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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0. 19. 선고 2005가합82791 판결
[예금반환][미간행]
원고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박인호외 3인)

피고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상호외 4인)

변론종결

2006. 9. 21.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400억원 및 그 중 200억원에 대하여는 2005. 7. 8.부터, 100억원에 대하여는 2005. 7. 11.부터, 100억원에 대하여는 2005. 7. 15.부터 각 2006. 10. 19.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0,108,752,407원 및 그 중 20,054,333,506원에 대하여는 2005. 8. 8.부터, 10,027,166,753원에 대하여는 2005. 8. 11.부터, 10,027,252,148원에 대하여는 2005. 8. 16.부터 각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신탁업법에 의한 토지 및 금전 등의 신탁업무 및 그에 부수되는 자산운용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이고, 소외 2는 원고의 재무아이알(IR)팀 재무담당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원고가 고객으로부터 신탁 받은 자금 및 원고에게 유보된 고유자금 등 총 3,000여억원의 운용자금 중 일일 평균 100억원 안팎의 자금에 대하여 투자기관 및 상품을 결정하여 집행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며, 소외 1은 2001. 2. 8.부터 피고의 오목교지점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고 고객에게 양도성예금증서(Certificate of Deposit, 'CD'라고 약칭된다)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담당해 오던 사람이다.

나. 양도성예금증서는 그 거래약관상 무기명 할인식으로 발행되고 현 금융실명제 하에서는 양도성예금증서가 발행·유통되더라도 이를 취득한 사람이 발행기관에 대하여 그 발행의 진부(즉, 증서번호나 액면금액에 의하여 특정되는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사실)만을 조회하여 확인할 수 있을 뿐 이를 발행받은 사람이나 만기 이전에 이를 할인하거나 취득하였던 거래당사자를 실제로 확인하기는 곤란한 특성이 있고, 또한 원고와 같은 금융기관은 단기적으로 거액의 수탁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양도성예금증서를 취득하더라도 이를 만기(1개월 또는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로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전에 유통시키지 않고 발행기관에 보호예수하거나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보유하다가 만기에 발행기관에 지급제시하여 원리금 상당의 액면금을 회수함으로써 이자 수익을 얻는다.

다. 소외 1, 3, 4, 5 등(이하 ‘ 소외 1 등’이라 한다)은 2004년 말경 위와 같은 양도성예금증서 거래상의 특성을 이용하여 소외 5 등이 금융계의 인맥을 통해 단기 자금의 운용 수요가 있는 복수의 금융기관들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그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을 의뢰받게 되면 소외 1이 피고 내부의 절차에 따라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의뢰한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에 유출시켜 소외 6, 7, 8(이하 ‘ 소외 6 등’이라 한다)을 통하여 진본의 발행내역과 형태를 토대로 컴퓨터, 스캐너, 컬러프린터 등으로 진본과 동일한 발행내역과 형태의 복제본을 작성하여 금융기관에는 그 복제본을 교부하고,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는 횡령하여 소외 3이 즉시 중개기관을 통해 제3자로부터 할인 받아 그 할인금 상당의 자금을 소외 3 등이 운영하는 소외 9 주식회사 및 소외 10 주식회사 명의의 예금계좌에 분산 예치해 두었다가 그 중 일부는 부동산투자 등에 사용하기로 하되, 한편으로는 위와 같은 범행이 1회 거래로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의 횡령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조성된 자금 중 일부는 당초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을 의뢰하였던 금융기관이 소지한 복제본의 만기가 순차로 도래하였을 때 그에 대한 결제자금으로 사용하기로 모의하였다(이 경우 유통시장에서 할인 매매된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는 복제본과는 별개로 그 최종소지인이 만기에 피고에게 이를 지급제시하면 피고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당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서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계좌에 예치해 둔 매매대금에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함으로써 결제된다).

라. 이에 소외 1 등은 소외 11을 통하여 소외 2에게 접근해 소외 2로부터 피고의 오목교지점에 대한 예금 유치에 관한 협조를 얻어낸 후, 2004. 12. 24. 원고로 하여금 피고의 오목교지점에 신규로 MMF계좌를 개설하게 하여 100억원을 입금 받고 2004. 12. 27.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을 의뢰받아 같은 날 위 다.항에서 모의된 바와 같이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와 그 복제본을 작성하여 그 중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를 횡령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실행한 것을 비롯하여 원고에 대하여는 피고의 오목교 지점을 통하여 2005. 6. 10.경까지 총 17회에 걸쳐 합계 1,450억원 상당의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 및 그 할인금 상당을 횡령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전기공사공제조합에 대하여도 피고의 오목교 지점으로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을 유치한 후 동일한 수법으로 2005. 3. 28.부터 2005. 6. 9.까지 총 5회에 걸쳐 합계 400억원 상당의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 및 그 할인금 상당을 횡령하였다.

