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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0.1.31. 선고 2019노2665 판결
가.증거인멸교사나.증거은닉교사다.증거인멸라.증거은닉
사건

2019노2665 가. 증거인멸교사

나. 증거은닉교사

다. 증거인멸

라. 증거은닉

피고인

1.가.나. A

2.다.라. B

3.다.라. C.

항소인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권순정(기소), 배상윤, 김방글, 양찬규(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아인(피고인 A, C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김주식, 이정화, 안종운

변호사 정승면(피고인 A을 위하여)

변호사 오휴탁(피고인 A, B을 위하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피고인 B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김강대, 김종복, 서형석, 한경우

판결선고

2020. 1. 31.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C

1) 법리오해

가) 증거인멸·은닉 범행의 주체에 관한 법리오해(피고인들)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로 인한 실질적인 책임주체는 피고인들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아니라 법인인 J 주식회사(이하 'J'이라 한다)이다.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1, 2차 증거인멸·은닉행위(이하에서는 1, 2차 증거인멸·은닉행위를 합하여 '이 사건 증거인 멸·은닉행위'라고 한다)는 J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범행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한 것이고, 피고인들은 위 J의 구성원 내지 기관으로서 J의 의사결정에 따라 증거인멸 은닉 행위를 행한 것이므로 독립된 범행주체가 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는 J이 자신의 형사사건인 표시·광고의 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죄와 관련된 증거를 임직원들을 통해 인멸·은닉한 것이기도 하므로, 그것이 동시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관한 증거인멸·은닉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업무상과 실치사상죄에 관한 증거인멸·은닉행위 부분만을 분리하여 별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나) 교사범 내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피고인 A)

피고인 A은 피고인 B, C 및 O, P(이하 '피고인 B 등'이라고 한다) 등에게 증

거인멸·은닉 범행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B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을 행한 것이므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 피고인 A이 공동정범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인 A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이어서 증거인멸 은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J은 2011년경부터 회사 차원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 인멸·은닉하는 작업을 하여왔고, 피고인 B 등은 2016. 2. 11. 이전부터 그러한 상황을 인식하면서 이미 증거인멸·은닉행위에 대한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 A은 단지 2016. 2. 11. B 등이 이미 수립하여 온 증거인멸·은닉행위를 보고받아 승인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지시에 의하여 비로소 피고인 B 등이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 범행을 결의하게 된 것은 아니다.

피고인 A이 2016. 2. 초순경 검찰수사에 대비하여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면서 증거인멸·은닉행위를 교사하였다고 하려면 그러한 내용의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고,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대응방안 마련 지시가 증거인멸·은닉 범행을 결의하게 할 만큼의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원심판시 범죄사실 기재 2차 증거인멸·은닉행위 역시 피고인 A의 지시가 있기 이전부터 피고인 B 등은 이미 그에 대한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피고인 A: 징역 2년 6월, 피고인 C: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1) 사실오인(이유무죄 부분)

S'와 관련한 객관적 증거들인 2016. 5. 16.자 O의 업무수첩의 기재내용, 2016. 7.경 AE이 작성한 관련정보 정리 문건, P 및 O의 각 진술, 압수 당시 서류의 외형 등에 비추어 볼 때, 'S' 관련 서류 중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S' 관련 서류 파일철 중 일부를 폐기하였다는 O의 진술은 2016. 5. 16.자 업무수첩의 기재내용, AE의 2016. 7.자 관련정보 정리 문건, P의 진술, 압수당시 해당서류의 외형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

폐기된 자료는 'S'와 관련된 과거 J 및 연구소 자료 중 일부로서 J이 1997년경 CMIT/MIT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직접 제조하여 판매하였다는 자료이므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사건의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피고인 A, C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증거인멸·은닉죄의 범행 주체에 관하여(피고인 A, C)

1) 관련법리

법인은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다(대법원 1984. 10, 10. 선고 82도259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법인은 그 기관인 자연인을 통하여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인이 법인의 기관으로서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도 행위자인 자연인이 그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다만 법률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만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법인에 대하여도 벌금형을 과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1483 판결 등 참조).

