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법 2022. 11. 3. 선고 2022노1406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확정[각공2023상,84]
판시사항

갑이 운전 중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받아 음주측정을 하였고, 음주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혈액채취를 요구하여 ‘채혈동의 및 확인서’에 서명을 하고 병원에서 경찰 입회 아래 혈액을 채취하였는데,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하지 않고 압수목록을 교부받지 않은 채 곧바로 귀가하여, 경찰이 같은 날 오후 갑의 주소지로 찾아가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였고, 위와 같이 채취한 혈액 감정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초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와 같이 채취한 갑의 혈액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고, 위 혈액을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 증거인 혈중알코올감정서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운전 중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받아 음주측정을 하였고, 음주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혈액채취를 요구하여 ‘채혈동의 및 확인서’에 서명을 하고 병원에서 경찰 입회 아래 혈액을 채취하였는데,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하지 않고 압수목록을 교부받지 않은 채 곧바로 귀가하여, 경찰이 같은 날 오후 갑의 주소지로 찾아가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였고, 위와 같이 채취한 혈액 감정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초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갑은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 작성 자체를 강요하는 것 같아 날인을 거부한 것이고, 혈액채취 및 제출 자체는 임의로 이루어진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혈액채취 및 제출에는 임의성이 있다고 보이고,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은 채취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감정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갑은 이러한 측정 방식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채취한 혈액에 의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까지 동의하였으므로, 채취한 혈액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에 대하여도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압수조서의 작성이 압수에 있어서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압수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의 작성은 제출의 임의성을 확인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 등에서 따로 그 작성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아, 제출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이상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고, 혈액채취를 완료하여 수사기관이 갑의 혈액에 관한 점유를 취득한 이상 압수절차는 종료된 것으로, 이후에는 따로 갑이 압수절차에 참여할 개재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이 채취한 갑의 혈액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고, 위 혈액을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 증거인 혈중알코올감정서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및 군검사

군검사

조성운 외 1인

변호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김경돈

원심판결

제2함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21. 6. 17. 선고 2020고1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8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군검사

1) 사실오인·법리오해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하여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강제 등 위법이 없었다. 압수조서의 작성과 압수목록의 교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자신의 혈액이 임의제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도 않았다. 압수조서의 작성과 압수목록의 수령을 거부하였더라도 임의제출 이후에는 제출자가 이를 임의로 회수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혈액검사와 관련된 혈중알코올감정서 등은 그 수집과정에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위법이 없다.

혈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가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보다 측정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더 근접한 음주측정치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혈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를 기초로 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혈액검사와 관련된 혈중알코올감정서 등을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8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이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혈액검사를 요구하여 혈액채취를 한 경우, 혈액검사 결과로 확인된 음주측정치로 범죄사실을 구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오류가능성을 고려하면 증명력 또한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음주측정치를 특정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를 근거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군검사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범죄사실 기재와 같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소유권포기서의 각 서류에 서명·날인을 거부하였고, 내사보고(출동경위 및 현장상황 등)에 의하면 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간인할 것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피고인은 날인하면 불리할 것 같아 날인하지 않겠다고 진술하였다는 사실이 기재된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혈액의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혈액을 채취하는 것과 채취한 혈액을 제출하는 것은 별개의 행위로 각각에 대하여 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별도로 존재하므로, 피고인이 채혈동의서에 서명하였더라도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임의제출서의 날인을 거부한 이상 혈액을 임의로 제출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이미 적법하게 채혈한 혈액을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임의제출 의사의 인정의 필요성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이 날인을 거부한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압수목록, 소유권포기서, 압수증명 및 이에 기초한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의뢰, 감정의뢰(일반감정),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의뢰, 혈중알코올감정서,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증거순번 24)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채혈동의 및 확인서와 내사보고(출동경위 및 현장상황 등)만으로는 피고인의 혈액제출 임의성 및 주위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수사기관은 임의제출을 받아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을 필요가 없다. 이러한 임의제출 절차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요청을 조화시키고,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기관은 피의자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으므로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임의제출이 이루어진 경우 임의제출의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참조).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등 참조).

