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12조 제1항 에서 규정한 '기부행위'의 의미 및 자원봉사자들에게 일당 등 금품을 제공한 경우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피고인이 아무런 대가의 약정 없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사전선거운동을 한 후 기름값 명목으로 위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면 이를 정당한 대가관계에 의한 채무의 이행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은 제113조 에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기부행위 제한기간 중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제112조 제1항 에서 처벌대상이 되는 기부행위의 종류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후, 같은 조 제2항 에서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경우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의 규정방식에 비추어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에 해당하는 금품 등의 제공행위가 같은 조 제2항 과 이에 근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그 위원회 결정에 의하여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 행위로서 허용되는 것으로 열거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이상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금지위반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57조 제1항 제1호 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고, 다만 후보자 등이 한 기부행위가 같은 법 제112조 제2항 등에 의하여 규정된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 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더라도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사유로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함에는 신중을 요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도1768 판결 , 1999. 5. 11. 선고 99도499 판결 , 2005. 1. 13. 선고 2004도736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에 명시된 증거들을 위에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D에 대한 이 사건 금품제공은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과 이에 근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그 위원회 결정에 의하여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 행위로서 허용되는 것으로 열거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피고인의 위 기부행위의 시기와 목적, 피고인과 D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의례적인 행위이거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의 '기부행위'라 함은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므로 같은 법 제112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무상으로 하여야 기부행위가 되고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대가관계로 행하는 경우에는 기부행위가 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원래 자원봉사자란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을 말하므로 만일 피고인이 무상으로 선거운동을 할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자로 하여금 선거운동을 하게 한 후 금품을 제공하였다면 이는 같은 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의 '기부행위'에 해당될 것이고, 또는 유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제공하는 노무에 비하여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대가를 지급하거나 노무는 형식적으로 제공받고 대가만 지급하는 경우에는 노무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는 금품제공 부분은 '기부행위'에 해당할 것이나, 이와는 달리 명목상 자원봉사자라고 부르더라도 처음부터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고 선거운동을 할 사람을 모집하여 선거운동을 하게 하고 그 대가로서 일당을 지급하였다면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자는 아니고, 이는 일종의 유상계약이고 일당의 지급은 채무의 이행에 불과하여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500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아무런 대가의 약정 없이 D의 도움을 받아 사전선거운동을 한 후 기름값 명목으로 D에게 금품을 제공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금품의 제공을 정당한 대가관계에 의한 채무의 이행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 소정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기부행위의 금지 또는 그 위법성 조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