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적극)
[2]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3] ‘촛불자동차연합’ 소속 회원들과 함께 이른바 ‘촛불집회’ 시위대 행렬 후미를 따라 차량을 운전하여 진행한 위 연합 소속 회원 갑에 대하여, 지방경찰청장이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있던 갑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등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한 사안에서, 그 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에서 살인·강간 등의 범죄에 자동차를 이용한 경우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으로부터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범죄행위의 대상을 정하도록 위임받은 행정안전부령에도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 비견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으로 통상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규정한 행정안전부령인 같은 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을 보면 단지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더 나아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하는 것은 위 시행규칙 규정의 수권 법률인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에서 자동차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해야 하는 범죄로 들고 있는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는 그 보호법익이나 범죄의 중대성에 있어서 유사성이 없고, 따라서 위 시행규칙 조항이 위와 같은 교통방해를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리라는 것을 위 법률조항으로부터 예측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어서 이러한 시행규칙의 내용은 위 법률조항이 행정안전부령에 위임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2] 운전면허 취소사유로서 규정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 같은 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에서 정한 교통방해죄는 형법 제15장에 규정된 것으로서 일반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궤도, 등대 또는 표지를 손괴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그로 인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각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전면허 취소사유로서 예정하는 교통방해의 범죄는 위와 같이 그 법정형이 벌금형에서 무기징역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위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은 그 행위태양을 일부 제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하기만 하면 그 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그러한 범죄행위에 어느 정도 가담하였는지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배제하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 중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3] ‘촛불자동차연합’ 소속 회원들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함께 차량을 운전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대 행렬 후미를 뒤따라 진행한 위 단체 소속 회원 갑에 대하여, 지방경찰청장이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있던 갑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등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의 법적 근거가 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고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그 효력이 없으므로, 그에 근거한 위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 헌법 제95조 [2]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 헌법 제37조 제2항 [3]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 헌법 제37조 제2항 , 제95조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호)
피고
경기지방경찰청장
변론종결
2010. 9. 3.
주문
1. 피고가 2008. 11. 12. 원고에 대하여 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 기재 처분은 이 사건 판결 확정 시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2008. 7. 19. 서울 종로구 서린동 소재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소위 ‘촛불집회’가 개최되었는데, ‘촛불자동차연합’ 소속 회원이던 원고는 다음날 03:00경부터 서대문로타리 앞 도로에서 차량(차량번호 생략)을 운전하여 위 ‘촛불자동차연합’ 소속 회원들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함께 위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대 800여 명의 행렬 후미를 뒤따라 진행하였다.
나. 이에 피고는 2008. 11. 12. 원고에 대하여,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있던 원고가 자동차를 이용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 같은 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을 적용하여 원고의 제1종 보통면허, 제2종 소형면허( 면허번호 생략)를 2008. 11. 24.자로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을 제4호증 내지 제12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사유로 위법하다.
첫째, 이 사건 처분의 법적 근거가 되는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는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관한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2조 제2호 (마)목 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위임입법의 한계 등에 관한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
둘째, 원고가 촛불집회 시위대의 행렬 후미를 뒤따라 진행할 당시 주변에 있던 교통경찰로부터 어떠한 주의 내지 경고 등을 받은 바가 없어 원고가 교통을 방해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였던 점, 촛불집회 시위대로 인하여 이미 도로가 차단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후미를 따라 서행한 것만으로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통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관련 법령 : 생략
다. 판단
(1)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도로교통법 제93조 의 위임을 받은 위 각 조항에서는 ‘교통방해(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한한다)’를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발하는 이른바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법령의 규정이 특정행정기관에게 그 법령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고 있지 아니한 관계로 수임행정기관이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 그러한 행정규칙, 규정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 행정규칙의 일반적 효력으로서가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규정의 효력에 의하여 그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게 되고, 따라서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그것들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된다( 대법원 1998. 6. 9. 선고 97누19915 판결 ).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살인 또는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를 하는 때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92조 는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범죄행위로서 제1호 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범죄를, 제2호 에서 형법 등을 위반한 범죄로서 (가)목 은 살인·사체유기 또는 방화를, (나)목 은 강도·강간 또는 강제추행을, (다)목 은 약취·유인 또는 감금을, (라)목 은 상습절도(절취한 물건을 운반한 경우에 한한다)를, (마)목 은 교통방해(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한한다)를 각 규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운전면허 취소처분의 개별기준을 정한 같은 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은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관계 법령의 입법 취지, 내용 및 형식 등을 고려할 때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은 법령의 권한부여에 의하여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보충하는 규정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갖게 되었다고 보인다.
(다) 한편 법규명령의 효력을 갖는 위임입법의 경우 그 한계는 예측가능성인바, 이는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이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한 것이다(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두9884 판결 ).
이 사건에 있어 위 시행규칙의 수권 법률인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에서 살인·강간 등의 범죄에 자동차를 이용한 경우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으로부터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범죄행위의 대상을 정하도록 위임받은 행정안전부령에도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 비견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으로 통상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규정한 행정안전부령인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을 보면 단지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더 나아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하는 것은 위 시행규칙 규정의 수권 법률인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에서 자동차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해야 하는 범죄로 들고 있는 살인·강간 등의 범죄와는 그 보호법익이나 범죄의 중대성에 있어서 유사성이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시행규칙 조항이 위와 같은 교통방해를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리라는 것을 위 법률조항으로부터 예측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어서 이러한 시행규칙의 내용은 위 법률조항이 행정안전부령에 위임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라) 또한 운전면허 취소사유로서 규정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 같은 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소정의 교통방해죄는 형법 제15장에 규정된 것으로서 일반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궤도, 등대 또는 표지를 손괴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그로 인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각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운전면허 취소사유로서 예정된 교통방해의 범죄는 위와 같이 그 법정형이 벌금형에서 무기징역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이 행위태양을 일부 제한하고 있지만,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되어 교통을 방해하기만 하면 그 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그러한 범죄행위에 어느 정도 가담하였는지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배제하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2) 소결
따라서 위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의 법적 근거가 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2호 (13)목, 제92조 제2호 (마)목 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그 효력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상, 그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것도 없이 위법하다.
3. 집행정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자료를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그 집행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판결 확정 시까지 직권으로 그 집행을 정지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의 집행정지를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