압수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물에 대한 환부·가환부 신청을 하거나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이러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은 위 2011도1902 판결 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 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유류물의 경우 공소사실과의 관련성 및 그 내용, 기타 수사의 개시 및 진행 과정 등에 비추어, 유류물의 압수 후 압수조서의 작성 및 압수목록의 작성·교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앞서 본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법칙에 비추어 그 증거능력의 배제가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2022. 2. 17. 선고 2019도4938 판결 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로부터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섞인 매체를 임의제출 받아 사무실 등지에서 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가 특정된 목록을 교부해야 하나,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의자의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 담긴 영상이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제시되었고, 피고인이 그 영상을 언제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쉽게 알아보고 그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면, 피고인에게 압수된 전자정보가 특정된 목록이 교부되지 않았더라도,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2) 인정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2020. 2. 16. 01:53경 평택시 (주소 1 생략) 앞 도로에서부터 (차량번호 1 생략) 코란도C 승용차를 운전하여 평택시 (주소 2 생략)에 위치한 ○○○○○○ 오피스텔 앞 노상 도로에 이르러, △△공단 방면에서 □□근린공원 방면으로 편도2차선 중 1차로로 진행하던 중 위 승용차 오른쪽 앞 범퍼로 (차량번호 2 생략) 푸조 승용차 앞부분과 (차량번호 3 생략) 봉고3 화물차 뒤 범퍼를 들이받았다.

② 피고인은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받아 물로 입을 헹구고 같은 날 02:07경 음주측정을 하였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91%라는 결과가 나왔다. 피고인은 위 음주측정 결과가 출력된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증거기록 33쪽)에 서명을 하였다.

③ 피고인은 같은 날 02:20경 위 음주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혈액채취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은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증거기록 69쪽) 중 ‘운전자 의견진술’란에 “본인은 위 기재사항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주취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됨을 고지받았으며 측정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혈액채취를 원합니다.”라고 기재하였다. 피고인은 ‘채혈동의 및 확인서’(증거기록 34쪽)에도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요구사유’란에 “채혈 여부 확인 후 채혈 요구함.”이라고 기재하였으며, “상기와 같은 사유로 채혈에 의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 동의합니다.”라고 출력된 부분 바로 아래에 이름을 기재하고 그 옆에 서명을 하였다.

④ 간호사는 같은 날 02:45경 평택시 (주소 3 생략)에 있는 ◇◇◇◇병원에서 경찰 입회 아래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하였다. 위 ‘채혈동의 및 확인서’에는 채혈의 일시, 장소, 방법, 채취자, 입회경찰관이 기재되었고, 피고인은 “상기 피채혈자 본인은 위 내용이 이상 없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출력된 부분 아래에 이름을 기재하고 그 옆에 서명을 하였다.

⑤ 피고인은 혈액채취 이후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하지 않고, 압수목록을 교부받지도 않은 채 곧바로 귀가하였다. 경찰은 같은 날 15:46경 피고인의 주소지로 찾아가 임의제출서, 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소유권포기서에 날인해달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날인을 거부하였다.

⑥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의 의뢰를 받아 위와 같이 채취한 피고인의 혈액을 감정하였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154%라는 결과가 나왔다.

3) 혈중알코올감정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가) 혈액채취 및 제출의 임의성

우선 피고인의 혈액채취 및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진 것인지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① 피고인이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혈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하여 혈액채취 등을 하게 된 것이고, 경찰의 요청에 의하여 혈액채취 등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와 ‘채혈동의 및 확인서’에 자필로 혈액채취와 혈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을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한 점, ③ 피고인은 군경찰에서 “너무 높게 나온 것 같아 혈액측정을 요구하였다.”(증거기록 51쪽)라고 하였고, 군검찰에서 “경찰이 강요하지 않았고 제가 채혈을 원하여 음주측정을 하였다.”(증거기록 11쪽)라고 하였으며, 원심에서도 혈액채취 및 혈액검사에 동의하였고 어떠한 강제도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공판기록 56~57쪽), ④ 피고인은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의 작성을 거부한 이유에 관하여, 군경찰에서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강제로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53쪽)라고 하였고, 군검찰에서 “경찰이 혈액채취 당시에는 강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임의제출 조서는 강압적으로 작성하려는 것 같아서 날인을 거부했다. 경찰에 집으로 오지 말라고 했는데 집으로 와서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변호사와 연락을 하였는데 사후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고 하여 날인을 거부하였다.”(증거기록 13쪽)라고 하였으며, 원심에서는 “경찰관이 온 것이 무서워서 전부터 아버지께서 아는 변호사 분이 계셔가지고 상담을 했는데, 그 절차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동의하지 않았다.”(공판기록 51~52쪽)라고 하였는바,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 작성 자체를 강요하는 것 같아 이를 거부한 것이고, 혈액채취 및 제출 자체는 임의로 이루어진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혈액채취 및 제출에는 임의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피고인은 혈액채취에만 동의하였을 뿐이지 그 제출에 대하여는 따로 동의한 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은 채취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감정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바, 피고인은 이러한 측정 방식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채취한 혈액에 의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까지 동의하였으므로, 채취한 혈액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에 대하여도 동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압수조서의 작성

