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가합31701(본소) 손해배상(기)
2020가합31718(반소) 손해배상(기)
원고(반소피고)
A
피고(반소원고)
1. B
2. C.
3. D
변론종결
2021. 6. 1.
판결선고
2021. 6. 15.
주문
1.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0. 4. 28.부터 2021. 6. 15.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본소청구와 피고(반소원고)들의 나머지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틀어 그중 80%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 본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B는 10,780,000원, 피고 C, D는 각 7,185,000원과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최종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 반소: 원고는 피고들에게 각 3,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반소장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반소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 발행되는 농민신문의 제1면 광고란에 별지 기재 패소판결공지를, 제목은 2호 활자로, 내용은 5호 활자로 1회 게재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으로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회원이다.
2) 망 E(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5. 3. 21.부터 원고의 조합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 9. 5. 사망하였다.
3) 피고 A는 망인의 배우자이고, 피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이며, 피고들은 망인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감사 진행
1)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이하 ‘조합감사위원회’라고만 한다) 2018. 8. 27.부터 2018. 9. 7.까지 원고에 대하여 감사를 진행하였다.
2) 조합감사위원회는 2018. 9. 5. 원고의 직원들에 대한 면담 조사를 실시하고, 업무추진비 등 부당 취급에 관한 확인서를 받았다.
3) 위 당일에는 원고의 조합장인 망인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망인이 사망하여 망인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 망인에 대한 원고의 각 징계 해당 처분과 변상 조치 의결 경위
1) 조합감사위원회는 2018. 11. 26. 망인에 대하여 ‘직무의 정지 6월 해당, 변상 2,300만 원 요구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으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2018. 11. 30. 원고에 망인을 포함한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변상 조치를 요구하였다.
2) 원고는 2018. 12. 24. 이사회에서 망인에 대한 징계[직무의 정지 6월 해당(퇴임자)] 처분과 변상 조치(2,300만 원)를 의결하였다.
3) 조합감사위원회는 2018. 11. 26.부터 2018. 11. 30.까지 원고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였고, 2019. 3. 22. 망인에 대하여 ‘주의촉구 해당, 변상 1,170만 원 요구에 해당한다’ 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으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2019. 3. 25. 원고에 망인을 포함한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변상 조치를 요구하였다.
4) 원고는 2019. 4. 6. 이사회에서 망인에 대한 징계[주의촉구 해당(퇴임자)<기징계>] 해당 처분과 변상 조치(1,170만 원)를 의결하였다.
5) 한편 원고는 2018. 12. 21. 홈페이지에 경영공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게시하였다.
경영공시 (중략) 1. 공시사유 : 농업협동조합법 제145조 제2호에 의한 조합감사위원회의 임직원에 대한 징계 및 문책 요구(상호금융업감독규정 제9조 제3항 제5호) 2. 공시내용 ○ 대 상 : 조합장 E 등 3명 ○ 경 위 : 경비 부당집행 등 사고로 27,648천 원의 피해액이 발생 ○ 주요내용 : 조합장 E 직무의 정지 6월 해당(퇴임자) 전무 F 감봉 3월, 상무 G 견책 해당(퇴직자) 과장대리 H 감봉 3월 |
라. 국가인권위원회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대한 권고 결정 경위
1) 원고는 2019. 4. 30. 피고들에게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과 변상 조치를 의결하였다는 내용을 통보하였다.
2) 피고들은 2019. 6. 5.경 원고에게 망인에 대한 위 징계 해당 처분 등이 부적법하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원고는 2019. 6. 13. 피고들에게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은 내부적인 의사결정으로 징계는 물론 특정한 법률관계를 발생시키는 인사권의 행사도 아님”이라는 내용으로 회신하였다.
3) 피고들은 2019. 6. 17. 원고에게 망인에 대한 위 징계 해당 처분 등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2019. 6. 24. 피고들에게 “직무의 정지 해당 처분은 본래의 징계처분과 다른 것으로 그 정도의 징계양정에 해당한다는 조합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회신하였다.
4) 피고들은 2019. 6. 26. 원고에게 망인에 대한 위 징계 해당 처분 등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원고는 2019. 8. 7. 피고들에게 위 재심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통보하였다.
5) 피고들은 2019. 10.경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 12. 19.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에게, 재직 중 사망자에 대하여는 징계 관련 절차 및 통지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업무매뉴얼을 개선하여 이를 지역농업협동조합에 알릴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9, 11, 13호증, 을 제1, 5 내지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 요지
망인은 원고의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음과 같은 불법행위를 하였다.
① 망인은 2015. 6. 29.경부터 2016. 12. 9.경까지 업무추진을 위한 현금을 수시로 지출하면서 정상적인 비용처리가 어려워지자 이를 정리하기 위해 지역의 각종 행사에 협찬비를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방법으로 원고의 돈 10,400,000원을 부당하게 사용하였다.
