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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0484 판결
[투자예정금반환][미간행]
판시사항

주식회사에 대한 출자를 내용으로 하는 투자계약이 출자자와 주식회사 사이의 인적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체결된 경우, 인적 신뢰관계가 파괴되면 신의칙상 출자자가 투자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온앤업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아이젠글로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가 피고 회사와 사이에 투자계약이 체결될 것을 전제로 피고 회사에 5천만 원을 입금하였으나 결국 투자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5천만 원이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2009. 10. 17.경 피고 회사와 자신의 최대 투자금을 5억 원으로 하고, 피고 회사의 가치를 잠정적으로 300억 원으로 평가하여 원고가 실제 납입한 투자금에 따라 지분율을 정하기로 하는 투자계약(이하 ‘이 사건 투자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원고는 2009. 10. 19. 그에 따라 그 투자금의 일부로 5천만 원(이하 ‘이 사건 투자금’이라고 한다)을 피고 회사에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투자계약이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여 성립되었는데 원고와 피고 회사는 그 계약의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원고는 신의칙상 이 사건 투자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투자계약관계의 원상회복으로 위 5천만 원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이 사건 투자계약 당시 원고의 투자범위와 지분율에 대한 잠정적인 합의가 있었을 뿐이고(원고가 5억 원 투자 시 1.65% 지분을 인정받는 것을 확정적으로 수용하였다기보다는 5억 원 투자 시 5% 지분을 인정하여 달라는 의사를 완곡하게 표시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투자의 형태 또는 원고의 지분확보방안, 투자금의 지급시기 및 방법, 투자에 따른 이익분배방법, 투자금의 회수방법, 밑실사업의 진행방향 등 이 사건 투자계약의 세부사항(이하 ‘이 사건 계약 세부사항’이라고 한다)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이와 같은 상황이었음에도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이 사건 계약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가 있을 것을 전제로 피고 회사에 이 사건 투자금을 송금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 회사에 이 사건 투자금을 송금한 다음날 피고 회사가 ‘예 사장’이라는 사람의 투자철회 사실을 알려 왔으며(원고 입장에서는 예 사장의 투자예정사실이 피고 회사와 이 사건 투자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요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원고의 5억 원 투자 시 5% 지분 인정 요구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사실상 이를 거부하였다. 또한 앞서 본 예 사장의 투자철회 사실에 더하여, 원고의 주요 관심사항이었던 밑실사업의 진행방향에 대하여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투자금의 반환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원고와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투자금의 송금 시로부터 2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세부사항에 관하여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각기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면서 계약이행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고 있고(피고 회사는 이 사건 투자금의 반환을 거부하면서 이 사건 투자금에 상응하는 지분도 인정하여 주지 아니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 회사 중 어느 일방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은 이 사건 투자계약이 인적인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여 체결되었고 그 신뢰관계가 파괴된 이상 신의칙상 원고가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계약의 해제는 흠 없이 성립한 계약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키고 이미 계약의 이행으로 행하여진 급부에 관하여 원상회복의무( 민법 제548조 참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계약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성질을 가짐을 고려하여 보면, 그 해제의 권리는 계약 또는 민법 제544조 이하와 같은 법률규정에 의하는 경우( 민법 제543조 제1항 참조) 외에는, 판례가 예외적·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기한 일정한 경우 등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함부로 긍정할 수 없다 .

특히 이 사건 투자계약과 같이 그 내용이 원고가 주식회사인 피고에 출자를 하는 것인 경우에는 출자자의 이익은 그 회사에 대한 지분으로 일정한 수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집약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외에 출자자가 출자에 있어서 가지는 주관적인 기대 내지 희망이 충족되지 못하였음을 들어 그 출자를 철회할 수 있는 등으로 그 유효 여부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회사의 물적 기초를 현저히 취약하게 하는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쉽사리 허용할 것이 아니다 .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 투자계약이, 원고의 주관적 기대 또는 희망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 사건 계약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 도출을 전제로” 행하여졌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기록상 찾을 수 없다.

나.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투자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계약 세부사항에 관하여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였고 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원고와 피고 회사 중 어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예 사장’이라는 사람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었던 점 또는 밑실사업의 진행방향은 원심판결에 따르더라도 단지 “원고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건 투자계약 체결상의 중요한 고려요소이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5억 원 투자 시 피고 회사의 지분 5%를 인정하여 달라는 원고의 요구를 피고 회사가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그러한 요구가 원심이 인정한 대로 “피고 회사의 가치를 잠정적으로 300억 원으로 평가하되 원고가 실제 납입한 투자금에 따라 지분율을 정하기로” 하는 이 사건 투자계약의 내용(이에 따르면 원고의 출자액 5억 원은 피고 회사의 지분 1.67%에 상당할 뿐이다)에 정면으로 그리고 현저하게 반하는 것인 이상, 이를 들어 원고의 계약 해제를 뒷받침하는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투자금을 피고 회사에 보낸 후 불과 10일이 지난 2009. 10. 29.에 이미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조훈식에게 이 사건 투자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이 사건 투자계약의 유효한 성립 또는 존속을 부인하는 태도로서 이미 그 당시에 이 사건 투자계약상의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이 있었다고 평가될 가능성도 크다고 할 것이다.

다. 결국 원심에는 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별다른 근거 없이 이 사건 투자계약이 원고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또한 원심판결에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5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면서 그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익일부터 ‘소송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소정의 법정이율을 적용한 위법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여 둔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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