피고인은 압수조서를 확인한 바가 없다면서, 피고인의 혈액을 압수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은 압수조서의 작성에 관하여, 법원에 의한 압수·수색에 관한 부분(형사소송법 제1편 제10장, 군사법원법 제2편 제1장 제8절)이 아닌 법원의 서류 작성에 관한 부분(형사소송법 제1편 제6장, 군사법원법 제2편 제1장 제4절)에서 규정하면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관하여 법원에 의한 압수·수색에 관한 각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 군사법원법 제258조 에서는 압수조서의 작성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49조 , 제50조 또는 군사법원법 제83조 , 제84조 를 준용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검찰사건사무규칙 제50조 제1항 , 군검찰 사건사무규칙 제24조 제1항 은 검사 내지 군검사가 압수한 경우 압수조서를 작성하도록 하면서도 그 단서에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진술조서에 압수의 취지를 기재함으로써 압수조서의 작성에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압수조서의 작성이 압수에 있어서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압수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압수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임의제출된 혈액 압수절차에 대한 참여

피고인은 혈액채취에 의한 음주측정을 마친 후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음주측정 후 압수절차에 참여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의 작성은 그 제출의 임의성을 확인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 등에서 따로 그 작성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제출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이상 임의제출서, 소유권포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압수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혈액채취를 완료하여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혈액에 관한 점유를 취득한 이상 압수절차는 종료된 것으로, 그 이후에는 따로 피고인이 압수절차에 참여할 개재도 없다.

라) 압수목록의 교부

피고인은 압수목록을 교부받지 않았다면서 절차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내사보고(출동경위 및 현장상황 등)에 경찰은 이 사건 범행 당일 04:00경 임의제출 압수서류 등을 가지고 위 ◇◇◇◇병원으로 갔으나 피고인이 현장을 이탈하였고, 같은 날 15:46경 압수서류 등에 날인 및 간인을 받고자 피고인의 주소지에 찾아가던 중 피고인을 만났으나 피고인이 날인을 거부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바(증거기록 36쪽), 당시 경찰은 피고인에게 압수목록도 같이 교부하려고 했으나 피고인이 그 수령을 거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절차 위반행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경찰이 피고인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하려고도 하지 않아 절차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① 피고인은 ‘채혈동의 및 확인서’를 작성하여 혈액채취와 이를 이용한 음주측정에 동의하였고, 혈액채취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을 확인하였으므로, 범죄혐의와 관련 있는 압수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압수한 피고인의 혈액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감정 이후에는 전량 폐기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전량 폐기되었으므로, 위 혈액에 대한 환부·가환부 신청을 할 가능성은 적은 점, ③ 압수목록이 없어도 위 ‘채혈동의 및 확인서’를 자료로 하여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점, 그밖에 압수목록이 교부되지 않게 된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거나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소결

따라서 위와 같이 채취한 피고인의 혈액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고, 위 혈액을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 증거인 혈중알코올감정서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

4)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술을 마신 후 [별지] 범죄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승용차를 운전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내사보고(출동경위 및 현장상황 등), 사고메모,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수사보고(주취운전자 정황보고)도 위 진술에 부합한다. 한편 혈액의 채취 또는 검사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관계자의 잘못이 개입되는 등 혈액채취에 의한 검사결과를 믿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치가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치보다 측정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더 근접한 음주측정치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는바(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도6905 판결 참조), 혈중알코올감정서에 의하면 당시 혈액채취를 하여 검사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4%인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군검사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의 주장에 관한 판단은 생략한 채 군사법원법 제431조 , 제414조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그 소송기록과 원심 또는 이 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따라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군사법원법 제435조 에 따라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군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지만 주문에서 따로 이를 기각하지는 아니한다).

범죄사실

[별지] 범죄사실 기재와 같다.

증거의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교통사고보고, 채혈동의 및 확인서, 내사보고(출동경위 및 현장상황 등), 사고메모,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수사보고(주취운전자 정황보고), 혈중알코올감정서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2. 노역장 유치

양형의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154%의 술에 취한 상태로 약 705m 구간을 운전하였다는 것으로, 범행의 수단과 결과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는 않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 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박연욱(재판장) 박원철 이희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