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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12. 선고 94도2253 판결
[사기][공1996.2.1.(3),444]
판시사항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승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아울러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의 채택증거 및 범죄사실을 인용하여 "피고인 및 제1심 공동피고인은 공소외 주식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부채가 많게 되자, 그들 및 가족들이 보유하던 주식을 처분하려 하였으나 회사의 경영상태 및 주가 등으로 미루어 매수자가 없음을 염려한 나머지 회사택시를 개인에게 매매하여 매수인이 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위법일 뿐 아니라, 과거에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적발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이 없음에도 마치 개인관리 방식으로 운영할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주식을 처분하기로 공모하고,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은 피해자 노상덕, 김상진, 안효석, 남기탁, 남창화, 장수관 등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 안계재에 대하여 각 개인관리 방식으로 운행할 테니 차를 사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그 차량의 대가조로 각 판시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2. 먼저 피해자 안계재에 대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은 위 안계재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제1심법정에서 한 증언을 이 부분에 대한 유죄의 핵심적인 증거로 들고 있음이 명백한바, 그 진술의 요지는 당초 피고인이 그에게 회사 차량을 개인관리하도록 해 주겠다면서 차량의 매수를 권유하여 차량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이후 개인관리가 법상 허용되지 아니함을 이유로 주식을 양수하라고 하므로 이에 동의하여 주식의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함과 아울러 주주 및 임원으로서 회사의 운영에 관여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차량을 매매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주식의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래의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를 만들었다는 것으로서, 결국 피고인이 주식처분의 의도를 숨기고 차량을 매매하였다가 태도를 바꾸어 주식을 인수할 것을 요구하는 기망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취지이나, 위 안계재가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 한 진술을 보면 그는 차량운수사업에 실제 참여했거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법인택시를 지입·운영하는 것이 법에 위반된다는 점 및 이 사건 거래 이전에 회사의 지입제 운영이 적발되어 처벌받고 회사가 지입차량을 회수한 사실을 안다고 자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신 주식을 양수한 이후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어 회사의 경영에 적극 관여하였다고 하고 있어 과연 그가 기망당한 것인지의 여부가 의심되고, 더욱이 처음 작성하였다가 찢어버린 계약서에는 차량을 매매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나, 원심변호인이 제출한 약정서(공판기록 251면)는 이 사건 범행일 무렵인 1992. 1. 4.자로 작성된 것으로서, 그가 찢어버렸다는 계약서와 동일한 문서로 보이는바, 처분문서인 위 약정서상에 당초부터 주식을 양도양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와 다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정황에 관한 증거로는 피해자 노상덕, 김상진, 안효석, 남기탁, 남창화, 장수관 등이 수사기관에서 한 각 진술이 있으나, 위 피해자들의 각 진술은 그들 각자가 피고인의 동생인 위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유사한 방법으로 기망당하였다는 취지에 불과할 뿐더러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그들의 진술만으로는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의 그들에 대한 기망행위에 피고인이 가세한 것인지의 여부도 불명하여 피고인이 위 안계재를 기망하였다는 증거로 삼기에 미흡하다 할 것이고, 한편 피고인의 동생인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고 항소하지 아니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를 자백한 바도 없고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대하여도 피고인이 위 안계재에게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고, 그가 이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이므로(수사기록 426면),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안계재는 위 택시회사의 이사로 활동해 오다가 이 사건 범행일인 1992. 1. 3.부터 1년 6개월여가 경과한 1993. 7. 19.에 비로소 피고인으로부터 기망당하였음을 이유로 고소를 제기하였고, 그가 진술하는 고소의 동기를 보더라도 그를 포함한 고소인들이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의 소유인 차고지를 회사 명의로 변경해 줄 것, 차량 1대당 주식의 비율을 원래의 20분의 1에서 17분의 1로 변경해 줄 것, 퇴직금을 적립시켜 줄 것 등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므로, 고소의 배경이 석연치 아니하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무렵 주식을 처분한 상대방인 위 안계재와 공소외 이명배, 금진철 3인 중 위 이명배, 금진철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처음부터 주식을 매수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같은 무렵에 행한 거래 중 유독 위 안계재에 대하여서만 주식이 아닌 차량을 매도하였다는 것은 경험법칙상 이례에 속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신빙성이 없는 위 각 