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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성남지원 2016. 8. 18. 선고 2016고정432 판결
[저작권법위반] 항소[각공2016하,593]
판시사항

피고인 갑 주식회사의 연구소 부소장인 피고인 을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피고인 갑 회사 명의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을 하면서 저작권자 병 등이 해외 학술지에 게재한 임상연구 논문을 임의로 복제 및 첨부하여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병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의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친고죄로서 고소가 필요한데, 병의 고소가 고소기간 경과 후에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 갑 주식회사의 연구소 부소장인 피고인 을이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이하 ‘식약처’라 한다)에 피고인 갑 회사 명의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을 하면서 저작권자인 병 등이 해외 학술지에 게재한 임상연구 논문(이하 ‘논문’이라 한다)을 임의로 복제 및 첨부하여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병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논문이 해외 학술정보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되고 있어 피고인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논문을 다운로드받은 후 복제본을 생성하여 식약처에 제출한 것은 저작물을 무단 복제한 것으로 복제권의 침해행위에 해당하고,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처벌받는 배포권의 침해행위가 반드시 ‘공중’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해석할 수 없어 피고인들이 논문을 식약처 담당 공무원에게 배포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배포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나, 비친고죄가 되는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의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는 ‘저작재산권 등의 침해행위를 통하여 직접 대가를 지급받아 불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여야 하므로, 결국 피고인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여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의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친고죄로서 고소가 필요한데, 병의 고소는 고소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강명훈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이수재

주문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공소사실

가. 피고인 1

피고인 1은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연구소 부소장으로, 피고인 2 주식회사가 칠레산 로즈힙을 수입하여 로즈힙 분말을 제조하기 위해 2012. 6. 5.경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이하 ‘식약처’라 함)에 피고인 2 주식회사 명의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을 하면서 저작권자인 공소외 1 또는 공소외 2 주1) 저널 등의 사용 허락 없이 “A powder made from seeds and shells of a rose-hip subspecies(Rosa canina) reduces symptoms of knee and hip osteoarthritis: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로즈힙 종자와 껍질 분말의 무릎과 골반 골관절염 증상 개선 효과에 관한 임상실험)”이라는 임상연구 논문을 임의로 복제 및 첨부하여 식약처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위 공소외 1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 2 주식회사는 그 사용인인 피고인 1이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

2.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① 피고인 1이 인터넷을 통해 논문을 다운로드받아 이를 출력, 제출한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 및 배포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피고인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영리 목적이 없으므로 친고죄에 해당하는데,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거나 고소기간을 도과하여 고소가 제기되어 공소제기가 위법하다.

3. 판단

가. 기초 사실

검사 및 피고인들이 제출한 각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덴마크에 소재한 공소외 3 회사는 로즈힙(Rose Hip, 들장미 열매) 원료를 생산하는 회사이고, 공소외 4 주식회사는 공소외 3 회사의 한국 독점 총대리점이다.

(2) 공소외 4 주식회사는 2007년경 식약처에 로즈힙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면서, 공소외 3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공소외 1 교수 등의 공소사실 기재 임상연구 논문(이하 ‘이 사건 논문’이라 함)을 제출하였다.

(3) 이 사건 논문은 공소외 3 회사가 공소외 1 교수 등에게 연구 용역을 주어 작성된 것으로서, 2005년경 류마티스에 관한 덴마크 학술지인 공소외 2 저널에 게재되었다.

(4) 피고인 2 주식회사는 2012년경 칠레산 로즈힙을 수입하려 하였고,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연구소 부소장인 피고인 1은 2012. 6. 5.경 식약처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을 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다운받은 위 논문 전체를 그대로 출력하여 함께 제출하였다.

(5) 공소외 4 주식회사는 2013. 7. 중순경 피고인들이 논문을 허락 없이 사용한 사실을 알았고, 이후 공소외 1 등에게 연락하여 공소외 1은 2013. 8. 7. 및 2014. 8. 25.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공소외 4 주식회사 및 공소외 3 회사에 주2) 전달하였다.