마. 한편, 소외 1 등은 횡령한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를 할인하여 조성한 자금 중 일부를 부동산투자 등에 유용하거나 소외 3 등이 수수료 명목으로 매번 일정액(할인금의 약 30% 정도)을 가져갔는데 그러한 부분이 누적됨으로써 2005. 7.경에 이르러서는 위 횡령금 중 남은 자금만으로는 원고 및 전기공사공제조합에게 교부된 복제본의 결제자금으로서 부족하게 되었다.

바. 그러자 소외 1 등은 일단 아래와 같이 원고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조로 총 400억원{단, 아래 (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중 100억원 상당은 종전에 입금된 원리금의 상환에 갈음하여 재입금 형식으로 처리된 것이어서 그 발행 당시 신규로 입금된 금액은 300억원에 불과하다}을 유치한 다음 종전의 수법과는 달리 이를 피고의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계좌에 정상적으로 입금시키거나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를 작성함이 없이, 기발행된 다른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내역 내지 잘못 발행된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내역을 유용하여 소외 6 등을 통해 양도성예금증서(앞서의 경우들과는 달리 진본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복제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를 작성한 뒤 원고에게 이를 교부한 후 원고로부터 매매대금조로 교부받은 금원은 즉시 횡령하여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와 함께 만기가 도래한 직전에 작성된 복제본들의 결제자금으로 사용해 버린 후, 그 무렵 범행의 발각을 우려하여 국외로 도주하였다.

(1) 소외 1은 2005. 7. 8. 소외 11을 통하여 소외 2에게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의 입금을 요청하여 소외 2가 피고의 삼성동지점에 개설된 원고의 기업자유예금계좌( 계좌번호 1 생략)에서 200억원 출금하여 점간 전금(같은 은행의 지점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것)의 방식으로 피고의 오목교지점에 대체 입금시키자 이를 정상적인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계좌에 입금시키지 아니한 채 소외 2로부터 미리 받아 둔 원고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 등 계좌개설서류를 이용하여 피고의 오목교지점에 임의로 원고 명의의 기업자유예금계좌( 계좌번호 2 생략)를 개설한 후 위 200억원을 동 계좌에 입금시키고, 같은 날 타인 명의로 발행된 액면금 각 10,027,166원인 양도성예금증서 2장의 발행번호 등 발행내역을 유용하여 소외 6 등을 통해 액면금 각 10,027,166,753원(액면금 10,027,166원인 위 양도성예금증서의 액면금액 뒷자리에 ‘753’을 추가하여 액면금액을 맞추었다), 만기 각 2005. 8. 8., 발행번호 각 ‘다00187852다’ 및 ‘다00187853다’, 발행계좌번호 각 ‘ (계좌번호 3 생략)’ 및 ‘ (계좌번호 4 생략)’, 계좌개설점 각 ‘오목교’, 발행인 각 ‘피고 오목교지점 과장 소외 1’로 기재되고 각 오목교지점장의 인장이 날인된 양도성예금증서 2장(이하 각 ‘이 사건 1, 2번 양도성예금증서’라고 한다)을 작성하여 소외 2에게 교부하였다(이하 각 ‘이 사건 1, 2번 매매’라 한다).

(2) 소외 1은 2005. 4. 6. 소외 11을 통해 소외 2에게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의 입금을 요청하여 소외 2를 통해 조흥은행의 면목남지점에 개설된 원고의 예금계좌( (계좌번호 5 생략))에서 지준이체(100억원 정도의 고액의 자금을 서로 다른 은행 간에 송금할 때에는 은행 간에 직접 온라인 거래에 의하지 않고 한국은행의 결제망을 통하여 한국은행에 예치된 은행별 지준금을 이체해 주는 방식으로 송금하는 것)의 방식으로 피고의 오목교지점으로 100억원을 입금 받은 후 이에 대한 진본인 양도성예금증서 외에 그 복제본을 작성하여 원고에게는 소외 2를 통해 복제본을 교부하고, 그 만기인 2005. 5. 9. 원고에게는 그 액면금 중 이자 상당액만을 현실 지급한 다음 원금 100억원을 재유치하기로 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원고에게 복제본를 교부하였다가, 그 만기인 2005. 6. 10. 그 액면금 중 이자 상당액만을 현실로 지급하고 원금 100억원을 재유치하였고, 그 만기인 2005. 7. 11.에도 그 액면금 중 이자 상당액만을 현실로 지급하고 원금 100억원은 재유치하기로 한 다음, 2005. 6. 10.경 소외 1이 소외 9 주식회사 명의로 10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려고 하다가 인쇄 오류로 인하여 폐기된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용지상의 발행번호 등을 유용하여 소외 6 등을 통해 액면금 10,027,166,753원, 만기 2005. 8. 11., 발행번호 ‘다00026116’, 발행계좌번호 ‘ (계좌번호 6 생략)’, 계좌개설점 ‘행당동’, 발행인 ‘피고 오목교지점 과장 소외 1’로 기재되고 오목교지점장의 인장이 날인된 양도성예금증서 1장(이하 ‘이 사건 3번 양도성예금증서’라고 한다)을 작성하여 소외 2에게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3번 매매’라 한다).

