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합839 살인
피고인
A
검사
김용제(기소), 우기열(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명세
담당변호사 이재권
판결선고
2019. 1. 10.
주문
피고인을 징역 16년에 처한다.
압수된 등산용칼 1개(증 제1호), 등산용칼집 1개(증 제2호)를 피고인으로부터 몰수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범죄전력]
피고인은 2015. 5. 8. 수원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 중 2018. 1. 30. 가석방되어 2018. 7. 1. 가석방기간이 지났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45세)과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1. 12.경부터 지인들로부터 중고차 매매 사업 자금 명목으로 월 15~20%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린 다음 그 돈으로 외제승용차, 요트, 제트스키 등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중, 2013. 9.경 친구인 피해자와 C에게 태국에서 온라인 토토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하여 피고인, 피해자, C은 피고인이 2억 원을, 피해자와 C은 각 5,000만 원씩 총 3억 원을 출자하고, 자금 관리는 피해자가 담당하기로 정하여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2014. 5.경 위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고 있지 않던 중 피고인이 위 중고차 매매 사업 명목으로 지인을 속여 돈을 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자 이에 놀란 피해자와 C은 피고인과 추진 중이던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출자금 3억 원 중 남은 9,000만 원을 각자 절반씩 나누어 가졌으며, 피고인은 2014. 9. 23. 필리핀으로 출국하여 도피하고 있다가 2015. 1. 2. 입국 시 공항에서 체포되어 2015. 1. 22. 구속기소가 된 후 2018. 1. 30. 가석방될 때까지 수감생활을 하였다.
피고인은 출소 이후 어머니와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보고 자신의 수감 기간 중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들에 별다른 경제적 도움을 준 사실이 없다.
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고, 내연녀 D와 거주할 목적으로 몰래 마련한 성남시 분당구 오피스텔의 존재를 채권자들이 알게 된 이유가 그 사실을 알고 있던 피해자나 C이 채권자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였으며, 피해자와 C이 과거에 함께 추진하던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자신의 처지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하여 피해자와 C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수감생활 중 생긴 우울증으로 출소 이후 매달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던 중, 2018. 8. 3. 12:19경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저녁을 함께 먹기로 약속하였다.
피고인은 2018. 8. 3. 19:20경 피해자를 만나 서울 서초구 E에 있는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20:27경 성남시 수정구 F에 있는 커피점으로 가서 21:00경까지 차를 마신 다음 자신이 운전하는 G 티볼리 승용차에 피해자를 태우고 그의 집으로 데려다 주다가 피해자로부터 '사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말에 화가 나 같은 날 21:37경 피해자의 집 인근인 서울 서초구 H에 있는 I 앞 길가에 이르러 위 승용차를 정차한 다음 피해자에게 '숨겨둔 오피스텔 이야기를 하고 다닌 것이 너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고, 이에 피해자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 나는 듣기도 싫다'라고 대답을 하며 서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말다툼을 이어 가던 중 예전에 내연녀 D가 자신에게 'B에 대한 점을 보았더니 나중에 당신 등에 칼을 꽂을 거라고 하더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피해자에게 'D가 너 점보고 뭐라고 한 줄 아느냐'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난 듣고 싶지 않다. 니가 나 가지고 논거냐'라고 답하자, 이에 발끈하며 '씨발놈아 내가 너 가지고 노는 데 이 개새끼야 너한테 돈을 다 맡기냐'라고 따졌고, 다시 피해자가 '지랄한다, 니가 돈을 다 맡겼냐', '지랄하지 말아, 제발 좀, 제발 좀'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순간 격분하여 '안 맡겼냐고 이 씨발놈아, 안 맡겼어'라고 말하며 차 안에 보관하고 있던 캠평용 칼(전체 길이 24cm, 칼날 길이 13cm)을 집어 들어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을 1회(상처 깊이 12cm, 상처 길이 3.9㎝) 깊이 찌르고, 왼쪽 가슴 아래 부분을 1회(상처 깊이 약 7㎝, 상처 길이 4㎝), 앞이마 부분(상처 길이 3㎝)을 1회 찔러 피해자를 같은 날 22:30경 서울 강남구 J에 있는 K병원 응급실에서 오른쪽 가슴 부위 찔린 상처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C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압수조서, 압수목록, 현장 사진, 범행 도구 사진, 사체 검시 사진, 사망진단서, 검시 결과서, 부검감정서
1. 블랙박스영상 CD
1. 전과: 범죄경력조회서, 각 판결서, 수사보고[피의자 가석방기간 경과 확인], 개인별수용현황(A)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1.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몸싸움을 하던 중 피고인이 쥐고 있던 칼에 의하여 피해자가 찔려 사망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칼로 찌르거나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금전 관계 등을 이유로 차 안에서 말다툼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겁을 주기 위하여 캠핑용 칼을 들고 몸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미끄러져 피해자의 가슴 부위로 고꾸라지면서 피고인이 들고 있던 칼에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이 찔려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뿐이다.