② 망인은 2015. 7. 4.경부터 2016. 7. 28.경까지 자택 인근에 있는 음식점에서 개인적인 식사비 등을 외상으로 거래하고 이를 원고의 돈으로 결제하기 위해 간담회나 회의를 개최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방법으로 원고의 돈 12,748,000원을 부당하게 사용하였다.
③ 망인은 2015. 4. 30.경부터 2018. 7. 23.경까지 원고의 돈으로 조합원에 대한 경조사비가 지급되었음에도, 개인 명의로 지급하는 경조사비를 원고의 돈으로 지급하여 원고의 돈 4,500,000원을 부당하게 사용하였다.
④ 망인은 2015. 12. 20.경부터 2017. 6. 8.경까지 규정을 위반하여 원고의 보험비용(기타제비)에서 고객이벤트 행사비 내지 사은품 구입을 위해 횟집과 과일가게에 현금 15,000,000원을 지출하여 위 보험비용(기타제비)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였다.
망인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망인은 원고에게 42,648,000원 중 망인의 과실을 고려한 34,700,000원 중 보험금으로 보상받은 9,550,000원을 공제한 21,15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망인의 상속인인 피고들은 그 상속비율에 따라 피고 B는 10,780,000원, 피고 C, D는 각 7,185,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불법행위에 있어서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의 존재, 그 행위와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2272 판결 등 참조).
앞서 제시한 증거에 더하여 갑 제10, 12, 14 내지 18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원고의 돈을 횡령하여 개인적으로 소비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조합감사위원회는 망인이 사망하여 전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망인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였고, 원고 직원들의 진술을 기초로 망인이 업무와 무관한 비용을 집행하고 이를 협찬금으로 처리하였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조합감사위원회가 작성한 옥계농협 사고 조서(갑 제9호증)에서도 “2016. 1. 29. 처리한 20만 원은 망인의 모교인 00고등학교 후원회의 밤 행사 협찬비로 지급하였고, 실제로 망인이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있는 점 등을 감안 하면 비용을 망인이 협찬을 위해 수령해 갔으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협찬 영수증을 과장대리 H가 대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협찬비로 지급하였다는 다른 것도 실제로 협찬비로 지급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망인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서 과장대리 H가 영수증의 서명을 대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조합감사위원회 또는 원고는 망인이 실질적으로 협찬비를 지급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이를 망인이 개인적으로 소비하였다고 결론 내렸다.
② 망인이 2015. 7.경부터 음식점에서 식사한 내용은 회와 주류로서 1회 식사비용이 평균적으로 10만 원 내지 20만 원 정도이다. 식사 금액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단순히 개인적인 식사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망인이 원고의 조합장으로서 업무추진을 위한 접대비로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③ 원고는 망인이 개인적인 경조사비를 원고의 돈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에도 망인은 ‘A 조합장 E’로 조합원에게 경조사비를 지급하였다. 또한, 조합장의 업무추진비로 조합원에 대한 경조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망인은 교육지원사업비로 조합원들에게 지급되는 경조사비 이외에도 추가로 경조사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고는 2017. 1. 18. 이사회에서 비조합원 또는 조합원의 경조사에 5만 원 내지 10만 원의 범위 안에서 조합의 경비로 경조사비를 추가로 집행하기로 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하였다.
④ 조합감사위원회는 원고의 직원인 I, J 등 관련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망인이 2015. 12. 31.부터 2017. 6. 8.까지 보험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담당자에게 보험기타제비를 현금으로 부당집행 하도록 지시하여 4회에 걸쳐 1,500만 원을 전달받아 용처불명의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망인의 방어권의 제한된 상태에서 I와 J 등의 진술만으로 망인에게 실제로 1,500만 원이 전달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원고는 망인이 규정을 위반하여 보험비용(기타제비)을 집행하였다고 주장하나 농·축협 금융기관보험대리점 생명보험업무방법서와 손해보험업무방법서(갑 제7호증의 1, 2)는 보험비용(기타제비)는 보험 추진을 위한 추진장려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횟집과 과일가게에 현금을 지출하였다고 그것이 접대성 비용이거나 상품권 또는 선불카드 구입비용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고, 보험 추진을 위한 추진장려의 명목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⑤ 자금의 보관, 지출 등 권한과 책임을 지닌 단체의 대표가 그 자금의 사용처에 관한 일부 소명을 통해 그 자금이 단체의 용도 혹은 목적에 맞게 지출되었다는 합리적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이상, 그 구체적인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한다거나 개별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추단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등), 원고가 제시하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불법영득의 의사를 추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망인이 원고의 돈을 횡령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 요지
원고는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은 위법한 것이고, 위법한 징계 해당 처분을 원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피고들에게 통지하기까지 하였다.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망인의 유족들인 피고들의 망인에 대한 명예감정 내지는 추모감정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위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로 피고들에게 각 3,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가) 원고의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의 위법성
을 제1 내지 3, 5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망인에 대한 징계처분은 위법하다.
