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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5도833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죄명:배임)][미간행]
판시사항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강완구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에 대한 배임의 점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 즉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 등인 피고인들은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이자 원심 판시 선착장 9개(이하 ‘이 사건 선착장’이라 한다)의 양도담보권자인 공소외 1 회사의 담보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2 회사의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에 대한 출자금반환채무의 대물변제 명목으로 시가 약 146억 원인 이 사건 선착장에 관하여 공소외 3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공소외 1 회사로 하여금 약 146억 원 상당의 담보권을 상실하게 하는 손해를 가하고 공소외 3 회사로 하여금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이자 이 사건 선착장의 양도담보권자이고(동산인 선착장은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한 양도담보설정 당시에는 등기대상이 아니었으나 그 후 2009. 12. 29. 선박법 개정으로 등기대상이 되었다), 피고인들이 양도담보권자인 공소외 1 회사의 담보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인들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 채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위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인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의 점에 관하여 그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임무위배행위, 배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관한 배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과 업무상배임 부분에 관한 이유무죄 부분,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과 상상적 경합범으로 공소가 제기된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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