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가합576919 임금
원고
별지 1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세희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조소희, 정수현
변론종결
2019. 3. 22.
판결선고
2019. 4. 5.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별지 2 목록 '이름'란 기재 각 원고들에게 같은 목록 '청구총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2018. 10. 25.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 산하 고용노동부 소속의 각 고용센터는 1996년 인력은행을 설립하면서 민간 직업상담원(이하 '직업상담원'이라고만 한다)을 채용하기 시작하였는데(직업상담원은 최초 1년 단위의 기간제근로자로 채용되었다가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이후 외환위기로 고용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자 전국적으로 고용안정센터를 확충하면서 직업상담원의 채용을 확대하였다.
나. 그 후 고용노동부는 직업상담원의 채용 확대에 따라 국가기관의 인력구성이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이원화되고, 민간 인력이 다수를 점하는 기형적인 인력구조가 심화되자, 2007. 11.경 3년 이상의 고용센터 근무 경력을 가진 직업상담원을 대상으로 특별
채용을 실시하여 이에 합격한 직업상담원을 8, 9급 상담직 공무원(이하 '이 사건 공무원'이라고 한다)으로 채용하였다.
다. 원고들은 위 특별채용 당시 각 고용센터에 배치되어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로서 위 특별채용 절차에 응시하였다가 불합격하였거나 특별채용 절차에 응시하지 않아 현재까지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라. 피고는 이 사건 공무원에게 정근수당 및 정근가산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정액 급식비, 설날과 추석의 각 명절휴가비, 직급보조비(이하 '이 사건 각 수당'이라고 한다)를 지급하고 있으나,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공무원과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직업상담원' 또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원고들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이 사건 공무원과 달리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와 같은 차별적 처우로 인하여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의 위와 같은 차별적 처우는 민법 제103조 및 제104조에 위반한 행위로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단단
가. 직업상담원 또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가 '사회적 신분'인지 여부 1)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의 근거로 삼는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
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높고 고귀하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으며,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1·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고귀한 존재이기에 평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평등의 이념을 근로조건의 영역에 있어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 및 평등의 이념과 조화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2)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사회적 신분'에 대하여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결정 참조). 오늘날 인간의 존엄과 평등 사상에 기반하여 선천적 신분제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헌법 제11조는 '사회적'이라는 요건을 부가하여 신분에 의한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선천적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개인의 타고난 환경이나 경제적 여건, 신체적·정신적 능력에 따라 장시간 갖게 되는 일정 지위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열등하다는 평가가 생겨날 수 있고, 이러한 열등한 평가가 낮은 대우로 이어질 경우에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헌법 제11조의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헌법재판소의 정의와 동일하게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사회적 신분'의 개념에 관하여 학계에서도 그 개념이 포섭하는 범위에 관하여 입장이 나뉘고 있고, 선천적 신분과 같이 사실상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성이나 국적 · 신앙 등과 같이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 표지일 것을 요하는 견해도 있으나, 위와 같은 고정성이나 인격표지성은 사회적 신분의 개념징표로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표지를 요구할 경우 사실상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지위는 매우 극소수일 것이고, 이는 신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 굳이 '사회적'이라는 요건을 더하여 신분에 의한 차별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1조의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4)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8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21조 제1항에서 "파견사 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 다"고 규정 있다. 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는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와의 차별적 처우를 직접 금지하는 법률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에 따른 차별적 처우의 금지 여부만이 문제될 뿐이다. 그런데 '사회적 신분'의 개념에 대하여 고정성이나 인격표지성을 요구함으로써 그 개념 범위를 축소한다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차별적 처우가 존재 하는지, 그와 같은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게 된다. 이는 기간제근로자나 파견근로자의 경우와 비교해 보더라도 균형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근로기준법 제6조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5) 한편, 근로기준법은 같은 법 제6조를 위반한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제 114조), 위 규정상의 '사회적 신분'이라는 개념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예측 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가치 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그 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0. 23. 자 2008초기264 결정 참조). 따라서 고정성이나 인격표지성을 사회적 신분의 개념징표로 보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신분의 범위를 다소간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해석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렵다.
