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취업규칙 등에 규정된 절차를 밟지 않은 결근이 무단결근에 해당하는지여부
나. "조합원 인사조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경우 조합측과 재심에 임한다"는 단체협약조항의 의미
다. 재심절차를 이행하지 않거나 재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원래 징계처분의 효력
판결요지
가. 취업규칙 등에 질병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결근을 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신고 또는 허가를 받거나 사후에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결근은 무단결근에 해당한다.
나. 단체협약에 인사협의조항을 따로 두고 있고, 또 사전 통보조항도 두고 있는 등 징계 등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하여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관하여 여러 규정을 두고 있는 점, 인사협의조항은 주로 노동조합의 간부에 대한 사용자의 자의적인 징계권의 행사 등으로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인데 반해 재심절차는 징계대상자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제도의 목적이 서로 틀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사는 본 협약 또는 사칙에의하여 조합원을 인사조치하였을 시 본인 또는 조합이 인사조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조합측과 그 재심에 임한다"는 단체협약조항의 의미는 인사협의조항으로는 볼 수 없고 규정의 문면 그대로 징계 등에 대한 재심을 함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측을 참여하게 하는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다만 단체협약상 노동조합의 참여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 최소한 재심절차에 노동조합대표자를 참석하게 하여야 한다.
다.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절차는 징계처분에 대한 구제 내지 확정절차로서 원래의 징계절차와 함께 전부가 하나의 징계처분절차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징계과정 전부에 관하여 판단되어야 하므로, 원래의 징계처분이 그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재심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거나 재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재심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은 무효가 된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보루네오가구의 소송수계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보루네오가구의 관리인 강제웅 소송대리인 동양종합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성기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무단결근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정리회사 주식회사 보루네오가구(이하, 편의상 피고회사라 한다) 금속생산부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는 근로자인데, 1990.10.10. 백부가 전북 정읍에서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정읍에 다녀 오기 위하여 그 뜻을 담당주임에게 알리고 결근계는 제출함이 없이 같은 날 피고 회사를 떠나 정읍으로 갔다가, 그 후 아무 연락없이 같은 달 16.에 출근하여 12,13,15일 연속 3일간 무단결근을 하였다(같은 달 10.11. 하루는 단체협약에 따라 경조휴가로 처리되었고 14일은 일요일이다).
이에 피고 회사는 1990.10.18. 인사노무과 직원인 소외 안태영으로 하여금 원고를 만나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제출할 자료로서 결근사유 및 이전의 결근 및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 등을 조사함을 고지하게 하고 원고로부터 진술을 듣게 한 후, 같은 해 10.23. 전무이사 최진섭을 위원장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이전에 4회 이상 징계처분을 받았음에도 개전의 정이 없이 정당한 사유없이 계속하여 3일간 무단결근 하였고, 지각, 조퇴 등을 빈번히 함으로써 직장의 질서와 풍기를 문란케 하여 단체협약 제18조 제8,17호, 취업규칙 제13조의 2, 제17조, 제21조의 1, 3, 제44조 제4호, 제50조 제1, 15호, 제51조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피고 회사 단체협약 제18조는 조합원의 해고사유로 4회 이상 징계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전의 정이 없는자(제8호), 3일 이상 계속 무단 결근자(제17호)를 규정하고 있고, 취업규칙 제21조는 결근에 관하여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결근할 시에는 사전에 결근계를 제출하여야 하며, 긴급한 사정으로 이의 시행이 불가할 시 결근 당일 12:00 이내로 회사에 연락하여야 하고, 사전 사후 신고가 없는 결근은 무단결근으로 간주하며, 3일 이상 계속 무단결근시 또는 월 7회 이상 무단결근시에는 해고사유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4조는 해고사유로 계속 근로의 명확한 의사표시 없이 3일 이상 무단결근할 때(제4호)를, 제51조는 징계해고의 기준으로 회사의 제규정을 위반하거나 준수를 거부하여 회사의 질서와 풍기를 현저하게 문란케 한 자(제1호), 정당한 사유없이 결근, 지각, 조퇴, 외출이 빈번하고 업무에 성의가 없음이 확실하다고 인정된 자(제10호), 3회 이상 징계처분을 받고도 개전의 여망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12호)를 각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위 사실을 바탕으로 원고의 연속 3일간 무단결근은 단체협약 제18조 제17호, 취업규칙 제21조 제3호, 제44조 제4호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여기에 원고가 입사후 잦은 무단결근 등으로 정직처분 등의 징계를 받고서도 얼마되지 아니하여 같은 유형의 비행을 계속한 점 및 원고의 무단결근의 회수, 사유 등에 비추어 본 성실의 정도, 그리고 피고 회사 생산공정의 구조와 그 생산부서 직원의 무단결근 등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해고는 정당하고, 피징계자에 대한 사전통보 등을 명한 규정이 없는 이상 충분한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 관계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단체협약 등의 징계규정에 징계대상자의 출석 및 진술의 기회부여 등에 관한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더라도 징계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취업규칙 등에 질병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결근을 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신고 또는 허가를 받거나 사후에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결근은 무단결근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당원 1990.4.27. 