증거만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다음으로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원심의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해자 노상덕, 김상진, 안효석, 남기탁, 남창화, 장수관 등에 대한 직접의 기망행위자는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라는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 기망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피고인과 위 제1심 공동피고인 사이에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증거로 삼은 위 피해자들의 검찰진술 중에서 피고인이 가세하였다는 부분을 보건대 위 노상덕과 김상진의 경우 일단 위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개인관리 조건으로 차량을 사고 그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는데, 그 이후 그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 위 제1심 공동피고인과 피고인이 와서 차량을 개인관리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 놓고 노조가 조용해지면 택시를 직접 운행하도록 하겠다고 하여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는 것에 불과하여 그 각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공모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증거라 할 것이고(김상진은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를 작성한 현장에 피고인이 있었는지도 기억할 수 없다고 한다), 위 장수관의 경우도 위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개인관리 조건으로 차량을 사고 그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는데,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 차량을 개인관리하는 것은 불법이니 주식매매의 형태로 하자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있었고, 계약 당시에는 피고인은 없었으며, 다만 계약 전인 1991. 10.경 한번 만났는데 회사택시를 개인관리하도록 한다면서 그에게도 한 대를 권유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나, 그의 계약일이 피고인의 권유가 있었다는 날로부터 8개월 후인 1992. 6. 20.임에 비추어 역시 그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증거라 할 것이며, 위 남기탁의 경우 위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개인관리 조건으로 차량을 사고 그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는데,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 나중에 개인관리는 위법이니 주식으로 바꾸자고 하여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일 뿐 피고인의 가세 여부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만 위 안효석의 경우 위 제1심 공동피고인과 피고인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위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개인관리 조건으로 차량을 사고 그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는데, 그 이후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 개인관리는 위법이므로 우선은 주식을 양도양수한 것으로 해 두자면서 원래의 계약서를 회수하여 찢어버리고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를 새로 써 주었다는 것이므로, 일응 피고인이 공모하였다는 증거로 될 여지가 있다 할 것이나,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대하여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에게 그 혼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426면), 피고인도 그가 주식을 처분한 상대방은 위 안계재와 이명배 및 공소외 금원성(금진철의 부친)일 뿐이고, 1991. 5.경 가족회의에서 각자가 보유한 주식을 팔기로 합의하였다고만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449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직접 주식을 매도한 상대방 중 위 안계재의 경우 그의 진술과는 달리 당초부터 차량이 아닌 주식을 매수하기로 약정하였음이 엿보이고, 위 이명배 및 금진철은 처음부터 피고인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가족들간에 각자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그가 보유한 주식을 위 3인에게 판 것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위 안효석의 진술만으로는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과 공모하여 위 피해자들과의 사이에 차량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미흡하다 할 것이다.

한편 위 남창화의 경우는 경찰에서 한차례 진술하였을 뿐 검찰에서 따로 진술한 바 없고, 경찰에서의 진술이 사실이라는 진술서만을 제출하고 있는바 그가 경찰에서 한 진술을 보면 피고소인들로부터 개인관리 조건으로 차량을 사고 피고소인들에 대한 채권을 공제한 나머지 대금을 전액 지급하였는데, 그 이후 법에 걸리니까 주주 형태로 하자고 하여 택시를 구입한 날자의 계약서를 회수하고 주식 양도양수증을 작성하였다는 것이나, 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또는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을 특정하지는 아니하고 있으며, 검사는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의 진술에 따라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을 직접 기망행위를 한 자로 기소하고 있으므로, 위 남창화의 경찰진술 또한 피고인의 공모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제1심 및 원심은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도 아니하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위 미흡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위 제1심 공동피고인과 판시 사기범행을 공모하였다고 단정하였으나,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니, 이를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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