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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6. 선고 2016노817 판결
[의료법위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조석규(기소), 반종욱(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화우 외 1인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환자 공소외인을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한 것은 한의사로서 면허를 받은 범위 내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① 초음파 진단기의 개발·제작 원리는 물리학에 기초한 것일 뿐 서양의학의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② 피고인은 의사의 초음파 검사와는 전혀 다른 한의학적 방법에 따라 초음파 진단을 한 것이어서 이는 한의학적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설령 피고인이 환자에 대한 초음파 검사 시 서양의학적인 방법을 사용했더라도, 진단의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한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침 치료와 한약을 처방한 이상 이러한 행위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③ 한의사에 대하여 초음파 진단기 사용에 관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한의사에 의한 초음파 진단기 사용에 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 나아가 한의학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에게 보다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명된 여러 의료기기들을 한의사가 자유롭게 사용하게끔 허용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

2. 판단

(1)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한의사 등을 말하고( 제2조 제1항 ),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의 임무를,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의 임무를 각 수행하며( 제2조 제2항 제1호 , 제3호 ), 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자는 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등의 자격을 갖추고 의사 또는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제5조 제1항 ). 그리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제27조 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다( 제87조 제1항 제2호 ).

(2) 이와 같이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각자 면허를 받은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것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3) 그런데 의료 관련 법령에는 의사, 한의사 등에게 허가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그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으므로, 의사나 한의사에게 허가된 의료행위의 범위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나아가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나 의료기술 이외에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면허를 받은 의료행위의 범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①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②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③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④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서 환자 공소외인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자궁내막의 상태를 확인, 진단한 행위를 한의사로서 면허를 받은 범위 밖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초음파 진단기는 초음파의 물리적 특성과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으로 서양의 현대과학에 그 기본 원리를 두고 개발·제작된 것이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제작된 것이 아니다.

(2)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취하고 있고, 의학은 해부학, 생물학 등 서양과학에 기초를 두고 인체의 특정 부위의 증상을 실험적, 분석적으로 보는 반면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보고 신체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므로 양자는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 및 그 진단방법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비롯한 현대적 영상 의료기기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경우 인체의 특정 부위의 증상을 실험적, 분석적으로 보는 의학과 마찬가지로 영상기기가 구현하는 영상의 판독 등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결국 한의학 고유의 진단방법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3) 한약 처방이나 침 치료와는 별도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검사 및 진단한 행위 그 자체는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를 적용·응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초음파 진단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으나, 진단은 중요한 의료행위여서 검사 내지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5)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검사 및 진단행위는 기본적으로 영상의학과의 전문 진료과목이고, 영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체 및 영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검사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검사나 진단은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한다.

(6) 의료법이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한의약 육성법의 개정취지는 한의학의 이론 및 한방의료행위를 기본 토대로 하여 거기에 서양과학적인 원리를 접목해서 검사·진단 등에 필요한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일 뿐, 전통적인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하지 않은 의료기기 등의 사용까지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7) 현행 의료법 제43조 에 의하면, 한의사가 한방병원에 있는 의사를 통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촬영하게 하거나 의사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촬영한 영상을 제출받아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앞선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자세히 설시한 사정들은 모두 정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하여 위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1) 의료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서 한의사로 하여금 초음파 진단기 사용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한의사인 피고인의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한 진료행위가 ‘한의사에게 허가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선 가항에서 본 법리 중 (4)의 ② 내지 ④항과 같은 사정의 존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초음파 진단기의 개발·제작 원리

초음파 진단기가 종래 서양의학에서 활용될 것을 예정하고 개발·제작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초음파 진단기는 그 판독에 있어 서양의학의 원리가 적용될 것을 전제로 개발·제작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음파 진단기는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발·제작된 것이지 단순히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하여서만 개발·제작되었다고 볼 것은 아니다.

