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재환)
피고, 피항소인
국민연금공단
변론종결
2008. 9. 26.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7. 8. 22. 원고에 대하여 한 미납 연금보험료 수납거부처분을 취소한다(납부의 주체는 원고이고 수납의 주체는 피고이므로, 소장 기재 납부거부처분은 수납거부거분의 오기임이 명백하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89. 2. 1.경 울산광역시 남구청(이하 ‘사용자’라 한다)에 근로자로 취업하였고, 사용자는 1992. 6. 국민연금법상의 당연적용사업장으로 가입신고 되었다.
나. 그러나 사용자는 2001. 10. 31.까지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사업장가입자 자격 취득신고를 하지 아니한 결과, 원고는 피고의 가입자관리대상에서 누락되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채 근무하여 왔다.
다. 사용자는 2001. 11. 1.경 피고에게 위와 같이 누락된 원고에 대한 사업장가입자 자격취득신고를 하면서, 원고가 “신고시점인 2001. 11. 1.부터 사업장가입자 자격이 취득되기를 희망하며 이미 도과된 가입기간 누락으로 인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에 대하여 일체 이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국민연금 미소급 희망각서’를 첨부하여 제출하였고, 이에 피고는 원고가 2001. 11. 1. 사업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라. 그런데 사용자는 2005. 10. 10. 피고에게 원고가 실제 취업한 날로 사업장가입자 자격취득일을 변경하여 줄 것을 신청하는 내용의 ‘국민연금사업장가입자 내역변동신고서’를 제출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5. 10. 11. 원고에 대한 연금보험료 징수권이 시효로 소멸하여 원고의 연금보험료 납부의무도 소멸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위 신고서의 수리가 불가함을 사용자에게 회신하였다.
마. 이에 원고 등은 서울행정법원 2006구합48240호 로 위 회신은 원고 등의 사업장가입자 자격취득일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인 동시에 원고 등이 미납 연금보험료 납부의사를 밝힌 데 대한 수납거부처분이라면서 그 취소를 구한다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7. 6. 28. 위 회신은 행정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 등이 미납보험료를 장차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자격취득일 변경신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납부행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피고의 수납거부처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등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한편, 공공노조 울산지역공공기관지부는 2007. 8. 22. 피고에게 원고 등에 대한 국민연금 미가입기간 동안의 개인부담금을 납부하겠다며, 본인부담금 납부를 허락하여 달라는 취지의 문서(이하 ‘이 사건 문서’라 한다)를 송부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7. 8. 28. 위 문서에 대한 질의회신문의 형태로 위와 같은 민원은 원고 등에 대한 앞서 본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이미 종결된 사항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회신(이하 ‘이 사건 회신’이라 한다)하였다.
사. 원고는 2007. 8. 22. 피고의 울산지사를 방문하여 국민연금가입자 자격취득일인 1992. 6.경부터 2001. 10. 31.까지 미납된 연금보험료(이하 ‘이 사건 연금보험료’라 한다)를 납부하려 하였으나, 피고는 그 수납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 을 제7호증의 1 내지 3,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원고의 주장
⑴ 헌법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기본권인 사회보장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민연금법이 제정된 것인데, 사업장가입자의 경우에는 국민연금법 제11조 에 의하여 사업장에 고용된 때에는 당연히 사업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국민연금법상 사업장가입자자격의 취득일에 관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원고는 사용자가 국민연금법상의 당연적용사업장이 된 1992. 6.경 사업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하였다.
⑵ 국민연금법상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 노령연금 등에 차이가 있고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가 위와 같은 신고누락으로 발생한 부분만큼의 미납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이를 수납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2007. 8. 22. 피고 울산지사를 방문하여 위 미납보험료를 납부하고자 하였음에도 수납을 거부하였는바,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은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다.
⑶ 국민연금법상 사업장가입자자격의 취득일에 관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사용자와 원고 사이에 사업장가입자 자격취득시점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사업장가입자격의 위 합의가 강행규정에 반하는 이상 효력이 없다.
⑷ 피고의 연금보험료 징수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피고가 징수권이 있음을 알게 된 시점, 즉 사용자가 피고의 울산지사에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내역변경신고서를 제출하여 위 기간에 대한 피고의 징수권이 있음을 안날인 2005. 10. 10.의 익일인 2005. 10. 11.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국민연금보험료 징수권은 소멸하지 않았고, 또한, 가사 국민연금보험료 징수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시효이익을 포기하여 미납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연금보험료를 수납할 의무가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⑴ 피고의 본안전 항변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 이 사건 회신은 국민연금법상 연금보험료의 납부의무자가 아닌 공공노조 울산지역공공기관지부장이 보낸 이 사건 문서에 대하여 회신한 것으로, 이 사건 회신으로 인해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변동이 생기지 않으므로 이 사건 회신은 행정처분이 아니다.
