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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2.13. 선고 2018고합109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사건

2018고합1099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컴

퓨터 등장애업무방해

피고인

A

검사

전성환(기소), 홍지예(공판)

변호인

변호사 금교륜

판결선고

2019. 2. 13.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1)

[전제사실]

암호화폐란 컴퓨터 등에 전자적 형태로 기록되어 실물 없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일종의 전자화폐로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대표적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있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한 암호화폐를 '코인'이라고 부르고, 코인과 달리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해 이더리움, 퀸텀 등 다른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차용하는 암호화폐를 '토큰'이라고 하는데, 토큰인 상태로도 코인과 교환이 가능하다.

B 토큰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제작된 토큰으로 C 유한책임회사(C, 이하 'C'라 한다)가 2018. 1. 22.경 최초 발행하여 2018. 5. 22. 16:00경 피해 회사인 D유한책임회사(D)가 운영하는 홍콩 E 암호화폐 거래소(이하 'E 거래소'라 한다)에 상장한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C는 위와 같이 E 거래소에 B 토큰을 상장하기 전에 B 토큰의 성립, 발전 및 상장에 기여하였거나 그 가치를 인정하여 투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상장 후 3개월간 판매금지(Lock-up)를 조건으로 B 토큰을 할인 판매하는 소위 '프라이빗 세일'을 하였고,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B 토큰을 구매한 투자자들에게 B 토큰을 관리 · 보관할 수 있는 전자지갑인 FO로 위 구매한 B 토큰을 전송해 주었으며, 프라이빗 세일 기간 동안 판매된 모든 B 토큰에 대하여 상장 후 3개월간 판매금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였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위 프라이빗 세일 기간인 2018. 1. 22.경 B 토큰 6,788,382개를 구매하여 F에 보관하고 있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B 토큰이 E 거래소에 상장되기 직전인 2018. 5. 21, 16:30경 다른 투자자들과 G 단체대화방에서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공유하던 중, 투자자 H으로부터 '내 F에 보관 중인 락업된 B 토큰 676개를 E 거래소에 개설한 내 계정으로 시험 삼아 전송을 시도해 보았는데 실제로 전송이 이루어진 것처럼 위 계정에 676개의 B 토큰이 생성되었고, 한편 F에 보관 중인 기존 B 토큰의 개수는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를 통해 E 거래소 등의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시스템 오류를 이용하여 피고인의 F에 보관되어 있는 상장 후 3개월간 판매금지 조건의 B 토큰을 E 거래소 계정으로 계속하여 전송을 시도하는 방법으로 실제 B 토큰의 전송이 없음에도 E 거래소 계정에 B 토큰을 생성시킨 다음, E 거래소를 통해 위와 같이 생성된 B 토큰을 비트코인(BTC) 등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한 뒤 위 비트코인 등을 국내 거래소에서 현금화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8. 5. 21. 17:41경 서울, 인천 이하 불상의 장소에서 B 토큰이 거래금지가 되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노트북으로 피고인의 F에 접속한 다음, 전송 란에 피고인의 E 거래소 계정 주소 T과 토큰 수 1,000,000'을 기재하고 전송(Generate Transaction)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위와 같은 시스템 오류를 이용하여 피해 회사가 운영하는 E 거래소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피고인의 F에 보관된 B 토큰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E 거래소의 위 계정에 1,000,000개의 B 토큰이 생성되도록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E 거래소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위 계정에 B 토큰 1,000,000개, 시가 17,000,000원 상당2)이 생성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5. 23. 18:16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86회에 걸쳐 합계 883,880,000개, 시가 합계 12,136,087,640원 상당의 B 토큰이 피고인 및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의 이메일 명의로 만든 E 거래소의 52개 계정에 생성되도록 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과 동시에 같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가 발생하게 함으로써 피해 회사가 운영하는 E 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 중개업무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J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각 대질부분 포함)

