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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다5310 판결
[대문철거및토지인도등][미간행]
판시사항

[1]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갑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토지 일부에 을 소유 주택의 담장 및 대문이 설치되어 있고, 담장 왼쪽 부분은 을 주택의 마당으로, 오른쪽 부분은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데, 갑이 을을 상대로 담장 및 대문을 철거하고, 담장 왼쪽 부분 토지의 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의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담장 등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재훈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길 담당변호사 문정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주관적으로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권리의 행사로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33624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판시 증거에 의하여 ① 원고는 2014. 10. 2. 누나 소외 1로부터 순천시 (주소 1 생략) 대 49㎡(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② 피고는 이 사건 토지와 인접한 순천시 (주소 2 생략) 대 195㎡[이하 ‘(주소 2 생략) 토지’라 한다] 및 그 지상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 ③ 이 사건 토지 중 판시 도면 표시 부분에 피고 주택의 이 사건 담장 및 대문이 설치되어 있고, 그 담장 왼쪽 부분인 판시 도면 표시 (가)부분 40㎡[이하 ‘(가)부분 토지’라 한다]는 피고 주택의 마당으로, 담장 오른쪽 부분인 판시 도면 표시 (나)부분 9㎡[이하 ‘(나)부분 토지’라 한다]는 도로로서 인근 주민과 일반 공중의 교통에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담장 및 대문을 철거하고, (가)부분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런 다음 원심은 피고의 권리남용 항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담장과 대문의 철거 및 (가)부분 토지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의 누나 소외 1은 피고 소유의 (주소 2 생략) 토지에 인접한 (주소 3 생략) 토지와 지상 주택 및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2011. 9. 2.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직후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주택을 신축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 1이 피고 주택의 옆에 있는 골목길을 통행로로 사용하는 문제로 피고와 분쟁이 발생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14. 10. 2.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1이 채무자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지상권설정등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2) 피고는 2008. 12. 26. (주소 2 생략) 토지 및 지상 주택을 매수한 이후 현재까지 토지의 경계를 변경한 적이 없고, 피고 주택은 그 형상에 비추어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온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토지는 면적과 형태로 보아 원고 주장과 같이 신축주택의 대지로 사용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고, 특히 (나)부분 토지는 인접한 순천시 (주소 4 생략) 도로와 함께 인근 주민과 일반 공중이 사용하는 도로로서, 이를 침범하여 주택을 신축하는 것은 공중의 교통에 지장을 초래하여 허용되기 어려우며, 원고 주장대로 주택을 신축할 경우 피고 주택은 원고 및 소외 1의 주택에 의하여 둘러싸이는 형태가 된다.

4) 피고 주택의 옆면에 접한 진입로는 계단식 골목길이어서 피고가 그 쪽으로 출입구를 개설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이 사건 토지와 달리 위 골목길로는 차량이 통행할 수 없어 주택의 효용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청구가 받아들여져 원고 주장처럼 주택이 신축될 경우 사실상 피고 토지는 맹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토지가 길고 가운데가 꺾인 형태여서 그 위에 독립된 주택을 신축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원고의 모 소외 2가 소유한 순천시 (주소 5 생략) 토지 및 위 (주소 4 생략) 도로와 각 인접하고 있어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소외 2의 토지 및 그 주택의 가치를 높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는 49㎡인데 그중 대부분인 40㎡를 피고가 이 사건 담장 및 대문의 부지와 마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피고 주택의 담장과 대문을 철거하고 마당의 일부를 인도하라는 것으로서, 이로 인해 피고 주택 본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철거되거나 훼손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원고가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나)부분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하더라도 피고는 그 주택에 인접한 계단식 골목길 쪽으로 새로운 출입구를 개설함으로써 공로에 이를 수 있다.

라.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담장 및 대문의 철거와 (가)부분 토지의 인도를 청구한다고 하여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피고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원고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다거나, 위 청구가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피고의 주택이 원고 측의 주택으로 둘러싸인다거나, 피고가 새로운 출입구를 개설하는 데에 비용이 소요되고, 그곳으로는 차량이 통행할 수 없어 피고 주택의 가치가 감소하는 등 원고가 얻을 이익보다 피고가 입을 손해가 훨씬 크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고의 이 사건 담장 등 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김소영 이기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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