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A는 호주에 출국한 후에도 가족들과 연락을 하여 왔으므로, 모친인 피고인 D이 자신과 공모하여 마치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수사 및 재판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민 취소 통지를 받기 전까지 자의로 입국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4) 위와 같이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인들이 E과 공모하여 고의로 발생시킨 것이고, 산타페 차량에 있던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것임이 인정된다. 그런데 ① 피고인 D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전 본인 또는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상당한 보험을 가입하여 두었고, 그 규모가 피해자의 월 급여만으로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 D과 피해자는 사실상 별거생활을 하여 왔고,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피해자는 피고인 A의 혼인에 대해 반대하여 왔던 점, ③ 기록상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 직전에 돌연사에 이를 수 있는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전까지 피해자가 생존하여 피고인들과 대화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 외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없는 점, ⑤ 위에서 본 것처럼 E의 진술은 범행의 모의에서부터 교통사고의 발생에 이르기까지 대체적으로 일관된 진술을 하여 왔고, 특히 교통사고의 발생 과정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구체적 내용을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D이 산타페 차량에서 피해자에게 복분자를 주었다는 부분은 피고인 D으로부터 직접 전해듣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는 것이며, 달리 E이 거짓으로 피고인들을 음해할 어떠한 동기도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다음 이를 위장하기 위해 고의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낼 것을 모의하였다는 E의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피고인들은 판시 기재와 같이 공모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일 피해자를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하고, E과 사전에 공모한 바와 같이 피해자의 사체를 산타페 차량에 싣고 고의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발생시켜 살해 범행을 위장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5)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한편, 변호인은 2015. 1. 20.자 변론요지서를 통해, ①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이전 심장마비로 사망하였을 가능성, ② 피고인들이 살인의 고의 없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에도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위 ① 주장은 피고인들의 변소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그와 같이 자연사하였을 가능성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위 ② 주장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에 사망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주장들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가. 피고인 A : 사형, 무기징역 또는 징역 7년 이상

나. 피고인 D : 사형,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

2. 양형기준상의 적용

가. 피고인 A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존속인 피해자(각 가중요소)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특별가중영역)

나. 피고인 D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가중요소)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가중영역)

3. 선고형의 결정 : 각 무기징역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남편이자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는바, 이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이고,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들은 보험금 편취를 위해 특별히 원인 제공을 한 바 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사망을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하여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였으며, 피고인들의 살해 외에는 피해자의 사망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범행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변명에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피해 법익과 그 죄질, 범행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들의 태도 등과 함께,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피고인들의 죄책은 용서받기 어렵다.

한편, 살인죄에 대한 현행 양형기준은 범행 동기 및 죄질에 따라 살인범죄의 유형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제5유형에 가까워질수록 권고 형량을 중하게 규정하였는바, 이 사건 살인 범행은 보험금을 노린 재산적 탐욕에 기한 살인으로 제3유형인 '비난동기 살인'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 A의 살인 범행은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존속인 피해자'가 적용되고, 피고인들이 사전 공모하여 피해자의 사망을 교통사고로 위장할 것을 계획하고 피해자를 살해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의 범행은 모두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계획적 살인 범행'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양형기준이 정한 권고형량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징역 18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이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가장 중한 형인 사형을 선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형벌인 사형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사형의 선고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건에 관한 양형의 조건뿐만 아니라, 더 죄질이 무거운 중대범죄 사건들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피고인들의 범행이 강간살인, 강도살인 등과 같이 중대범죄가 결합되었다거나, 불특정 다수를 위한 무차별 살인 또는 살해욕의의 발로에서 살해한 경우 등 인명경시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살인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해자를 살해함에 있어 잔혹한 범행수법을 사용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엄중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은 충분히 인정되나, 피고인들에 대해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그 자체가 목적인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는 것은 지나친 형벌이라고 할 수밖에 없고, 사형 이외의 형벌로서 우리 법제상 무기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무기징역형을 과하여 향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위와 같은 제반 양형조건들을 모두 종합하여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각 무기징역으로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현

판사 김보라

판사 임윤한

주석

1) 피고인 D은 위 범죄사실에 대하여 죄명 '살인', 적용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 제30조'로 공소제기되었으나, 신분관계 없는 공범에 대하여도 형법 제33조 본문에 의하여 일단 신분범의 공범이 성립하고, 다만 과형에 있어서만 같은 조 단서에 의하여 신분관계 없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의 법정형이 적용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6507 판결, 대법원 1961. 8. 2. 선고 4294형상284 판결 참조),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범위에서 직권으로 위와 같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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