1. K, L, M, N, O, P, Q, R, S, T, U, V, W(대질부분 포함), X(대질부분 포함), H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진정서, B 백서, G 내용, 각서, 토큰 시세에 관한 설명, 피진정인들의 B 토큰 복제 과정 설명자료, B 토큰 장외거래 가격, A의 지갑으로부터 E 거래소로 복제된 내역, E 거래소에서의 출금 내역, 거래중지 원인, 피의자의 G 내역, E 거래소의 상장가 결정 및 당시 장외거래 가격 현황, 매매 내역, 이체 관련 도식도, A의 허위 24개 계정의 B 토큰 전송 및 거래소 밖 인출 내역 등, 52개 계정 관련 자료(계정 내역, 동 시매매 내역), 접속 IP 정리, 피의자 접속 로그기록, 전송 내역 등, B 토큰 복제 과정 스크린샷, 부정거래 도식도, A의 차명계좌 내역, E 거래소 제공 부정거래자 B매도 내역(수정), 피의자 이더스캔 내역, B 토큰 전송한 인원 목록, 피진정인별 복수의 E 거래소 계좌 계설 내역, 진정인 의견서, A의 B 토큰 구매 내역, A이 B 토큰을 분배받은 내역 1·2, E 거래소의 B 시가(BTC) 및 AA 거래소의 BTC 시가 (KRW) 각 1부, Y의 2조합 계좌 거래내역 1부, AA 거래소의 비트코인(원) 시가자료 1부, E 거래소의 B 토큰[비트코인(BTC)] 시가자료 1부, 범죄일람표(수정본) 1부, A의 모·Y의 각 AB 계정 거래내역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 등사용사기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314조 제2항, 제1항(컴퓨터 등장애업무방해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형더 무거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3)

1. 형의 선택

유기징역형 선택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유죄 판단의 근거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1) 피고인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F에 보관하고 있는 B 토큰에 대하여 전송명령을 입력하였을 뿐, E 거래소의 사무처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프로그램이나 명령을 조작하거나 위 시스템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목적 외 사무처리를 하게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전송명령을 입력한 행위는 형법상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피고인 등의 E 거래소 계정에 표시된 B 토큰은 실물 암호화폐의 이전)이 없는 장부상 오표시에 불과하므로 아무런 재산상 가치가 없다. 피고인은 E 거래소에서 위 장부상 오표시를 이용하여 다른 암호화폐를 취득한 후 이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 전송하여 현금화하였으나, 이로 인한 이익은 컴퓨터 등에 의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직접 취득한 것이 아니라 별개의 교환행위를 통해 취득한 이익이어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E 거래소 계정의 장부상 오표시만으로는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고, 피고인이 위 장부상 오표시를 이용해 제3자와 교환거래를 함으로써 비로소 위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피해자는 E 거래소가 아니라 피고인과 거래한 제3자로 보아야 한다.

4) 거래량이 미미한 장외거래를 근거로 상장 전 B 토큰의 가격을 상장가격인 17원으로 보고 피고인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액을 산정한 것은 부당하다.

나. 컴퓨터 등장애업무방해의 점

1) 피고인이 판매금지가 설정된 B 토큰에 대하여 전송명령을 입력한 것은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 혹은 E 거래소 정보처리장치의 작동에 영향을 미쳐 장애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볼 수 없다.

2) E 거래소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는 처음부터 B 토큰의 전송 거래시 전송성공 여부에 관한 결과값을 처리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 거래소의 정보처리장치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2.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1) E 거래소의 시스템 오류와 B 토큰의 허위 생성

가) 피고인은 2018. 1. 말경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G 단체대화방에서 B 토큰에 관하여 알게 되어 시세차익을 얻고자 위 대화방 개설자 X를 통해 당시 프라이빗 세일 중으로 3개월간 판매금지 조건이 걸려 있는 B 토큰 6,788,382개를 구매하여 자신의 F지갑에 보관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8.5.21. 16:30경 위 대화방에서 H으로부터 '락업된 B 토큰을 E 거래소 계정으로 전송하면 기존 B 토큰은 줄어들지 않지만 거래소 계정에 실제로 전송이 이루어진 것처럼 B 토큰이 생성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그 직후인 같은 날 17:41경부터 같은 달 23. 18:16경까지 F에 보관 중이던 B 토큰에 대하여 전송명령을 반복 입력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등 명의의 E 거래소 계정 52개의 전자지갑에 186회에 걸쳐 합계 883,880,000개의 B 토큰이 생성되게 하였다.