㈏ 원고는 연금보험료의 납부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연금보험료의 수납을 요구할 신청권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으로 인해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은 행정처분이 아니다.
㈐ 원고가 서울행정법원 2006구합48240호 로 제기한 사업장가입자자격취득거부처분취소의 소에서, 위 법원은 원고의 소를 각하하여 확정되었는바, 이 사건 소는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하는 것이다.
⑵ 판단
㈎ 먼저, 이 사건 회신에 관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2008. 9. 12.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회신이 아닌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을 취소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회신에 관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다음으로,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에 관하여 본다.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고(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두6333 판결 참조), 국민의 적극적 행위 신청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여기에서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의미는 신청인의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신청인이 실체상의 권리자로서 권리를 행사함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0두9229 판결 참조).
살피건대, 국민연금법 제6조 , 제11조 에 의하면,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제외한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으로 18세 이상 60세 미만인 자는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이고, 사업장가입자는 사업장에 고용되거나 사업장이 당연적용사업장이 된 때에 가입자격을 취득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국민연금법 제17조 , 제47조 , 제61조 , 제72조 에 의하면,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 노령연금액이 달라지고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데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한 기간은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을 위 법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1992. 6.경 사용자가 당연적용사업장이 된 때에 국민연금가입자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1992. 6.경부터 2001. 11. 1. 이전까지는 이 사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하여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한 결과, 이 사건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경우에 비해 기본연금액, 노령연금액, 유족연금의 지급여부에 있어서 법률상 불이익을 입게 됨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는 위와 같은 법률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연금보험료를 수납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원고의 위 신청에 대하여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을 한 것은 원고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것이니,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 끝으로, 이 사건 소가 서울행정법원 2006구합48240호 사건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한다는 본안전 항변에 관하여 살피건대, 거부처분은 행정관청이 국민의 처분신청에 대하여 거절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되고 그 이후 동일한 내용의 새로운 신청에 대하여 다시 거절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새로운 거부처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위 1. 기초사실의 라.항, 마.항에 의하면, 위 확정판결은 사용자가 2005. 10. 10. 피고에게 원고의 사업장가입자 자격취득일을 실제 취업한 날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국민연금사업장 가입자내역변동신고서를 제출하자 피고가 2005. 10. 11. 위 신고서의 수리가 불가함을 회신한 것에 대한 취소를 구한 것임에 반해, 이 사건 소는 2007. 8. 22.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어서,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에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라. 본안에 대한 판단
⑴ 국민연금가입기간에 관한 미소급 희망각서의 효력
개인적 공권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국가 또는 공공단체 기타 공권력을 부여받은 자에 대하여 가지는 작위 · 부작위 · 수인 · 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그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이를 미리 포기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 공권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경우에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사인의 공법행위는 사법행위와 달리 행정법관계의 변동을 가져오므로 행정법관계의 형식적 확실성과 신속한 확정도 보호해야 할 가치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국민연금법은 제11조 에서 사업장가입자는 사업장에 고용된 때 또는 사업장가입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이 당연적용사업장이 된 때에는 사업장가입자가 국민연금가입자 자격을 당연히 취득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 등에서 차이가 발생함에도) 제17조 에서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여, 가입자가 국민연금가입자격을 취득하였음에도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기간이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원고가 제출한 위 미소급 희망각서는 국민연금가입자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기간 산정에 있어 소급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개인적 공권을 전면적으로·미리 포기하는 경우와는 다른 점, 위 미소급 희망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이 사건 연금보험료를 소급하여 납부하여야 하는 부담도 함께 지게 되므로, 위 미소급 희망각서가 원고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위 미소급 희망각서를 제출하면서 표시한 국민연금가입기간 미소급 희망 의사표시는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⑵ 가사, 원고의 국민연금가입기간 미소급 희망 의사표시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공법관계의 신속한 확정이 요구되는 점,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하다가 개인적인 필요성에 따라 미납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자에게 국민연금가입자 자격취득시점까지 가입기간을 인정해 주는 것은, 그동안 연금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하여 온 사람과 비교했을 때 실질적 형평성에 반하는 점, 국민연금법은 제92에서 사업 중단 등의 경우에 한하여 가입자가 연금보험료를 추후 납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을 뿐, 전체적으로 피고의 연금보험료 징수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달리 가입자가 피고에게 연금보험료를 수납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입자가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권리)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 당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연금보험료 징수권은 시효로 인해 소멸된 이후인 점(원고는 징수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2005. 10. 11.이므로 이 사건 수납거부처분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사실상 그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있어서 과실 유무 등은 시효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연금보험료 징수권의 소멸시효는 각 해당 월의 다음달 11.부터 3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연금보험료를 수납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⑶ 소결론
결국,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연금보험료의 수납을 청구할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나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 있어 제1심 판결을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만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