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두10127 조정결정고시취소
원고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
부산광역시장
피고보조참가인상고
인
1. 녹산환경대책위원회
2. 부산환경자원공원주민지원협의체
판결선고
2014. 11. 1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부산 강서구 녹산동에 부산광역시 생곡쓰레기매립장(이하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이라고 한다)을 설치하였는데, 당시 원고들 거주의 사구마을 등 11개 마을(이하 '계쟁 마을들'이라고 한다)을 비롯한 녹산동 내 27개 마을의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며 2명씩의 대표위원을 선출하여 보조참가인 녹산환경대책위원회(이하 '녹산환경대책위 원회'라고 한다)를 조직하였다.
나. 피고와 녹산환경대책위원회는 2001. 9. 18.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의 설치·운영, 주민지원기금의 조성·지원 등에 관하여 합의(이하 '1차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그 속에는 녹산동 전역을 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2004. 2. 9. 법률 제71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폐촉법'이라고 한다) 제17조 제1항 소정의 주변영향지역으로 하되, 영향등급은 환경상 영향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내용(합의서 제6조)이 포함되어 있다.
다. 그 후 피고는 구 폐촉법 제17조 제2항 소정의 주민지원협의체인 피고보조참가인 부산환경자원공원 주민지원협의체(이하 '주민지원협의체'라고 한다)를 구성한 다음, 주민지원협의체가 선정한 전문연구기관으로 하여금 환경상 영향을 조사하게 하는 등 관련법령이 정한 절차를 거친 후 2003. 8. 8. 주변 영향지역 결정고시(이하 '당초 결정고 시'라고 한다)를 하였다.
당초 결정고시에 의하면, 녹산동 전역이 주변영향지역으로 결정되었는데, 계쟁 마을들 중 사구마을은 간접 영향권A 지역(대기 · 악취·소음에 의하여 간헐적으로 그 주민의 생활에 부분적 불편을 초래할 정도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과 간접 영향권B 지역(대기 · 악취·소음에 의하여 그 주민의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나머지 마을들은 간접 영향권D 지역(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의 존재로 인하여 그 주민이 심미적 요인으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되었다.
라. 피고는 주민지원협의체가 환경상 영향조사가 필요하지 않고 관계 전문가의 검토 의견서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함에 따라 위 검토의견서를 토대로 2012. 11. 28. 주변 영향지역 변경을 위한 결정고시(이하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그 결과 계쟁 마을들은 간접 영향권 A, B 지역 또는 간접 영향권D 지역에서 '환경영향 없음' 지역으로 결정되어 주변영향지역에서 제외되었다.다. 위 검토의견서에 의하면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의 설치·운영으로 계쟁 마을들에 미치는 대기·악취·소음의 환경상 영향은 없다.
한편 위 27개 마을 중 계쟁 마을들과 산업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소멸된 마을을 제외한 마을들, 즉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 이후에도 여전히 주변영향지역에 해당하는 마을들의 인구는 2003년 12월 현재 4,722명에서 2014년 2월 현재 3,170명으로 32.9%가 감소한 반면, 계쟁 마을들의 인구는 같은 기간 3,476명에서 9,513명으로 174%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에 반입되는 1일 평균 폐기물 양과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을 출입하는 1일 평균 폐기물운반차 수를 보면, 2002년 1,545톤, 275대에서 2012년 780톤, 93대로 감소하였다. 또한 당초 결정고시 후 계쟁 마을들 중 일부가 지사과학일반산업단지, 화전일반산업 단지, 신호일반산업단지, 미음외국인투자지역, 국제물류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에 있고, 수천 세대의 주거단지가 조성되었거나 조성 중에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위와 같은 1차 합의를 하고, 이에 근거하여 당초 결정고시와 생활지원금지원을 한 것은 공적인 견해의 표명에 해당하는데, ① 27개 마을 주민들은 피고가 생활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최적의 매립장 건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철저히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1차 합의를 하였는데, 1차 합의서에 위 주민들에 대한 지원내용과 더불어 녹산동 전역을 주변 영향지역으로 결정하기로 명시되었던 점, ② 피고가 당초 결정고시 당시 사구마을을 제외한 계쟁 마을들에 대기 · 악취·소음의 환경상 영향이 없더라도 그 주민이 입을 수 있는 정신적 손해 등 심미적 요인으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주변영향지역으로 결정하였고, 그 과정에서 관계법령의 위반이 없는 점, ③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는 녹산환경대책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대책위원들이 계쟁 마을들의 인구증가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기존 권리를 공고히 할 생각으로 계쟁 마을들에서 선출된 대책위원들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계쟁 마을들의 주민 대부분은 당초 결정고시 후에도 같은 곳에서 거주하고 있고,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의 매립기간 이 10년 증가하였으며, 위 매립장 주변에 매립장가스발전시설, 음식물쓰레기자원화시설, 자원재활용센터 등이 추가로 설치되었고, 매립 대상물에 정수슬러지와 하수슬러지가 추가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위 판단에 덧붙여, 설령 피고의 1차 합의와 당초 결정고시가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분청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도 원래의 처분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또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는 