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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9.3. 선고 2019구합89449 판결
국적비보유판정취소의소
사건

2019구합89449 국적비보유판정 취소의 소

원고

1. oo

2. ooo

피고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2021. 7. 9.

판결선고

2021. 9. 3.

주문

1. 피고가 2019. 10. 2. 원고들에게 한 각 국적비보유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모두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oo은 1998. 10. 2., 원고 oo는 2000. 4. 29. 대한민국에서 부 ooo(이하 ‘원고들의 부’라 한다)와 모 ooo(이하 ‘원고들의 모’라 한다) 사이에서 각 출생하였다.

나. 원고들의 출생 당시, 원고들의 부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고, 원고들의 부는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나 원고들의 모는 oo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다. 원고들의 부는 2001. 6. 14. 원고들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는데, ▽▽시 ☆☆읍장은 위 출생신고를 수리하여 2001. 6. 15. 구 호적법에 따라 원고들의 부의 호적에 원고들을 ‘자’로 등재하였고, 이후 2008. 1. 1.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시행되자 원고들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였다.

또한 ▽▽시장은 원고들의 위 출생신고에 따라 원고들의 주민등록표를 작성하고 원고들에게 각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였으며, 원고들이 17세가 되던 해인 2015년, 2017년에는 원고들에게 각 주민등록증을 발급하였다.

라. 원고들의 부모는 2008. 12. 00. 혼인신고를 하였다. 그런데 관할 행정청은 위 혼인신고를 수리하여 원고들의 모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한 후, 2009. 2. 13. 당초 원고들에 대한 출생신고가 ‘외국인 모와의 혼인외자의 출생신고’에 해당하여 정정대상이라는 이유로 원고들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였다.

마. 원고들의 부는 2009. 5. 8. 원고들에 대한 인지신고를 하였으나, 원고들의 부의 기본증명서에만 위 인지신고 내역이 기록되었고 원고들의 가족관계등록부는 작성되지 않았다.

바. 원고들의 모는 2017. 2. 10.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하였다.

사. 원고들은 출생 이후 계속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며 생활하였고, 원고 ◇◇은 대학 재학 중인 2017년 대한민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장학금을 받기도 하였다.

아. 원고들은 2019. 1. 8. 피고에게 국적법 제20조에 따라 국적보유판정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9. 10. 1. ‘한국인 부와 oo인 모 사이 사실혼관계에서 출생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음에도 출생신고가 수리되어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었으나 2009. 2. 13.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된 자로,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국적비보유 판정(이하 ‘이 사건 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9, 11, 12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국적법 제20조에 따른 국적 판정은 국적을 취득, 상실시키는 창설적 효력이 없고 다만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 국적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판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판단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적법 제20조 제1항은 ‘피고는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이나 보유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이를 심사한 후 판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국적 판정이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 내지 보유 여부를 확인하여 주는 의미를 갖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가 국적보유 판정을 할 경우에는 그 사실을 지체 없이 본인과 등록기준지 가족관계등록관서의 장에게 통보하고, 관보에 고시하여야 하며(국적법 제20조 제2항, 국적법 시행령 제24조 제4항), 상대방은 별도의 국적취득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가족관계등록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족관계 등록 창설을 할 수 있다(국적법 제20조 제2항, 국적법 시행령 제24조 제5항). 국적보유 판정이 위와 같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상, 국적비보유 판정 역시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 처분에 해당한다. 만약 이와 달리 본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다고 주장하는 원고들로서는 국적보유 여부가 문제되는 개개의 사안마다 그 주장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원고들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막을 뿐만 아니라 분쟁의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외면하는 것이어서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판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어 국적 보유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 사건 판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국적법 제2조에 따른 국적취득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들의 부가 2001. 6. 14. 원고들의 출생을 신고하여 위 출생신고가 수리되었으므로 원고들은 국적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이후 관할 행정청이 원고들이 외국인 모와의 ‘혼인외자’임을 문제 삼아 가족관계등록부를 말소하기는 하였으나, 당초 원고들의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던 것은 귀책사유 없이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므로, 위 출생신고는 효력이 있다. 즉, 원고들의 부모는 1997. 6. 20. ▽▽시 ☆☆읍사무소에 혼인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위 읍사무소에서 행정 착오로 원고들의 모가 제출한 oo 호구부 원본을 분실하였고 oo 대사관이 호구부 재발급을 거부하는 바람에 혼인신고를 제때 하지 못한 것이다.