선고 87다카5451 판결 참조),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무단결근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징계재심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 회사 단체협약 제19조는 회사는 본 협약 또는 사칙에 의하여 조합원을 인사조치하였을 시 본인 또는 조합이 인사조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조합측과 그 재심에 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위 해고처분일로부터 15일 이내인 1991.10.30. 피고 회사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한 사실, 그런데, 그 재심절차에 관하여는 단체협약에 별다른 규정이 없어 통상 피고 회사의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구성 징계의 당부를 다시 심리하고 있는바,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측에 위 재심청구사실을 통보하거나 재심위원회에 조합측의 참여기회 등을 부여함이 없이 같은 해 11.5. 위에서 본 징계위원회의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재심위원회를 개최하여 심리한 후 위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의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단체협약 제15조 제1호에 조합원은 해고....상벌, 기타 인사권이 회사에 있음을 인정하고 다만 조합의 간부급 이상은 조합과의 협의하에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같은 제2호에 모든 인사발령은 조합에 즉시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제17조에는 회사는 조합원의 귀책사유가 있어 징계할 시는 사전 조합에 통보한다라고만 규정되어 있는 점과 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에 재심위원회의 구성에 노동조합측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거나 적어도 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는 등의 재심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점 등 단체협약 전체의 체계와 내용 및 노사의 관행 등을 아울러 살펴보면, 위 단체협약 제19조의 규정은 징계 또는 재심결정에 노동조합의 동의 내지는 승인이 있어야 하거나 또는 회사와 조합이 그에 관한 공동결정 권한을 가지는 등의 경우와는 달리 단지 회사의 자의적인 징계권의 행사로 인한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회사가 노동조합에게 징계의 필요성 또는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노동조합측으로부터 의견을 제시받아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것이어서, 징계해고 또는 그에 대한 재심의결이 조합과의 사전 협의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행하여졌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해고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그러나, 원고가 소장(1991.4.10. 피고 회사에 송달됨)에서부터 재심에 관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도, 피고는 재심위원회의 개최와 결과보고에 관한 문서인 을 제16호증의 1,2를 1992.1.20.에야 법원에 제출하였고, 재심위원회에 관한 회의록도 없으며, 노동조합에는 물론이고 원고에게도 사전이나 사후에 재심위원회 개최사실이나 개최결과에 관하여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측 증인인 피고 회사 인사 노무 담당 관리직원 배재균도 재심위원회가 개최된 사실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기록 277면)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을 제16호증의 1,2의 기재나 증인 안태영의 증언만으로는 재심위원회가 개최되었는지 여부조차 알 수가 없다 할 것이다.
나아가, 설사 재심위원회가 개최된 바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 단체협약에 인사협의조항을 따로 두고 있고(단체협약 제15조 제1항), 또 사전 통보조항도 두고 있는 등(제15조 제2항, 제17조) 징계 등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하여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관하여 여러 규정을 두고 있는 점, 인사협의조항은 주로 노동조합의 간부에 대한 사용자의 자의적인 징계권의 행사 등으로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 ( 당원 1992.9.25. 선고 92다18542 판결 참조) 인데 반해 재심절차는 징계대상자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제도의 목적이 서로 틀린 점등에 비추어 보면, "회사는 ...조합측과 그 재심에 임한다"는 위 단체협약 제19조의 의미는 원심이 보고 있는 바와 같이 인사협의조항으로 볼 수는 없고, 위 규정의 문면 그대로 징계등에 대한 재심을 함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측을 참여하게 하는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다만, 피고 회사 단체협약상 노동조합의 참여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 최소한 재심절차에 노동조합대표자를 참석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위 단체협약 제19조(재심청구)의 규정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한다면 노동조합의 참여없이 이루어진 재심은 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흠이 있어 무효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다. 그리고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절차는 징계처분에 대한 구제 내지 확정절차로서 원래의 징계절차와 함께 전부가 하나의 징계처분절차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징계과정 전부에 관하여 판단되어야 하므로 ( 당원 1992.9.22. 선고 92다36123 판결 등 참조), 원래의 징계처분이 그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재심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거나 재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재심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은 무효가 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래의 징계절차에서 징계대상자에게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만으로는 징계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위 단체협약에 따른 재심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거나 재심절차에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현저히 절차적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징계재심에 관하여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아니면, 단체협약상의 재심규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렇다면, 원고의 상고는 이유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