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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12. 13. 선고 94다31617 판결
[선박대금][공1995.1.15.(984),485]
판시사항

가. 대외무역법상의 수입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물품을수입하는 행위의 사법상 효력

나. 수입금지 선박을 매수하고서도 통모하여 이를 기간용선한 것처럼 가장하여 국내에 반입한 경우, 그 선박매매계약을 당연무효로 본 사례

판결요지

가. 대외무역법이 소규모의 중고어선이나 일정규모 이상의 중고어선 중에서 선령이 오래된 중고어선을 수입금지품목으로 공고하여 국내반입을 불허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조선업을 보호, 육성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적인 목적에 있고, 국가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으로 어떤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을 경우 국민이 그 규정을 준수하여야 할 공익적인 요청의 강도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며, 만약 위와 같은 수입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물품을 수입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사법상의 효력을 인정하고 국가권력이 그 이행을 강제한다면 국가의 경제질서와 공공질서가 문란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나. 선박이 구 무역거래법(1987.7.1. 법률 제3895호 대외무역법 시행으로 폐지) 또는 대외무역법에 의하여 수입이 금지되어 있는 선박임을 인식하고서도 갑이 파나마 법인인 을로부터 용선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국내에 반입하였고, 병은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서 아직 용선료(실질적으로는 매선대금)가 완불되지 않은 그 선박을 영국 법인의 명의를 빌어 갑으로부터 매수하고서도 마치 이를 을로부터 기간용선(Time Charter)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갑과 마찬가지로 대외무역법의 규정을 잠탈하려 하였으며, 또 기간용선을 한 것처럼 허위의 용선계약서를 작성하여 수산청장의 용선허가를 받아 조업하려 하였던 것이라면, 이와 같이 당사자가 불법을 인식하고도 통모하여 수입이 금지된 중고선박을 국내에 반입하고자 한 주관적인 악성까지 고려하여 보면, 갑과 병 사이의 선박매매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가이오 ( 파나마 ) 에스.에이 [ KAIOH (PANAMA) S. A. ] 파나마국 파나마시 사무엘 레위스 마누엘. 엠.이카자 코모사빌딩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성렬

