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소송사기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
[2] 고소인의 불충분한 진술만으로 소송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47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 제308조 [2] 형법 제347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정암 담당변호사 나종태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 외에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1도2590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은 제1심 및 원심 증인 공소외 1, 제1심 증인 공소외 2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여, 피고인 1이 1996. 3. 12.경부터 1997. 2. 27.경까지 사이에 5,000만 원을 대여하였고, 고소인 공소외 2가 1997. 2. 29. 고소인들의 집에서 피고인 1의 요청에 따라 고소인 공소외 1 명의로 1996. 4. 15.을 발행일로 기재하여 발행한 액면금 2000만 원의 제1약속어음을 위 피고인에게 교부하였으며, 1999. 2.경 발행일을 1997. 4. 11.로 기재한 액면금 5,000만 원의 제2약속어음을 다시 교부하면서 제1약속어음을 회수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고인 1이 1996. 3. 11.경부터 1997. 2. 27.경까지 사이에 고소인들에게 합계 약 7,000만 원을 대여한 것이 아니라 1996. 3. 12.경부터 1997. 2. 27.경까지 사이에 약 5,000만 원을 대여하고 1999. 2.경 입증자료로 제2약속어음을 교부받고서도 그 전에 위 대여금 중 2,000만 원과 관련하여 교부받은 제1약속어음을 반환하지 않고 있음을 기화로 고소인들을 상대로 이 사건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인 2는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위 소송에서 원고측 증인으로 출석하여 “1996. 4. 13. 공소외 3으로부터 곗돈 및 차용금으로 금 2,000만 원을 교부받아 같은 달 15. 피고인 1에게 빌려주었다”고 허위 증언하는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2,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우선 1996. 3. 12.경부터 1997. 2. 27.경까지 사이에 5,000만 원을 대여하고도 그 중 일부인 2,000만 원에 대하여만 약속어음을 교부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다. 원심은 이에 대하여 2,000만 원은 소액으로 분할하여 차용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이를 합하여 제1약속어음을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대여금의 증거로서 약속어음을 교부받으면서 소액에 대하여만 교부받고 그보다 큰 금액의 대여금에 대하여는 약속어음을 교부받지 않는다는 것 역시 경험칙상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대여한 금원에 대한 증거로 그때까지의 대여금을 모두 합하여 하나의 약속어음을 교부하면서 그 중 일부에 대하여 대여금의 증거로 이미 교부된 약속어음이 있었다면, 이를 반환받고 새로운 약속어음을 교부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고, 이와 달리 제1약속어음을 피고인 1로부터 회수하지 못하였다는 것도 경험칙상 이례적이다.
그리고 증인 공소외 3의 진술도 그 전체적인 취지가 뇌경색으로 인하여 그 전에 있었던 피고인 2와의 금전거래를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남아 있는 서류를 보고 추측할 뿐이라는 것이어서, 그것만으로 공소외 3이 피고인 2에게 1996. 4. 13.경 2,000만 원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다. 이러한 점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여금 소송에서의 피고인 1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볼 수 없음은 물론, 제1약속어음의 발행경위에 있어 피고인 1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게 2,000만 원을 대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