2) 신뢰보호원칙 및 신의칙 위반 등

관할 행정청은 원고들에 관한 호적부 또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고, 주민등록표를 창설하는 등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는 취지의 공적 견해표명을 하였고, 원고들이 이를 신뢰한 데에 어떠한 귀책사유가 없으며, 이에 원고들은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당연히 믿음으로써 성년이 되기 전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놓쳤다. 이 사건 판정은 위와 같은 공적 견해표명에 반하여 원고들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정한 것으로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더구나 원고들은 성년이 되기 전 이미 부에 의하여 인지되어 국적법 제3조가 정한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요건을 갖추었고, 위와 같은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 등 경위에 비추어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받고자 하는 원고들의 국적 판정 신청은 그 실질이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신고와 다름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위 신청 시 국적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피고는 성년이 된 원고들에게는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신고를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성년이 되기 전 국적취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위와 같은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을 귀책사유 없이 신뢰한 데 따른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이 성년이 되었음을 이유로 위 국적취득 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3) 비례원칙 위반

더구나 원고들은 oo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년이 되어 oo 호구부를 발급받을 수 없게 되어 특별귀화나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신청 시 요구되는 ‘외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구비할 수도 없는 점, 이 사건 판정으로 원고들은 사실상 ‘무국적’ 상태가 된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애초에 관할 행정기관의 실수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인 점, 설령 특별귀화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원고 ◇◇의 경우 군사학을 전공한 군인(부사관) 지망생으로서 병역 및 군 선발 등 과정에서 국적 원시취득자에 비하여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점, 원고들의 부모는 현재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고 원고들은 평생 대한민국에 거주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해온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판정은 그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는 신분상, 생활상 등 불이익이 현저히 크므로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나. 판단

1) 국적법 제2조에 따른 국적취득 여부

국적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적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이유로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부와 자녀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부와 혼인외의 자녀 사이에서는 인지 없이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1. 6.자 2018스32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원고들의 부는 2008. 12. 23. 혼인신고 전까지 원고들의 모와 법률상 혼인이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은 각 출생 당시인 1998. 10. 2.와 2000. 4. 29. 원고들의 부와 법률상 친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국적법 제2조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지는 못하였다.

나아가 원고들의 부가 2001. 6. 14. 한 각 출생신고는 구 호적법(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2조에 따른 ‘혼인외자의 자에 대한 친생자출생의 신고’로서 이는 인지 신고의 효력이 있을 뿐이므로, 국적법 제2조가 아닌 국적법 제3조에 따른 국적취득 요건에 해당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신뢰보호원칙 및 신의칙 위반 여부

가) 행정절차법 제4조 제1항은, 행정청은 직무를 수행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행정청의 직무 수행 전반에 걸쳐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는바, 어떠한 행정처분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 한편,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행정조직상의 형식적인 권한분장에 구애될 것은 아니고, 담당자의 조직상의 지위와 임무, 당해 언동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및 그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그 개인의 귀책사유라 함은 행정청의 견해표명의 하자가 상대방 등 관계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 등 부정행위에 기인한 것이거나 그러한 부정행위가 없더라도 하자가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귀책사유의 유무는 상대방과 그로부터 신청행위를 위임받은 수임인 등 관계자 모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6두10931 판결 등 참조).

다) 앞서 본 인정 사실, 갑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판정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신의칙에도 위배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시 ☆☆읍장 등 관할 행정청은 2001. 6. 15. 원고들의 부의 출생신고를 수리하여 원고들의 호적부를 작성하고, 이후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자 원고들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였다. 또한 ▽▽시장도 2001. 6. 15. 출생등록을 사유로 원고들의 주민등록표를 작성하고 각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였으며, 원고들이 17세가 되던 해에는 각 주민등록증을 발급하였다. 원고 ◇◇은 대학 재학 중인 2017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장학금을 받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가족관계등록, 주민등록 등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사무로서, 복수의 행정청이 원고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문서인 호적부,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표에 원고들을 등재한 후 수년간 계속 관리해온 것(가족관계등록부가 2009. 2. 13. 폐쇄된 것과 달리 원고들의 주민등록은 여전히 말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은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는 취지의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다.

(2) 당초 행정청이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오인하고 이와 같은 취지의 공적 견해표명(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등)을 함에 있어 원고들이나 그 법정대리인인 원고들의 부모가 사실을 은폐하였다거나 기타 사위의 방법으로 행정청의 착오를 유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관할 행정청으로서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원고들의 부모가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혼인외자의 출생자에 대한 부의 출생신고만으로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할 수 없고 법무장관으로부터 국적법 제3조의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통보를 받은 후에야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할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2018. 11. 6.자 2018스32 결정 참조)를 간과한 나머지 법률상 착오로 인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국민의 출생․혼인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 주민등록과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여 온 복수의 행정청 소속 공무원이 원고들의 대한민국 국적취득 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을 그르쳐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전제로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호적부,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표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원고들이 스스로 적법하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신뢰한 것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들 주장과 같이 관할 행정청이 1997년경 원고들 부모의 혼인신고 관련 서류를 분실함으로써 혼인신고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라면[원고들의 모가 1997. 5.경 발급받은 oo 호구부 사본(갑 제3호증), 원고들의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되기 전인 2007. 2. 8.경 원고들의 모에 대한 복지기관 상담내역(갑 제4호증) 등에 비추어, 원고들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관할 행정청이 원고들의 부의 출생신고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한 것은, 위와 같이 행정상 오류로 혼인신고가 불비된 점을 감안하여 원고들을 사실상 혼인중 출생자와 같이 배려하기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3) 원고들은 위와 같은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을 신뢰함으로써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오인하였고, 그 결과 국적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였다(피고는 국적법 제3조의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 신고에 대하여, 피고의 실무관행상 인지 시점뿐 아니라 그 신고 시점에도 제1호의 ‘미성년’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를 수리하고 있고, 성년이 된 원고들은 더 이상 국적법 제3조에 따라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원고들은 부의 출생신고로 2001. 6. 14. 인지되었고(민법 제859조 제1항), 이후 부모의 혼인신고로 2008. 12. 23.부터 혼인중의 출생자로 간주되었으며(민법 제855조 제2항), 부가 2009. 5. 8. 재차 인지신고를 하여 인지의 효력발생 요건을 충족하였음에도, 이 사건 판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신뢰하여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을 신고하지 아니하였다.