2.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사망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해자의 사체에서는 2곳의 찔린 상처와 6곳의 벤 상처가 확인되었는데, 그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직접적 사망 원인으로 판단한 가슴 오른쪽 부위 상처는 길이 3.9cm, 추정 깊이 12cm로서 심장과 허파에 손상을 입힐 정도이고, 피해자가 찔린 캠핑용 칼날의 길이(13cm)를 고려하면 칼날의 대부분이 들어간 정도로 깊다. 피해자는 가슴 왼쪽 부위에도 길이 4cm의 상처를 입었는데, 그 깊이는 고정된 장기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갈비 사이근과 복막을 관통하여 장기 사이 공간에 이를 정도이다. 그 외에도 피해자는 이마에 길이 3cm, 머리뼈에 손상이 있을 정도 깊이의 벤 상처, 손에 방어흔으로 보이는 4곳의 벤 상처를 입었다.
이처럼 피해자가 이마와 가슴 등 치명적인 부위를 포함하여 다수의 상처를 입었고, 그중 2회는 성인 남성인 피해자가 손에 4회의 방어흔을 입을 정도로 저항하였음에도 추정 깊이 12cm와 내부 장기 사이 공간에 이를 정도로 깊게 찔린 것인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미끄러져 피해자의 가슴 부위로 고꾸라지면서 피해자가 칼에 찔렸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로 치명상을 가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자신이 단 한 차례 넘어졌을 뿐이라고 진술하여, 피해자의 이마에 난 상처를 제외하더라도 가슴 부위에만 2곳의 깊은 상처가 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② 이 사건이 발생한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는 당시 상황이 녹음되어 있다. 그 녹음을 들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오피스텔 위치를 채권자들에게 알려주었는 지를 추궁하고, 도박사업 실패가 피해자의 탓이라는 취지로 따져 물은 후, 피해자에게 "이 씨발놈아 내가 너 가지고 노는 데 이 개새끼야 너한테 돈을 다 맡기냐"라고 피해자에게 돈을 맡겼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지랄한다. 니가 돈을 다 맡겼냐"라고 응수하자, 피고인은 "안 맡겼어?"라고 반문했고, 피해자는 "지랄하지 말아. 제발 좀. 제발 좀."이라고 욕설을 섞었음에도 차분히 말하였다. 이때 갑자기 몸싸움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피고인은 격앙하여 "안 맡겼냐고 이 씨발놈아"라고 욕설을 하고, 몸싸움이 시작된 지 8초 정도 후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소리가 들리면서 피해자가 칼에 찔린 듯이 호흡을 곤란해하며 신음하기 시작한다. 이후 피고인은 다시 피해자에게 "안 맡겼어? 개새끼야 어 씨발놈아"라고 욕설하고 피해자는 계속하여 더 크게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중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소리가 들린다. 위와 같이 몸싸움이 시작되기 전 피해자는 전혀 흥분상태가 아니었고 칼에 관하여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를 위협할 목적으로 칼을 들었다고는 볼 수 없고, 녹음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은 말다툼 도중 불시에 피해자를 칼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과 피해자는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로서 같이 태국에서 도박사업을 하려다 피고인이 사기죄로 구속기소가 되어 실형의 처벌을 받으면서 사업에 실패하였고, 피고인은 출소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피고인은 채권자에게 자신의 오피스텔을 알려준 것이 피해자가 아닌지 의심하고, 자신이 수감되었을 때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을 돌보아주지 않은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피해자에게 받을 돈이 3억 2,000만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자가 자신을 배신하고 사업실패의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돈도 주지 않는다고 피해자를 원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피고인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피해자에 대한 원망은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동기가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일 차량 안에서 피해자에게 같이 죽자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이 칼에 찔린 피해자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K병원으로 이송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가도 막상 결과가 눈앞에서 실현되면 두려움과 후회 등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 이상 50년 이하
2. 양형기준의 적용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년 이상 16년 이하
[권고형의 범위]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 기본영역(10년~16년)
[특별양형인자]
없음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6년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다. 피고인은 과거 도박사업의 실패 및 금전 문제로 원한을 품고 오랜 친구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피해자는 말다툼 중 불시에 피고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누범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더 무거운 죄를 저질렀다. 피고인에 대하여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 직후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등 뒤늦게나마 범행 결과의 발생을 막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정상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병철
판사김형돈
판사신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