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하는 부부의 일방의 상대방에 대한 부양료 지급청구권 유무
나. 부가 처에게 자신의 주소에서 동거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부부의 나이 및 가족관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동거청구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부의 전처 소생의 장남과 처의 사이가 과거에 좋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는, 처가 부의 동거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민법 제826조 제1항 이 규정하고 있는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무는 정상적이고 원만한 부부관계의 유지를 위한 광범위한 협력의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서로 독립된 별개의 의무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협력의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면, 상대방의 동거청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나. 부가 전처와 사별 후 재혼하였다가 이혼한 후, 이혼하였던 처와 다시 혼인을 하였는데, 당시 이미 65세가 넘은 노인으로서 이혼 후 전처 소생의 장남 가족과 함께 생활하여 온 부가 처에게 자신의 주소에서 동거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부부의 나이 및 가족관계 등과 다시 혼인을 할 당시 시행되던 민법 제826조 제2항(1990.1.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과, 노부부를 자식이 모시고 봉양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인 점 등을 종합하여 참작하면, 동거청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부의 전처 소생의 장남과 처의 사이가 과거에 좋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는, 처가 부의 동거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A
피고, 피상고인
B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가 전처와 사별한 후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1984.11.9. 원고와 재혼하고 서울 도봉구 C 소재 셋방에서 동거해 왔으나, 부부간의 성격차이 및 피고의 전처 소생 자녀들과 원고 사이의 갈등 등으로 불화하다가 원고에게 위자료로 금 3,000,000원을 주고 1988.4.22. 협의이혼한 후로는, 원고는 계속 위 셋방에 거주하고 피고는 전처 소생의 장남인 소외 D의 가족들과 동거하여 왔는데, 원고가 1988.7.경 피고가 낚시차 머물고 있던 전북 어청도로 찾아와 위자료로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면서 다시 혼인해 줄 것을 간청하므로 피고가 이에 응락하고 혼인신고절차를 원고에게 위임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함으로써, 원고가 이 서약서를 근거로 9.8. 혼자서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 원고는 위와 같이 다시 혼인하기로 합의하면서 “두 사람의 생활이 그 동안 원만치 못하였음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피고를 불편없이 잘 모실 것을 서약한다”는 취지의 서약서까지 작성하였음에도, 그 후 위 D의 가족들과 함께 살자는 피고의 요청을 거부한 채 계속 혼자 살면서, 위와 같이 혼인신고를 마치고도 이를 피고에게 바로 알려주지도 않고, 위자료를 돌려주기로 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으며, 피고가 따로 나와서 살지 않는 이상 피고의 주거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피고의 전처 소생의 자녀들, 특히 위 D와 사이가 좋지 않고, 퇴행성척추염 등을 앓고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실 등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가 원고를 악의로 유기하였다거나 원고와 피고가 피고의 전처 소생의 자녀들과는 따로 살기로 합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그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다음, 일반적으로 부부는 서로 부양하여야 하므로 처가 자활능력이 없다면 남편이 처를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원고 스스로가 피고의 주거로 돌아와 함께 살자는 피고의 요청을 정당한 이유없이(피고의 전처 소생 장남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한 이유라고 하기 어렵다) 완강히 거부한 채 계속 혼자 살기를 고집하고 있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부양료청구를 기각하였다.
2. 민법 제826조 제1항 이 규정하고 있는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무는 정상적이고 원만한 부부관계의 유지를 위한 광범위한 협력의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서로 독립된 별개의 의무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협력의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면, 상대방의 동거청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 1976.6.22. 선고 75므17,18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와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 특히 원고와 피고의 나이 및 가족관계, 원고와 피고가 처음 혼인을 하게 된 동기 및 이혼을 하게 된 원인과 이혼 후의 생활 그리고 다시 혼인을 하게 된 경위 등, 원고와 피고가 다시 혼인을 할 당시 시행되던 민법 제826조 제2항(1990.1.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 부부의 동거는 부(부)의 주소나 거소에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던 점, 노부부를 자식이 모시고 봉양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인 점 등을 종합하여 참작하면, 다시 혼인을 할 당시 이미 65세가 넘은 노인으로서 원고와 이혼한 후 전처 소생의 장남 및 며느리와 손자들과 함께 생활하여 온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의 주소에서 동거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동거청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소론과 같이 피고의 전처 소생의 장남과 원고의 사이가 과거에 좋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동거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이 사건 부양료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그러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