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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7다224302 판결
[추심금][공2021하,2246]
판시사항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된 이후에 차주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현저한 변경이 생겨 장차 대주의 대여금반환청구권 행사가 위태롭게 되는 등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대여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 대주가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민법 제2조 제1항 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민법 제536조 제2항 에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게 된 채권자가 계약 성립 후 채무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사유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민법 제599조 는 “대주가 목적물을 차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소비대차는 그 효력을 잃는다.”라고 정한다. 위 규정의 취지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물이 인도되기 전에 당사자의 일방이 파산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어져 당초의 계약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한 사정변경을 반영한 것이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된 이후에 차주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현저한 변경이 생겨 장차 대주의 대여금반환청구권 행사가 위태롭게 되는 등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대여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 대주는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판례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1132 전원합의체 판결 (공1985, 721)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공1991, 175)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8791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공2021하, 1269)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승 담당변호사 김동욱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현대건설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임성택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4. 6. 선고 2016나2047605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2조 제1항 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1132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536조 제2항 에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게 된 채권자가 계약 성립 후 채무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사유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879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민법 제599조 는 “대주가 목적물을 차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소비대차는 그 효력을 잃는다.”라고 정한다. 위 규정의 취지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물이 인도되기 전에 당사자의 일방이 파산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어져 당초의 계약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한 사정변경을 반영한 것이다 .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된 이후에 차주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현저한 변경이 생겨 장차 대주의 대여금반환청구권 행사가 위태롭게 되는 등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대여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 대주는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들은 2010. 9. 30. 이 사건 재개발조합과 재개발사업에 관한 공사도급가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들이 재개발조합에 사업추진경비를 400억 원의 한도 안에서 무이자로 대여해 줄 수 있고(제16조 제1항), 다만 조합운영비는 계약체결월부터 공사완료일 후 3개월까지 매월 25일 16,500,000원씩, 1,287,000,000원의 한도 안에서 무이자로 대여하며(제2항), 설계비 및 행정용역비 대여는 재개발조합과 설계용역업체 및 행정용역업체 간에 체결한 계약서를 참조하여 재개발조합과 피고들이 협의하여 대여하기로 한다(제9항).’고 정하였다. 또한 공사도급가계약에 의하면, 재개발조합은 사업추진경비 대여와 관련하여 대의원회 또는 임원회의 회의록을 첨부하여 피고들에게 요청하고,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피고들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제16조 제4항).

나. 피고들은 2010. 10. 1. 재개발조합과 채권자 ‘피고들’, 채무자 ‘재개발조합’, 대여금액 ‘40,000,000,000원’을 내용으로 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고(이하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당시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이었던 소외 1과 임원이었던 소외 2 등이 대여금의 반환을 연대보증하였다.

다. 피고들은 재개발조합의 별도 요청 없이 재개발조합에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2010. 11. 10. 115,500,000원(7개월분), 2011. 3. 25. 49,500,000원(3개월분)을 지급하였고, 2011. 4. 25.부터 2011. 12. 23.까지는 매월 25일경 16,500,000원씩 지급하였다. 그런데 2011. 12.경부터 재개발조합의 내분이 격화되자 피고들은 2012. 1.분부터의 조합운영비를 지급하지 않다가, 2012. 9. 28.과 2012. 11. 2. 재개발조합의 요청에 따라 각 5,500,000원씩을 지급하였다. 이후 재개발조합은 피고들에게 조합운영비의 대여를 요청하지 않았고, 피고들도 재개발조합에 조합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라. 피고들은 2010. 11. 9.부터 2011. 9. 5.까지 16회에 걸쳐 재개발조합에 사업추진경비(조합운영비 제외) 합계 4,488,468,014원을 무이자로 대여하였다. 재개발조합은 2012. 4. 27. 대의원회의 결의에 따라 피고들에게 대의원회 회의록 등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사업추진경비 명목으로 821,936,130원의 대여를 요청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여요청’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고들은 2012. 5. 2. ‘재개발사업의 지연 및 그에 따른 사업비 증가, 사업성 악화, 조합설립 당시 조합원들에게 공지된 사업비 규모 및 조합원 분담금의 막대한 증가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이 객관적ㆍ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점에 비추어, 무리한 사업의 진행은 당사업단의 손실뿐만 아니라 조합원에게도 큰 손실이 될 것이 자명하므로 금전의 대여를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는 이유로 대여요청을 거절하였다.