다) F에 설치된 B 토큰 전송 프로그램인 AC5)는 B 토큰 전송명령에 대하여 전송 프로그램(트랜잭션) 실행 여부를 먼저 success/fail 결과값으로 표시하고, 이후 프로그램에 설정된 추가 검증에 따른 전송 성공 여부를 true/false 결과값으로 표시한다. 따라서 판매금지 조건이 설정된 B 토큰에 전송명령을 입력하면 전송 프로그램은 실행되지만 판매금지 조건으로 인해 실제 전송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결과값이 success와 false로 표시되게 된다. 그런데 E 거래소 시스템이 프로그램 실행 여부에 관한 결과값 (success)만 처리하는 기능을 두었을 뿐 전송 성공 여부에 관한 결과값(false)을 처리하는 기능은 갖추지 못한 탓에 실패한 전송명령을 정상적인 거래로 처리함으로써 F에는 잔고의 변화가 없음에도 거래소 계정 지갑에 B 토큰이 전송된 것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2)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교환 등 거래 방식

가) 암호화폐 거래소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로부터 현금과 암호화폐를 입금 또는 전송받아 보관하면서 매매 주문의 접수, 체결, 청산을 통해 암호화폐 매매를 중개하는 사업체로서 암호화폐의 매매 내지 유통 시장을 개설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통상 암호화폐 거래소는 고객들로 하여금 먼저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정을 만들어 지정계좌에 현금을 입금하거나 전자지갑에 암호화폐를 전송하도록 한 후 거래시스템 내에서 고객 간에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이 계정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암호화폐를 출금 또는 출고하고자 할 경우 언제든지 잔고 범위 내에서 이를 지급 또는 출고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거래는 시간 단축을 위해 고객들의 잔고 및 계약체결 내역이 실제 금융계좌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되지 않은 채 오로지 거래소 자체의 전산시스템에 기록·처리 · 보관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므로, 고객들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거래시스템에 게시되는 정보를 그대로 믿고 그 정보를 기초로 암호화폐의 매매 주문, 계약 체결, 출고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C의 CIO(최고투자책임자)인 J도 이 법원에서, E 거래소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하고 그것이 이 사건 발생의 한 원인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J 증인신문 녹취서 24쪽).

3) 허위 생성된 B 토큰의 교환 등

가) 위와 같이 허위로 생성된 B 토큰 중 527,532,476개가 상장 직후인 2018. 5. 22. 15:11경부터 같은 달 23. 16:45경까지 E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로 교환되었고, 그 일부인 188.989 BTC(비트코인), 6.6412 ETH(이더리움), 79.582 BCH(비트코인캐시)가 국내 거래소로 전송된 후 한화 1,816,175,325원으로 교환되어 출금되었다. 6)

나) E 거래소는 2018. 5. 23.경 위와 같은 부정거래 사실을 인지하고 곧바로 피고인의 계정을 비롯한 부정거래가 의심되는 계정을 동결하고서 B 토큰의 거래를 중지시켰고, 이후 C로부터 B 토큰 4억 개를 무상으로 대여 받고서 거래를 재개하였다.

다) 한편 B 토큰이 E 거래소에 상장된 가격은 0.00000185BTC(약 17원)7) 인데, 2018. 5. 22, 16:00 상장 직후 가격이 0.0000025 BTC(약 23원)으로 상승했다가 곧바로 0.0000002BTC(약 1.8원)로, 폭락하였고, 이후 거래 중지시까지 0.0000004 BTC~0.0000007 BTC(약 3.7~6.5원) 정도를 유지하였다.