(6) 공소외 1은 2015. 2. 18. 공소외 3 회사에 고소권을 위임하였고, 공소외 3 회사는 2015. 3. 30. 공소외 4 주식회사에 다시 고소권을 위임하였으며, 공소외 4 주식회사는 2015. 4. 20. 청주지방검찰청에 주3) 고소장 을 접수하였다.

나. 외국인의 저작권 보호

외국인의 저작물은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된다( 저작권법 제3조 제1항 ). 이 사건 논문은 어문저작물에 해당하고, 이를 규율하는 국제조약인 베른협약(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및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저작권조약(WIPO Copyright Treaty)에 대한민국과 주4) 덴마크 는 모두 가입되어 있다. 또한 베른협약 제5조 제1항은 “저작자는 이 협약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에 관하여 본국 이외의 동맹국에서 각 법률이 현재 또는 장래에 자국민에게 부여하는 권리 및 이 협약에 의하여 특별히 승인된 권리를 주5) 향유한다.” 라고 규정하여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결국 이 사건 논문은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게 주6) 된다.

다. 저작권자

고소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논문은 덴마크에 거주하는 공소외 1 등이 공소외 3 회사의 의뢰를 받아 작성하였고, 이를 공소외 1 주7) 등 의 명의로 덴마크 학술지인 공소외 2 저널에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소외 1 등은 논문의 창작자로서 저작자에 해당하나( 저작권법 제2조 제2호 ), 공소외 3 회사는 단순히 창작을 의뢰하거나 주문한 것에 불과하고 공소외 1 등으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았다는 자료도 없으므로, 공소외 3 회사를 저작권자로 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공소외 1 등이 공소외 2 저널에 논문의 저작권을 모두 양도하였으므로 저작권은 공소외 2 저널(Taylor & Francis Ltd.)만이 배타적으로 가지고 있고, 따라서 공소외 2 저널의 고소가 없는 이 사건 기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저작권에 관한 계약을 해석함에 있어 그것이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되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하였으면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함이 상당하고, 계약 내용이 불분명한 때에는 구체적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거래관행이나 당사자의 지식, 행동 등을 종합하여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 판결 등 참조).

변호인이 제출한 주8) 계약서 는 논문 게재 시에 저작권자에게 요구하는 일반적인 양식으로 논문의 저작자들로부터 논문의 출간(publication) 등을 위하여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는 내용에 불과하고, 계약서 양식의 맨 첫머리에는 ‘향후 발생하는 저작물 침해에 용이하게 대응하기 위한 용도로’ 저작권 양도계약서가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양도(assignment)라는 용어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그 대상 권리는 재출간(republish), 재인쇄(reprint) 및 합본출간(republish the work in a collection of articles) 등으로 특정되어 있는 반면 복제·대여·배포 등의 일반적인 저작재산권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 공소외 2 저널이 저작자에게 논문의 경제적 가치에 상당한 대가를 모두 지급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위 계약 내용이 논문 저자로부터 저작권을 포괄적, 배타적으로 양도받는 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공소외 1 등이 실제로 위 계약서에 서명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논문 작성자인 공소외 1 등은 여전히 저작자로서 복제권, 배포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가지고 있다.