(4)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모의 국적국인 oo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이 됨으로써 oo 호구부를 발급받지 못하여, 국적법 시행규칙 제2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인지에 의한 국적 취득 신고 시 제출해야 할 외국인 증명서류도 구비하기 어렵게 되었다.

(5) 게다가 국적법 제3조의 법문에는 피고 주장과 같은 신고 시기에 관한 시간적 제한이 붙어있지 않다.1)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의 위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및 주민등록표 등재 경위와 출생 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원고들의 신뢰형성 과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실무관행에 따라 만연히 원고들의 국적 취득 신고를 반려한다면, 이러한 조치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이미 부에 의한 인지의 효력이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원고들이, 그 국적 보유 여부에 대한 법적 불안을 느껴 신청한 이 사건 국적보유판정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거시한 것과 같은 사유만을 들어 국적비보유 판정을 하는 것 역시 신의칙에 반하고,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6) 나아가 원고들은 출생 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여 왔다. 또한 실체법적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인 부의 인지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자녀임이 분명하고, 다만 국가기관이 부여한 신뢰 때문에 원고들이 미성년자이던 시절에 그 부모가 단순히 형식적 신고절차를 밟을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그럼에도 원고들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인 ‘국적’을 사실상 빼앗는 것은, 결국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을 무국적자(無國籍者)로 내모는 것이 된다. 무릇 한 국가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그가 헌법적 합의의 주체이자 주권 권력의 주체가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누가 국민인지를 정하는 것은 단순한 법률문제 내지 법률로 그 내용을 정하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시원(始原) 및 헌법의 계속적 유지와도 맞닿아 있는 헌법적 문제로서 그 실체적 요건에 관한 기본적 내용의 골격은 공동체가 숙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국민의 자격에 관한 실체적 문제는 헌법적 사안으로서 형식적․절차적 문제와는 그 성격상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국적법상 원고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되는 실체적 요건을 필요충분하게 갖춘 사람들이다. 일찍이 대법원2)이 헌법 원리인 신뢰보호원칙을 국적과 관련한 행정작용에서 전향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판례를 형성한 근저에는 바로 이러한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고들을 단순한 형식적․절차적 미비를 이유로 하여 무국적 상태로 내모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어떠한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자로 배제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국가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실질적으로도 그 일원이 되어 왔던 원고들을 오히려 ‘주권 작용’이라는 명목 하에 배제하는 것을 쉽사리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실세계에서 기본권은 일정한 국가 공동체를 전제로 하여서만 그 권능이 실효적으로 발휘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을 무국적 상태에 두는 방식으로 배제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인간다운 삶, 자유와 평등, 행복을 누릴 권리의 전제 자체를 상실시킴으로써 그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는 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복수국적자 처리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적어도 이 사건 원고들과 같은 사람들을 국가공동체 내지 주권권력의 주체에서 배제함에 있어서는 헌법적 시야를 가지고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7) 이 사건 판정을 취소하고 원고들에 대하여 국적 보유 판정을 한다 하더라도, ① 원고들은 당초 대한민국 국민인 부의 혼외자로 출생하여 인지되었고 이후 원고들의 모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한 점, ② 원고들은 출생 이후 계속 대한민국에서 거주하고 교육받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해온 점, ③ 원고들은 현재 모두 만 22세 미만으로 국적 보유 판정을 받더라도 국적법 제12조에 따른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를 회피하거나, 병역을 회피할 우려는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자격을 정한 국적법의 취지 및 그 보호법익 등 공익이나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도 없다.

3) 소결론

이 사건 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석

1) 따라서 제대로 된 자기결정능력이 없었던 미성년자의 부모 등이 법적 무지 등으로 인하여 자녀가 성년이 되기 이전에 미처 위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에, 그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이후에야 해당 사실을 알고 비로소 위 국적법 제3조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개별적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그 신고를 언제나 일률적으로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앞서 본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6두10931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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