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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21.3.29. 선고 2020고합25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사건

2020고합257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

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

임○○ (88년생-1), 회사원

주거 광주 남구

등록기준지 나주시

검사

이승주(기소, 공판), 김수민, 전종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황준홍

판결선고

2021. 3. 29.

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0. 4. 9. 23:17 무렵 K7 승용차를 운전하여 광주 서구 유림로 100 앞 삼거리 교차로를 동천파출소 쪽에서 동천교 쪽으로 좌회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김이중(49세)이 운전하는 제네시스 승용차는 때마침 위 삼거리 교차로를 대남대로 쪽에서 동천교 쪽으로 직진 방향으로 신호에 따라 진행하였다. 그런데 삼거리 교차점 부근에서 위 제네시스 승용차의 좌측 앞부분과 피고인의 위 K7 승용차 우측 뒷부분이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할 때는 이를 말한다).

위와 같은 사고로 피해자 남○준 소유의 제네시스 승용차가 수리비 1,110,118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되었음에도, 피고인은 잠시 정차하여 피해차량의 상태를 확인하였을 뿐,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하거나 피해자 측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채 사고 현장을 떠났다.

이로써 피고인은 교통사고 발생 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제네시스 승용차 차주인 남○준이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가라.'는 취지로 손짓을 하면서 말을 해서 그곳을 떠났을 뿐, 교통사고 발생 시에 해야 할 조치를 다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다.

2. 배심원 평결

만장일치로 유죄(7명)

3.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교통상의 장해가 발생하였음에도 피고인은 잠시 정차하여 피해차량의 상태를 확인하였을 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하거나 피해자 측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채 사고 현장을 떠났고, 이로 인하여 피해차량의 운전자가 추격 운전을 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교통상의 위험을 야기 하였다.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아, 알았은께 가"라고 말한 것은 사실로 보이나, 이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단편적으로 던지듯이 한 말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말만 듣고 바로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을 가지고 교통사고 발생 시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이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5만 원 이상 1,500만 원 이하

2. 양형기준의 적용 여부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음.

3. 양형에 대한 배심원 의견

가. 벌금 100만 원: 2명

나. 벌금 200만 원: 5명

4.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이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어 피해차량을 손괴하였음에도 피해자 측에게 인적사항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함으로 말미암아 경찰이 CCTV 수사를 통해 피고인을 가해차량 운전자로 특정할 때까지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죄책은 가볍지 않다.

다만,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 및 피해차량 파손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비록 술에 취한 상황에서 한 말이지만 "아, 알았은께 가"라고 말한 것은 사실로 보이므로 사고 현장 이탈에 관한 피고인의 범의가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점, 피해자와 수사 단계에서 원만하게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은 교통범죄 및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여기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배심원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참고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이유무죄 부분[=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K7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4. 9. 23:17 무렵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광주 서구 유림로 100 앞 삼거리 도로를 동천파출소 쪽에서 동천교 쪽으로 좌회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그곳은 신호등이 설치된 삼거리 교차로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고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직진하는 승용차가 있음에도 양보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좌회전하며 진행한 과실로 마침 대남대로 쪽에서 동천교 쪽으로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피해자 김○중(49세)이 운전하는 제네시스 승용차의 좌측 앞 부분을 피고인이 운전하는 위 K7 승용차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김중과 위 제네시스 승용차의 동승자인 피해자 남○준(43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등의 상해를 각각 동시에 입게 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가. 교통사고 발생에 관하여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없다.

나. 설령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차량 탑승자인 피해자 김○중과 피해자 남○준이 그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

다. 또한 당시 현장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라. 피고인은 제네시스 차주인 피해자 남○준이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가라.'는 취지로 손짓을 하면서 말을 해서 그곳을 떠났을 뿐, 도주한 것이 아니다.

3. 배심원 평결

만장일치 무죄(7명, 교통사고 발생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되나,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 김○중, 피해자 남○준이 각 형법상 상해를 입었음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

4. 판단

가. 법리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등 참조).

한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따라서 위의 도주치상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아니.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4도214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 김○중에 대한 형법상 상해 인정 여부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위 피해자에게 형법상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교통사고는 그 경위에 비추어 차량들 간의 충격의 정도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해차량은 좌측 앞 범퍼 및 펜더 부분이 수리비 약 110만 원 상당이 들도록 찌그러진 정도의 파손만 입었다.

