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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3168 판결
[배당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섭외적 사건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 확정 및 그 의미의 해석 방법

[2] 섭외적 사건에 적용될 외국법규인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화물의 운송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것이든지 간에 해상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콘티그룹 캄파니즈 잉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수길 외 6인)

피고,피상고인

덴 노스케 뱅크 에이에스에이의 소송수계인 디엔비 노르 뱅크 에이에스에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창 담당변호사 김현 외 2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3. 4. 2. 선고 200 1나4285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3점에 관하여

가. 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섭외사법 제44조 제4호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해상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의 종류와 선박에 대한 우선특권의 순위는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파나마국의 법률이 적용되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에 따르면 파나마국의 최고법원인 Corte Suprema de Justicia(이하 '파나마 대법원'이라고 한다)는 1994. 5. 25. 'Panama Air Safety Marine Supply Inc.(PAMAR) 대 MV Haiti Express' 사건(이하 'Haiti 사건'이라고만 한다)에서, 해사법원이 위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 소정의 '과실 또는 부주의에 의한 손해에 대한 배상금'은 '계약 외'의 과실로 인한 우선채권만을 가리키는 것이고 선박가압류 신청자의 채권은 '용선계약'에 기한 것이라는 이유로 가압류를 해제하는 결정을 한 데 대하여 가압류 신청자가 상소하자,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 소정의 '과실 또는 부주의에 의한 손해에 대한 배상금'인 해상우선특권은 '계약상의 책임 및 계약 외 책임'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고, 선박에 대한 해상우선특권의 한 유형은 '용선계약'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며, 용선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불이행'에 기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위 해사법원의 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원심은, ① 파나마국은 성문법 국가로서 판례를 그 법원(법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 ② 파나마국 법원법(Codigo Judicial) 제1147조는 "동일한 법률상 쟁점에 대하여 파기심으로서 내린 3개의 일치된 대법원의 판결은 같은 법률상 쟁점에 대하여 유망한 원칙(doctrina probable)을 구성하며 판사들은 유사한 사건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이를 변경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고, 파나마국 노동법 제924조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위 Haiti 사건에서의 파나마 대법원결정은 '파기심으로서 파나마 대법원이 한 판결'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위 Haiti 사건 외에 같은 취지의 판례가 나온 적이 없어 위 Haiti 사건에서의 파나마 대법원 결정이 '유망한 원칙'을 구성하지 아니하는 점, ③ 위 Haiti 사건은 본안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선박가압류의 정당성을 형식적으로 심사하는 파나마국 해상사건절차법(Codigo de Procedimiento Maritimo) 소정의 'Apremio' 절차에서 내린 해사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고심으로서 한 결정에 불과한데, 'Apremio' 사건에 대한 결정은 사건의 본안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고 가압류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게 되고 그 결정은 당해 사안의 본안에 관한 재판에서 법원을 구속하지 아니하며, 위 사건의 본안사건에서도 선박을 가압류한 용선계약자가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패소한 점, ④ 당시까지 파나마국 해상사건의 최종심을 담당하던 파나마국 항소법원이 1985. 8. 6. Augusto Eneas Jimenez Torres 대 M/V American Trader 사건에서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 소정의 부주의 또는 과실에 대한 배상의무는 오직 '비계약적' 민사책임에 대하여서만 발생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파나마 대법원의 위 Haiti 사건 판례에도 불구하고 용선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에서 정한 해상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 그런데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19470 판결 1996. 2. 9. 선고 94다30041 판결 등 참조), 그 본국에서 최고법원의 법해석에 관한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인바 , 기록에 의하면 위 Haiti 사건 판례는 파나마국 법원공보에 수록되어 출간되었고, 파나마국 해상법 관련 주석서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소개되고 있는 사실(기록 3권 1067면 등 참조)을 알 수 있고, 위 Haiti 사건 판례 이후 그에 배치되는 판단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이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를 파나마 대법원의 위 Haiti 사건 판시와 다르게 해석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라. 그러나 위 Haiti 사건의 판시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선적 및 운송지연 등으로 인한 용선자의 손해배상채권이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 소정의 해상우선특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그에 관한 판례나 해석 기준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19470 판결 1996. 2. 9. 선고 94다30041 판결 등 참조).

