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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7. 9. 2. 선고 97구1251 판결 : 확정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하집1997-2, 529]
판시사항

우체국 전신원으로 근무하던 중 업무가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TIOS방식으로 바뀌게 되자 업무량이 과중하고 환기가 잘 안되는 등 작업환경이 열약하여 "VDT증후군"이 나타난 경우, 위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우체국 전신원으로 근무하던 중 전화국 전보소통업무가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TIOS방식으로 바뀌게 되자 업무량이 과중하고 환기가 잘 안되는 등 작업환경이 열약하여 "VDT증후군"이 나타난 경우, 위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승찬)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1. 피고가 1996. 5. 15.자로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7호증, 갑 제12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80. 12. 16. 체신부 산하 마석우체국 소속 10등급 전신원으로 채용되어 전신업무에 종사하여 오다가 1983. 1. 1.부터 전신업무가 한국통신으로 이관되자 한국통신 구리전화국으로 그 소속이 변경되었으며, 그 후 1991. 11. 2.자로 한국통신 동수원전화국으로 발령받아 위 전화국 업무부 전신과에서 5급 전신직으로 근무하여 왔다.

나. 그런데 1993. 7. 1. 이후 전신업무가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방법으로 전환되면서 레시버를 귀에 착용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키보드를 쳐서 전보접수 및 소통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하게 되자, 원고는 그 후 자주 머리와 어깨에 통증이 있고 뒷목이 뻐근하다는 호소를 하다가 1995. 12. 18.경에는 근무도중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고 심신이 불안해지다가 심한 현기증과 어지러움증으로 쓰러질 것 같아 더 이상 작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휴게실로 옮겨져 쉬어야만 했고, 그 후에도 하루에 몇 차례씩 어지럽다며 작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여 1996. 3. 14. 아주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진찰을 받은 결과 "VDT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위 질병은 업무와 관련된 육체적·정신적 과로에 의하여 발병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자문의의 소견에 근거하여 원고의 질병은 기존 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96. 5. 15.자로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위와 같은 불승인 사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에게 류마티스 관절염의 기존 질환이 없었고,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하여 "VDT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없으며, 원고의 "VDT증후군"은 장시간에 걸친 컴퓨터 단말기 작업으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의 질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앞서 본 증거들과 갑 제5, 6, 8호증,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내지 31, 갑 제15, 16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김진모의 증언 및 당원의 아주대학교병원과 산업안전연구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배치되는 듯한 을 제2호증의 2의 기재내용은 채용하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전보업무는 일반 우체국에서 모르스부호로 취급하다가 1970년 경부터 텔렉스통신으로 취급하였고, 1993년부터 컴퓨터통신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바, 원고는 텔렉스통신으로 전보업무를 취급하던 1991. 11.부터 동수원전화국에서 전보소통요원으로 근무하여 왔는데, 근무형태는 첫 날 09:00에 출근하여 18:00에 퇴근하면 그 이튿날은 12:00에 출근하여 21:00에 퇴근하고, 그 이튿날은 18:00에 출근하여 그 다음날 09:00에 퇴근하는 형태로 근무하여 왔다.

(2) 그 후 1993. 7. 1.부터 위 전화국 전보소통업무가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TIOS방식으로 바뀌게 되자 전보소통요원들은 귀에 레시버를 착용한 상태에서 가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가입자와 통화를 하면서 눈으로는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손으로는 키보드를 쳐 대화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직원이 부족하여 업무량이 과중하였고, 위 동수원전화국 전신과 사무실 절반에 전자교환기기시설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사무실 공간이 좁아 환기가 잘 안되고, 또 종전 텔렉스통신을 할 때 전화접수를 받던 책상에 컴퓨터 모니터를 설치하였기 때문에 책상이 좁아 모니터를 정면에 설치하지 못하고 비스듬히 설치할 수밖에 없어서 전보소통요원들은 머리를 약 15°정도 오른쪽으로 돌린 상태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는 등 작업환경이 열악하여 전보소통요원들은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손목, 어깨, 목 등이 저리고 쑤신다는 고통을 호소하였는바, 원고의 경우 그 증상이 심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무도중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고 심한 현기증과 어지러움증을 느껴 작업을 중단하고 휴게실로 옮겨지곤 하였으나 다른 전보소통요원들도 시력저하, 손가락, 손목, 어깨, 목 등 관절부위의 마비나 결림증상, 두통과 어지러움증, 만성피로 등의 고통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1996. 3. 14. 아주대학교병원에서 "VDT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는데, 당원의 아주대학교병원 및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대한 사실조회의 결과에 의하면, "VDT증후군"이란 시각단말표시기, 즉 VDT (visual or video display terminal)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말하는데 대표적인 자각증상은 눈의 피로(안통,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 눈물이 나는 증상, 두통 등)와 어깨, 목, 팔, 등의 근골격계 동통,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 및 피부증상 등이며, 이 중 어깨, 목, 팔 등의 근골격계 동통은 누적외상성 질환(cumulative trauma disorder)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반복적이고 계속적인 작업상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되어 신체증상을 보이는 장해로서 생체의 부적절한 상지의 운동과 부적절한 작업환경이나 부적절하게 고안된 장비 등의 상황에서 작업할 때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원고의 경우 원고가 1996. 3. 위 아주대학교병원에 내원할 당시 호소한 주 증상이 어지럼증이고 그 외 우측 견관절의 동통, 목의 뻣뻣함을 호소한 점, 그 증상이 작업 후 2시간 정도 지나면 나타나고 휴일이나 집에서는 호전되는 점, 원고의 작업이 VDT작업이며, 야근 및 하루 15시간 이상 과중한 업무시간, 원고의 외상력이 없고 연령이 42세 정도로 젊어 퇴행성 질환일 가능성이 적은 점, 주위 동료들에게서도 대부분 이러한 증상이 경미하나마 발견된다는 점, 다른 임상전문의들이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질병은 "VDT증후군"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원고가 1994. 4. 22. 수원서민병원에서 종합건강진단을 받을 당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받은 일이 있으나 이는 류마티스인자가 양성이라는 검사소견일 뿐이고 원고의 질병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류마티스 관절염은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염증성질환으로서 그 확실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어떤 요인에 의하여 VDT증후군 등 다른 질환으로 이환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VDT증후군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상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질병은 "VDT증후군"에 해당하고 이러한 "VDT증후군"은 원고가 전보소통요원으로서 열약한 작업환경과 과중한 업무부담 속에서 장시간 동안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한 작업을 반복하므로 인하여 발병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질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담(재판장) 김윤기 김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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