2)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로 인한 형사책임 주체에 관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로 인한 사법(私法)상 권리의무가 법인인 J에게 귀속되는 것과는 별개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가 되는 물질의 유해성과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점검을 게을리 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소비자들을 사상에 이르게 한 형사책임은 법인인 J이 아니라 실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에 관여한 경영진 또는 실무담당자 등 자연인이 부담한다.

따라서 J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범행으로 인한 형사책임 주체임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가 J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한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같은 논리로 피고인들이 행한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를 두고 단지 J의 구성원 또는 기관의 지위에서 J 자체의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3)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 사건과 관련한 J 자체의 행위인지 여부에 관하여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9조1)가 임직원의 부당한 표시·광고 등 행위에 관하여 업무상 주의 감독을 게을리 한 과실이 있는 경우 직접 법인에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습기살균제 제품라벨에 인체안전 관련 정보 등의 표시를 누락·축소·은폐하였다는 내용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 범행(공판기록 887쪽)의 경우 법인인 J이 위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이 부과되는 한도 내에서 형사책임의 주체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위 1)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 자체는 독립된 범행주체로서 행한 행위일 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위반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 은닉하기 위한 J 자체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4) 소결론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교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피고인 A)

1) 원심의 판단

피고인 A이 구체적인 증거인멸·은닉의 방법이나 대상을 정하여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지시에 따라 피고인 B 등이 증거인멸·은닉을 내용으로 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하였고, 피고인 A은 이를 보고받은 다음 실행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증거인멸 은닉을 승인하였으므로, 이로써 피고인 B 등이 범행을 결의하고 실행하도록 교사한 것이다.

또한 만약 피고인 A이 피고인 B 등으로부터 위 대응방안을 보고받으면서 증거인멸 은닉 기재 부분을 문제 삼거나 이를 실행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면 피고인 B 등은 하드디스크 교체, 이메일 삭제 등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피고인 A이 피고인 B 등에게 증거인멸·은닉의 실행을 결의하게 한 것이다.

아울러 피고인 A의 승인 하에 2016년 이전부터 J 직원들이 회사 내에 남아 있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삭제하여 오던 상황에서, 피고인 B 등이 피고인 A의 이러한 방침에 맞추어 증거인멸·은닉의 내용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작성하였더라도 피고인 A 지시 혹은 승인 없이 증거인멸 및 은닉을 할 범의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2)

교사자의 교사행위는 정범에게 범죄의 결의를 가지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범죄를 결의하게 할 수 있는 것이면 그 수단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 · 직접적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교사범의 교사사실은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교사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1252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교사자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경우 그 범행 결의가 교사자의 교사행위에 의하여 생긴 것인지는 교사자와 피교사자의 관계, 교사행위의 내용 및 정도, 피교사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 교사자의 교사행위가 없더라도 피교사자가 범행을 저지를 다른 원인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건의 전체적 경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2744 판결 참조).

나) 인정사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2011. 8.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발표 이후 J의 동향

① 2011. 8. 31.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 발표 이후 J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여 판매한 제품을 회수하고, H과의 법적분쟁에 대비하여 가습기살균제 관련 업무를 법무 담당 부서로 모두 이관하기로 결정하였다(공판기록 613, 736쪽),

② 이에 따라 법무 담당 직원인 O은 J의 개별 부서로부터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들을 취합하였고, 일부 부서에서는 자료를 이에게 전달한 후 삭제하였다(증거기록 9514쪽).

③ 당시 J이 판매한 'D'는 보건복지부의 수거명령 대상 제품에 포함되지 않

았고,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으며(공판기록 671, 683쪽), 보건복지부가 2014. 12. 발간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사건 백서에서도 'D'는 타 제품에 비해 위해도가 낮다고 보아 평가가 보류되었다(공판기록 697쪽).

(2) 2016. 2. 11.자 대응방안 문건의 작성 및 피고인 A의 승인

① 2016. 1.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창설되면서, 우선적으로 PHMG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다.