나. 구체적 판단

가)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 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부정한 명령의 입력'은 당해 사무처리시스템에 예정되어 있는 사무처리의 목적에 비추어 지시해서는 안 될 명령을 입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12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설령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해 사무처리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개의 명령을 부정하게 변개 · 삭제하는 행위는 물론 프로그램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그 사무처리의 목적에 비추어 정당하지 아니한 사무처리를 하게 하는 행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도4440 판결 등 참조).

(2) 위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은 E 거래소 시스템에 B 토큰 전송 거래시 전송 성공 여부의 결과값을 처리하지 못하는 오류가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시스템 오류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전송명령을 반복하여 입력함으로써 피고인 등의 E 거래소 계정에 허위의 B 토큰이 생성되게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프로그램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그 사무처리의 목적에 비추어 정당하지 아니한 사무처리를 하게 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1) 재산상의 이익은 반드시 사법상 유효한 재산상의 이득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외견상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 있으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428 판결 등 참조).

(2) 위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 특히 ① 암호화폐는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무형의 재산인 점(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참조), ② E 거래소에서의 암호화폐의 교환거래는 거래소 자체의 전산시스템에만 기록되는 장부거래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 ③ 이 때문에 피고인이 생성한 실재하지 않는 B 토큰은 E 거래소의 전산시스템에 기록됨으로써 진정한 B 토큰과 마찬가지로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점, ④ 실제로 E 거래소의 거래 참여자들은 위 B 토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여 피고인과 거래를 하였고, 피고인은 위 B 토큰을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한 후 국내 거래소로 전송하여 현금화한 점, ⑤ 허위의 B토큰를 이용한 거래가 시작되어 선의의 제3자가 개입한 이상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롤백(Roll back)8) 등의 방법으로 기존의 거래를 무효화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E 거래소도 현재까지 위 B 토큰을 이용한 거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등의 E 거래소 계정에 생성된 허위의 B 토큰은 이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암호화폐의 외견을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은 별도 행위의 개입 없이 E 거래소 시스템의 정보처리에 의해 직접적으로 위와 같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사기 범행의 피해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위 사실관계에 따르면, E 거래소는 여타 암호화폐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기록된 피고인의 암호화폐 잔고에 대하여 피고인이 출고 또는 교환거래를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잔고 범위 내에서 이를 출고하거나 거래에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반면 C가 E 거래소에 허위 생성된 B 토큰의 개수만큼 진정한 B 토큰을 전송하여야 할 법령상,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 판시 사기 범행의 피해자는 위 B 토큰 교환 거래에 따른 최종 소지자 등에게 장부에 기재된 B 토큰을 지급해야 할 직접적 위험에 처하게 되는 E 거래소 운영법인이라 할 것이고, 설령 E 거래소가 실제 B 토큰 지급에 따른 손해를 거래 약관, 상호 협의 등을 통해 C에 전가할 수 있다고 하여 달리 볼 바가 아니다.

라) 재산상 이익의 가액

(1) 피고인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은 피고인이 허위로 생성한 B 토큰의 시가 상당액이라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시가는 정상적인 방법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져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래가격, 즉 불특정다 수인 사이에 자유로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의미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두12022 판결 등 참조).

(2) 위 사실관계 및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B 토큰은 상장 전에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암호화폐 장외거래소인 AD 등에서 거래되었고, 거래가격은 6~8원 정도에서 상장일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상승하여 상장 무렵에는 15~30원에 이르렀으며, 피고인의 범행 개시 후 상장 전에 이루어진 한 차례의 거래에서도 그 가격이 20.8원이었던 점, ② B 토큰의 장외거래가 이루어진 거래소가 비교적 소규모이고 거래횟수나 거래량이 적기는 하나, 토큰이 장외 거래소에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에 의해 거래된 이상 시장성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가액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 점(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26988 판결의 취지 등 참조), ③ B 토큰의 상장가격 17원은 C가 ICO9) 가격과 장외거래 가격 등을 감안하여 책정한 가격으로 보이고, 실제 E 거래소의 심사를 거친 점, ④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B 토큰의 최초 프라이빗 세일 가격이 13원 정도였고 B 토큰의 평균가격이 12~13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1457, 1468쪽), ⑤ B 토큰의 거래가격은 상장 직후 23원까지 상승한 후 2원으로 폭락하였다가 4~6원으로 안정되었는데, 피고인 등이 단기간에 대량의 허위 B 토큰을 교환한 것도 위와 같은 가격 변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상장 전 허위의 B 토큰 취득으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B 토큰의 상장가격인 17원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한 것이 부당하다고 하기 어렵다.

