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항행유지선 선장의 후방견시의무해태와 충돌사고발생간의 인과관계
판결요지
추월선의 조선자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에서 항행유지선의 존재와 방향, 속력을 확인하고도 침로와 속력을 변경치 아니하고 운항하다가 앞선 항행유지선을 충돌, 매몰시킨 경우, 항행유지선의 선장이 사고이전에 후방견시를 하여 추월선을 발견하였더라도 유지선은 자신의 침로와 속력을 그대로 유지한 이상, 후방견시를 하지 아니하여 추월선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것이 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주의의무위반이라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금고 1년 6월에 처한다.
이 판결 선고전의 구금일수 중 90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위 형에 산입한다.
피고인 2는 무죄
범죄사실
피고인 1은 (지명 생략)선적 대한선주주식회사 소속 콘테이너 운반선 (선박명 1 생략)호(23,930톤)의 3등항해사인 바, 1987.3.14. 16:15경 자유중국 기륭항에서 (선박명 1 생략)호에 콘테이너 298개를 적재하고 부산항으로 항해하다가 같은 달 16.07:45경부터 위 선박의 1등항해사인 공소외 1로부터 항해 당직사관 임무를 인수받아 업무로서 위 선박을 직접 조선하여 침로 033도를 따라 18놋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던 중 같은 날 08:30경 위 선박의 우형 18도 방향 전방의 약 3마일 해상에서 침로 030도를 따라 약 7놋트의 속력으로 항해 중인 상피고인 2 조선의 (선박명 2 생략)호를 발견하게 되었는 바, 이러한 경우 항해당직사관으로서 선박조선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위 두 선박의 교차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하여 감속 운항하여 (선박명 2 생략)호가 지나간 후 항해하거나 미리 침로를 변경하여 (선박명 2 생략)호와 교차되지 않도록 조기에 큰 동작으로 피항, 안전한 침로로 운항하여 선박 충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선박명 1 생략)호가 (선박명 2 생략)호의 선수를 지나 무사히 진행할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하여 미리 감속하거나 침로변경을 하지 않고 그대로 항해한 과실로 같은 날 08:45경 경남 거제군 홍도 남방 약 15마일 해상에서 (선박명 1 생략)호의 선수부분으로 (선박명 2 생략)호의 좌현 선미부분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피해자 공소외 2 등 10명의 선원이 현존하는 (선박명 2 생략)호 시가 약 1억 2,847만원 상당을 매몰하게 함과 동시에 이로 인하여 그 시경 그곳에서 (선박명 2 생략)호의 선원인 피해자 공소외 2(59세), 공소외 3(26세), 공소외 4(28세), 공소외 5(38세), 공소외 6(23세), 공소외 7(24세), 공소외 8(23세), 공소외 9(23세), 공소외 10(37세)로 하여금 각 익사케 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각 진술
1. 증인 공소외 11의 이 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공소외 11, 12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각 진술기재
1.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공소외 11, 12, 13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각 진술기재
1. 공소외 1 작성의 진술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기재
1. 경위 공소외 14 작성의 (선박명 2 생략)호 충돌 침몰 실종사건 관련보고서(수사기록 29쪽) 중 판시 사망의 점에 부합하는 내용의 기재
무죄부분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동 피고인은 (지명 생략)선적 대형기선 저인망어선 (선박명 2 생략)호의 선주 겸 선장인 바, 1987.3.15. 18:30경 제주도 근해에서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귀항하기 위하여 (선박명 2 생략)호를 조선하여 항해 중 같은 달 16. 08:00경 위 선박의 갑판장인 공소외 3으로 하여금 조선케하여 항해하게 되었는 바, 이러한 경우 선장으로서 조선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해기사 면허가 있는 피고인이 직접 위 선박을 조선하고, 다른 선박과의 충돌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견시근무자를 배치하여 다른 선박이 접근하거나 교차할 경우 미리 침로 변경을 하는 등 안전하게 운항하여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해기사 면허가 없는 공소외 3으로 하여금 조선케 하고, 견시 근무자를 배치하지 않아 위 선박의 선미방향으로 접근하는 (선박명 1 생략)호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항해한 과실로 같은 날 08:45경 경남 거제군 홍도 남방 약 15마일 해상에서 (선박명 1 생략)호의 선수부분과 (선박명 2 생략)호의 좌현선미 부분을 충돌하게 하여 그 충격으로 위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2 등 10명의 선원이 현존하는 (선박명 2 생략)호를 매몰하게 함과 동시에 (선박명 2 생략)호 선원인 공소외 2 등 9명으로 하여금 각 익사케 한 것이다 라고 함에 있다. 살피건대, 위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위 공소사실 기재일시, 장소에서 상피고인 1 조선의 (선박명 1 생략)호가 피고인 2의 (선박명 2 생략)호를 추월하려다가 정선수부분으로 (선박명 2 생략)호의 좌현선미부분을 충돌하여 10명의 선원이 현존하는 (선박명 2 생략)호를 매몰시키고, 공소사실기재의 피해자들을 모두 익사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 2는 수사기관이래 이 법정에까지 그가 선장으로서 위 어선의 후방견시를 하지 아니한 이외에는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별다른 잘못이 없다고 자신의 주의의무위반의 점을 다투고 있으므로, 먼저 과연 동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기재와 같이 위 선박을 직접 조선하고, 견시근무자를 배치, 다른 선박이 접근할 경우 미리 침로 변경을 하는 등으로 사고를 미리 막도록 운항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 2, 상피고인 1 및 증인 공소외 15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상피고인 1의, 공소외 11의 각 진술 중 아래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과 공소외 1의 진술서, 검사 작성의 공소외 16에 대한 진술조서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피고인 2는 1987.3.15. 