② O은 검찰의 동향을 파악하여 보라는 지시 하에 2016. 2. 2. 서울중앙지

방검찰청 특별수사팀 DH를 찾아가 면담한 뒤 그 내용을 회사에 보고하였고(공판기록 360쪽), 이후 피고인 B, C 및 P와 함께 향후 검찰의 수사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강구하였다.

③ 피고인 B 등은 회사에 불리한 내부정보를 검열한 후 별도 보관하거나

삭제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2016. 2. 11.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방안(이하에서는 '2016. 2. 11.자 대응방안'이라고 한다)을 완성하여 피고인 A에게 보고하고, 피고인 A은 위 대응방안 내용을 검토한 후 승인하였다.

(3) 2016. 2. 11.자 대응방안 내용의 실행

① 2016. 2. 11.자 대응방안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피고인 B 등은 R연구소, J 영업·마케팅팀, CRM3), V 등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키워드(D, CMIT, MSDS, S 등)가 포함된 자료와 이메일 등을 삭제하고, 필요한 경우 하드디스크 교체 작업을 진행하였다.

② 또한 검찰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하여 AL 법률사무소에 자문을 의뢰하고,

2016. 7.경에는 피고인 A의 승인 하에 J의 전산 서버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검사를 진행하였다(증거기록 8583쪽).

(4) AC TFT의 조직, 운영 및 종료

①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2016. 6.경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국정조사 및 검찰 수사에 대비하여 AC TFT가 조직되었다. AC TFT는 피고인 B, C과 O, P 이외에도 J 홍보팀, CRM팀, R연구소 소속 인원들로 구성되었다(증거기록 8133쪽).

② AC TFT의 명칭은 DJ의 앞 글자를 따서 'AC'를 붙여 명명하였고, J 본사가 아닌 별도의 건물을 4개월간 단기 임차하여 사무실을 마련하였다(증거기록 8406쪽), 임차 명목은 IPO를 대비한 DI과의 업무진행을 위한 것으로 위장하였다(증거기록 8408쪽).

③ AC TFT는 국정조사 및 청문회 등에 대비하여 회사 내 각 부서에 산재

한 가습기살균제의 출시나 제조·판매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수거하고 취합하면서, 기존에 보관되어 있던 자리에서는 해당 자료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집중하였다.

④ 2016. 10.경 AC TFT가 해산되자 피고인 B 등은 국정조사에 제출한 자

료를 제외한 나머지 하드카피 자료 및 전산자료를 일괄적으로 폐기하고, 일부 중요한 자료는 회사 외부에 반출하여 보관하였다(증거기록 8811쪽).

다) 1차 증거인멸·은닉 범행에 대한 교사 부분

원심이 설시한 근거들을 비롯하여, 위 사실관계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이 피고인 B 등으로부터 2016. 2. 11.자 대응 방안을 보고받은 다음 이를 실행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1차 증거인멸∙은닉 범행을 결의하고 실행하도록 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증거인멸 은닉행위의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A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① 2011. 8.경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 발표 이후 J 내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였던 정황은 존재하지만, 당시 J이 판매한 'D'는 수거명령대상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고 원료인 CMIT/MIT의 인체유해성이 밝혀지기 이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수사개시를 전제로 한 대응행위가 아니라 가습기살균제 업무 전반이 법무담당 부서로 이관되고 자료들을 개별 부서로부터 취합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4). 오히려 J 내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책임에 따른 수사개시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감지된 것은 2016. 1.경 검찰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창설되고, O이 2016. 2. 2.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DH를 면담하여 보고한 이후이다.

따라서 2016년 이전에 이미 J 내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의 삭제가

이루어진 사실이 있다는 정황은 피고인 A의 지시가 있기 이전부터 이미 피고인 B 등이 검찰수사에 대비하여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자료를 인멸하고 은닉하려는 범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② 피고인 B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O이 2016. 2. 초순경 DH를

