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성주
변 호 인
변호사 윤중철(국선)
주문
피고인은 무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3. 2.경 평택시 포승읍 희곡리 157-10 소재 5만ℓ 들이 유류저장탱크 18기가 설치된 유류저장고를 공소외 4로부터 임차하여 그 무렵 공동피고인 1에게 위 탱크 중 1기를, 2008. 6. 10.경 추가로 2기를 각각 전대하였다.
공동피고인 1은 2008. 6. 30. 22:00경 위 유류저장고에서, 원료공급업자 공소외 1 및 그의 직원인 일명 ‘한부장’을 통하여 솔벤트, 메탄올, 톨루엔 등을 공급받고, 피고인으로부터 임차한 위 유류저장탱크 3기 및 임의로 사용하는 1기 중 1번 탱크에는 메탄올을, 2, 3번 탱크에는 솔벤트를, 4번 탱크에는 톨루엔을 각각 저장해놓고, 공동피고인 2가 운전해 온 (차량번호 1 생략) 2.5t 화물차에 설치된 유류저장탱크에 솔벤트, 메탄올, 톨루엔을 약 6:2:2의 비율로 주유하여 혼합하는 방법으로 약 6,000ℓ의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하는 등, 공소외 1 및 한부장과 공모하여 2008. 6. 22.경부터 같은 달 30.경까지 공동피고인 2에게 5회에 걸쳐 합계 3만ℓ 시가 4,050만 원 상당의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2008년 4월 초순경부터 같은 해 6. 30.경까지 (차량번호 2 생략) 2.5t 화물차를 이용하는 공동피고인 1, 2에게 24회에 걸쳐 합계 14만 4,000ℓ 시가 1억 6,000만 원 상당의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하고, 2008년 5월 초순경부터 같은 해 6. 30.경까지 (차량번호 3 생략) 화물차를 이용하는 공동피고인 3, 4에게 16회에 걸쳐 합계 8만ℓ 시가 8,888만 원 상당의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공동피고인 1과 공소외 1, 한부장이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함에 있어 공동피고인 1에게 유류저장탱크를 제공하고, 공소외 1에게 한부장을 소개시켜 주어 유사휘발유 원료의 공급, 구매자 섭외 및 구매자들의 차량에 원료 주유, 혼합 등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한부장 등에게 공동피고인 3 등 유사휘발유 구매자들을 소개하는 한편, 구매자에게 위 유류저장소의 위치 및 한부장 등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등으로, 공동피고인 1과 공소외 1, 한부장과 순차 공모하여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하였다.
무죄이유
1. 공동정범에 관한 일반 법리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4도206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때 공동정범관계에 있어서의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범죄를 공동실행할 의사가 있는 공범자 상호간에 직·간접적으로 그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고, 이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으며,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먼저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 중,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1에게 유류저장탱크 3기를 전대하였고, 2008년 5월 초순경 유류저장창고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공소외 1에게 한부장을 소개해 주었으며, 공동피고인 3에게도 그 무렵 한부장을 소개해 주었는데, 공동피고인 1과 공소외 1, 한부장은 함께 유류저장탱크에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 등을 저장하였다가 공동피고인 3 등에게 이를 판매하여,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이제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1 등과 공모하여 유사석유제품 판매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유류저장탱크를 임차(내지 전차)하고 솔벤트 등 원료구입비용을 조달한 공동피고인 1은 피고인으로부터 유류저장탱크를 전차하기 이전인 2007년 5월경부터 공소외 4에게서 유류저장탱크 1기 내지 3기를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던 주1) 사실, 피고인은 2008년 3월경 공소외 4로부터 유류저장창고에 설치된 유류저장탱크 18기를 모두 임차한 후 이를 전대하여 왔는데, 그 무렵 공동피고인 1에게는 그가 종전부터 공소외 4로부터 임차하여 사용하던 유류저장탱크 1기만을 전대한 주2) 사실, 공동피고인 1은 “탱크 2개를 더 설치해서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을 같이 판매하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권유를 받고 2008년 4월 초순경부터 피고인에게 말하지 않은 채 유류저장탱크 2기를 몰래 사용하다가 2008. 6. 10.경에야 피고인으로부터 2기의 유류저장탱크를 추가 전차하는 것으로 계약한 주3) 사실, 공동피고인 1은 위와 같이 유류저장탱크 3기를 전차·사용하다가, 2008. 6. 29.경부터 다시 피고인에게 말하지 않은 채 유류저장탱크 1기를 몰래 사용한 사실, 공동피고인 1은 공소외 1과 함께 늦어도 2008년 4월 초순경부터(한부장의 가담시기는 2008년 5월 초순경) 유류저장창고에서 3기의 유류저장탱크에 각각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을 저장하였다가 이를 판매한 주4)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공소외 4로부터 임차한 나머지 유류저장탱크를 (주)용삼에너지, 공소외 5, (주)청담네트웍스, 두양켐(주) 등에 전대하였는바, 위 전차인들은 석유류 도소매업 등을 영업으로 하는 사실, 유류저장창고의 위험물안전관리자로 근무했던 공소외 6 주5) 은 경찰에서 공동피고인 1이 유류저장탱크 1기를 빌려 솔벤트를 저장·판매한 사람이라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이 공동피고인 1은 피고인이 유류저장창고를 임차하여 전대하기 전부터 이미 유류저장탱크를 임차·사용하고 있었고, 피고인과 사이에서는 2008. 