처분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견지에서 보면, 원고들은 계쟁 마을들이 주변영향지역으로 결정됨에 따라 마을단위 또는 개인별로 생활지원금을 받아 왔는데, 자신들의 귀책사유 없이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로 수년 간 계속 받아왔던 위 생활지원금을 갑자기 지원받지 못하게 된 점, 원고들이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의 설치·운영으로 원고들이 느끼는 정신적 손해 등 심미적 요인이 확연이 달라졌거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당초 결정고시를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하여 이를 철회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현행 폐촉법 제17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이 공고된 날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그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 운영으로 인하여 환경상 영향을 받게 되는 주변지역(이하 '주변 영향지역'이라 한다)을 결정·고시하여야 하되, 이 경우 주민지원협의체가 선정한 전문연구기관으로 하여금 환경상 영향을 조사하게 하여 그 결과를 수렴하여 하고, 다만 주민지원협의체가 주변지역의 환경상 영향조사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사를 생략하거나 관계 전문가의 검토의견서로 대체할 수 있고, 한편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후문은 "결정·고시를 한 후 환경상 영향의 변동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변영향지역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은 주변 영향지역을 결정·고시한 후에도 위 규정에 따라 환경상 영향의 변동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변 영향지역을 조정할 수 있다.
한편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이 경우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행정조직상의 형식적인 권한분장에 구애될 것은 아니고 담당자의 조직 내 지위와 임무, 당해 언동을 하게 된 구체적 경위 및 그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두21499 판결 등 참조).
나. 1) 피고가 녹산환경대책위원회와 사이에 녹산동 전역을 주변 영향지역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1차 합의를 하고, 이에 근거하여 당초 결정고시까지 한 다음 녹산환경대 책위원회에 생활지원금을 지원한 것이 공적인 견해의 표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원 심의 판단은 수긍 못할 바 아니나, 주변 영향지역을 결정고시한 후 환경상 영향의 변동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변영향지역을 조정할 수 있다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와 폐기물매립장의 설치·운영으로 인한 환경상 영향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된 지역을 주변영향지역에서 제외하는 것이 법치행정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표명의 내용에 당초 결정고시 후 환경상 영향이 변동되어 더 이상 계쟁 마을들에 대한 환경상 영향이 없게 되더라도 계쟁 마을들을 주변영향지역에서 제외하지 아니하고, 계속 생활지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의사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폐촉법의 위임을 받은 시행령이 제17조 후문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은 주변영향지역을 결정·고시한 후에도 위 규정에 따라 환경상 영향의 변동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변 영향지역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 규정 자체가 주변 영향지역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과 같이 당초 결정고시를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하여야만 당초의 결정고시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나아가 당초 결정고시 후 계쟁 마을들을 주변 영향지역에서 제외할 환경상 영향이 변동이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에서 본 사실로부터 유추하거나 기록상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당초 결정고시 후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에 반입되는 폐기물의 양과 위 폐기물매립장을 왕래하는 폐기물운반차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 당시 계쟁 마을들에 대하여는 대기 · 악취·소음의 환경상 영향이 없는 점, 당초 결정고시 후 녹산동이 다수의 산업단지와 주거단지 등으로 개발됨으로써 녹산동은 폐기물매립장이 있는 곳이라는 심미적 요인이 불식되고, 부산의 대표적인 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하며, 이를 반영하듯 당초 결정고시 후 2014년 2월까지 계쟁 마을들의 인구가 174%나 증가한 점, 이 사건 폐기물매립장 인근에 설치된 시설 중 매립장가스발전시설은 위 폐기물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오히려 환경오염저감시설에 해당하고, 자원재활용센터는 당초 결정고시 때부터 있던 것으로 주민의 수익사업에 기여할 뿐 그로 인하여 반입되는 폐기물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당초 결정고시 후 계쟁 마을들을 주변영향지역에서 제외할 정도로 대기 · 악취 ·소음의 환경상 영향이나 심미적 요인이 소멸되는 환경상 영향이 변동이 있었다고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는 폐촉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것이어서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변경결정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당초 결정고시 후 환경상 영향의 변동이 있는지에 관한 판단이나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인정하고, 신뢰보호의 원칙과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창석
주대법관신영철
대법관이상훈
대법관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