(3) 소외 1은 2005. 7. 15. 소외 11을 통해 소외 2에게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의 입금을 요청하여 소외 2가 피고의 삼성동지점에 개설된 원고 명의의 기업자유예금계좌( 계좌번호 1 생략)에서 100억원 출금하여 점간 전금의 방식으로 피고의 오목교지점으로 대체 입금시키자 이를 정상적인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계좌에 입금시키지 아니한 채 즉시 횡령한 후, 2005. 7. 14.자로 피고의 행당동지점에서 소외 10 주식회사 명의로 발행된 10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내역을 그대로 유용하여 소외 6 등을 통해 액면금 10,027,252,148원, 만기 2005. 8. 16., 발행번호 ‘다00026118다’, 발행계좌번호 ‘ (계좌번호 7 생략)’, 계좌개설점 ‘행당동’, 발행인 ‘피고 오목교지점 과장 소외 1’로 기재되고 오목교지점장의 인장이 날인된 인 양도성예금증서 1장(이하 ‘이 사건 4번 양도성예금증서’라 한다)을 작성하여 소외 2에게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4번 매매’라 한다).

사.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는 만기지급일에 양도성예금증서와 상환하여 소지인에게 액면금 상당의 만기지급금을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는바, 원고는 피고의 오목교지점에 2005. 8. 8. 이 사건 1, 2번 양도성예금증서를, 2005. 8. 11. 이 사건 3번 양도성예금증서를, 2005. 8. 16. 이 사건 4번 양도성예금증서를 각 지급제시 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위조된 것임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증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3,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2, 3, 갑 제5호증, 갑 제7호증의 7, 9 내지 11, 14, 15, 25, 갑 제9호증의 17, 갑 제19호증의 14, 15, 16, 갑 제22호증의 6, 7, 8, 9, 갑 제28호증의 1 내지 6, 을 제1호증의 1 내지 4, 을 제3호증의 164, 을 제10호증의 1 내지 4, 을 제11호증의 1 내지 4, 을 제12호증, 을 제13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및 형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는 피고를 대리하여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할 직무상 권한이 있는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한 소외 2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각 매매 계약에 기하여 원고에게 교부할 의사로 유효하게 작성한 것이므로, 피고는 만기에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청구취지에 기재된 바와 같은 각 그 액면금 상당의 만기지급금 및 그 지급제시일로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가사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매매와 관련하여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조로 합계 400억원을 교부하고 피고가 소외 1을 통해 위 금원을 수령하여 확인한 후, 비록 위조된 것이기는 하나 소외 2에게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교부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유효하게 이 사건 각 매매가 성립한 것이거나, 피고가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소외 1의 위와 같은 위조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민법상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각 매매의 효력은 피고에게 미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매매의 효력으로서 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교부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이 사건 각 매매에서 정한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가 경과하여 위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교부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로서는 2006. 2. 6.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해제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기지급된 매매대금 400억원 및 이에 대하여 각 그 받은 날로부터의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거나 이 사건 각 매매에 따른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교부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전보배상으로서 각 그 양도성예금증서 액면금액(만기지급액) 상당의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또한, 피고는 원고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의 매매대금을 지급받고도 원고에게 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교부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가 만기에 각 그 양도성예금증서의 액면금액 상당의 만기지급액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던바, 이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가 지급한 400억원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위 매매대금 상당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는 소외 1이 그 발행권한을 넘어 소외 6 등 위조전문가를 통해 불법적으로 위조한 것이므로 무효인바,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무효인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에 기하여 그 만기지급액을 청구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각 매매는 적법·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교부를 성립요건으로 하는데, 비록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더라도 이 사건 각 매매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적법·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가 발행·교부된바 없고, 나아가 원고가 이를 소지하고 있지도 아니한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양도성예금증서의 매매가 유효하게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각 매매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3) 소외 1이 피고를 위하여 양도성예금증서의 매매 거래를 함에 있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자기 또는 소외 3 등 위조범들의 이익을 위하여 그 매매대금을 횡령하고 원고에게는 위조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교부한 행위는 피고에 대하여는 대리권을 남용한 배임적 행위로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원고의 직원인 소외 2가 소외 1의 그러한 배임적 의사를 알았거나 과실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 적용하여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각 매매는 무효인바, 이 사건 각 매매가 유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고가 피고에게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조로 입금하려고 하였던 400억원은 유효한 절차에 의하여 피고에게 입금되기 전에 모두 소외 1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횡령되어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위조 이전에 발행된 다른 양도성예금증서의 결제대금으로 유용되었던바, 피고는 위 매매대금으로부터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을 한 바 없다.

