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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1.15. 선고 2020구합56902 판결
소멸채권환급청구거부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56902 소멸채권 환급청구 거부처분 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이경

담당변호사 김수언

피고

금융감독원장

변론종결

2020. 11. 20.

판결선고

2021. 1. 1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9. 12. 20. 원고에게 한 소멸채권 환급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해자 B(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19. 4. 10.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C 명의 D은행 계좌(이하 '피해금 송금계좌'라 한다)로 1억 2,400만 원을 송금하였는데, 같은 날 위 피해금 송금계좌에서 원고 명의 E은행 계좌로 5,000만 원이 이체되었고, 위 E은행 계좌에서 600만 원이 원고 명의 기업은행 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로 이체되었다.

나. 피해자는 2019. 4․ 12.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조에 따라 D은행에 피해구제를 신청하였고, 기업은행은 2019. 4. 15․경 D은행과 E은행의 순차 지급정지 요청에 따라 법 제4조에 근거하여 이 사건 계좌에 대하여 지급정지 조치(이하 '이 사건 지급정지'라 한다)를 취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다. 피고는 2019. 4. 19, 기업은행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계좌의 예금채권 잔액 3,000,244원(이하 '이 사건 소멸채권'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 제5조의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를 하였으며, 그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2019. 6. 20. 이 사건 소멸채권의 소멸사실을 공고하였다. 기업은행은 2019. 7. 4. 법 제10조에 따라 이 사건 소멸채권 상당액을 피해자에게 피해환급금으로 지급하였다.

라. 원고는 2019, 8, 16. 피고에게 법 제13조에 따라 이 사건 소멸채권의 환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9. 12. 19. '이 사건 소멸채권이 정당한 권원에 의해 취득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지급정지 및 채권소멸절차 대한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소멸채권 환급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9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3.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의 이 사건 소멸채권 환급청구는 아래와 같이 법 제13조 제1항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제1호 요건 충족

이 사건 계좌는 사기이용계좌가 아니고(제7조 제1항 제1호 해당), 이 사건 소멸채권은 환전거래라는 정당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취득한 것이다(제7조 제1항 제2호 해당). 원고가 피해금 송금계좌로부터 송금 받은 5,000만 원 및 그중 이 사건 계좌로 이체된 600만 원은 마카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공동운영하는 원고와 F이 환전서비스를 요청한 G에게 한화를 홍콩달러로 환전해 주는 과정에서 환전 대상원화 및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닌 환전거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원고와 F은 환전고객인 G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그 환전 대상 원화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모른 데 중대한 과실도 없다.

2) 제2호 요건 충족

원고가 이 사건 지급정지 및 채권소멸절차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지급정지 직후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던 수사관으로부터 '수사결과 환전거래로 돈을 받은 것이라는 원고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 사건 지급정지가 해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사결과에 따른 지급정지 해제를 기다렸으나, 결국 수사지연으로 이의제기 기간을 놓친 것이다. 또한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의 통지를 받지도 못하였다.

나. 판단

1) 제13조 제1항 제1호 요건의 충족 여부

가) 법 제13조 제1항은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소멸채권 환급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제7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를 하나의 요건으로 들고 있다.

