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다205174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겸상고
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4. 25. 선고 2012나57554 판결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 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망 AB, 원고 H, 망 AF, 망 AH, 망 AK(이하 `이 사건 희생자들`이라 한다)을 불법 체포·구금하고 이 사건 희생자들을 장기 간 수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피고로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가배상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소멸시효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 판결 확정일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희생자들은 모두 1961년경 각 이 사건 특별법 제6조를 위반한 죄로 기소되어 `혁명재판소 및 혁명검찰부조 직법`에 의하여 설치된 혁명재판소에서 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 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 또는 이 사건 희생자 본인은 위 각 유죄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여, 2011. 9. 30.부터 2011. 12. 1.에 걸쳐 무죄를 선고하는 각 재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 원고들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2012. 2. 15.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각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들은 각 재심무죄 판결 이 확정된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것이다.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이유 설시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배척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다. 지연손해금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채무성 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 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2) 제1심 및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제1심판결은 그 판시 사정을 종합하여 제1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이 사건 희생자들 및 그 처, 자의 각 위자료를 정하고 상속분을 계산하여 원고들별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후 이에 대하여 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한 사실, 원심판결은 제1심 판결이 정한 위자료 액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1심판결 변론종결 후 망 AB의 유족들(원고 A, B, C, D, E, F, G)이 수령한 형사보상금을 제1심 판결에서 인정된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여, 위 원고들에 대한 그 각 잔여금액 및 이에 대한 2012. 5. 30.(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2013. 4. 25.(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위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와 피고의 항소를 각 기각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새로이 위자료를 산정하지 않고 제1심판결의 위자료 액수를 그대로 유지한 이상,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일인 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지연손해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위자료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처럼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그 행위의 불법성의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 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위자료 액수는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과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원심의 위자료 산정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나. 망 AF의 일실수입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망 AF이 이 사건 특별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사유로 면직처분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가 망 AF의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 L, M, N, O, BB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