(3)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인지

① 피고인은 환자 공소외인에 대하여 2년여 동안 총 68회에 걸쳐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면서 자궁내막의 두께를 관찰하였는바, 주1) 이는 산부인과에서 전형적으로 행하는 초음파 검사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한의학적인 진단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피고인은 초음파 영상의 음영 등에 따라 병을 진단하는 한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당초 수사기관에서는 초음파로 자궁내막의 두께를 측정했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에 이르러 한의학적인 방법에 기초한 진료행위인지 여부가 문제 되자 비로소 위와 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하였던 점, 공소외인도 초음파 검사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산부인과에서 보는 초음파와 동일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서양의학과는 다른 한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진단을 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②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을 통해 알게 된 자궁 내막의 두께에 따라 자궁내막증의 경중을 판별하여 내막이 두꺼워지면 침 치료를 강하게 하고 한약재의 종류와 수를 변경하는 등의 처방을 하였는바, 이와 같은 진료과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 결과를 자궁내막증 치료의 주된 자료로 활용한 것이지 단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만 활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③ 의료행위에 있어 진단은 질병 여부를 감별함과 아울러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히고 이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 중요성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진단의 중요성에 더하여 오늘날 다양한 기술을 이용한 진단기기가 발명됨으로써 그 이론과 기술이 갈수록 복잡화·전문화됨에 따라 서양의학의 전문 진료과목으로 영상의학과가 별도로 존재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의료행위에 있어 진단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그 진단에 있어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방법인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이상 그 치료방법으로 침이나 한약 등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① 진단은 물론 그 이전 단계의 검사도 질병 발견의 수단 및 치료의 전제가 되어 검사 과정이나 그에 대한 판독에 오류가 있을 경우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치료로 나아갈 수 있어 국민에 대한 공중보건상 위해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당해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는 기기 자체의 위험성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해 의료인이 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었는지에 의해서도 판단되어야 한다.

② 초음파 진단기는 그 조작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기는 하지만 안압측정기, 청력측정기 등과 달리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탐촉자의 방향 등에 따라 허상이 자주 발생하며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검사가 이루어지는 등의 주요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정확한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는 신체 장기의 형태, 조직의 구성, 환부의 특징, 다른 장기의 위치와 상태, 환자의 과거 병력 등과 같은 초음파 영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검사 및 판독을 할 수 있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므로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바와 같이 초음파 검사는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는 것이 옳다.

③ 초음파 진단기는 이를 사용한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 CT, MRI, 조직검사 등의 추가적인 검사가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게 허용할 경우에는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위와 같은 추가적인 검사가 실행되지 아니하거나 지연되어 실행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에 따라 치명적인 오진이나 적정한 치료시기를 놓침으로 인한 국민 보건위생상의 위해로 연결될 수 있다.

④ 한의대에서 방사선학, 진단학과 같은 서양의학 과목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그 배경이 되는 철학, 인체·질병·진단·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방법이 완전히 다르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 등을 사용하기 위해 방사선학과 진단학 등을 피상적으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서양의학의 기본개념이나 해당 진료 과목의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이상 초음파 진단이 가능한 전문지식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다.

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한의사들이 한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으로서는 한의사도 의사와 동일한 목적과 방법으로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많고 또 그러한 오해 때문에 의사에 의한 서양의학적 방법에 따른 진단과 치료를 도외시할 우려가 높다(이 사건의 경우에도, 환자 공소외인은 피고인이 초음파 검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과 피고인이 피력한 산부인과 의사에 의한 서양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신뢰함으로써, 자궁내막암의 발견 및 치료가 늦어지게 되었다).

⑥ 오늘날 다양한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방법이 도입되고 있으나 한의사에게 그와 같은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는 국민 보건위생상 위해의 발생 가능성을 중점으로 하여 신중하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고, 한의학 발전이나 한의사와 환자의 편의성만을 따져 허용할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들에 의해 초음파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의사들에게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써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5) 헌법재판소의 결정들

헌법재판소 또한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 내지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로서 면허를 받은 범위 밖의 의료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10마109 결정 ,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결정 , 헌법재판소 2013. 2. 28. 선고 2011헌바398 결정 ).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인식(재판장) 김경훈 박광서

주1) 증거기록 2권 1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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