면담하러 다녀온 이후에도 J은 아직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음에도 회사에서는 전사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시와 분위기가 진행되었고, 특히 피고인 A은 과하게 대처를 요구하였다" (공판기록 296쪽), "J은 가습기살균제 이슈를 빗겨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피고인 A은 '당대에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해'라고까지 말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응방안을 요구하였고 우리는 그 뜻에 맞추려고 노력하였다"(공판기록 322, 323쪽)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피고인 B의 진술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당시 J의 다른 임직원들과 달리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은 유독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 전력으로 인한 수사개시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고, 그러한 염려에 기인하여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회사에 불리한 자료들, 즉 가습기살균 제 제조·판매와 관련된 자료들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도록 의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비록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피고인 B 등이 논의하여 작성한 것이기는 하나, 이는 피고인 A의 의중에 따라 대응방안을 구체화한 후 내용을 건의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피고인 B은 검찰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에 대비하여 내부정보를 점검하고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는 등의 프로세스는 A 사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혼자 하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A 사장의 뜻이었고, A 사장이 결정한 절차에 따라 J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 나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증거기록 7944쪽).

피고인 B 등은 피고인 A이 승인한 대응방안의 내용대로 증거인멸·은닉을 실행하고, 피고인 A에게 진행상황을 수시로 보고하였다(공판기록 278쪽).

④ 피고인 B 등은 모두 기본적으로 피고인 A의 승인과 지시 하에 이 사건 증

거인멸·은닉행위를 수행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 B 등이 피고인 A의 승인 및 실행지시 없이도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를 진행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의 승인과 실행 지시는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증거인멸 은닉의 실행을 결의하고 범행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인 동기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⑤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자료 및 이메일 삭제 등의 행위는 J 내 영업부서, CRM부서 이외에도 R연구소, V, 생산공장 등 전사적 범위에서 이루어졌고, 회사에서 생성한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J의 사내 문서보존규정에 위반됨에도 (2016년 10월 임원회의자료, 증거기록 4949쪽) 오히려 개별 부서 책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진행되었다. 이러한 증거인멸·은닉의 범위와 방식 등은 모두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의 지시가 없다면 실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⑥ 피고인 A의 변호인은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행위를 피고인 A의 교사행위로 보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변경이 필요하다거나, 위 지시가 증거인멸·은닉 범행을 결의하게 할 만큼의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은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승인하고 그 실행을 지시함으로써 피고인 B 등의 증거인멸·은닉행위를 교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공소장 및 원심판결의 범죄사실에도 이러한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2차 증거인멸·은닉 범행에 대한 교사 부분

마찬가지로 AC TFT와 관련하여 인정된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2차 증거인멸·은닉(2016. 10.경 국정조사 종료 이후 증거인멸·은닉)

범행 역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B 등이 범행을 결의하고 실행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증거인멸·은닉행위의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A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① AC TFT는 2016. 6.경 검찰에서 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대표이

사를 구속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국회에서 국정조사특별위원회5)를 구성하여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서까지 원료 물질의 유해성 검증 과정 및 피해발생에 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려는 등 상황이 심화되면서, 이전보다 더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대응을 위하여 피고인 A의 지시 하에 새롭게 조직되었다.

2 AC TFT는 회사 내 각 부서에 산재되어 있는 가습기살균제의 출시나 제조,

판매와 관련된 자료들을 취합하면서 회사에 유리한 자료와 불리한 자료들을 선별하고, 그 중 불리한 자료는 국정조사 등이 종료되면 일괄적으로 폐기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는 피고인 A이 AC TFT의 조직을 지시하면서부터 의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2016. 10.경 국정조사 종료 후 AC TFT는 업무과정에서 취합하거나 생성한

문서들의 하드카피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전산자료를 삭제하였으며, O은 2016. 10. 31. 법무월례보고에서 '검찰 압수 수사에 대비하여 모든 오프라인 하드카피본의 폐기를 완료하였다'는 내용을 피고인 A에게 보고하였다(증거기록 4947쪽).

④ O, P는 '2016. 10.경 AC TFT 종료 후 불필요한 자료는 모두 폐기하고 일부 중요한 자료는 회사 내에 두지 말고 외부에 보관하라는 지침을 피고인 B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9577쪽, 공판기록 345, 538쪽),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309쪽, 증거기록 8785쪽).

