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누2081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원고
A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4. 9. 3.
판결선고
2014. 12. 1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1. 8. 전원회의 B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처분 중 제2항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한다)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C'라는 상호로 수중펌프를 제작 납품 설치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피고는 2014. 1. 8. 전원회의 B로 원고가 아래와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를 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제3호 및 제4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별지 기재와 같은 처분을 하였다.
원고 등 20개 사업자들은 2005. 2. 22.~2009. 5. 24. 조달청이 발주하는 수중펌프 구매 등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각 입찰 건마다 투찰가격을 결정하고, 낙찰예정 자를 지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찰 물량을 상호 배분하였다(다만 원고는 2008. 12. 26.경부터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하였다). |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3호증의 기재
2.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과징금 산정의 재량권 일탈 · 남용 등 주장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에는 아래와 같이 관련매출액을 부당하게 산정하거나 감경 사유를 고려하지 않은 등의 위법이 있다.
(가)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의하여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고자 하는 과징금 부과의 목적에 반한다.
(나) 피고는 이 사건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매출액을 입찰에 따른 계약금액으로 보았다. 그러나 원고는 단순 참여자에 불과하고 해당 입찰 건을 낙찰 받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므로, 실제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여서는 안 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를 주도한 사실이 없고, 단지 영세업체로서 부득이하게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2) 인정되는 사실
(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초기에는 각 사업자가 보유한 구경별 수중펌프 납품 실적에 따라 그룹을 나눈 후 순번을 정하여 낙찰 순번에 해당하는 업체가 단독으로 낙찰 받아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순번제 방식'이나 공동 순번을 부여받은 수 개의 업체가 공동으로 낙찰 받아 계약을 체결하여 상호 이익을 배분하는 '공동 순번제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하였다. 그러나 사업자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2007년 5월경부터 특정 입찰 건과 관련하여 낙찰예정자를 결정하고 낙찰금액과 제조원가의 차액을 낙찰예정자를 포함하여 합의에 참여한 사업자 전원이 배분하는 '이익금 배분제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하였다.
(나) 원고는 제이엠아이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주식회사의 경우 그 법인명 중 '주식회사' 부분을 따로 적지 않는다) 등과 조달청이 실시한 입찰에서 미리 낙찰예정자를 결정하고 낙찰예정자인 사업자가 실제로 낙찰을 받으면 그 이익을 사업자 전원이 배분하기로 합의한 후(즉 '이익금 배분제 방식'의 합의를 하였다) ① 2008. 12. 26. 실시된 '이포지구 배수개선사업 관련 입찰'과 ② 2009. 1. 5. 실시된 '수중축류펌프 1식 구매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였다.
(다) 위 (나)항 기재 각 입찰(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 결과 이 부분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들 사이에 합의된 대로 제이엠아이와 삼진공업이 각각 낙찰을 받아 수요기관과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조사가 진행됨으로 말미암아 원고를 비롯하여 이 사건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사업자들은 당초 약정된 이익을 분배받지 못하였다.
(라) 피고는 '단독 순번제 방식'으로 합의가 실행된 경우에는 낙찰자에 대해서만 해당 입찰 건의 계약금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하였다. 그러나 '공동 순번제 방식' 및 '이익금 배분제 방식'으로 합의가 실행된 경우에는 이익 배분 여부와 관계없이 낙찰자 및 이익배분 대상 업체에 대하여 동일하게 해당 입찰 건의 계약금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하였다.
(마) 한편, 피고는 ① 원고의 경우 비록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분배받지는 못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조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불과한 점, ② 합의에 참여한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점, ③ 담합의 억지라는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입찰의 들러리로 참여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담당 심사관의 의견과는 달리 원고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바)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들러리를 선 이 사건 입찰의 계약금액을 합한 1,059,090,908원을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한 후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과징금의 액수를 3,500만 원으로 정하였다.
1) 부과기준율 : 7%
- 이 사건 공동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나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대부분 중소기업 또는 개인사업자인 점 등을 감안하여 내부 지침에 따른 부과기준율 7~10% 중 7%를 적용
2) 행위 요소에 의한 1차 조정 : 해당 사항 없음
3) 행위자 요소에 의한 2차 조정 : 20% 감경
- 조사 협조의 정도를 고려하여 사업자별로 20% 또는 30% 차등 감경
4) 부과과징금 결정 : 추가 감경 40%
- 낙찰금액 총액, 추산된 입찰 건당 지분율 등을 고려하여 사업자별로 20~40% 차등 감경
[인정 근거] 갑 제3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3) 판단
(가)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에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므로, 피고의 과징금납부명령은 재량행위이다. 다만 피고가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판단하였거나 비례 ·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공동행위는 경쟁제한적 효과가 명백하고 입찰의 취지 자체를 몰각 시키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여기에다가 과징금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 환수적 요소가 부가되어 있는 점(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두7456 판결 등 참조)을 더하여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과징금의 부과 목적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판단되지 않는다.
2)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였을 뿐 자신이 낙찰 받지는 않았고,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한 이익을 분배받지도 못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익금 배분제 방식'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사업자 역시 낙찰자와 공동으로 당해 건을 수주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므로 계약금액은 위 반행위의 대상이 된 당해 입찰의 규모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원고는 이 사건 조사가 진행됨으로 말미암아 당초 약정된 이익을 분배받지 못한 것에 불과할 뿐 처음부터 아무런 경제적 대가 없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할 때, 피고가 원고의 관련매출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3) 원고가 들러리로 참여한 입찰 건수, 사업자들 사이의 이익 분배 약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단지 수동적인 지위에서 이 사건 공동행위에 단순 가담하거나 추종적인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4)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 사정 등을 감안하여 과징금 액수를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단계에서 관련 사업자들 중 가장 높은 40%의 감경률을 적용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한 20개 사업자 중 유일하게 원고에 대해서만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등 원고의 개별적인 사정들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소속 심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에는 원고가 경제적 이익을 취한 부분이 없으므로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적혀 있다. 피고는 위 심사보고서를 통하여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주었음에도 최종 의결 단계에서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
(2) 판단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소속 심사관이 2013년 7월경 작성하여 피고에 세출한 심사보고서에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 심사보고서는 피고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에 불과하여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원고가 이를 신뢰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근
판사 노경필
판사 손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