라. 복제 및 배포권 침해

(1) 변호인은 복제권의 침해와 관련하여, 위 논문은 원칙적으로 복제가 허용된 것이고 다만 이를 개인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할 부수적 의무만이 있는 것이어서 저작권침해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논문은 해외 학술정보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되고 주9) 있는바, 저작권자가 일반 대중에게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복제를 사전에 허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들은 불상의 방법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위 논문을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다운받은 후 그 복제본을 생성하여 식약처에 제출하였는바, 이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무단 복제한 것으로 복제권의 침해행위에 주10)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논문의 말미에서는 ‘개인적인 용도(individual use)’로 ‘출력, 다운로드 또는 이메일 전송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주11) 있으나, 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한 위와 같은 행위가 개인적인 용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또한 변호인은, 이 사건 논문의 배포행위는 ‘공중’이 아닌 ‘특정 소수인(식약처의 담당 공무원)’에게만 이루어졌으므로 배포권의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2조 제32호 에서 “공중”은 “불특정 다수인(특정 다수인을 포함한다)”이라고 규정하고, 제2조 제23호 에서 “배포”는 “저작물등의 원본 또는 그 복제물을 공중에게 대가를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인 “배포권( 저작권법 제20조 )”의 보호범위를 설명한 것일 뿐,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처벌받는 배포권의 침해행위가 반드시 “공중”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배포권의 침해행위에서 배포 상대방이 1인인지 다수인지의 여부는 저작재산권 침해의 양적인 문제에 불과할 주12) 뿐이고,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특정인에 대한 주13) 배포행위 를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중”의 개념이 적용되는 저작권자의 권리 중 용어 자체에서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임을 내포하는 공표, 공연, 공중전송 등의 저작권자의 권리는 그 침해태양도 ‘공중’을 요건으로 한다고 해석될 수 주14) 있으나, 배포권의 침해는 특정인에 대한 전달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그 침해태양은 ‘공중’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인 1이 이 사건 논문을 제출할 당시 이를 검토 내지 사용할 담당 공무원이 누구인지 특정되지도 않았고 그 인원 및 내부에서 담당하는 사람이 한정되지도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1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위 논문을 배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 1이 이 사건 논문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담당 공무원에게 배포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배포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마. 친고죄 여부 및 고소기간

(1)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①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에서 비친고죄로 규정한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라 함은 저작물의 복제 및 배포 등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직접적인 영리의 목적’의 경우로 한정해석해야 하고, ② 피고인 1이 이 사건 논문을 식약처에 제출한 행위는 단순히 기업활동에서 업무상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에 해당하므로, ③ 결국 피고인들의 침해행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거나 그 고소기간이 도과하였다고 주장한다.

(2) 친고죄 규정의 해석

구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법위반죄가 모두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저작권 침해의 공익적인 해악에 관한 논의가 제기되어 2006. 12. 28.자 개정 당시 ‘영리를 위하여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비친고죄로 개정되었고, 이후 한미 FTA 이행을 위한 2011. 12. 2.자 개정(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일부 개정되어 2012. 3. 15. 시행됨, 이 사건 적용 법률)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경우에는 비친고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시 개정되었다(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

이와 관련하여, 법 개정 이후의 판례 중 ‘영리를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직접적으로 해석한 사안은 찾기 주15) 어렵고, 학설로는 ‘저작재산권 침해물 등을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그러한 침해행위를 유상으로 대행하는 등 침해행위를 통하여 직접 이득을 취득할 목적을 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16) 견해 가 제기된 바 있다.

살피건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바(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6535 판결 등 참조), 아래에서 보는 사정을 고려하면, 비친고죄가 적용되는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의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는 ‘저작재산권 등의 주17) 침해행위 를 통하여 직접 대가를 지급받아 불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① 회사 및 상인 등 영리활동을 하는 모든 경제주체의 활동은 궁극적으로는 영리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업무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저작권 침해행위가 비친고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한다면, 이는 제한적으로 비친고죄를 규정한 저작권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

저작권침해죄를 친고죄로 규정할지 여부는 각국의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영국은 비친고죄로, 독일과 일본은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규정하고 주18) 있는바, 국내 저작권법은 친고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터넷 환경에서 대규모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는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하여 고소 없이도 이를 단속, 처벌할 필요성이 있어 점차 비친고죄를 확대하여 왔다.