⑤ 피고인 B 등은 모두 피고인 A의 승인과 지시 하에 업무를 수행한다는 인

식을 가지고 있었고, 피고인 B 등이 피고인 A의 승인 및 실행지시 없이 이 부분 증거인멸 은닉 행위를 진행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승인과 실행지시는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이 부분 증거인멸 은닉의 실행을 결의하고 범행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인 동기와 원인에 해당하였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이 'S' 관련 하드카피 자료를 인멸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① 'S' 관련 파일철이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까지 폐기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압수된 점에 비추어, 위 파일철이 공소사실과 같이 실제로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O의 진술만으로는 실제로 폐기된 서류가 어떠한 서류들인지, 그 서류들이 형사 사건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없다.

③ 피고인 A이 'S' 관련 파일철의 파기를 은밀히 지시하였다는 의 진술은 피고인 B, C 및 P의 각 진술과 배치되어 믿기 어렵고, 피고인 A이 위 파일철의 폐기를 지시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행동한 정황이 있다.

④ 피고인 A이 교사한 증거인멸의 대상에 'S' 관련 파일 철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가사 피고인 A이 위 파일철까지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증거인멸을 지시하였다고 보더라도 O이 실제 지시에 따라 실행에 착수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형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예비 또는 음모에 준하여 처벌할 수 있을 뿐인데, 증거인멸·은닉죄는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나.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설시한 근거들을 비롯하여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S' 관련 하드카피 자료의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당연한 논리적 결과로 피고인 B, C이 'S' 관련 자료를 폐기하여 해당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증거인멸의 행위 및 결과가 없는 이상 피고인 A이 위 자료의 인멸을 지시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 A에게 이 부분 증거인멸의 교사범이 성립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1)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S' 관련 파일철 중 일부 자료가 실제로 폐기됨으로써 증거인멸 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검사가 제시하고 있는 증거들로는 O 및 P의 각 진술과 2016. 5. 16.자 O의 업무수첩, 2016. 7.경 AE이 작성한 관련 정보 정리 문건, 압수 당시 서류의 외형 등이 있다.

2)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판단

가) 의 진술

O은 'S' 관련 자료에 관하여 검찰에서 "바로 폐기하지 않았고, 캐비닛에 넣어 두었는데, 언제 파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파기한 것은 맞다. 피고인 A이 2016. 5.경 S가 언급된 언론기사를 보고 나를 불러서 그 자료를 파기해버린 게 증거인멸이 되는 게 아니냐고 검토해보라고 지시하기 전에 폐기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5944쪽), 원심 법정에서는 다시 "S 하드 카피본을 직접 폐기하지 않았고, P에게 파기하라고 전달하였는데 실제로 P가 파기하였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하여(공판기록 413쪽) 실제로 위 자료를 폐기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고, 다만 "P에게 파기하라고 주었기 때문에 파기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하였다(공판기록 419쪽).

이와 같이 이은 'S' 관련 자료 중 일부를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파기하였는지에 관하여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해당 자료를 실제로 폐기하였는지 여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위 의 진술만으로는 'S' 관련 자료의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P의 진술

P는 검찰에서 "S 자료 파일철을 법무실 캐비닛에 잠시 보관해 두었다가 O의

지시로 파일철을 파쇄기에 넣고 파기했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증거기록 5979쪽),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O이 자료를 파기하라고 나에게 전달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 파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시를 받고 캐비닛 안에 넣어두었고 바로 시행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진술하여 폐기 여부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다(공판기록 539쪽), 특히 검찰진술 부분에 대하여 "검찰이 질문을 하면서 나한테 어떤 내부보고 자료를 문건 화해서 보여줬는데 '나에게 전달해서 파쇄 완료를 확인했다'는 식으로 문건이 기재되어 있었고, 나는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문건이 작성되어 있었다면 아마 파기를 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진술한 것이다."라고 증언하였다(공판기록 564쪽). 즉 'S' 관련 자료의 일부를 파기하였다는 P의 검찰진술은 명확한 기억을 가지고 진술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기초로 한 추측성 진술로 보이고, 원심 법정에서 P는 O과 마찬가지로 위 자료의 일부를 실제로 폐기하였는지에 대하여 분명하게 진술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P의 진술 역시 'S' 관련 자료의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 O의 2016. 5. 16.자 업무수첩 기재내용