(5) 가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채무 내지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직원인 소외 2가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 매매 거래를 수행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소외 1 등의 횡령행위를 방조하는 불법행위를 하였고, 이로써 원고는 소외 2의 사용자로서 피고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 에 기한 사용자책임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장래 지급하게 될 손해금 상당의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는바,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으로서 원고의 위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채권 내지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상계하며, 적어도 이 사건 각 매매와 관련된 원고의 과실이 크다는 점에 비추어 과실상계를 통해 감액하여야 한다.

3. 판 단

가. 양도성예금증서에 기한 만기지급금의 청구

(1) 제1항의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은 피고의 오목교지점에서 양도성예금증서 등 금융상품의 판매를 담당하던 직원으로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 당시 피고를 대리하여 유효하게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는 이 사건 각 매매에 기하여 소외 1이 각 그 무렵 원고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조로 자금을 지급받은 데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소외 1에 의해 원고에게 교부된 것이며, 각 그 증서의 표면에는 소외 1이 피고를 대리하여 발행하는 것으로 기재되고 지점장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어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교부 주체, 발행 경위 및 외관만을 놓고 본다면 일응 소외 1에 의하여 원고에게 교부할 의사로 적법하게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

(2) 그러나 문서(유가증권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작성명의인의 유효한 권한 위탁 하에 작성된 경우라도 위탁된 권한을 초월하여 위탁자 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나 타인의 서명날인이 정당하게 성립한 때라 하더라도 그 서명날인자의 의사에 반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위조가 된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76. 7. 13. 선고 74도2035 판결 등 참조), 갑 제9호증의 9, 을 제1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내부적으로 정한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 절차는, 원고 등 고객으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 의뢰 및 발행에 필요한 신규가입신청서, 실명확인증표(법인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이 된다)의 제출, 매매대금의 입금이 있을 때에는 담당직원이 지점에 비치된 조폐공사에서 미리 제작하여 배포한 일련번호를 가진 양도성예금증서의 빈 양식에 수표발행기를 통하여 발행내역을 인쇄함으로써 증서를 작성한 후 그 표면에 발행 명의인을 기재하고 지점장의 인장을 날인하며, 그 매매대금은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지급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양도성예금증서의 작성과 동시에 생성되는 피고 명의의 발행계좌에 즉시 예치시키도록 정해져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소외 1에게 피고 자신을 위하여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권한을 수여한 피고의 의사는 결국 피고가 내부적으로 정한 위와 같은 발행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유통시킬 의사로 작성하여 교부된 양도성예금증서에 대하여만 미칠 뿐, 원고가 소지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와 같이 처음부터 그 매매대금을 횡령하는 등 불법행위를 할 의사로 진정하게 발행된 별개의 양도성예금증서 또는 담당직원의 조작 실수로 인하여 폐기된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번호 및 발행계좌번호 등을 유용하여 피고의 오목교지점 외부에서 소외 6 등 제3자가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정해진 양식과 유사한 형태로 양도성예금증서를 작성하는 것에까지 미치지는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갑 제16호증의 1, 2, 갑 제27호증의 5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1 등은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포함한 유가증권을 위조한 범죄로 인하여 이미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가사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소외 1에게는 위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었고, 또한 원고에게는 위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피고의 직원인 소외 1에 의하여 적법·유효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위 각 양도성예금증서는 진정하게 작성된 양도성예금증서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소외 1이 위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는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법률행위를 전제로 하는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는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수여 받은 발행권한의 범위를 넘어 위조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이는바,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유효한 것임을 전제로 하여 그 만기지급금 상당의 예금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도성예금증서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청구

(1) 양도성예금증서 매매계약은 만기 이전에는 중도해지가 불가능하여 예치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신에 예금주에게는 예금채권이 표창된 유가증권으로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해 주어 그 증서의 교부만으로 예금채권을 자유로이 양도할 수 있게 해 준 특수한 성격의 예금계약으로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융기관에 금전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그 의사에 따라서 그 금전을 받아서 확인을 하면 그로써 성립하나( 대법원 1977. 4. 26. 선고 74다646 판결 등 참조), 양도성예금증서는 시중은행이 발행한 무기명 할인식으로 발행되는 유가증권으로서 그 권리의 이전 및 행사에는 반드시 증권의 소지를 요하므로, 양도성예금증서가 실제로 발행된 바 없다면 고객이 이를 매입한다는 명목으로 은행 직원에게 그 자금을 지급한 것만으로는 고객과 은행 간에 양도성예금증서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8다2973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2를 통하여 피고의 오목교지점으로, 2005. 7. 8. 200억원, 2005. 7. 11. 100억원(앞서 본 바와 같이 만기가 도래하여 상환되어야 할 만기지급금을 재입금한 것), 2005. 7. 15. 100억원을 각 입금하면서 피고에게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을 의뢰하고 소외 1이 위와 같이 입금된 매매대금을 확인한 후, 비록 적법한 발행권한을 넘어 위조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각 매매에 기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원고에게 작성·교부해 준 이상(따라서, 고객으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자금을 수령하고도 고객에게 양도성예금증서로서의 외관을 구비한 증서를 전혀 작성·교부해 준 사실이 없는 경우와는 엄격히 구별된다), 이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후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수령한 양도성예금증서 매매대금을 피고에게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입금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횡령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와 소외 1 사이의 내부적 관계에서 횡령의 문제가 될 뿐이며, 또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위조된 것으로서 처음부터 무효였다는 사정도 단지 피고가 이 사건 각 매매에 기한 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교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의 사유가 될 뿐 일응 유효하게 성립된 이 사건 각 매매의 성립 여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다.