2) 컴퓨터 등장애업무방해의 점

가) '부정한 명령'의 해당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E 거래소 시스템의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음을 뚜렷이 인식하면서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전송명령을 반복하여 입력한 것이므로, 컴퓨터 등장애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나) '장애'의 발생 여부

(1)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가해행위의 결과 정보처리 장치가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보처리의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을 것을 요한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도631 판결 등 참조).

(2) 위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이 입력한 부정한 명령으로 E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허위의 B 토큰이 생성되었고, 그 결과 E 거래소 시스템이 위 B 토큰을 유효한 토큰으로 오인하여 진정한 암호화폐 거래 중개라는 본래의 사용목적과 달리 허위의 B 토큰 교환 거래를 중개하게 된 것이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의 결과 위 거래소정보처리장치에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2년 6월 이상

2. 양형기준의 참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죄와 컴퓨터 등장애업무방해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하나, 참고적으로 위 두 죄의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를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유형의 결정] 일반사기 > 제4유형(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손해발생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되지 아니한 경우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6년(감경영역)

나. 컴퓨터 등장애업무방해죄

[유형의 결정] 업무방해 > 제1유형(업무방해)

[특별양형인자] 해당 없음

[권고형의 범위] 징역 6월~1년 6월 (기본영역)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상장 후 3개월간 판매금지 조건이 붙어 있는 암호화폐(토큰)를 구매하여 보관하고 있던 피고인이 판매금지에 따른 전송 실패의 결과값을 처리하지 못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시스템 오류를 이용하여 위 토큰을 위 거래소 계정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8억 8,000여개의 허위 토큰이 피고인 등의 거래소 계정에 생성되게 함으로써 약 12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위 거래소의 암호화폐 중개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편취액이 크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피해 회사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에서 죄질과 범정이 무겁다.

다만 코인 전송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는 거래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피고인의 범행을 가능케 한 피해 회사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생성한 허위의 토큰 중 실제 현금화된 토큰은 약 18억 원 상당으로 전체 편취금액의 15% 정도에 불과하며, 피고인에게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이 있다.

이와 더불어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조의연

판사김영호

판사이진규

주석

1)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염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공소사실과 일부 다르게 인정한다.

2) 상장 전 생성된 B 토큰 : 상장시 시가인 개당 17원으로 산정. 상장 후 생성된 B 토큰 : 생성 당시 E 거래소의 B 토큰 거래 가격에 상응하는 비트코인 개수를 산정한 후 같은 시점 한국 AA 거래소의 비트코인 시가를 적용하여 산정.

3) 겸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컴퓨터등장애 업무방해죄를 경합범으로 기소하였으나, 피고인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데 이어 정보처리에 장애까지 발생하게 하였으므로 위 두 죄는 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일반적으로 실물 암호화폐의 거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그 내역이 기록되고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되어 거래 사실을 부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5) 프로그래밍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자동화 계약시스템이다.

6)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출금한 금원은 3억 원 정도이고, 나머지 15억 원은 피고인으로부터 B 토큰을 송금받은 지인들이 출금한 금원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008쪽).

7)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AA의 2018. 5. 22, 16:00 비트코인 가격 9,239,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격이다. 이하 같다.

8) 현재의 데이터 (Data)가 유효하지 않거나 망가졌을 때 과거 특정 시점의 데이터로 되돌리는 행위.

9) 암호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시 대중 투자자들에게 향후 발행될 암호화폐와 교환될 수 있는 토큰을 지급하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기존 암호화폐나 현금으로 사업자금을 투자받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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