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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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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007. 4. 3. 선고 2006고단4853 판결
[병역법위반] 항소[각공2007.5.10.(45),1128]
판시사항

[1] 형집행에 복종할 의무와 병역의무의 관계

[2] 병역법 제86조 에 정한 도망 또는 행방을 감추는 행위의 의미

[3] 스스로 검찰청에 찾아가 벌금미납 사실을 알리고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구치소에 노역장유치 수용됨으로 인하여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를 면제받은 것이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병역의무 기피목적의 ‘도망 또는 잠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형벌권 집행에 복종할 의무와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소집통지에 응할 의무는 성질상 두 가지를 동시에는 이행할 수 없는 것으로서 각 의무 상호간에 충돌·경합이 생긴 경우라 할 것인데, 관련 법령의 규정들 특히, 병역법같은 법 시행령이 ‘형의 집행’을 병역의무자에 대한 징집, 소집, 입영 등과 관련하여 당연 연기사유로 규정하면서 그 연기사유 해소 이후의 소집 절차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상 ‘형의 집행’과 관련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을 그 집행에 대한 연기 또는 유예, 감면 등의 예외 사유로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병역의무 중 ‘징집, 소집, 입영’ 등에 대한 관계에서는 ‘형의 집행’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2]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도망 또는 행방을 감추는 행위라고 함은 같은 법 제88조 소정의 ‘입영 등의 기피’와는 달리 그 자체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거나 감면받을 상태를 야기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3] 스스로 검찰청에 찾아가 벌금미납 사실을 알리고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구치소에 노역장유치 수용됨으로 인하여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를 면제받은 것이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병역의무 기피목적의 ‘도망 또는 잠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연실

변 호 인

변호사 신원삼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5. 3. 28. 부산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같은 해 12. 22. 부산구치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 같은 해 12. 20. 같은 법원에서 사기죄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람으로 병역의무자인바,

2006. 7. 12. 부산 금정구 서동 (지번 생략) 피고인의 집에서 같은 해 8. 24. 13:00까지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 소재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라는 부산지방병무청장 명의의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서를 전달받자, 1996년 2월경부터 2006년 5월경까지 순차로 대학진학, 공군장교선발시험 응시, 대학원진학, 사법시험 2차 시험 응시, 동생의 현역병 입영, 징역형 집행, 자격시험 응시 등의 사유로 7회에 걸쳐 입영기일을 연기하여 왔고 병역법에 의하여 31세가 되는 해인 2007. 1. 1.부터 제2국민역에 편입되어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가 면제됨을 기화로, 소집기일인 2006. 8. 24. 12:00경 대전지방검찰청에 스스로 찾아가 위 벌금 700만 원의 미납사실 및 벌금납부능력이 없음을 밝히며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 무렵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이 피고인이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고 대전지방검찰청에 찾아갔다는 사실을 연락받은 부산지방병무청 대체복무팀 소속 직원 공소외 2와 위 검찰청 집행과 소속 직원 공소외 3이 협의하여 피고인에게 소집에 응할 것을 권유하면서 노역장유치처분을 집행하지 아니하고 13:46경 돌려보내자 같은 날 19:30경 부산지방검찰청에 찾아가 다시 벌금미납사실과 벌금납부능력이 없음을 밝히며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같은 날 22:50경 부산 사상구 주례3동 666 부산구치소에 노역장유치 수용됨으로써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도망하였다.

2. 판 단

가. 사실관계 및 쟁점

(1)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의 사실관계 자체는 대부분 그대로 인정되고,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피고인의 병역의무 및 노역장유치 수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병역의무 관련

① 피고인은 1995년 3월경 1급 현역입영대상자로 판정받아 1996. 2. 6. 최초 입영통지를 받았으나 대학진학을 이유로 입영기일을 연기받은 것을 비롯하여 2005. 1. 17.까지 5차례에 걸쳐 입영기일을 연기받아 오던 중 2005. 9. 26. 수형사유(공소사실 모두 기재의 2005. 3. 28. 선고받은 징역 10월형의 집행)로 보충역으로 편입되었다.

② 피고인은 이후 2006. 5. 11.까지 2차례 더 입영기일을 연기받았으며, 마지막으로 2006. 7. 12. “병역의무 부과내용: 공익근무요원소집, 소집일자: 2006. 8. 24., 소집부대: 육군훈련소”로 된 이 사건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를 받았으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소집일자인 2006. 8. 24. 22:50경 부산구치소에 노역장유치 수용됨으로써 소집에 응할 수 없게 되었다.

(나) 노역장유치수용 관련

① 한편, 피고인은 2005. 12. 20. 부산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벌금 700만 원(환형유치 1일 5만 원)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2006. 5. 7. 확정되었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자 부산지방검찰청에서는 2006. 8. 21. 피고인에게 벌금 납부 독촉을 하였다.

② 그 후 피고인은 2006. 8. 24.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스스로 부산지방검찰청에 찾아가 벌금납부능력이 없음을 밝히며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그날 바로 노역장유치집행지휘(벌금 700만 원, 환형유치 1일 5만 원, 노역장유치 140일)를 하였으며, 그에 따라 피고인은 2006. 8. 24.부터 부산구치소에 노역장유치 수용되었고, 이후 2006. 11. 24. 이 사건으로 공소제기되어 재판이 계속중이던 2007. 1. 10. 위 유치집행을 완료하였다.

(2) 이에 검사는 피고인의 행위를 ‘병역의무 기피목적의 도망’에 해당한다고 보고 병역법 제86조 위반으로 의율·기소하였다.