피고, 피상고인

피고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가. 원심은, 소외 1주식회사(이하 소외 1회사라고 한다)는 1985.10.경 일본 법인인 소외 2주식회사(이하 소외 2회사라고 한다)로부터 소외 2회사 소유의 냉동저인망 어선인 제니 11호(1,310.68톤)를 수입하고자 하였으나, 당시 시행중이던 무역거래법(1986.12.31. 대외무역법이 제정되어 1987.7.1.부터 시행됨에 따라 같은 날 폐지되었다)에 의하여 외국중고선박의 수입에는 상공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는데, 위 선박은 1960.7.경 일본에서 건조된 것으로서 위 수입승인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사실, 소외 1 회사와 소외 2회사는 실질적으로는 소외 1 회사가 소외 2회사로부터 위 선박을 매수하는 것이지만, 국내법상의 수입제한 내지 금지를 회피하기 위하여 소외 2회사가 형식상의 회사{이른바 편의(편의)회사 또는 Paper Company}로 파나마법인인 원고 회사를 설립하고 위 선박을 파나마법에 의하여 원고의 소유로 등록한 다음, 소외 1회사는 원고로부터 이를 용선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하여 1985.10.31. 원고와 사이에 용선기간을 선박인도일로부터 5년, 위 선박의 실질적인 매매대금에 상당하는 용선료를 일화 273,722,070엔으로 하되, 위 용선료를 선박인도일로부터 매 6개월 마다 일화 27,372,200엔씩 10회에 걸쳐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서를 작성하고, 소외 2회사로부터 위 선박을 인도받아 국내에 반입한 사실, 그 후 위 선박에 원고의 비용으로 어묵과 어분가공시설을 하게 됨에 따라 원고와 소외 1회사는 1987.4.15. 위 용선계약을 일부 수정하였는데, 그 수정된 내용은 용선기간을 위 1987.4.15.부터 1991.4.15.까지로 하고, 용선료 합계 일화 218,877,870엔 및 미화 1,819,320달러를 위 용선기간 동안 16회에 걸쳐 분할지급하기로 하되, 위 수정된 용선기간이 만료되는 1991.4.15. 위 용선료가 모두 지급되어 소외 1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위 선박과 관련하여 아무런 채무도 부담하지 않게 되면 원고가 소외 1회사에게 위 선박을 미화 1달러에 매도하기로 하는 것이었던 사실, 그러다가 1991.3.11.에 이르러 용선기간만료일을 5년 더 연장하면서 소외 1회사가 원고에게 용선료 미화 1,800,000달러를 1991.8.부터 1996.2.까지 사이에 10회에 걸쳐 매회 미화 180,000달러씩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각서를 작성한 사실, 피고는 1991.11.경 소외 1회사가 위 선박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으면서 파나마법에 의하여 위 선박의 소유자로 등록된 원고로부터 이를 용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사정을 알고 소외 1회사로부터 위 선박을 미화 1,400,000달러에 매수하려 하였으나, 대외무역법 제19조 제1항 , 제2항 및 그에 따른 상공자원부 고시에 의하면 위 선박과 같이 선령이 오래된 외국의 중고선박에 대하여는 상공부장관의 수입승인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피고와 관련이 있는 편의회사인 영국법인 그레이솔론 인베스트먼트(이하 그레이솔론이라고 한다)가 위 선박을 매수하는 것으로 하기로 하고, 1991.12.3. 소외 1회사는 원고를 대리하고 피고는 위 그레이솔론을 대리하여 원고가 위 그레이솔론에게 위 선박을 대금 미화 1,400,000달러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위 계약에 따라 피고는 위 그레이솔론의 명의로 소외 주식회사 대우를 통하여 소외 1회사가 지정하는 소외 1회사에 의하여 설립된 파나마국적의 편의회사인 페오니아 에스 에이에게 1991.12.12.까지 2차례에 걸쳐 합계 미화 700,000달러를 송금하였고, 한편 원·피고 및 소외 1회사는 피고가 수산청장으로부터 위 선박에 대한 용선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91.12.21. 피고가 소외 1회사의 원고에 대한 용선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하기로 하는 합의각서를 작성한 사실, 소외 1회사가 피고에게 위 선박을 인도하기 위하여 1992.1.11. 위 선박을 부산항에 입항시킨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선박에 대한 소외 1회사와 피고 사이의 위 매매계약은 관세장물의 매매를 목적으로 한 계약이거나 또는 대외무역법의 수입금지규정을 탈법하는 행위인 동시에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박의 수입에 따른 관세를 포탈하는 관세포탈죄를 구성하는 행위로서 반사회적인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나. 소외 1회사와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이 체결될 당시 시행되던 대외무역법 제19조 제1항 에 의하면 물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물품에 관하여 상공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같은 조 제2항 에 의하면 상공부장관이 위 규정에 의한 승인을 하고자 할 때에는 수출입공고 및 통합공고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같은 법 제18조 제1항 은 상공부장관은 물품의 수입.수출에 관하여 자동승인품목, 제한수입품목 또는 금지품목 등의 구분을 공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당시 상공부고시 제87-40호(1987.12.17. 고시) 수출입공고총칙 제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중고품에 대하여는 상공부장관이 별도로 공고하는 수출입요령에 따라 수출 또는 수입승인하도록 되어 있고, 같은 고시 제87-41호(1987.12.17. 고시)에 의한 수출입별도공고에 의하면, 중고어선(HS 8902 품목) 중 참치어선은 200톤 이상으로서 선령 13년 이하의 것에 한하여, 트롤어선은 300톤 이상으로서 선령 13년 이하의 것에 한하여, 원양새우트롤어선은 80톤 이상으로서 선령 8년 이하의 것에 한하여, 원양어업용 냉동운반선은 100톤 이상으로서 선령 8년 이하의 것에 한하여, 포경전업대책용어선은 30톤 이상으로서 선령 13년 이하의 것에 한하여, 각 원양어업용 중 해외어업협력, 신어장.신어법개발용인 경우에만 주무부처의 장이 수입의 필요성을 확인하였을 때 상공부장관의 추천을 받아 수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저인망어선으로서 선령이 31년이나 된 위 선박은 선령초과로 대외무역법 제18조 제1항 소정의 수입금지품목으로 분류되어 수입이 불가능하였다.