국내 저작권법저작권법 위반의 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규정한 이유는, ㉮ 저작권은 민사적 성격이 강하고, ㉯ 저작권은 창작자의 정신활동의 산물로서 그 인격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으며, ㉰ 저작권자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형사소추에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는바, 결국 형사소추 여부를 고소권자의 선택에 맡기는 이익보다 침해행위를 일률적으로 단속, 처벌할 공공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만 비친고죄를 적용하여야 할 것이고, 개정 저작권법 역시 이러한 전제에서 영리목적 내지 상습적인 저작재산권 침해행위만을 비친고죄로 규정한 주19) 것이다.

또한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은 저작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생하고, 특별한 주20) 예외규정 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는 저작물 이용행위를 모두 처벌하고 있는바, 아무리 경미한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원칙적으로는 국민의 다수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저작권자의 의사에 따라 저작물의 자유이용도 가능하고 저작권의 이용행위는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공익적 측면이 있는 점, 저작권의 특성상 그 침해 여부가 불명확하거나 침해행위 및 법 위반의 인식 정도가 극히 경미하여 사실상 처벌가치가 없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공익적으로 일괄적인 처벌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까지 고소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형벌권을 발동하도록 하는 것은 처벌대상을 과도하게 확대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실제로는 이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는 위법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바, 친고죄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저작권법의 입법 및 개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과 같이 1회성 또는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각종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이 있는 경우까지 고소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법은 제30조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조항에서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영리의 목적’의 해석에 관한 논의 또한 비친고죄에 관한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의 ‘영리의 목적’의 해석에 참고할 수 있다.

제30조 의 ‘영리의 목적’에 관하여는 학설상 ‘복제행위를 통하여 직접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한정하는 주21) 견해 및 ‘영리 목적이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을 말하며, 간접적인 영리 목적을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주22) 견해 가 대립하고 있는데, 제30조 의 해석상 영리의 목적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는 경우 사적 복제 규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직접적인 영리의 목적’으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로써 비친고죄의 요건인 ‘영리의 목적’과 통일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다만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회사 내부나 영업 등을 위한 업무상 이용의 경우에는 ‘개인, 가정 또는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사적 복제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므로, ‘영리의 목적’을 한정적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도 주23) 아니다.

③ 다시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논문은 학술지에 공표된 저작물로서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고( 저작권법 제28조 ),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조항( 저작권법 제35조의3 )의 규정 취지 및 학술 논문의 공공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식약처에 기능성 원료 신청을 하면서 그 근거로서 위 논문을 일부 인용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주24) 한다.

비록 피고인들이 정식으로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자에게 소정의 사용료를 지급한 후 열람 및 복사하지 않고 임의로 이 사건 논문을 업무상 이용한 잘못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들이 위 논문 전체를 복제하여 제출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고 그로 인한 저작권의 침해도 1회성에 그치는바, 이로써 논문 저작권자의 복제권 내지 배포권이 중대하게 침해되었거나 대규모·반복적으로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것도 주25) 아니다. 또한 공표된 논문의 복제 및 배포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피고인들의 인식 역시 미약하였다.

④ 결국 위와 같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통일적 해석, 개정 취지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보면, 비친고죄의 대상이 되는 ‘영리의 목적’은 ‘저작재산권 등의 침해행위를 통하여 직접 대가를 지급받아 불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벌법규 확대해석 금지의 원칙에 부합하고 비친고죄의 지나친 확대를 막는 면에서도 타당하며,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저작권법의 목적( 저작권법 제1조 )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논문을 무단 이용한 피고인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직접적인 영리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가 적용되지 않아 친고죄에 해당한다.

(3) 고소기간 도과 여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은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에, 피고인 2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은 저작권법 제141조 , 제136조 제1항 제1호 에 각 해당하는 죄로서, 저작권법 제140조 본문에 의하여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이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본문은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범인을 알게 된다 함은 통상인의 입장에서 보아 고소권자가 고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범죄사실과 범인을 아는 것을 의미하고, 범죄사실을 안다는 것은 고소권자가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확정적인 인식이 있음을 말한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468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4 주식회사(대표이사 공소외 7)는 2013. 7. 중순경 피고인들이 이 사건 논문을 허락 없이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공소외 1 등에게 알려서 공소외 1은 2013. 8. 7. 및 2014. 8. 25. 이에 대한 의견을 공소외 4 주식회사 및 공소외 3 회사에 각 주26) 전달하였는바, 이 사건 논문 저작권자인 공소외 1은 2013. 8. 7. 무렵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논문을 허락 없이 사용한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봐야 한다.