마. 그러므로 살피건대,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는 "선박에 대한 다음의 청구권은 우선특권을 가지며 그 우열은 그 각 금액에 관하여 이 조항에 기재된 순서에 따른다. 1. 해사채권자의 공동이익을 위한 재판 비용 2. 최후 항해에서의 구호 및 구조를 위한 비용, 배상금과 보상금 3. 최후 항해를 위한 선장과 선원에 대한 봉급, 보상금, 배상금 4. 선박의 최종 도착시 선적과 양하를 위하여 선주, 그 대리인 또는 선장에 의하여 직접 고용된 하역업자와 다른 항만 피용자들에게 지불하여야 할 임금 및 보수 5. 과실 또는 부주의에 의한 손해에 대한 배상금(Las Indemnizaciones a que hubiere lugar por perjuicios causados por culpa o negligencia) 6. 공동해손분담금 7. 선박저당권(La hipoteca naval) 8. 선박의 필수품과 의장을 위한 계약 체결을 이유로 한 채무 9. 선박이 채무가 발생한 항구로부터 출항하기 이전에 계약이 종결되고 서명되었을 경우에 저장품, 공급품 및 출항 준비를 위한 선박의 선체와 장비에 대한 담보계약에 기한 채무, 최후 6개월간의 보험료 10. 전문가와 경비원의 봉급 및 최후 항해, 입항 후의 선박과 그 장비, 저장품을 유지하고 보관하기 위한 비용 11. 최후 항해 동안에 선장 또는 선원에 의하여 야기된 화물의 인도불능에 관한 또는 그 화물의 손해에 관하여 화주 및 여객에 대한 손해배상금 12. 최후 2년간의 최후 선박 구입대금과 그 이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는 1946. 법률 제40호로 개정되었는바, 개정되기 전의 파나마국 구(구)상법 제1507조에서 제13순위의 해상우선특권으로서 가장 낮은 순위에 있던 선박저당권을 보다 선순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선주와 선박금융회사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던 것이 그 개정의 취지(을 제1호증의 4 참조)라 할 것인 점,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의 구조상 그 제2 내지 4, 7 내지 9, 11, 12호에서 계약에 원인을 둔 채권에 관하여 그 대상, 시기 등 각기 일정한 제한 아래 해상우선특권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5호 소정의 '과실 또는 부주의에 의한 손해에 대한 배상금'에 대한 해상우선특권이 '모든' 계약상의 원인에 기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아무런 제한 없이 해상우선특권으로 인정되게 되어 계약에 기한 나머지 해상우선특권을 따로 규정한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점, 이는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으로서, 운송인 혹은 선박소유자의 '모든' 불법행위책임이 제한 없이 위 조항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경우에는 '모든' 손해배상채권에 선박저당권(제7호)보다 선순위(제5호)인 해상우선특권이 인정되어 선박저당권자의 예측가능성을 심하게 해하는 것이어서 위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렇게 넓게 해상우선특권을 인정하는 입법례는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에서 정한 해상우선특권의 대상인 해사채권은 그것이 계약책임에 기인하는 것이든, 혹은 불법행위책임에 기인하는 것이든 간에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바. 나아가, 일반적으로 화물과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은 화물의 인도불능, 손상, 운송지연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1926년 및 1967년의 '해상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을 위한 국제협약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Maritime Liens and Mortgages)' 및 1993년의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국제협약 (International Convention on Maritime liens and Mortgage)' 등 국제조약과 세계 주요 해운국의 입법례 및 판례에 의하면, 화물에 관한 손해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여 아예 해상우선특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인정하더라도 화물의 인도불능 및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만 인정하고 운송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선박저당권에 우선하는 해상우선특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고,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도 제11호에서 열 두 종류의 해상우선특권 중 제11순위(선박저당권보다 후순위이다)로 '최후 항해 동안에 선장 또는 선원에 의하여 야기된 화물의 인도불능 또는 그 화물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화주 및 여객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금'에 대하여 별도의 해상우선특권을 인정하고 있어, 위와 같은 경향에 따라 화물에 관한 세 가지 유형의 손해 중 화물의 인도불능 및 손상에 관하여만 해상우선특권을 부여하되, 선박저당권은 물론 여타 해상우선특권에 비하여 아주 낮은 순위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 여기서, 만일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에 과실 또는 부주의에 기한 운송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화물의 인도불능이나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최후의 항해 동안 발생한 부분에 한하여, 그것도 매우 낮은 순위의 해상우선특권이 부여됨에 그치는데 반하여, 운송지연의 경우에만 아무런 제약 없이 선박저당권에 우선하는 해상우선특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고, 위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11호가 화물의 인도불능 혹은 손상이 계약 위반에 기한 책임인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책임인지 명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결과는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결국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의 해석상 화물의 인도불능이나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별론으로 하고, 운송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계약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든지 간에 해상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아. 그렇다면 원고 주장의 위 채권에 대하여는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의 해상우선특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이 비록 파나마 대법원의 판례와 어긋난 판단을 한 잘못은 있으나, 선박근저당권자인 덴 노스케에게 우선하는 해상우선특권의 존재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위 아.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가사 이 사건 선박의 하자 또는 선적 지연 등으로 파나마국법상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파나마국 상법 제1507조 제5호 소정의 해상우선특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이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지 아니하였다거나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더라도 그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유지담 이강국 김용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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