18:30경 제주도 근해에서 잡어 700상자를 어획하여 조업을 마치고 (선박명 2 생략)호를 방향침로 030도, 시속 약 7놋트의 속도로 조선하여 부산항으로 귀항하던 중 1987.3.16. 05:30경부터 4, 5번의 승선 경험이 있는 갑판장 공소외 3에게 위 어선의 조선을 맡긴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08:10경 (선박명 2 생략)호의 무전실에서 부산무선국을 호출하고 있었고 당시 후방견시를 하지는 아니한 채 귀향을 위하여 위 방향과 속도를 계속 유지하던 중 사고장소에 이르른 사실, 상피고인 1은 같은 날 08:00경 (선박명 1 생략)호의 1항사 공소외 1로부터 당직사관임무를 넘겨 받으면서 전방에 어선 한 척이 운항중이라는 말을 듣고 방향 침로 033도, 시속 18놋트의 속력으로 동 선박을 조선하던 중, 08:05경 우현전방 7.5마일 거리에서 거의 같은 방향으로 항진하고 있던 중 (선박명 2 생략)호를 발견하고 08:33경까지 같은 방향, 속력을 유지하다 2.5마일거리까지 근접하게 되자 일단 조타수 공소외 11에게 자동조타장치를 수동조타장치로 바꾸도록 하였으나, 그 후에도 (선박명 2 생략)호와 좌현쪽으로 추월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그대로 운항하던 중, 양 선박 사이의 거리가 약 550미터 정도로 근접하였을 때에 이르러서야 충돌을 예상하고 조타수에게 우측으로 전타하라는 지시와 함께 기관실의 후진신호를 발하였으나, (선박명 1 생략)호의 진행속도 때문에, 최초의 항로와 속력을 유지한 채 운항하던 (선박명 2 생략)호를 피하지 못하고, 위 인정과 같은 충돌사고를 발생케 한 사실, 이 사건 사고당시 일기는 쾌정하고 파고는 낮아 항해에 알맞은 조건이었으며, 위 해역은 대양으로서 위 2척의 선박근처에 항해하는 다른 선박들은 없었던 사실, (선박명 1 생략)호의 길이는 230미터로서 위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동 선박의 침로를 90도 변경하는데 필요한 항진거리는 1킬로미터 이상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상피고인 1, 증인 공소외 11, 12의 각 진술 중 (선박명 2 생략)호가 550미터 정도 근접하였을 때 30도 또는 45도로 급격히 좌변침하였다는 부분은 동 선박이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귀항하는 어선으로 급격한 좌변침을 할 필요가 없으며, 사고직후 경찰에서의 상 피고인 1의 진술에서 (선박명 2 생략)호가 급격히 좌변침하였다는 진술을 찾아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믿을 수 없고, 공소외 12, 17, 18의 법정 또는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을 종합하더라도 위 인정사실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며, 달리 반증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2가 (선박명 2 생략)호의 선장이라 할지라도 하루 24시간 내내 선박을 조선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위와 같이 쾌청하여 항해에 적합한 여건아래에서 동 피고인이 무선국을 호출하는 동안 갑판장에게 조선하도록 하였다 하여 동 피고인에게 선박 운항상의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것이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자료 또한 없으므로 공소사실 기재의 직접 조선하지 아니한 잘못이 동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위와 같은 경우 (선박명 2 생략)호는 (선박명 1 생략)호를 앞선 항행유지선이고, (선박명 1 생략)호는 추월선으로서 (선박명 2 생략)호의 진로를 피할 의무있는 피항선이라 할 것인데, 유지선인 (선박명 2 생략)호로서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후방견시를 하여 (선박명 1 생략)호를 발견하였더라도 자신의 침로와 속력 그대로 유지하면서 항행하면 족한 것이므로 (선박명 2 생략)호가 침로, 속력을 그대로 유지한 이상 후방견시를 하지 아니하여 (선박명 1 생략)호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것이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있는 주의의무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피항선의 조선자인 상피고인 1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에서 유지선의 존재와 방향, 속력을 확인하였으면 가능한한 빨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큰 동작으로 침로와 속력을 변경하여 안전하게 유지선을 피항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침로와 속력을 변경치 아니한 채 운항하다가 이 사건 사고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고는 오로지 상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업무상주의의무해태로 일어난 것일 뿐이고, 피추월선의 선장인 피고인 2에게 후방으로부터 선박의 접근을 발견하고 미리 침로를 변경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밖에 달리 피고인 2에게 선박항해사로서의 업무상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2의 업무상주의의무위반을 전제로 한 동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나머지 점을 판단할 필요없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