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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2009. 12. 30. 선고 2009허5028 판결
[등록무효(상)][미간행]
원고

재단법인 경기문화재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조원희)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리사 고영회)

변론종결

2009. 12. 18.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심결의 경위

원고는, 피고의 아래 나항 기재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에 구 상표법(2007. 1. 3. 법률 제81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 제3호 , 제7조 제1항 제4 , 6 , 11호 에 해당하는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위 심판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원고 주장의 등록무효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다.

나.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라 한다)

(1) 구성 :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2) 출원일/등록결정일/등록일/등록번호 : 1999. 12. 10./2000. 11. 29./2001. 2. 2./제2486호

(3) 지정상품/서비스업 :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2.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판단기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는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라고 함은 상표의 구성 자체 또는 그 상표가 지정상품에 사용되는 경우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나 내용이 사회 공공의 질서에 위반하거나 사회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고의로 저명한 타인의 상표 또는 서비스표나 상호, 성명 등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하여 무단으로 이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 사용하는 것처럼 그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가 공정한 상품유통질서나 국제적 신의와 상도덕 등 선량한 풍속에 위배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후3301 판결 , 2006. 2. 24. 선고 2004후1267 판결 참조).

나. 양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가 예술가로서 저명한 백남준의 동의 없이 그 성명을 모방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등록과정에서 사회적 타당성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그 등록을 인정하는 것이 상표법의 질서에 반하는 것이므로,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에 해당한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1993년부터 백남준의 다큐멘터리 작가로 백남준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백남준의 요청에 따라 대구 지역에 소규모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백남준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이다.

다. 판단

(1) 백남준 성명의 저명성 여부

백남준은 1963년 독일 부퍼달 파르니스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1969년에는 미국에서 샬롯데 무어맨과의 공연을 통해 비디오 아트를 예술 장르로 편입시킨 선구자라는 평을 듣게 된 사실, 백남준은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고, 1996년에는 독일 포쿠스지가 발표한 올해의 100대 예술가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1997년에는 독일 캐피탈지가 발표한 세계의 작가 100인 중 8위에 선정되기도 한 사실, 백남준은 2000년 비디오 아트 분야에서의 전세계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수여받은 사실, 백남준은 2006. 1. 29. 사망하였고, 그 해 타임지에 의해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한 사실은 모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피고가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시(2000. 11. 29.)에 백남준은 우리나라 일반 수요자들에게 저명한 비디오 아트의 예술가의 성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2)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과정에 백남준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가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은 과정에 있어서, 백남준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갑 제4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증거만으로 백남준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갑 제4호증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에 특허청에 제출된 것으로, 그 내용은 “ 피고 교수가 대구에 백남준 미술관을 건설하는 것을 허가한다. 백남준”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과 무관한 미술관 건립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만 언급되어 있을 뿐이어서, 갑 제4호증에 기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에 관하여 백남준의 동의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심결취소소송에서 백남준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하여 을 제1 내지 3호증을 제출하였다. 을 제1호증에는 “ 피고가 대구에 백남준미술관을 건설하는 것을 허가함. 또 피고가 백남준 특허물건을 개발하는 것을 허가함”, 을 제2호증에는 “ 피고 교수에게 한국에 백 미술관을 설립하려고 노력중이라서 감사합니다. 소외인씨의 도움을 빌려서 호기를 노치지 않고 성사시키시를 축원합니다. 백남준 3/28/99”, 을 제3호증의 1, 2에는 “ 피고가 백남준 미술관을 대구에 설치함을 감사합니다. 단지 실제 사무는 2000년 8월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20/8/9 백남준”이라고 각각 기재되어 있는데, 위 기재들 역시 전체적으로 백남준 미술관과 관련된 내용일 뿐이어서, 위와 같은 기재내용만으로 백남준이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에 대하여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 백남준의 나체 사진을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면서, 백남준이 지정상품 분류 책자를 보면서 직접 표시하여 준 것을 그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서비스업으로 하여 출원한 것이고, 을 제1호증에 기재된 “특허물건”이란 표현이 바로 백남준이 직접 표시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서비스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을 제1 내지 3호증의 전체적인 기재내용은 미술관 건립에 대한 동의로 이해될 뿐이고, 그 외 ‘상표’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되지도 아니한 점에 비추어, “특허물건” 부분의 기재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서비스업과 동일한 의미로 본다거나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에 대한 동의에 관한 근거로 볼 수는 없다. 도리어 피고 주장대로 당시 백남준의 나체 사진을 소지할 정도로 서로 친밀한 관계에 있으면서 백남준이 지정상품의 분류책자에서 직접 표시해 준 것을 지정상품/서비스업으로 하여 출원한 것이라면, “특허물건”과 같이 의미가 불분명한 표현을 사용하기보다는 상표 출원에 동의한다는 식으로 쉽고도 분명하게 백남준의 동의 의사표시가 담긴 서면이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경험칙에 부합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허물건” 부분의 기재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에 대한 동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다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과정에 백남준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그러한 동의 여부를 직접적 무효사유로 삼고 있는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6호 에 기한 무효심판의 제척기간이 경과되었으므로, 더 이상 백남준의 동의 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고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상표법 제7조 제1항 각호 의 등록무효사유는 무효사유별로 각각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것인데다가 이 사건에 있어서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6호 에 기한 무효심판을 제기할 제척기간이 경과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는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해 같은 항 제6호 에 기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에 그칠 뿐이지, 그로 인해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과정에서 백남준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의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등록상표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저명한 백남준의 성명을 그 동의 없이 무단으로 모방하여 출원한 것으로서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의 등록무효사유가 있으므로 원고 주장의 나머지 등록무효사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심결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용섭(재판장) 심준보 박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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