① 원고의 징계와 관련된 규정(회원조합 징계변상 업무처리준칙, 징계변상 내부 운용기준)에도 퇴직자에 대하여는 징계량에 해당을 추가하여 징계요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재직 중 사망자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원고는 재직 중 사망자를 퇴직자와 동일하게 보아 망인에 대하여 징계 해당 처분을 하였으나, 사망자와 퇴직자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결국, 원고의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은 근거 규정 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② 원고는 내부 질서의 확립과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손해배상 채권의 행사를 위해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손해배상 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조사결과에 따른 변상액을 유족에게 고지하는 등의 절차로도 충분하고, 내부 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다른 조치로도 충분하다.
③ 사망자는 징계 절차에서 방어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고, 유족이 사망자의 방어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어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징계 처분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피고인이 사망하는 경우 법원은 공소기각의 결정(형사소송법 제328조)을 하고,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 검찰은 피의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공소권 없음)의 처분을 한다.
나) 원고가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피고들에게 통지하고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가 피고들의 망인에 대한 명예감정 내지는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1) 유족의 추모감정의 의의
‘추모(追慕)’란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것으로서, 망인의 유족이 망인에 대하여 가지는 ‘유족의 추모감정’은 유족이 망인의 생전에 망인과 가족관계를 맺음으로써 형성된 유대관계에 기초하여 망인을 그리워하고 생각하면서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의미한다.
(2) 유족의 추모감정 보호의 법적 근거
(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행복추구권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소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침해당하지 아니할 권리로 구분될 수 있으므로,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위하여는, 인간의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돕는 요소를 장려하고,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유족의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은 유족의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때로 그 영향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지 또는 그 영향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매몰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후의 삶의 질이 좌우되기도 한다. 따라서 유족이 스스로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로 볼 수 있고,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형성하고 유지함에 있어 외부에서 부당한 침해를 당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에 해당하므로, 행복추구권의 실현에 필요한 조치로서 유족의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나) 민법상 근거
‘유족의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이 지니는 위와 같은 의미를 고려할 때,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51조 제1항에서 말하는 ‘기타 정신상 고통’에는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침해당하여 입은 정신상 고통’이 포함된다.
(3) 구체적 판단
제3자가 사망한 사람의 사회적 평가와 아울러 그 유족의 사회적 평가 내지 고인에 대한 명예감정,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면, 위와 같은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제3자는 그 유족에 대하여 민법상의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0208 판결 등 참조).
원고는 2018. 12. 21. 홈페이지에 경영공시를 통해 망인에 대해 직무의 정지 6월에 해당하는 징계 해당 처분을 한 사실을 게시하였고, 2019. 4. 30. 피고들에게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의결하였음을 통보한 사실은 앞서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이 원고는 위법하게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하였고, 이를 원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였으며,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의결하였음을 피고들에게 통보함으로써 피고들의 망인에 대한 명예감정 내지는 추모감정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 원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망인의 유족인 피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는 피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위자료의 액수에 관해서 본다. 원고의 위 불법행위의 내용, 피고들이 입은 피해의 정도, 원고가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법령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홈페이지에 경영공시라는 제목으로 게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파일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각 1,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들에게 각 1,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 성립일인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8. 12. 21. 또는 피고들에게 징계 해당 처분을 의결하였음을 통보한 2019. 4. 30. 이후로서 피고들이 구하는 반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0. 4. 28.부터 원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6.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패소판결공지 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 요지
원고는 위법한 징계 해당 처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대외에 사전 공표하여 망인과 그 유족인 피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망인과 그 유족인 피고들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위해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패소판결공지를 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민법 제764조는 “명예훼손의 경우의 특칙”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방법은 금전배상에 의한다고 하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명예훼손”의 경우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 즉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인바, 위 조항의 취지는 그 처분에 의하여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가해자에게 사죄 등을 시킴으로써 피해자에게 주관적 만족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만으로 전보되지 아니하는 피해자의 훼손된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객관적 평가 자체를 회복시켜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회원조합 징계변상 업무처리준칙’의 ‘질의 답변 사례’를 참고하여 망인에 대한 징계 해당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이후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농·축협 감사관련 제규정 제·개정 TF단’을 구성하여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에 관하여 원고의 패소판결을 공지하는 것이 망인이나 피고들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임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변론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앞서 인정한 금전배상만으로도 충분하고 패소판결공지를 판결로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본소청구와 피고들의 나머지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백대현
판사이재민
판사고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