위 피해자는 당시 피해차량을 운전하고 있었고, 사고 직전에 피고인 운전 차량의 진행 모습을 보고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신체에 방어 기제가 작동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③ 위 피해자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보험회사와 112에 전화를 하였을 뿐 특별히 어느 곳이 다쳤다는 기색을 보이거나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④ 위 피해자는 사고 후 경찰서로 이동하여 '목, 어깨 등이 아파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진술하였으나, 사고일로부터 5일 뒤인 2020. 4. 14.에야 한방병원에 내원을 하였다(비록 4. 11.과 12.은 주말이었으나, 평일인 4. 10. 또는 13.에는 병원에 방문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⑤ 위 피해자는 2020. 4. 14.부터 같은 달 27.까지 총 5회 ○○한방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으나 침을 맞은 것 외에 다른 검사나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⑥ ○○ 한방병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서에 의하면 위 피해자에 대한 진단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임상적 추정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⑦ 위 피해자는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일 대리운전 기사 일을 하였다.

다. 피해자 남○준에 대한 형법상 상해 인정 여부

위 피해자는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술에 취해 피해차량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충격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피해자에 대한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한 점,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위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 점, 위 피해자가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이나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에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에 위 피해자가 호소한 증상 중 '뇌진탕증'과 '경추부 염좌'에 해당하는 부분은 형법상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에 비추어 보고,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평결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위 피해자에게 형법상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교통사고는 그 경위에 비추어 차량들 간의 충격의 정도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해차량은 좌측 앞 범퍼 및 펜더 부분이 수리비 약 110만 원 상당이 들도록 찌그러진 정도의 파손만 입었다.

② 위 피해자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피해차량의 충격 부위를 살펴보았을 뿐 특별히 어느 곳이 다쳤다는 기색을 보이거나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블랙박스 영상에 나타난 사고 직후 위 피해자의 행동을 보면 사고로 다쳤다고 보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③ 위 피해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머리가 어지럽다. 병원에 가야겠다'.는 말을 하였지만 위 경찰관들은 당시 피해자의 모습에 관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것 외에는 신체적으로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④ 위 피해자의 요청으로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하였으나 그는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겠다며 '휴대전화를 찾을 때까지는 병원에 안 간다'고 하면서 인도에 드러누웠다 앉았다 행동을 반복하였고, 심지어 구급대원에게도 '병원은 내가 알아서 판단하여 가겠다'며 이동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기도 하였다.

⑤ 위 피해자는 구급차를 타고 광주한국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CT 검사 결과 머리에 특이 소견은 확인되지 않아 4. 10. 새벽 집으로 귀가하였다.

⑥ 위 피해자는 4. 10. 오후에 ○○병원에 내원하여 그때부터 4. 13.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서에 의하면 위 피해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 뇌진탕은 외관상 나타나는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두피 타박, 좌측 슬부 타박 역시 저명한 타박흔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원까지 하게 된 것은 위 피해자가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여 이에 대한 경과 관찰 및 추가 검사를 위한 것이었다.

⑦ 00병원 의사는 위 피해자에 대한 X-레이 검사 결과 '경추 전만곡의 소실'이 관찰되어 '경추부 염좌'로 진단하였으나, 목 보호대 처방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서에 의하면 '경추 전만곡의 소실은 이른바 일자목, 거북목 증상이라 불리는데, 이는 사고 또는 평소 생활 자세로 인하여 모두 발생 가능하므로 검사 결과만으로 원인 구별은 힘들다'고 한다.

③ 위 피해자는 입원기간 중 주로 물리치료 등을 받았고, 스스로 퇴원을 원하여 4. 13. 오전에 퇴원을 하였는데, 4. 11. 오전 의사 회진 시에는 자리를 비우기도 하였다.

⑨ 위 피해자가 00병원에 내원하였을 때 전날 광주○○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에 관하여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들에게 보인 태도나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 보인 모습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의 정도에 관한 위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

라. 소결

결국 검사가 신청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 기재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노재호

판사차기현

판사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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