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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다23036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신용장 거래의 대상이 되는 수입물품이 유류화물이고 운송거리가 짧아 2~3일 이내에 화물이 도착할 경우, 네고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을 발행한 개설은행이 화물의 도착이나 그 이후의 행방을 확인하지 아니한 사정이 과실상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네고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이 개설된 사정만으로 개설은행이 운송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한 화물의 인도를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개설은행이 선하증권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의 무단 인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3] 신용장 개설은행이 선하증권을 취득한 후에 개설의뢰인이 수출대금이나 신용장 대지급금을 개설은행에 지급한 경우, 운송인이 개설은행의 선하증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개설은행이 담보권자에 불과하다거나 선하증권상 권리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신영수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외 5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네고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은, 수입업자가 신용등급이 낮아 정상적인 기한부 신용장을 개설할 수 없는 경우 동일한 기한 유예의 효과를 얻기 위해 개설되며 그 개설조건의 내용상 선하증권 발행일로부터 21일이 경과한 스테일 선하증권 수리가능 조건에 일정한 기간 선적서류의 네고를 금지하는 특약까지 부가되어 있는 이례적인 것이고, 위와 같은 신용장 거래의 대상이 되는 수입물품이 유류화물이고 선적항에서부터 도착항까지의 운송거리가 짧아 2~3일 이내에 수입업자에게 화물이 도착할 경우에는, 화물의 도착시점과 네고금지 기간 경과 후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회수하는 시점 사이의 시차가 커서 그 기간 동안 운송인이 도착항에서 유류화물을 보관할 경우 정박료 및 체선료 등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으므로, 운송인이 수입업자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지 않고 유류화물을 인도할 소지가 크며, 신용장 개설은행이 네고금지 기간이 경과된 후에 매입은행의 청구에 따라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서는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담보할 유류화물을 운송인이 그대로 보관하고 있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면, 개설은행이 네고금지 특약이 있는 신용장을 개설할 경우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신용장 대금을 확실히 회수할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고,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담보할 화물의 도착이나 그 이후의 행방에 관하여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개설은행이 이를 게을리 한 경우 과실상계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원고의 과실을 인정하고 과실상계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나, 그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의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다1195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이나 과실비율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과실상계비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운송인이 해상화물운송에서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개설은행이 신용장 개설시에 수출업자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의 매입을 의뢰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네고금지특약을 조건으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용장에 따른 대금지급의 조건이므로 개설은행과 수입업자 및 수출업자 등 신용장을 통한 대금 지급과 관련된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와 관련한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네고금지 특약하에 신용장이 개설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개설은행이 운송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한 화물의 인도를 승낙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개설은행이 선하증권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인의 무단 인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의칙 등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에 수입거래와 관련하여 외환거래약정을 체결하면서 개설의뢰인은 신용장 발행과 화환어음의 인도 및 결제 등의 거래에 수반하는 물품 및 관련서류를 개설은행에 부담하는 채무의 담보로서 개설은행에 양도하기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 대하여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고 선하증권을 취득하는 경우 개설은행은 선적서류 및 수입화물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취득하게 된다. 또한 운송인과 선하증권 소지인 간에는 증권 기재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채권적 효력이 발생하고, 선하증권이 양도되는 경우 운송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물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선하증권에 화체되어 선하증권이 양도됨에 따라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이전되므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개설은행은 선하증권이 표창하는 권리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에게 운송인의 운송물 무단인도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개설은행이 선하증권을 취득한 후에 개설의뢰인이 수출대금이나 신용장 대지급금을 개설은행에 지급한 경우라도 선하증권이 당연히 개설의뢰인에게 양도되거나, 선하증권상의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선하증권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으로부터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양수받지 않는 한 운송인에 대하여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여전히 개설은행이 대외적으로 완전한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은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의 선하증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담보권자에 불과하다거나 원고의 선하증권상 권리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선하증권상 권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안대희 차한성(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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