6. 10.경 비로소 3기의 유류저장탱크를 전차하는 것으로 계약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2008년 4월 주6) 초순경 또는 2008년 5월 주7) 초순경부터 공동피고인 1 등과 함께 유류저장창고에서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동피고인 3은 검찰에서, 2008년 5월 초순경, 피고인으로부터 유사석유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소개받아, 피고인과 직접 전화통화하여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는지 물어 피고인의 안내로 유류저장창고로 갔다가, 피고인으로부터 유사석유제품의 구입에 관하여는 한부장과 협의하라고 하여, 피고인이 알려준 한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통화한 후 유류저장창고에서 유사석유제품을 구입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법정에서도 꼭 일관되지는 않으나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으로부터 유사석유제품의 구입처에 관해 한부장을 소개받았다는 공동피고인 3의 검찰 진술 등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08. 6. 10.경에야 공동피고인 1에게 3기의 유류저장탱크를 전차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한부장이 혼자서든 공동피고인 1 등과 함께이든 유류저장창고에서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공동피고인 3에게 한부장을 소개해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공동피고인 3이 한부장으로부터 유사석유제품의 원료 중 하나인 솔벤트를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공동피고인 3에게 한부장을 소개해주었을 가능성도 낮지 않다.
(설령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3이 한부장으로부터 유사석유제품을 구입하거나, 적어도 그로부터 솔벤트를 구입하고 다른 곳으로부터 유사석유제품의 원료인 톨루엔, 메탄올을 구입한 후 이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는 등, 유사석유제품을 완성하여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공동피고인 3에게 한부장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공동피고인 1로부터 유류저장탱크의 차임만을 수령하였을 뿐이고, 기록상 유사석유제품 판매 이익을 일부라도 나누어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공동피고인 1은 피고인에게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린 적이 없고, 오히려 상당 기간 동안 유류저장탱크 1기 내지 2기를 피고인 모르게 사용한 점, 피고인은 유사석유제품을 구입하려는 공동피고인 3에게 유류저장창고의 위치와 한부장의 연락처를 알려주었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공동피고인 1 등의 유사석유제품 판매행위에 대해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것으로 생각한다는 공동피고인 1의 검찰 진술 등, 그 밖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1과 공소외 1의 범행내용 등을 알면서도 공동피고인 1에게 유류저장탱크를 전대하고, 공소외 1에게 한부장을 소개하는 등으로, 2008년 4월 초순경 또는 2008년 5월 초순경부터 공동피고인 1 등과 함께 유류저장창고에서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기록상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유죄의 증거가 없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다만, 기록상 공동피고인 1이 이 기간 동안 유류저장탱크에 무엇을 저장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공동피고인 1은 경찰에서 솔벤트를 저장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공동피고인 1에 대한 제2회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2쪽 등 참조).
주2) 공동피고인 1은 2007년 9월경 공소외 4로부터 종전에 임차·사용하던 유류저장탱크를 3기에서 1기로 줄였다.
주3) 피고인이 경찰에 제출한 예금거래실적증명서(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8형제86925호 증거기록 제391쪽)에도 2008. 4. 2.부터 2008. 7. 2.까지 공동피고인 1이 사업자로 등록된 ‘대광산업’ 명의로 매월 132만 원(월차임 120만 원 + 부가가치세 12만 원)이 정기적으로 입금된 사실이 나타난다.
주4) 따라서 증인 3의 법정 진술 중, 한부장으로부터 2008년 5월 초순경에는 솔벤트만을 구입하다가 2008년 6월 초순경에야 비로소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을 함께 구입하였다는 부분은 믿기 어렵다.
주5) 근무기간은 2006. 5. 25.경부터 2008. 4. 25.경까지이다.
주6) 검사의 공소제기에 따른 것이다.
주7)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한부장을, 한부장에게 공동피고인 3을 소개한 시점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