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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72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상행위를 한 경우, 대리행위임을 현명하지 않았더라도 상법 제48조 에 따라 유효한 대리행위로서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지 여부(적극)

[2] 갑 주식회사가 자신이 소유한 토지 위에 오피스텔 등을 신축·분양하기 위하여 을 신탁회사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이에 따라 오피스텔이 신축되었는데, 을 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거나 수분양권자의 지위를 양수한 병 등이 오피스텔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분양계약이 해제되었다며 을 회사의 분양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갑 회사를 상대로 원상회복 등을 구하자, 갑 회사가 자신이 ‘을 회사를 대리하여 2차례에 걸쳐 잔금 지급을 최고하였는데도 병 등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분양계약이 이행지체를 사유로 한 을 회사의 해제 표시로 병 등의 해제 표시 전에 이미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며 다투었고, 이에 대해 병 등은 갑 회사로부터 최고를 받았음을 인정하면서도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갑 회사가 을 회사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고 한 위 최고는 이행최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오피스텔 분양계약의 체결·이행·해제 등에 관한 행위는 분양자인 을 회사에 대하여 상행위가 되므로, 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를 위한 위 최고에는 갑 회사의 주장과 같이 상법 제48조 에 따라 비현명주의가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위 최고의 효력을 부인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민 담당변호사 최철호 외 2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피데스피엠씨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백수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8. 17. 선고 2020나21292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 의사표시가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는 민법 제115조 단서가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2019. 9. 30. 자 및 2019. 10. 16. 자 각 잔금 이행최고에 적용되므로, 위 각 이행최고는 유효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각 이행최고는 대리행위임을 현명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민법 제114조 는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기고, 이는 대리인에게 대한 제삼자의 의사표시에 준용된다고 하여 현명주의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상법 제48조 는 “상행위의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여도 그 행위는 본인에게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알지 못한 때에는 대리인에 대하여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비현명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한 상행위는 대리인이 대리행위임을 현명하지 않았더라도 상법 제48조 에 따라 유효한 대리행위로서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4다41935, 41942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는 2016. 3. 7. 그 소유인 고양시 (주소 생략) 일대 15,434.42㎡ 위에 지하 5층, 지상 49층 규모 오피스텔과 상가건물 4동을 신축·분양하기 위해 소외 한국자산신탁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원고 1은 2016. 3. 30. 소외 회사와 사이에 위 신탁계약에 따라 신축된 오피스텔 중 1개 호실을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 2는 2016. 7. 6. 소외인으로부터 같은 오피스텔 중 1개 호실에 대한 수분양권자 지위를 양수받았는데(이와 같이 원고들이 소외 회사와 사이에 체결하거나 그에 기초한 수분양권자 지위를 양수받은 분양계약을 이하 구분하지 않고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라고 한다), 그 후 각 오피스텔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빠졌음을 원인으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른 소외 회사의 의무를 승계한 피고를 상대로 분양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금의 지급과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으로서 계약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③ 이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2차례에 걸쳐 일정한 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할 것을 최고하였으나, 원고들이 최고된 잔금 지급 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은 이러한 잔급 지급 의무의 이행지체를 사유로 한 소외 회사의 해제 표시에 의하여 원고들의 해제 표시 전에 이미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④ 원고들은 각각 피고로부터 2019. 9. 30.경과 2019. 10. 16.경 2차례에 걸쳐 잔금의 지급을 최고받았음을 인정하면서도(이하 위 각 최고를 ‘이 사건 각 최고’라고 한다),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가 소외 회사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고 한 이 사건 각 최고는 이 사건 각 분양계약 해제의 적법요건인 이행최고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심에서 ‘ 민법 제115조 단서에 따라 이 사건 각 최고의 효력이 소외 회사에 대하여 생긴다.’고 주장한 외에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소외 회사에 대하여 상행위가 되므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서 정한 잔금 지급 의무에 관한 이 사건 각 최고에 상법 제48조 가 적용되고,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각 최고를 하면서 소외 회사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그 효력이 소외 회사에 대하여 미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계약의 체결·이행·해제 등에 관한 행위는 분양자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상행위가 되고, 따라서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를 위한 이 사건 각 최고에는 상법 제48조 에 따라 비현명주의가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현명주의가 적용되는 사안임을 전제로 이 사건 각 최고에 민법 제115조 단서를 적용할 수 없다고만 판단하고 상법 제48조 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각 최고의 효력을 부인한 원심판결에는 현명주의와 비현명주의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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