(2) 그렇다면, 원·피고 사이에는 양도성예금증서의 매매계약으로서 이 사건 각 매매가 일응 성립되었고, 다만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매매에 따라 매매대금의 수령과 동시에 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 · 교부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조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만을 교부하였을 뿐이고, 나아가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 이 사건 각 매매에서 정한 만기가 이미 경과함으로써 피고가 원고에게 새로운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각 매매에 기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유효한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교부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러한 이행불능을 이유로 계약해제의 의사를 표시한 2006. 2. 6.자 준비서면이 2006. 2. 7.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할 것이어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기지급된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자금 합계 400억원 및 그 중 이 사건 1, 2번 매매계약에 기한 기지급금 200억원에 대하여는 그 지급일인 2005. 7. 8.부터, 이 사건 3번 매매계약에 기한 기지급금 100억원에 대하여는 그 지급일인 2005. 7. 11.부터, 이 사건 4번 매매계약에 기한 기지급금 100억원에 대하여는 그 지급일인 2005. 7. 15.부터 피고가 각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06. 10. 19.까지는 상법 소정의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법정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이와 같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매매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가 인정된 이상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선택적 또는 예비적으로 구하는 전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주장은 그 인용 범위에 있어 위 원상회복청구에 비하여 원고에게 더 유리할 것이 없다고 보여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피고의 대리권 남용에 기한 무효 주장

(1)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며, 그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의 여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 형성 과정과 그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20694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먼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매매 계약을 체결한 소외 2가 위 각 매매 당시 앞서 본 바와 같은 소외 1의 배임적 의사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 사실에 대하여는 갑 제9호증의 9(을 제3호증의 151과 같다), 10(을 제3호증의 153과 같다), 11(을 제3호증의 154와 같다), 13(을 제3호증의 157과 같다), 14(을 제3호증의 161과 같다), 15(을 제3호증의 162와 같다), 을 제3호증의 45, 46, 47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다음으로 소외 2가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소외 1의 배임적 의사를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호증의 12, 15, 갑 제9호증의 7, 8, 9, 10, 갑 제17호증, 갑 제18호증의 1, 5, 갑 제19호증의 6, 갑 제20호증의 1, 7, 갑 제21호증의 1, 갑 제23호증의 8, 을 제3호증의 54, 56, 146, 147,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갑 제2호증의 11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피고 사이에는 종래 별다른 거래 관계가 없다가 소외 1 등이 피고의 오목교 지점의 예금 유치에 관한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원고 등 금융기관의 거액 예금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으로 가장하여, 소외 2와는 고등학교 동창생으로서 친분이 있던 소외 11을 통해 2004. 12. 24.경 원고의 자금 관리 및 집행을 담당하던 소외 2를 소개받음으로써 비로소 이 사건 각 매매를 포함한 양도성예금증서 매매 거래에 이르게 되었다.

(나) 소외 11도 전에 근무하던 직장의 후배로서 소외 5의 사주를 받은 소외 12로부터 소외 2에게 부탁하여 원고의 자금을 피고의 오목교지점에 유치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위와 같이 학연이 있던 소외 2에게 양도성예금증서 매매 거래를 위한 예금 유치를 권유하게 된 것인데, 소외 11은 소외 2를 통해 원고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하자 소외 12를 통해 소외 5로부터 그에 따른 사례금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총 4억 6,000만원을 부당하게 교부받았고, 소외 12 또한 소외 5로부터 별도로 4억 5,300만원 정도를 대가로 교부받았다. 한편, 소외 2는 2005. 3.경 소외 11로부터 약 470만원을 차용하였다가 2005. 5. 26.경 변제한 적이 있으며, 2005. 5.경 소외 11과 사이에 그가 타고 다니던 2,500cc 그랜저 승용차와 소외 2 소유의 2,500cc 에스엠-5 승용차를 교환하는 거래를 한 사실이 있다.