또 소외 1회사가 원고로부터 위 선박을 용선할 당시에 시행되던 무역거래법(1986.12.31. 제정된 대외무역법이 1987.7.1.부터 시행됨에 따라 같은 날 폐지되었다)제6조 , 제9조 제1항 ,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의3 , 상공부고시 제85-12호(1985.4.12.개정) 제3-2조 제2항 제1호, 제5항, 별표 8.에 의하면, 중고어선은 원양어업용으로서 해외어업협력, 신어장.신어법개발용과 국내신조선연계 및 포경전업대책용에 한하여 참치어선은 200톤 이상, 트롤어선은 300톤 이상의 것만이 수입승인의 대상이 될 수 있었으므로, 그와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위 선박은 역시 수입이 불가능하였다.

다. 대외무역법이 위와 같이 소규모의 중고어선이나 일정규모 이상의 중고어선 중에서 선령이 오래된 중고어선을 수입금지품목으로 공고하여 국내반입을 불허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조선업을 보호, 육성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적인 목적에 있고, 국가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으로 어떤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을 경우 국민이 그 규정을 준수하여야 할 공익적인 요청의 강도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며, 만약 위와 같은 수입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물품을 수입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사법상의 효력을 인정하고 국가권력이 그 이행을 강제한다면 국가의 경제질서와 공공질서가 문란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또 용선계약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선박의 매매로서 그 매선대금을 용선료의 형식으로 일정기간동안 분할하여 지급하되 그 기간동안 매수인이 선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취득조건부 용선계약은 선박수입의 특수한 형태로서 그 국적취득여부를 불문하고 관세법상의 수입에 해당하여 관세부과의 대상이 되므로( 당원 1983.10.11. 선고 82누328 판결 참조), 수입이 허용되지 않는 선박을 용선의 형식으로 매수하고서도 이를 기간용선(Time Charter)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하여 용선허가를 받고 국내에 반입한 행위는 관세법 제180조 제1항 소정의 사위 기타의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한 것에 해당되어 관세포탈죄를 구성하고, 그 선박은 몰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당원 1990.3.27. 선고 89도2587 판결 ; 1994.4.26. 선고 93도21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소외 1회사는 위 선박이 무역거래법 또는 대외무역법에 의하여 수입이 금지되어 있는 선박임을 인식하고서도 용선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국내에 반입하였고, 피고는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서 아직 용선료(실질적으로는 매선대금)가 완불되지 않은 위 선박을 영국법인의 명의를 빌려 소외 1회사로부터 매수하고서도 마치 이를 원고로부터 기간용선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소외 1회사와 마찬가지로 대외무역법의 규정을 잠탈하려 하였으며, 또 기간용선을 한 것처럼 허위의 용선계약서를 작성하여 수산청장의 용선허가를 받아 조업하려 하였던 것이므로, 이와 같이 당사자가 불법을 인식하고도 통모하여 수입이 금지된 중고선박을 국내에 반입하고자 한 주관적인 악성까지 고려하여 보면, 소외 1회사와 피고와의 위 선박매매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그러므로 위 매매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을 본다.

위 선박의 침몰에 대한 위험을 소외 1회사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위 선박매매계약이 반사회적인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가정적으로 한 판단이므로, 가사 그 판단에 소론과 같이 선박인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위법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므로,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상고이유 제3, 4점을 함께 본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고가 소외 1회사로부터 소외 1회사의 피고에 대한 선박매매잔대금채권을 양수하였다는 것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피고에 대하여 위 양수금채권의 이행을 구하고 있고, 위 선박이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침몰하였으니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나 그와 유사한 주장을 한 바 없음이 명백하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판단유탈의 위법이나 석명권불행사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도 이유가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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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4.5.20.선고 93나6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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