O은 2016. 5, 16. 자신의 업무수첩에 'S' 관련 자료에 대하여 증거인멸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하라는 사장님(피고인 A) 지시를 받았고, 이에 대해 '20년 전 자료는 내 부정리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삭제된 것으로 본다면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을 기재하였는데, 위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보면, 언뜻 이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S'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난 이후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앞서 본 O의 진술에 따르면, O은 'S' 자료를 P에게 폐기하라고 넘겨준 이후 그것이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실제로 P가 자료를 폐기하였는지 여부까지는 알지 못한다는 것인바, 결국 O은 위 자료가 실제로 폐기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P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폐기하였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 업무수첩의 기재 내용만으로 'S' 관련 자료의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AE이 2016. 7.경 작성한 관련정보 정리 문건

대전 R연구소의 AE은 2016. 7.경 관련정보 정리 문건을 작성하면서 '2016년

초경 법무 측에 S 파일철 자료를 전달 후, 법무 측에서 확인하였고 파기하였다고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그런데 위 문건의 작성 경위를 보면, AE은 2016. 7.경 국정조사를 앞두고 'S' 관련 정보를 재구성하면서 파일철 자료의 폐기 여부에 대하여 법무팀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작성한 것인데, 앞서 O의 2016. 5. 16.자 업무수첩에 관하여 판단한 바와 같이 당시 이은 P에게 'S' 관련 파일철 자료를 넘겨준 이후 P가 해당 자료를 폐기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AE이 위 문건에 기재한 내용은 위 자료가 실제로 폐기되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법무 담당 직원인 O 또는 P가 당시 인식하고 있던 내용을 전달받아 기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결국 'S' 자료의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마)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발견된 서류의 외형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S' 관련 파일철 자료가 분리된 서류형태로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O이 AC TFT 종료 이후 자료들을 외부로 반출하여 보관하는 과정에서 단순 분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압수 당시 서류의 외형만으로는 'S' 관련 자료의 일부가 실제로 폐기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그 밖의 사정들

가) 'S' 관련 자료는 J이 가습기살균제를 직접 제조하였다는 증거가 되는 자료로서, 이는 당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하였을 뿐이라는 J의 대응방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자료에 해당하여 증거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컸다. 이에 따라 과 P도 피고인 A의 직접 지시를 받아 보안을 유지하면서 자료를 입수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해당 자료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O 및 P가 위 자료를 실제로 폐기하였음에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나) 'S' 관련 자료는 O이 P에게 전달한 이후 상당기간 법무실 캐비닛에 보관되어 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까지 P의 처가에 보관되어 있었다. 만일 검사의 주장과 같이 이러한 과정에서 자료의 일부가 폐기되었다고 한다면, 폐기된 자료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지에 대한 입증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어떠한 연유로 전부가 아닌 일부만이 폐기된 것이며, 폐기된 부분을 어떻게 선별하였는지 등과 같은 일부 폐기의 경위 등이 증거들을 통해 합리적으로 설명되어야 할 것인데, 검사는 이 점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다) 은 AC TFT가 해산한 이후 방침에 따라 대부분의 자료들을 폐기하고 일부

중요한 자료들은 회사 외부로 반출한 후 처가에 은닉하였으며, '2016. 10.경 모든 오프라인 하드카피본 자료들을 폐기 완료하였다.'는 내용의 보고까지 완료한 상황이었다(증거기록 4947쪽). 그렇다면 당시 O은 폐기할 자료와 외부에 보관할 자료를 구별하기 위하여 자료들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S' 관련 자료의 존재도 분명히 확인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 관련 자료가 자신의 처가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이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자료의 일부를 폐기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성 진술 역시 더욱 믿기 어렵다).

