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돈사에서 사육되는 돼지 전체가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로 설정된 경우, 양도담보계약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2]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인 유동집합물이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되어 양수인이 이를 선의취득한 경우,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의 효력
판결요지
[1] 돈사에서 사육되는 돼지 전체를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로 설정한 경우, 이러한 양도담보계약은 일단의 증감 변동하는 동산을 하나의 물건으로 보아 이를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삼는 이른바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 경우 양도담보권자가 담보권설정계약 당시 존재하는 집합물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를 취득하면 그 후 새로이 반입되는 개개의 물건에 대하여 그 때마다 별도의 양도담보계약을 맺거나 점유개정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하나의 집합물로서의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치게 된다.
[2]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목적인 집합물이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그 양도담보권의 부담을 받는 채로 집합물을 양수한 것이 되므로 양수인에게도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고, 따라서 양수인이 양수 당시에 존재하던 집합물 내의 동산뿐만 아니라 그 후 양수 당시의 동산으로부터 산출되거나 양수인이 새로 구입하여 반입한 동산에도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 할 것이며, 다만 이 경우에 양수인이 양수 당시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양수한 목적물에 대하여 양도담보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이 때에는 양수한 목적물이나 그 후 새로 구입한 동산에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칠 여지가 없게 된다(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이 공허한 권리로 전락하는 것이 방지되면서도 제3자인 양수인으로서는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면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므로 거래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인정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
원고,피항소인
철원축산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광복 외 1인)
피고,항소인
이종덕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윤영환 외 1인)
변론종결
2004. 3. 9.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돼지를 인도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4호증의 1 내지 4,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 내지 5, 을 제9호증의 1 내지 4, 을 제14, 16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엄홍중, 윤여학의 각 증언(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각 제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517-2 소재 기원농장에서 돼지를 사육하고 있던 박철환에게 양돈용 사료를 공급하여 오던 중, 1997. 12. 10. 박철환과 사이에 이미 공급한 사료대금 및 앞으로 공급할 사료대금 합계 300,000,000원을 담보하기 위하여, 당시 박철환이 사육하고 있던 기원농장 내의 돼지 전체인 별지 목록 기재 돼지의 소유권을 매매대금 300,000,000원으로 정하여 원고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하고 박철환이 돼지를 계속 점유·관리하면서 원고의 승낙을 얻어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사료대금을 변제하며, 항상 3,000두를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도담보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그 후 박철환이 원고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돼지를 판매·처분하자 1998. 4. 16. 박철환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98카합568호로 유체동산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1998. 4. 21. 그 집행을 마쳤다.
다. 그런데 박철환은 연인옥으로부터 98,000,000원을 차용하였다가 그 중 변제하지 못한 78,000,000원의 담보로 2000. 9. 16. 박철환이 기원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전체인 모돈 300두, 자돈 1,200두, 비육돈 1,500두, 합계 3,000두를 대금 350,00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하여 박철환이 계속 돼지를 사육하였다.
라. 박철환은 2000. 9.경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같은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던 윤여학에게 기원농장 내의 돼지 매매를 의뢰하여 2000. 12. 1. 손춘자를 대리한 윤여학과 사이에, 기원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전체인 모돈 322두, 육성돈 667두, 비육돈 1,486두, 웅돈 11두, 위탁돈 353두 등 합계 약 3,000두를 대금 300,000,000원에 손춘자에게 매도하고, 손춘자는 박철환의 기원농장 돈사를 보증금 50,000,000원에 임차하여 윤여학을 통하여 위 돼지들을 계속 기원농장에서 사육·관리하기로 약정하였다. 박철환은 그 무렵 손춘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으로 연인옥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였다.
마. 손춘자는 윤여학을 통하여 박철환의 기원농장에서 위 돼지들을 사육하다가 일부를 처분하고, 2000. 12. 27. 기원농장에 남아 있던 돼지 전체인 모돈 200두, 자돈 570두 합계 770두를 피고에게 대금 91,500,000원에 매도하였다. 또한, 같은 날 피고는 손춘자를 대리한 윤여학으로부터 기원농장의 돈사를 보증금 50,000,000원에 임차하여 위 돼지를 사육하였다.