(다) 원고가 보유자금을 운영하고 집행함에 있어 내부적으로 운용상품 및 운용기관 등을 기안하는 권한은 재무아이알(IR)팀 재무담당과장인 소외 2에게 있으나, 이는 또한 재무아이알(IR)팀장이던 소외 13과 기획실장이던 소외 14의 결재를 받아 시행하도록 정하여져 있었는데, 소외 2는 소외 1을 통해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매매를 포함한 양도성예금증서 매매 거래를 하는 동안 사전에 결재권자인 소외 14 등으로부터 결재를 받지는 아니한 채 일단 거래를 집행하고 당일 이루어진 모든 자금 운용과 집행 내역을 자금운용대장과 자금집행대장에 기재한 후 통상적으로 거래 당일로부터 1 ~ 2주일 정도 지난 후에 이르러서야 소외 14 등에게 형식적으로 사후 결재를 받았다.

(라) 원고가 내부적으로 자금 운용 및 집행의 기본방침을 규정한 ‘자금운용기본방침’(이하 ‘자금운용방침’이라 한다)에 의하면 원고는 사업자금의 원활한 지원 업무, 신탁업무의 기여도, 예치자금에 대한 고수익 보장, 금융거래에 대한 편의성 제공 여부를 자금 거래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신탁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지침’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동 지침에 의하면 신탁자금의 운용은 수익성, 안정성 및 유동성 등을 감안하여 최적의 방법으로 운용함으로써 자금운용수익을 극대화하되, 1개월 이하의 단기보유자금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 위주로 운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2004. 12. 27.경부터 2005. 7.경까지의 기간 중 금융기관의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시 적용되던 양도성예금증서 시장금리는 연 3.3% 전후였던 반면, 이 사건 각 매매를 포함하여 원·피고 사이에 양도성예금증서 매매 거래가 이루어진 기간을 통해 원고가 피고로부터 적용받은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금리는 연 3.0% 전후로서 그다지 유리한 바가 없었는데도 소외 2는 위 기간 중 소외 1을 통하여 1개월물의 양도성예금증서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였다.

(마) 앞서 인정된 바와 같이 양도성예금증서 매매 거래는 통상 거액으로 발행되어 사고 방지의 필요성이 있고, 금융실명제 하에서 발행 은행으로서는 실명확인의 의무가 있어 매입을 원하는 고객이 직접 은행의 창구에 내방하여 매매대금 납입부터 증서 발행까지의 모든 거래를 완결시키는 것이 보통인데도, 소외 2는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피고의 오목교지점 창구가 아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원고의 본점에 위치한 소외 2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통하여 소외 1에게 거래에 관한 기본적인 조건만을 전달하고 매매대금을 점간 전금 등의 방법으로 입금해 준 후 그 발행 절차는 전적으로 소외 1에게 일임하는 형태로 거래를 수행하였고, 발행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도 창구에서 발행과정을 확인하여 교부받은 것이 아니라 소외 1 등을 통하여 발행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차를 두고 소외 1 등으로 하여금 직접 방문하여 교부토록 하는 등 다소 변칙적인 방식을 취하였다.

(바) 또한 발행된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에 만기지급금을 결제하는 경우 통상적으로는 양도성예금증서의 무기명 상환증권성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 증서 원본을 지급제시하게 되는데, 소외 2는 만기에 그 만기지급금을 결제 받음에 있어 피고의 오목교지점 창구에서 원본의 지급제시를 거치지 않은 채 만기일 가까이 되어 소외 1과 전화를 통해 결제대금의 입금계좌를 지정하여 입금을 요청한 후 소외 1로부터의 입금 사실이 확인되면 그 후 소외 2의 사무실로 방문한 소외 1에게 결제된 양도성예금증서를 반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사) 통상적으로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지급금의 지급절차에 있어서 발행은행은 만기지급금 중 이자소득부분에 대한 원천징수를 한 뒤 그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지급하는 동시에 소지인에게는 원천징수영수증을 교부하는데, 소외 2는 2004. 12. 27. 발행된 양도성예금증서 중 액면금 100억원권 1장 및 50억원권 1장에 대하여는 지급이자에 대해 이자소득세가 원천징수된 것으로 하여 동액 상당이 공제된 만기지급금만을 받으면서 소외 1로부터 원천징수영수증을 팩스로 송부 받았으나, 그로부터 이 사건 각 매매에 이르기까지 다른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지급금에 대하여는 이자소득세 상당을 원천공제하거나 피고로부터 그에 따른 원천징수영수증 등을 교부받은 적이 없다.