한편, 피고인 역시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대체로 이를 인정하고 있으나, 다만 위 노역장유치수용은 어디까지나 법률에 따른 형집행의 일환이고, 이는 병역법상으로도 적법한 입영연기사유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며,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도저히 위 벌금 700만 원을 납부할 능력이 되지 않아 노역장유치집행을 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는데 위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에 그대로 응할 경우 육군훈련소에 입영하여 훈련을 받는 중이거나 또는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중에 불시에 노역장유치집행을 당할 수 있고, 그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이나 신분상의 불안정성 등을 염려한 나머지 숙고 끝에 우선 노역장유치집행을 먼저 완료한 다음 병역의무를 이행하려 한 것으로서,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노역장유치수용을 당한 것을 두고 병역법 제86조 를 위반하여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도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등의 취지로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적극 다투고 있다.

(3)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의 행위, 구체적으로는 피고인이 스스로 검찰청에 찾아가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노역장유치수용을 당한 것을 두고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병역의무 기피목적의 ‘도망’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여부 및 나아가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병역의무 기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라 할 것이다.

나. 병역법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 : 별지 참조.

다. 판 단

(1) 노역장유치수용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익근무요원소집통지서를 받고서도 그 소집일로 지정된 당일에 소집에 불응한 채 스스로 검찰청에 찾아가 판결이 확정된 위 벌금 700만 원을 납부할 능력이 없음을 밝히며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후 이루어진 노역장유치의 집행 및 그에 따른 구치소 수용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의사표시와는 무관하게 어디까지나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에 따른 국가형벌권 집행의 일환으로 형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형집행기관이 행한 처분인바, 피고인으로서는 벌금을 완납하지 못한 이상 마음대로 그 노역장유치집행의 여부나 시기, 방법 등을 결정·선택하거나 이에 직접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것이고, 이와 같은 형집행기관의 처분에 마땅히 복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2) 형집행과 병역의무의 관계에 관하여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소집통지일인 2006. 8. 24.경 당시 앞서 본 바와 같은 국가형벌권 집행에 복종할 의무와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소집통지에 응할 의무라는 두 가지 의무를 함께 지고 있었고, 그 각 의무는 성질상 두 가지를 동시에는 이행할 수 없는 것으로서 각 의무 상호간에 충돌·경합이 생긴 경우라 할 것인데, 관련 법령의 규정들 특히, 병역법같은 법 시행령이 ‘형의 집행’을 병역의무자에 대한 징집, 소집, 입영 등과 관련하여 당연 연기사유로 규정하면서 그 연기사유 해소 이후의 소집 절차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상 ‘형의 집행’과 관련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을 그 집행에 대한 연기 또는 유예, 감면 등의 예외 사유로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병역의무 중 ‘징집, 소집, 입영’ 등에 대한 관계에서는 ‘형의 집행’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병역법 제71조 는 원칙적으로 31세를 기준으로 입영의무 등의 감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단서 각 호에서 예외적으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감면 기준일을 36세로 연장하고 있으나, 앞서 본 ‘징집, 소집, 입영’ 등에 관한 규정들과는 달리 이 경우에는 ‘형의 집행중에 있는 사람’에 관하여 그 단서 각 호에 아무런 규정이 없는바, 피고인은 위 노역장유치수용으로 인하여 소집에 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31세가 되는 해인 2007. 1. 1.이 경과한 후인 2007. 1. 10.에야 위 유치집행을 완료하게 됨으로써, 관련 법령의 해석상 결과적으로( 병역법 제71조 단서 각 호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일응은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가 면제되고, 제2국민역에 편입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3) ‘도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병역법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의율·기소한 제86조 (병역기피 목적 도망·신체손상 등)와는 별도로 제88조 에서 입영 또는 소집을 기피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위 각 규정들의 해석상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도망 또는 잠적’하는 행위라고 함은 제88조 소정의 ‘입영 등의 기피’와는 달리 그 자체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거나 감면받을 상태를 야기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피고인 자신의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스스로 형집행기관에 찾아가 노역장유치처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전부라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은 노역장유치수용의 성질 및 그에 따른 국가에 의한 피고인 신병의 확보와 그 결과로서의 병역의무(이 사건에서는 소집에 응할 의무) 이행 장애상태의 초래, 형집행 및 병역의무의 관계, 관련 법령의 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두고 병역법 제86조 소정의 병역의무 기피목적 ‘도망 또는 잠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물론이고 국어해석상으로도 무리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의무의 충돌·경합 상태에서의 국가의 법령에 따른 적법한 권한의 선택·행사 및 그 결과(노역장유치수용 및 그에 따른 소집의 당연 연기와 병역법 제71조 규정에 따른 결과적인 소집의무의 면제)와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으로서는 마땅히 이에 복종하고 그 결과를 수인할 의무가 있을 뿐이므로, 피고인이 오로지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한 의도하에 그 방편으로 처음부터 위와 같은 결과까지 미리 예상하여 위 사기죄를 저지르고 나아가 그 이후의 제반 일정이나 상황까지도 같은 의도하에 적극적·계획적으로 연출·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증거도 없는 이 사건에서, 이를 피고인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도 없거니와 이와 대하여 피고인에게 어떤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라. 소결론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의 행위를 병역의무 기피목적의 ‘도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하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나타난 당시 피고인의 경제형편이나 노역장유치집행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한 진술, 위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사기죄의 범행내용, 그 판결확정 및 이후 노역장유치 수용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등을 종합하면, 위 2.가.(2)항에 본 바와 같은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이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고, 반면에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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