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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8다249018 판결
[구상금][미간행]
판시사항

[1]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않고 발행한 선하증권의 효력(무효)

[2] ‘스위치 선하증권(Switch B/L)’의 의미와 이를 발행하는 이유 / 스위치 선하증권을 발행할 권한을 갖는 자 / 권한 없는 자가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의 효력(무효) / 제3자가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운송인이 최초 발행한 원선하증권을 교부받은 것만으로 제3자에게 운송물의 점유가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하거나 제3자가 새롭게 운송을 인수하여 원선하증권을 대체하는 스위치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는지 여부(소극) / 운송인이 아닌 제3자가 발행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 스위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위 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자에게 발행인으로서 책임을 지는지 여부(소극)

원고,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성극 외 3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올스타지엘에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홍경 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으로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이고,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47585 판결 등 참조).

나. 이른바 스위치 선하증권(Switch B/L)은 운송인이 최초 발행한 선하증권(이하 ‘원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대체하여 발행하는 것으로 주로 선적 이후에 수하인이나 물량 등 수출입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기 위한 경우 또는 한 건의 선하증권을 분할하거나 반대로 여러 건의 선하증권을 통합할 필요가 있을 경우 등 원선하증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특수한 목적을 위하여 발행하게 된다. 이러한 스위치 선하증권도 유효한 선하증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선하증권의 발행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즉, 스위치 선하증권도 운송물을 수령하고 발행하여야 하므로 발행권자는 원칙적으로 운송계약의 당사자로서 원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이나 선박소유자 또는 운송인의 위임을 받은 선박대리점이나 운송주선인 등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의 교부를 위임받은 자이어야 하고, 권한 없는 자가 발행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선하증권이라고 볼 수 없다( 상법 제852조 , 제855조 참조). 따라서 제3자가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원선하증권만을 교부받았다고 하여 운송물의 점유가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새롭게 운송을 인수하여 원선하증권을 대체하는 스위치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

다. 나아가 선하증권의 발행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은 효력이 없으므로 이러한 무효인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운송인이 아닌 자가 그 문언증권성에 따라 발행인으로서 스위치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도 볼 수 없다 .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코오롱글로벌 주식회사(이하 ‘코오롱’이라고 한다)는 중국의 후앙시 써니 싱예 스트립(Huangsi Sunny Xingye Strip Co. Ltd., 이하 ‘후앙시’라고 한다)으로부터 153,775㎏ 상당의 강판 코일 21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를 ‘운임포함 인도(Cost and Freight, CFR)’ 조건으로 매수하여 태국의 코트코 메탈 워크스 리미티드(Cotco Metal Works Limited, 이하 ‘코트코’라고 한다)에 ‘운임, 보험료 포함 인도(Cost, Insurance and Freight, CIF)’ 조건으로 매도하는 중계무역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후앙시는 하이슌 오버시스 코퍼레이션(Hai Shun Overseas Corporation, 이하 ‘하이슌’이라고 한다)에 운송을 의뢰하였고, 하이슌은 아래와 같이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한 후 송하인(shipper)을 후앙시, 수하인(consignee)을 우리은행의 지시인, 통지처(notify address)를 코오롱으로 하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제1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였다.

다. 코오롱은 코트코가 신용장을 개설한 크룽 타이 뱅크 퍼블릭 컴퍼니 엘티디(Grung Thai Bank Co., Ltd, 이하 ‘타이은행’이라고 한다)로부터 매도대금을 추심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제1선하증권을 대체하는 선하증권의 발행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송하인을 후앙시, 수하인을 타이은행의 지시인, 통지처를 코트코로 하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고 코오롱으로부터 서류비용 명목으로 240달러를 지급받았다.

라. 한편 이 사건 화물은 2015. 5. 28. 중국 상하이항에서 선적되어 2015. 6. 8. 방콕항에 도착하였으며 방콕항의 야적장에서 8일 동안 보관되었다가 2015. 6. 16. 코트코 공장으로 운송되었는데, 포장을 풀었더니 21개 중 18개의 코일에서 녹손이 발견되었다. 코트코는 이 사건 화물 중 3개만 정상 물품으로 수령하였다.

마. 원고는 코오롱과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 중 위험을 담보하기 위한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인데, 코트코로부터 녹손이 발견된 18개의 코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받자 검정인에게 이 사건 화물을 검사하도록 하였고, 검사 결과 방콕항에 임시로 보관 중 비로 인해 화물이 침수되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자 코트코에 잔존물 매각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손해보험금을 지급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가. 피고가 중계무역업자인 코오롱의 요청에 따라 발행·교부한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은 중계무역의 거래 구조상 원선하증권의 내용을 변경시킬 필요가 있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이다.

나. 그런데 피고는 위 중계무역에서 최종 수입업자인 코트코와의 관계에서 송하인의 지위에 있는 코오롱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고,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으로서 원선하증권인 이 사건 제1선하증권을 발행한 하이슌으로부터 원선하증권을 대체하는 스위치 선하증권의 발행에 관하여 권한을 위임받은 적도 없다. 따라서 운송인이 아닌 자가 발행한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은 선하증권으로서 발행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적법한 선하증권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코오롱 또는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을 실제로 수령하지 않고 이 사건 제1선하증권만을 교부받았다고 하여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았다고 볼 수 없고,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피고가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고 하여 새롭게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이 아니므로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다. 나아가 운송인이 아닌 자가 발행한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이 적법한 선하증권이 아니라서 유가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는 이상, 이를 선의로 취득한 자에 대하여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도 볼 수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제1선하증권을 대체하여 스위치 선하증권인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스스로 운송인이 되었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사건 제2선하증권의 발행인으로서 이를 선의로 취득한 코트코에 대하여 운송인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운송인의 개념과 선하증권의 선의취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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