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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13.2.5.선고 2011재고합36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2011재고합36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

피고인

1. A

2. B

재심청구인

피고인들

검사

조영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피고인들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D

재심대상판결

광주지방법원 1978. 12. 21. 선고 78고합170, 200(병합) 판결

판결선고

2013. 2. 5.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A는, 1978. 6. 28. 18:00경 광주 동구 E사 방실에서 F대학교 학생인 G, H, I, J, K, L, M, N 등과 공모하여, “우리의 교육지도” 라는 선언문에 관련된 F대 교수들의 석방을 위한 방법으로 다음날 12:00를 기하여 F대학교에서 F대생의 농성과 시위를 주동할 것과 G이 미리 인쇄해 가지고 온 “끊임없는 정치적 자유의 유보와 이에 따른 국민생활의 질곡 및 학원의 정권놀음적 시녀화...” “... 오늘날 전국 각지에서 양심있는 대학생들이 자유와 사회정의를 외치다가 투옥되고...” “... 이미 우리 조국은 경제적으로 일제의 재식 민지화의 재물이 되어 있고 자주성을 상실한 정권은 반민족적 세력의 선봉이 되어 있지 않느냐...” “... 사태는 학원의 민주화가 짓밟히고 학문적 양심을 지켜갈 수 없음을 말해주는 충분한 증거다...” “... F대학교는 정보기관의 발바닥 밑에 깔려있으며 전국민적 신망을 잃은 정권의 시녀가 되어 버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F대 민주학생 언문" 등을 배포할 것을 결의하고, 1978. 6. 29. 11:00경 광주 F대학교에서 위 대학 문리과 대학 학생 0으로 하여금 위 대학교 학생들에게 위 선언문을 배포케 함으로써 유언비어와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위 선언문을 배포하고,나, 피고인들은, 1978. 6. 29. 12:00경부터 21:00경 사이에 위 대학교 중앙도서관 2층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G 등의 주도하에 “민주학생 교수를 즉각 석방하라” “교수 재임명제를 폐지하라” “상담지도관실을 폐지하라” “학원 사찰을 중지하고 교내 상주 정보기관원은 즉 각 물러가라” “어용교수 물러가라”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제한 농성투쟁을 전개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과 시위를 함으로써 법에 금지된 학생의 집회와 시위를 한 것이다.

2. 판단

가. 폐지된 형벌 관련 법령이 위헌· 무효인 경우의 조치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대하여 적용하여야 할 법령이 폐지된 경우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여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나,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같은 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므로,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같은 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의 위헌 여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를 준수하여야 하므로, 구 대한민국헌법 (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고,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 나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의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 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8항)는 것으로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긴급조치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나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간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으로서,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위 긴급조치로 침해된 위 각 기본권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라 할 것이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 제기의 근거가 된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인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상현

판사강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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