마. 원고는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용역비 215,820,000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지급명령을 받았고, 지급명령은 2012. 11. 3. 확정되었다( 인천지방법원 2012차12364 ). 이후 원고는 2014. 11. 13. 확정된 지급명령 정본에 의하여 재개발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사업추진경비 등 약정금지급청구권에 관하여 압류ㆍ추심명령을 받은 다음, 이를 추심하기 위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바. 한편 재개발조합은 2011년 말경부터 현재까지 기존의 조합장인 소외 1을 위시한 세력(이하 ‘소외 1 세력’이라고 한다)과 이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세력(이하 ‘비대위 세력’이라고 한다)으로 나뉘어져 조합 운영권을 두고 법적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그 사이 소외 1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조합장에서 당연 퇴임하였고, 이후 조합장이 선임되지 않고 있다.

사. 이 사건 재개발사업은 당초 2010. 6. 시공사를 선정한 후 2011. 5.경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것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2011. 5. 9. 지질조사를 위한 굴착작업을 한 것 이외에는 현재까지 달리 진행된 내용이 없고, 실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행위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아. 피고들은 2016. 11. 14. 재개발조합에 ‘재개발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한 계획 및 일정수립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최고하였다. 재개발조합이 이에 대하여 회신을 하지 않자, 피고들은 2016. 12. 6. 재개발조합에 공사도급가계약의 해제를 통보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가. 조합운영비, 설계비 및 행정용역비를 제외한 사업추진경비(이하 ‘사업추진경비’라고 한다)의 경우에 공사도급가계약과 소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 및 그 내용, 이후 피고들이 재개발조합에 사업추진경비를 대여한 경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공사도급가계약 및 소비대차계약에 따라 재개발조합이 대의원회 또는 임원회의 회의록을 첨부하여 대여를 요청하는 경우에 당해 사업추진경비에 대하여 확정적인 대여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조합운영비의 경우에는 공사도급가계약 제16조 제2항에서 대여금액, 대여시기, 대여기간을 명확히 정하고, 이후 피고들이 재개발조합에 조합운영비를 대여할 때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별도의 대여 요청 없이 계약상 정해진 일자에 정해진 금액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공사도급가계약의 체결만으로 조합운영비에 대하여 확정적인 대여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설계비 및 행정용역비의 경우에는 공사도급가계약 제16조 제9항에 따라 재개발조합과 피고들 사이의 협의가 있을 때에 비로소 피고들이 확정적인 대여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재개발조합은 2011. 5.경 지질조사를 위한 굴착작업을 한 이후로 현재까지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공사를 진행한 바 없고, 2011. 12.경부터 기존 조합장인 소외 1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비대위 세력 사이에 법적 분쟁이 본격화하여 그때부터는 재개발조합의 집행부가 제대로 구성되지도 않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조합의 경우 조합원들 개인의 자산 이외에 특별한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자가 재개발조합에 거액의 사업추진경비를 대여하는 것은 재개발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재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2012. 5. 2. 대여요청을 거절할 당시부터 이미 재개발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무위로 돌아갈 위험이 있어 피고들이 재개발조합에 사업추진경비나 조합운영비를 대여하더라도 장차 대여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위태롭게 되는 등의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경우 피고들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대여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은 공평과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들은 재개발조합에 대하여 사업추진경비 및 조합운영비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피고들의 사업추진경비 및 조합운영비 대여의무 성립에 대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점이 있지만, 피고들이 재개발조합에 대하여 사업추진경비 및 조합운영비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자의 사업추진경비나 조합운영비 대여의무 성립 및 그 이행거절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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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

-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성립 이후 대주의 대여금반환청구권 행사가 위태롭 게 되는 등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대주가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 윤혜원 법원도서관

- 소비대차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차주의 사정변경에 따른 대주의 대여의무 이행거절 가부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판례공보스터디

관련문헌

- 윤혜원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성립 이후 대주의 대여금반환청구권 행사가 위태롭 게 되는 등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대주가 대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제129호 / 법원도서관 2022

- 홍승면 소비대차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차주의 사정변경에 따른 대주의 대여의무 이행거절 가부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Ⅲ-상: 2021. 7. 1.자 공보 ~ 2021. 12. 15.자. 공보 / 서울고등법원 판례공보스터디 2022

- 김기홍 코로나19 위기의 개인채무자 구제 : -계약법적 구제수단과 도산법적 구제수단 사법 59호 / 사법발전재단 2022

참조판례

-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1132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8791 판결

-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참조조문

- 민법 제2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민법 제536조 제2항 위헌조문 표시

- 민법 제599조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113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8791 판결

인천지방법원 2012차12364

본문참조조문

- 민법 제2조 제1항

- 민법 제536조 제2항

- 민법 제599조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7. 4. 6. 선고 2016나204760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