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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336 판결
[명예훼손·모욕][공2022하,1803]
판시사항

[1]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의 증명 정도 /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 고의의 내용 /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할 때 고려할 사항 / 공연성의 존부를 판단하는 방법

[2] 빌라를 관리하고 있는 피고인들이 빌라 아랫집에 거주하는 갑으로부터 누수 문제로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갑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 등으로 말하여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갑에게 한 위 발언들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와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빌라를 관리하고 있는 피고인들이 빌라 아랫집에 거주하는 갑으로부터 누수 문제로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갑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 등으로 말하여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발언들은 신속한 누수 공사 진행을 요청하는 갑에게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 기하여 위 발언들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위 발언들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지 않은 것은 비록 위 발언들 이후의 사정이기는 하지만 공연성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는 점, 위 발언들이 피해자 본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제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갑에게 한 위 발언들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6. 11. 선고 2019노712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인 2의 준비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은 수원시 (주소 생략)(이하 ‘이 사건 빌라’라 한다)의 소유자를 대리하여 이 사건 빌라를 관리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빌라의 누수 문제로 그 아랫집에 거주하는 공소외 1로부터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공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사건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는 가족인 피해자들의 탓으로 돌려 책임추궁을 피하려고 하였다.

피고인 2는 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2018. 9. 4.경, 2018. 9. 20.경과 2018. 12. 1.경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하여, 2018. 12. 1.경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하여, 2018. 9. 1.경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인 1은 2018. 9. 1.경 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하여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 등으로 말하여 공연히 모욕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금전 요구를 한다는 취지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들의 각 발언을 통칭하여 ‘이 사건 각 발언’이라 한다).

2. 원심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발언이 공소외 1을 통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와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은 이 사건 빌라 소유자의 딸과 사위로서 소유자를 대리하여 이 사건 빌라를 관리하였고, 피해자들은 이 사건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는 가족이다. 공소외 1은 이 사건 빌라 아랫집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피고인들이나 피해자들과 별다른 친분관계가 없다.

(2) 피고인들은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빌라의 누수 공사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여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다. 이 사건 각 발언은 피고인들이 각자 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각 발언을 들은 사람은 공소외 1이 유일하다.

(3) 이 사건 각 발언을 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공소외 1에게 한 말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될 줄은 몰랐고, 서로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2는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1에게 피해자들의 금전 요구로 인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납득시켜 민사소송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자신이 피해자들과 직접 접촉하면 큰 싸움이 날 것 같아 공소외 1이 나서서 해결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다.

(4)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그게 뭐 좋은 거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겠나. 집이 형의 명의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형과 변호사에게만 말을 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소외 1에게 한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각 발언은 피고인들이 각자 공소외 1 한 사람에게만 한 것이다. 이 사건 각 발언은 신속한 누수 공사 진행을 요청하는 공소외 1에게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공소외 1이 자신의 형과 변호사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의 녹음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빌라의 누수에 관하여 피고인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이 자료로 제출되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지 않은 것은 비록 위 각 발언 이후의 사정이기는 하지만 공연성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3) 원심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각 발언을 근거로 피해자들에게 항의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 실제로 공소외 1이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을 전달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전파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피해자 본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제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4)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이에 대해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각 발언의 내용과 경위, 피고인들, 피해자들과 공소외 1의 관계를 종합해 보면, 공소외 1이 당시 누수 문제로 협의 중인 당사자들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이 아닌 이 사건 각 발언을 주위에 전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 발언의 전파가능성을 인정하여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들의 상고는 모두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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