이후 공소외 4 주식회사는 공소외 1 및 공소외 3 회사의 위임을 받아 2015. 4. 20.에야 고소장을 주27) 접수하였는바, 저작권자인 공소외 1의 고소는 고소기간 6월이 도과된 것으로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주28) 해당한다.

4. 결론

결국 피고인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는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여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의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바, 이는 친고죄로서 고소가 필요한 사건이고, 이 사건 논문 저작권자의 고소는 고소기간이 도과한 후에 제기된 것으로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판사 김민상

주1) 이하 ‘공소외 2 저널’이라 한다. 공소외 1의 위 논문은 학술지인 공소외 2 저널에 게재되었고, 검사는 저작권자에 공소외 2 저널을 추가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주2) 증거기록 제1권 76, 86쪽(제2권 151쪽과 동일함, 번역문 첨부).

주3) 고소인으로 공소외 4 주식회사, 공소외 3 회사, 공소외 1이 기재되어 있으나, 공소외 4 주식회사가 이 사건 논문의 저작권자가 아님은 명확하다.

주4) 논문 작성자의 거주지 및 발표 장소는 모두 덴마크이다. 덴마크는 베른협약에 1903년에 가입하였고, 세계지적재산권협정(WIPO Copyright Treaty)은 1997년에 비준하였다. WIPO 홈페이지의 가입국 조회 참조(http://www.wipo.int/treaties/en/ShowResults.jsp?country_id=47C).

주5) “Authors shall enjoy, in respect of works for which they are protected under this Convention, in countries of the Union other than the country of origin, the rights which their respective laws do now or may hereafter grant to their nationals, as well as the rights specially granted by this Convention.”

주6) 국내 저작권법 제3조 제3항에서는 “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저작물을 보호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게 조약 및 이 법에 의한 보호를 제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덴마크 저작권법 및 EU InfoSoc Directive (Directive 2001/29 on the harmonisation of certain aspects of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in the information society)가 대한민국 국민의 저작물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자료는 없다. 덴마크 저작권법(Consolidated Act on Copyright 2014) 제85조, 제88조 참조.

주7) 논문의 공동저자로 공소외 1, 공소외 5, 공소외 6이 기재되어 있는데, 공소외 1 외 2인의 국적 및 고소 의사는 기록에 나타나 있지 않다.

주8) 증거기록 제3권 375쪽.

주9) 변호인이 검찰에서 제출한 자료(증거기록 제3권 410쪽) 참조.

주10) 변호인이 제시한 사안(서울고등법원 2014. 11. 20. 선고 2014나19891 판결, 판결문 12쪽)은 무료로 공중에 제공된 프로그램의 설치(복제) 이후에야 사용용도 제한의 약관고지가 있었던 사안으로, 이를 일반적인 저작물에까지 확대적용할 수는 없다.

주11) 증거기록 제3권 374쪽.

주12) 이형주, “배포권과 대여권: 대여권 입법론을 중심으로”, 저작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서울대 기술과 법 센터 창립 3주년 기념 워크숍 99~112, 2006년, 101쪽.

주13) 주로 불법적으로 취득한 저작물의 배포행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적법하게 구입한 저작물을 특정인에게 배포하는 행위는 권리소진의 원칙(저작권법 제20조 단서)에 따라 허용되기 때문이다.