라) 나아가 ①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O은 'S' 관련 자료를 회사 외부로 반출할 당시 그 존재를 확인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P는 원심에서 "S 자료와 같이 중요자료들에 대해서는 O이 나에게 관리를 맡기지 않았고, 중요한 하드카피본 같은 것들은 본인이 가급적 직접 관리하려고 하였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564쪽), ③ O은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S 관련 자료와 함께 처가에 보관하고 있던 'DK 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 '원본자료에 관하여 나중에 유리한 자료로 사용하려고 따로 특별히 챙겨놓은 것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있는 점(공판기록 344쪽, 증거기록 6037쪽) 등을 종합하여 볼 때, O이 의도적으로 'S' 관련 자료를 그대로 반출하여 은밀히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볼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4. 피고인들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한바(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들 및 검사가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들은 대체로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이고, 원심판결이 선고된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다.

가습기살균제로 야기된 심각한 피해와 이로 인한 사회적 충격 등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 유통과정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관계와 책임소재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고, 책임소재가 발견되는 경우 이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한다. 피고인들이 인멸하고 은닉한 자료들은 대부분 J이 제조에 관여하였거나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전반적 내용들로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출시경위에 관한 사실관계 및 제품의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당시 J 임직원들의 책임범위 등을 명확하게 밝혀 내는데 필수불가결한 자료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의 규명에 일정 부분 지장이 초래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피고인들의 행위는 소비자들이 겪은 고통을 외면한 채 사회적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의도에서 행하여 졌으며, 증거인멸·은닉 행위가 전사적 범위에서 매우 조직적이고 계획적, 전문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특히 피고인 A은 J의 대표이사로서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직원들에 대하여 증거인멸·은닉 범행을 지시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직원인 피고인 B이나 이 등에게 지속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고인 B은 2016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가습기살균제 대응업무를 전체적으로 총괄하면서 증거인멸·은닉을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실무자들에게 피고인 A의 의사나 지시를 전달하였으므로, 단순히 중간결재자의 지위에서 업무를 소극적으로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범행에서 피고인 B의 역할과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편 피고인들은 모두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피고인 B, C의 경우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의 지시에 반하여 적극적으로 범행을 중단하거나 저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과 양형기준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근수

판사 이원신

판사 김우정

제19조(양벌규정) 법인(법인격 없는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7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다수의 학설과 판례에서 교사행위를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표지는 교사자의 교사행위와 정범의 범행결의 실행행위의 인과관계이다. 다만, 교사의 처벌범위가 부당히 확대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교사행위(객관적 구성 요건)이나 고의(주관적 구성요건)에서 범죄의 특정성을 요구한다. 그 외에 독일 학설에서는 '교사'의 해석과 관련하여, '심리적 인과행위'라거나 '의사소통에 대한 정신적 접촉행위', '범행 계획의 지배' 또는 '범행 동기의 지배', '교사자의 의지에 의존적인 범행결의의 야기' 등 표지를 제시한다( 「형법 제31조 제1항 "교사의 해석」, DG, 형사법연구 제26호), 위 어떤 표지에 의하더라도, 아래에서 살펴보는 사정들에 따르면 피고인 A에게는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에 대한 교사행위가 충분히 성립한다.

3) Cl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 관리팀) : 고객 상담 및 클레임 처리업무를 주 업무로 하는 부서

4) 원심 증인 AI과 Z도 원심 법정에서 2011. 8.경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발표 후 행하여진 비상대책회의에서 수사기관에 대한 대응 논의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619, 661쪽). R연구소의 소장이었던 U도 검찰조사에서 '2011. 8.경에는 R연구소에 대하여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찾아보라고 지시하거나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998쪽).

5) 정확한 명칭은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 다.

6)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사자의 교사행위와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정범의 성립은 교사범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교사범이 성립함에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된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1252 판결 등 참조).

7) P도 "캐비닛에 넣어 보관한 이후 이 자료의 존재에 대해서 거의 생각을 못했고, 국정조사를 받을 때에도 이 자료에 대해서 아무도 언급하거나 떠올리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여 (공판기록 565쪽), 당시 해당 자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8) 0은 2016, 2. 12. 대전 R연구소로 출장가기 이전 '피고인 B, C 모르게 피고인 A으로부터 S 자료를 찾아오라는 은밀히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동시에 'S와 관련된 전산자료를 삭제하기로 하는 내용은 위 출장 이전에 피고인 B 등과 회의하면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공판기록 353쪽) 진술 자체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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