(아) 앞서의 자금운용방침 및 원고가 내부적으로 정한 ‘회계규정’ 제74조, 제77조, 제78조 등에 의하면 원고가 여유자금의 운용과정에서 유가증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취득부서장이 지체 없이 동 유가증권의 진위 여부에 대하여 조회·확인을 하고 유가증권관리대장에 기재한 후 조회확인서를 작성·첨부하여 출납담당부서에 문서로 보관을 의뢰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소외 2는 이 사건 각 매매를 통해 취득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에 대하여 피고에게 조회 확인하거나 유가증권관리대장에 따로 기재한 바 없이( 소외 2는 그러한 절차가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양도성예금증서의 사본만 2장 작성하여 그 중 1장은 소외 2가 보관하고, 나머지 1장은 전표처리용으로 회계팀에 넘기며 원본은 취득부서인 재무아이알(IR)팀에서 직접 보관하거나 피고의 삼성동지점에 개설된 원고의 대여금고에 임의로 보관·관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회계규정 등을 위반하였다.

(자) 소외 2는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교부받을 당시 육안으로 그 외관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소외 1과 공범이던 소외 15는 피의자로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소외 6 등에 의해 복제되거나 위조된 양도성예금증서들은 모두 위조감별기를 통해 확인할 경우 그 진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조감별기를 통하지 않고도 촉감이나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악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차) 금융감독원은 2005. 7. 26.부터 2005. 8. 5.까지의 기간 중 원고에 대하여 감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하면서 소외 2에 대하여는 재무담당과장으로서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집행하였음을 이유로 징계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05. 12.경 소외 2에 대하여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해임 및 변상처분을 하였다.

(4)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각 매매의 경위, 내용 및 효과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시 원고를 대리한 소외 2가 소외 1의 내심적 의사로서 배임의사가 있음를 알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7호증의 6, 갑 제9호증의 7, 을 제3호증의 56, 57, 95,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및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종합해 볼 때, ① 이 사건 각 매매는 피고로서는 통상적으로 취급하는 예금 유치 업무의 일종으로서 소외 1이 당시 그 거래에 관하여 주도적으로 처리할 전결권을 수여받고 있었고, 소외 2 또한 원고를 위하여 이 사건 각 매매 거래를 수행하는 기간 중 3,000억원 정도 규모의 보유자금을 운용하면서 일일 평균 100억원 안팎의 입·출금 거래를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1개월 만기로 이루어진 위 각 매매 거래는 위와 같은 운용 규모에 비추어 원고의 일상적인 거래 수준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② 소외 2가 원고의 보유자금을 운용하면서 그 운용기준을 준수하여 가능한 한 최고의 수익을 올리도록 투자상품을 선정하는 것은 원고의 내부적 사정에 불과하고, 나아가 피고의 다른 영업점들(여의도영업소, 논현역지점, 거여동지점 등)에서 양도성예금증서 매매에 적용하는 발행금리는 신규거래의 경우 연 3.00% 정도에 불과한데다가 개별 거래에서 발행금리는 시장금리 수준을 고려하는 외에도 예금주와의 과거 거래관계나 성과, 만기(3개월물의 경우 당연히 1개월 전후의 만기일을 가진 매물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므로, 원고에게 적용된 발행금리가 결코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③ 원·피고 사이에 최초로 양도성예금증서 거래가 이루어진 2004. 12. 27.부터 이 사건 각 매매가 이루어지기 전인 2005. 6. 10.경까지 총 17회에 걸쳐 액면금 합계 1,45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가 피고의 오목교지점을 통해 거래되면서 원고는 만기에 소외 1을 통해 그 액면금 상당의 만기지급금을 정상적으로 결제 받았고, ④ 은행 거래에 있어서 고객과의 협의에 의하여 은행이나 고객의 어느 일방이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편의에 따라서는 은행의 창구가 아닌 다른 장소, 특히 고객의 사무실로 은행의 담당직원이 직접 방문하는 방법에 의하거나 전화 등을 통하여 고객의 지시를 받는 방법으로 거래에 필요한 서류의 작성 및 제출, 통장 내지 유가증권의 교부 및 회수, 만기지급금의 결제 등을 수행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피고도 이 사건 각 매매를 이행함에 있어 소외 2의 사무실이 피고의 오목교지점에서 떨어져 있어 피고의 창구를 통하지 않고 소외 1로 하여금 소외 2의 사무실에 직접 방문하게 하거나 소외 1에게 전화 지시를 하여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점만을 두고 거래 절차상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⑤ 위조된 양도성예금증서의 외관이 조악하였다는 취지의 소외 15의 진술은 범행 당사자의 일방적 진술에 불과하고(또한 위 각 증거 및 갑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15는 수사단계에서 일관되게 소외 2가 소외 1과 공모관계에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그 후 이러한 진술도 배척되었다), 오히려 피고는 소외 1 등에 대한 고발장에서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가 단순히 컬러 복사한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가 아니면 위조 여부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피고의 삼성동지점 관계자들도 2005. 7. 26.경 위조 사실이 발각된 후 원고가 보관하던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과정에서 육안에 의한 식별이 용이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소외 1 등의 위와 같은 위조 범행의 규모 및 위조사실이 장기간 발각되지 아니한 점이나 소외 6 등 위조전문가까지 동원하여 양도성예금증서를 위조한 것이라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 15의 위와 같은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우며, ⑥ 소외 2가 소외 1로부터 이와 같이 정교하게 위조된 양도성예금증서를 교부받으면서 달리 그 진위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 원고에게 그 형식적인 요건을 모두 구비한 양도성예금증서의 진위를 따로 위조감별기까지 동원하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⑦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지급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피고는 이자소득에 대한 세법상의 원천징수의무자로서 통상적으로는 원고에게 양도성예금증서의 액면금 중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만을 만기지급금으로 지급하게 될 것이나, 이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지위에 있게 되는 원고로서는 피고의 원천징수가 있으면 이를 수인할 의무 외에 원천징수와 관련하여 아무런 권한이나 의무가 없고, 원천징수를 당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법인세 등의 종국적인 납부세액도 달라지지 아니하며, 더욱이 원고와 같은 신탁회사가 업무의 성격상 피고 등 금융기관에 대한 양도성예금증서의 운용으로부터 얻게 되는 이자소득이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의 관련규정상 과연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사업 소득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실무 또는 해석상 다툼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자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지 아니한 액면금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의 만기지급금으로 지급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원천징수 여부에 대하여 문의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아니한 채 그 만기지급금을 전액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원고가 비정상적인 대금결제를 받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⑧ 원고가 피고와 이 사건 각 매매 거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자금 운용 및 집행의 최종결재권자인 소외 14 등이 소외 2의 자금 운용 및 집행 내역을 사후에 결재한 것이나 소외 2가 회계규정 등을 위반하여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를 교부받은 후에도 피고에 대하여 그 진위 여부를 조회·확인하거나 규정된 장부를 작성하지도 아니한 채 대여금고에 임의로 보관시킨 것은 이 사건 각 매매의 성립 경위, 내용 및 효과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 거래의 이행이 모두 완료된 후 이루어지는 원고 내부의 업무처리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것에 불과하여 이에 대하여는 원고 내부적으로 그 위반을 탓하여 소외 2에 대한 징계의 사유로 삼을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소외 1의 대리권 남용에 대한 원고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보이며, ⑨ 비록 원고가 피고와 이 사건 각 매매 거래에 이르게 된 주된 동기가 소외 11, 12 등의 권유를 받은 소외 2가 동종 영업에 종사하는 고등학교 동창생의 편의(편의)를 보아준다는 사적인 연고에 기한 것으로서 고객으로부터 신탁 받은 자금을 운용하는 수탁기관의 담당직원으로서 고객에 대한 선관주의의무에 따른 합리적인 계산에 기하지 않고 사적인 정에 이끌려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고객에 대한 관계에서 계약상 또는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사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과정에서 소외 2 개인이나 원고가 소외 1 등과는 달리 어떠한 불법·부당한 이득을 취할 유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실제로도 소외 2는 소외 12나 소외 11 등과는 달리 거액의 자금 유치에 대한 대가로서 소외 1 등으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이득을 취한 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위 각 증거에 의하면, 소외 2가 그 무렵 소외 11과 승용차 교환거래를 한 것도 자동차중고시장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서로 손해를 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소외 2가 오히려 소외 11에게 차액 200만원을 지급하는 외에 제반비용으로 100만원을 추가로 지출하기까지 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나 소외 2는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따라서, 소외 2 내지 원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대리권 남용에 관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상계 주장