주14) 이형주, 위 논문. 다만 ‘공중전송’ 행위(저작권법 제2조 제10호)는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그 개념으로 하고 있어 그 침해행위 역시 ‘공중’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석되고, 특정인에게 전송하는 행위는 공중송신에 해당하지 않는다(이해완, 저작권법 제3판, 박영사, 2015년, 484쪽). 이와 관련하여 특정인에게 전송하는 행위가 배포권의 침해에 해당하는지 문제 될 수 있으나, 대법원은 배포권은 유형물에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5도872. ‘소리바다’ 사건). 이는 무형물에도 배포권에 대한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판단(UsedSoft 사건, C 128/11 UsedSoft GmbH v Oracle International Corp [2012] ECDR 19 CJEU)과 비교된다.

주15) 저작물을 회사 내부에서 불법 복제하여 업무상 사용한 경우가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안이나, 이에 관하여 법 개정 이후의 하급심 판결은 ① 이를 비친고죄로 보아 고소가 취소된 경우에도 유죄판결을 한 사안(청주지법 충주지원 2015고정31, 대구지법 2015고정1067, 대구지법 2015고정893 등) 및 ② 친고죄로서 공소기각을 한 사안(대구지법 김천지원 2016고정189, 대전지법 2015고정946, 의정부지법 2014고단3060 등)이 혼재되어 있다. 다만 이 중 다수는 불법 프로그램 이용에 관한 사안들로서 영리성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의 괄호(제124조 제1항 제3호의 위반행위)에 해당하여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 경우에도 ‘영리의 목적’에 관하여 구체적인 판단을 한 사안은 보이지 않는다.

주16) 이해완, 저작권법 제3판, 박영사, 2015년, 1155쪽.

주17)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방법(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으로 침해한 행위.

주18) 이희경·박광민, “저작권법상 친고죄 규정의 고찰”, 성균관법학 23권 3호(2011. 12.), 398쪽.

주19) 이희경·박광민, 위 논문, 395, 401쪽.

주20) 공정이용 및 사적복제 등 저작권법 제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 참조.

주21) 이해완, 저작권법 제3판, 박영사, 2015년, 648쪽; 오승종, 저작권법 제4판, 박영사, 2016년, 779쪽.

주22) 최경수, 저작권법개론, 한울, 2010년, 414쪽. 다만 저작물의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영리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다수이나, 이 경우에도 영리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수원지법 성남지원 2002카합284)이 있다.

주23) 대법원도 ‘경쟁업체의 논문을 허락 없이 식약청에 제출한 행위’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기업 내부에서 업무상 이용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는 이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이 규정하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다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논문 제출행위가 제30조의 ‘영리의 목적’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으나(친고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다투어지지 않았다), 그 2심(수원지법 2011. 4. 27. 선고 2010노3551 판결)은 ‘논문 제출행위는 영리 목적으로 이를 이용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간접적인 영리 목적의 경우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주24) 위 대법원 2011도5835 판결도 일부 인용은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주25) 당초 이 사건은 유사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자 경쟁업체가 이를 고소한 것으로서, 저작권의 침해 여부는 핵심적인 분쟁 내용도 아니다.

주26) 공소외 1의 의견은 주로 위 논문의 내용이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원료와는 연관이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허락 없이 이 사건 논문을 사용한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고소인 공소외 4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증인 역시 공소외 1 및 공소외 3 회사는 그 이전부터 이 사건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주27) 이 사건 논문의 다른 공동저자들은 고소를 하지 않았고, 공소제기 후의 고소 추완은 허용되지 않는다.

주28) 만약 공소외 3 회사가 이 사건 논문에 관한 일부 저작권을 계약에 의하여 취득하였다고 하여도, 공소외 4 주식회사는 공소외 3 회사의 한국 독점 총대리점으로서 피고인들의 논문 무단사용을 공소외 3 회사에 먼저 보고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1의 이메일에 공소외 3 회사 역시 기재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제1권 86쪽)을 고려하면, 공소외 3 회사 역시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들의 논문 무단 사용행위를 알았다고 판단되고, 증인도 이를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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