6)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건을 살핀다. 먼저, '직업상담원'이라는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직업상담원'이라는 지위는 일반적으로 이에 대하여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가 수반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직업상담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직업상 담사 자격을 취득하였거나 고등교육법에 따른 4년제 대학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소지자로서 지방노동관서 일일 취업센터 '일일취업 담당자'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는 자격기준 이외에는 특별한 자격기준이 요구되지 않는바, '직업상담원'으로 채용된 원고들에게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수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직업상담원'이라는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7) 다음으로,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비정규직 대책의 일환으로서 '무기계약직'이라는 근로계약상의 지위 또는 고용의 형태가 우리 사회에 등장한지 10여년이 경과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 상당기간 이를 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단기간 내에 이를 변경하는 것이 드문 것과 마찬가지로,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직업 또는 근로와 결부되었다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한번 취득하는 경우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더 낮은 대우나 보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자격이나 능력이 열등하다는 평가가 해당 직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무 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소송들이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사회적 평가에 대한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무기계약 근로자'라는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법률 등 규범이 헌법상 평등권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헌법재판소 2010. 3. 25. 선고 2009헌마538 결정, 헌법재판소 2010. 6. 24. 선고 2010헌마167 결정 등 참조).
한편,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는 비교대상자와 다른 처우를 하더라도, 그러한 처우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여야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두7045 판결 참조).
2) 판단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2 내지 19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당초 이 사건 공무원과 동일한 채용절차를 통해 직업상담원으로 채용되었는데, 이후 이 사건 공무원들만 특별 채용절차를 통해 8, 9급 상담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사실, 직업상담원은 취업지원, 직업능력개발, 고용보험, 외국인, 고용안정 등 고용센터 내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선별된 구직자에 대한 심층 상담 및 구인·구직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담당하기도 한 사실, 각 고용센터 내의 업무분장표에는 직업상담원과 이 사건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이 유사하게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공무원의 업무대행자로 직업상담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직업상담원과 이 사건 공무원은 업무공간이나 작업조건에 별다른 차이가 없고, 대외적으로 고용센터의 부서 및 직원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서도 이 사건 공무원
인지 직업상담원인지를 구별하고 있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① 피고는 2007. 11.경 3년 이상의 고용센터 근무 경력을 가진 직업상담원을 대상으로 서류전형, 필기시험(1차 사회, 2차 고용관계법), 면접시험을 실시하여 이 사건 공무원을 특별채용하였는데, 위와 같은 절차는 공무원 채용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공무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원고들은 위 특별
채용 절차에 응시하였다가 불합격하였거나 특별채용 절차에 응시하지 않아 이 사건 공무원으로 전환되지 못하였다. 이처럼 원고들은 공무원으로 채용되기 위한 최소한의 적격성 검증에 통과하지 못하였다. 나아가 원고들이 특별 채용에 불합격한 데 피고에게 어떠한 귀책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② 이 사건 공무원은 직업상담원이 수행하였던 업무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각종 행정업무나 관리업무, 보고업무 등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공무원은 직업상담원들과 달리 국가공무원법 및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으므로 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 복종의무 등이 요구되고, 그에 따른 책임이 요구된다. 이처럼 원고들과 이 사건 공무원은 책임과 권한에 있어 차이가 있다.
③ 직업상담원에 대한 임금체계는 이 사건 공무원에 대한 임금체계와 차이가 있고, 특히 동일한 호봉인 직업상담원의 기본급이 이 사건 공무원의 기본급보다 높다. 예컨대, 2016년을 기준으로 전임 직업상담원 1호봉은 1,879,600원의 기본급을 지급받은 반면, 9급 공무원 1호봉(고용노동부는 위 특별채용을 통해 직업상담원 중 선임·책임 상담원을 8급으로, 전임상담원을 9급으로 채용하였다)은 1,346,400원의 기본급을 지급받았다. 나아가 직업상담원의 임금은 매년 고용노동부와 단체교섭을 통하여 임금 인상 여부와 그 정도가 결정되는 반면, 이 사건 공무원의 임금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일반의 표준생계비, 물가수준,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해지는 등(국가공무원법 제46조 제2항 참조) 임금 인상 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피고가 단순히 직업상담원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직업상담원과 이 사건 공무원 사이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성인
판사이종훈
판사정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