(1) 먼저 상계의 자동채권이 발생되기 위한 전제로서 피고가 소외 2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갖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소외 2가 이 사건 각 매매 당시 소외 1의 배임적 의사를 알았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고의에 의한 방조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또한,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41749호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된 바와 같이 소외 2가 이 사건 각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용 자금에 대하여 최고의 이자수익을 얻지 아니한 채 사적인 연고에 이끌려 자금을 운용하고, 이 사건 각 양도성예금증서의 매입 및 결제를 창구 거래를 통하지 않고 사무실 방문이나 전화 지시를 통해 처리하였으며, 만기지급액이 이자소득세의 원천징수 없이 지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원천징수영수증의 발행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내부 규정에 따른 양도성예금증서의 조회·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관련 장부를 작성하거나 출납담당부서에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시키지도 아니함으로써 금융거래 절차상의 정규 방식에서 다소 벗어나거나 원고의 내부 규정을 일부 위반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소외 2가 원고의 직원으로서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을지언정 소외 1의 불법행위 자체와 직접 관련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점에서 이로써 소외 1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책임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고, 달리 소외 2가 이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소외 2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로서 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2) 따라서, 소외 2에 대하여 소외 1과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상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마. 과실상계 주장

살피건대, 가사 원고의 직원인 소외 2가 이 사건 각 매매 거래를 수행함에 있어 원고 내부 규정을 일부 준수하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있었고 이러한 점은 만약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 과실상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실상계는 이와 같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인정되는 것이지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 이행의무가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는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김충섭(재판장) 박정우 하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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