바. 피고는 2001. 1. 8. 선명규로부터 동인이 윤여학에게 위탁하여 기원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840두를 115,000,000원에 매수하여 위 마.항의 돼지들과 함께 사육하였다. 그 후 피고는 위 돼지들 중 일부를 처분하고 다시 새로운 돼지를 구입하는 일을 반복하여 현재 기원농장에서는 3,000두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사. 원고는 2001. 1.경 손춘자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2000카합1078호로 유체동산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2001. 1. 16. 박철환의 기원농장에 이르러 집행하려 하였으나 이미 돼지들의 점유가 피고에게 이전되어 집행불능이 되자, 다시 2001. 1. 31. 기원농장의 돼지들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같은 지원 2001카합63호로 유체동산점유이전및처분금지가처분결정 을 받아 집행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는, 박철환과 체결한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기원농장에서 사육중인 별지 목록 기재 돼지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귀속되었으므로 위 돼지의 점유자인 피고는 위 돼지를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첫째 자신이 손춘자로부터 당시 기원농장에 남아 있던 돼지 전체인 770두를 매수함으로써 이를 선의취득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고, 둘째 현재 기원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는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매수한 770두의 자돈들이거나 선명규로부터 매수한 840두 또는 다른 곳에서 피고가 새로 매수한 것들로서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이었던 돼지들과는 동일성이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고, 설사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효력은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매수한 770두 혹은 피고가 선명규로부터 매수한 840두 중 선명규가 손춘자로부터 양수한 후 다시 피고에게 매도했던 400두를 포함한 1,170두에 한하여 미치는 것이므로,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선의취득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가 위 돼지를 선의취득하기 위해서는 평온·공연하게 선의로 과실 없이 이를 양수하여야 하는바, 피고가 선의·무과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돼지를 매수할 때 선의·무과실이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제1심 증인 엄홍중, 윤여학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손춘자는 윤여학에게 자금을 대주는 자금주로서 양돈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박철환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무렵에도 기원농장을 찾지 않고 윤여학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기원농장의 농장총괄업무를 담당하던 임훈교는 2000. 6.경 윤여학으로부터 기원농장의 돼지에 관한 문의를 받자 원고에게 전화로 확인한 뒤 윤여학에게 원고에 대한 양도담보로 제공된 사실과 원고의 가처분사실을 알려준 사실, 윤여학은 박철환과 같은 양돈업자로서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2000. 10.경에는 박철환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기원농장의 돼지들이 원고에게 양도담보되어 가처분까지 된 사실이 양돈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상태였던 사실, 박철환은 2000. 10.경 발행한 수표들이 부도가 나 2000. 12. 15.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았고 원고에 대한 사료대금채무도 연체되어 있었으며 기원농장의 돼지 이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던 사실, 피고는 윤여학을 통하여 위 돼지를 매수하고 기원농장의 돈사를 임차하면서 박철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등으로 위 돼지의 소유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돼지를 매수한 시점은 박철환의 부도 이후로서 당시 양돈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박철환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사실과 기원농장 내의 돼지들이 원고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되었고 가처분집행까지 되었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피고는 박철환의 돈사를 임차하면서도 손춘자를 대리한 윤여학과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기원농장에 찾아가 박철환에게 직접 확인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기원농장 내에 있는 돼지를 매수하려는 피고로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기원농장 내의 돼지들이 원고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되었고 나아가 원고에 의하여 가처분집행까지 마쳐진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기원농장 내의 돼지를 매수함에 있어 과실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양도담보의 효력범위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와 박철환은 기원농장 내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전체를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로 하였다 할 것인데, 이러한 양도담보계약은 일단의 증감·변동하는 동산을 하나의 물건으로 보아 이를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삼는 이른바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 경우 양도담보권자가 담보권설정계약 당시 존재하는 집합물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를 취득하면 그 후 새로이 반입되는 개개의 물건에 대하여 그 때마다 별도의 양도담보계약을 맺거나 점유개정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하나의 집합물로서의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치게 된다.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돈사에서 대량으로 사육되는 돼지를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삼은 경우에는 그 돼지들은 번식, 사망, 판매, 구입 등의 요인에 의해 증감 변동하리라는 점이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양도담보설정자로서는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양도담보 목적물인 돼지들을 처분할 수도 있고 새로운 돼지를 구입할 수도 있는바(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경우에도 담보설정자인 박철환이 담보목적물인 돼지들을 원고의 동의하에 판매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이 때 새로 반입되는 돼지에 대하여 별도의 양도담보계약을 맺거나 점유개정의 표시를 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위와 같은 특징을 갖는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목적인 집합물이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그 양도담보권의 부담을 받는 채로 집합물을 양수한 것이 되므로 양수인에게도 앞서 본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양수인이 양수한 당시에 존재하던 집합물 내의 동산뿐만 아니라 그 후 양수 당시의 동산으로부터 산출되거나 양수인이 새로 구입하여 반입한 동산에도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 할 것이며, 다만 이 경우에 양수인이 양수 당시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양수한 목적물에 대하여 양도담보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이 때에는 양수한 목적물이나 그 후 새로 구입한 동산에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칠 여지가 없게 된다(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이 공허한 권리로 전락하는 것이 방지되면서도 제3자인 양수인으로서는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면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므로 거래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인정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인 일단의 집합물로서의 기원농장 내의 돼지들은 그 담보설정자인 박철환으로부터 손춘자에게로, 다시 손춘자로부터 피고에게로 순차 양도되었는바, 그 각 양도시마다 기원농장 내에 남아 있던 돼지들의 수량에 증감 변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집합물의 구성물인 각각의 돼지가 아닌 일단의 돼지들의 집합물 그 자체에 미치는 것이므로, 위에서 본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법리에 따르면, 위 각 양도시마다 양수인에게 이 사건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치게 되고 결국에 최종적으로 기원농장 내에 남아 있던 돼지 전체를 매수한 피고로서는 이 사건 양도담보권의 효력을 받는 처지에 있다 할 것이며, 이에 따라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매수한 770두의 돼지들은 물론이고 그 후 그 돼지들이 출산한 자돈이나 피고가 선명규 및 기타 제3자들로부터 새로 구입하여 기원농장으로 반입한 돼지들에게도 이 사건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매수한 돼지들에 대하여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손춘자로부터 매수한 돼지 혹은 매수 당시에 기원농장 내에 있던 돼지들에게만 이 사건 양도담보의 효력이 미치고 그 매수한 돼지들이 출산한 자돈이나 피고가 새로 구입하여 반입한 돼지들에 대하여는 이 사건 양도담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위 법리에 반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별지 목록 기재 돼지들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위 돼지들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