나) 우선, 법 제7조 제1항 제1호는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로, 사기이용계좌란 '피해자의 자금이 송금·이체된 계좌 및 해당 계좌로부터 자금의 이전에 이용된 계좌'(제2조 제4호)를 말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해금 1억 2,400만 원을 입금한 피해금 송금계좌에서 같은 날 5,000만 원이 원고 명의 E은행 계좌로, 그중 600만 원이 이 사건 계좌로 각 이체되었는바, 이 사건 계좌는 피해금 송금계좌로부터 자금의 이전에 이용된 계좌, 즉 사기이용계좌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다) 다음으로, 법 제7조 제1항 제2호는 '소멸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명의인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취득한 것임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 다만, 해당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사기이용계좌로 이용된 경위, 거래행태, 거래내역 등의 확인을 통하여 명의인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갑 제3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소멸채권을 G에 대한 환전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그 환전 대상 원화 내지 수수료로서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같은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환전거래는 정당한 권원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정당한 권원이라고 볼 수 있더라도 원고는 G이 송금한 금원이 보이스피싱의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원고는 F과 함께 마카오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여행객 등에게 환전서비스를 제공해 오기는 하였으나, 이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로 등록하거나 외국환중개업회사를 인가받지 않은 채 불법적인 사설환전상을 운영(이른바 '환치기') 해온 것이다. 무등록 환전업은 외환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각종 범죄의 자금조달 및 그 범행수익 세탁 등의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바, 외국환거래법은 무등록 외국환업무취급업자 등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27조의2).

(2) 원고와 F은 마카오의 다른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H의 소개로 2019. 4. 10. G에게 총 한화 1억 5천만 원을 홍콩달러 약 100만 달러로 환전해주었다. 당시 F은 G과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게임하시려는지요?"라고 물었고, H과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여기서 출국금지 시키고 잡아야 하는데"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H은 "잘 판단하셔서 하세요, 워낙 무서워서요"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F은 경찰 수사관에게 보낸 메일에서 "G과의 환전거래가 끝난 뒤, 'G이 약속시간을 계속 미룬 점, 시원한 실내인데도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던 점, 환율을 묻지도 않고 잘 모른 점, 달러도 정확히 세어보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던 점 등에 비추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G을 뒤쫓아 가 신분증 사진을 찍어두었다. G이 신분증을 꺼내 건네줄 때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G과의 환전거래 당시 상황에다가 그 환전액수, 사설 환전업의 불법성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F은 G에 대한 환전서비스 제공이 도박 등 범죄자금 조달뿐 아니라 기타 범행수익 세탁 등의 용도로 악용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고 보인다.

(3) 설령 원고와 F이 G의 환전 의뢰 금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하더라도[G과의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F은 당초 G이 환전 의뢰한 금원을 보석거래대금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법에서 금지하는 무등록환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법 환전 행위를 한 것 자체가 법 제7조 제1항 제2호 본문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권원에 의한 취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같은 호단서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좌가 사기이용계좌로 이용됨을 알지 못함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F이 G과의 환전거래가 이미 끝난 뒤 그 신분증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계좌의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원고의 이 사건 소멸채권 환급청구는 제7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제13조 제1항 제2호 요건의 충족 여부

가) 법 제7조 제1항은 지급정지 계좌의 명의인은 그 지급정지일부터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 금융회사에 지급정지 및 채권소멸절차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13조 제1항 제2호는 '제7조 제1항에 따른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소멸채권 환급청구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나) 살피건대, 갑 제1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담당 수사관이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에게 수사결과에 따라 이 사건 지급정지가 해제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오히려 이 법원의 경상북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담당 수사관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설령 담당 수사관이 그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수사기관이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경우',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이 해당 사기이용계좌와 관련하여 전기통신사기를 목적으로 한 범죄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경우(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액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제외)' 등을 지급정지 및 채권소멸절차의 종료사유로 정하고 있는 관계 법령(법 제8조 제1항 제3호, 제5호,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호 등)의 내용을 안내한 것에 불과한바, 수사결과에 따라 이 사건 지급정지가 종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언제 끝날 지, 어떤 결과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 2개월씩이나 이 사건 지급정지를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고 이의 제기를 해태한 것에 어떠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갑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를 우편으로 통지하였으나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자 이를 문자메시지로 통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앞서 이 사건 지급정지 사실을 통지받고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바, 법상 위 지급정지 조치에 뒤따르는 채권소멸절차에 대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의 이 사건 소멸채권 환급청구는 법 제1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소결

원고의 이 사건 소멸채권 환급청구는 그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형순

판사 김송

판사 이디모데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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