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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4도1449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미간행]
판시사항

[1] 테이프의 녹음·녹화 내용이나 그에 대한 검증조서의 증거능력

[2]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8조 소정의 '항거불능인 상태'의 의미 및 해석방법

[3] 피해자가 정신지체장애 1급의 장애가 있기는 하나 그로 인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강현안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설시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8. 9. 중순 21:30경 거제시 소재마을회관 내 이장 집무실에서 정신지체장애 1급인 피해자 공소외인(여, 17세)를 1회 간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8조 위반의 죄로 처단하였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검사가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인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만 증거로 할 수 있고, 다만 형사소송법 제314조 에 따라 원진술자인 피해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는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검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들은 위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있는 사유가 갖추어지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조치 및 김유선, 이복미, 김숙주의 각 제1심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의 각 진술조서의 기재, 김유선, 이복미의 각 원심 법정진술 중 각 피해자로부터 그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을 진술한 부분 역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증거로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각 부분을 유죄의 증거로 삼은 조치 등이 각각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에 해당함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그러나 녹음·녹화테이프에 대하여 검증을 실시하여 테이프에 녹음·녹화된 대화 또는 진술의 내용을 녹취서로 작성한 다음 이를 검증조서의 일부로서 첨부하였다면,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여전히 테이프에 녹음·녹화된 대화나 진술의 내용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테이프의 녹음·녹화 내용이나 그에 대한 검증조서의 기재는 실질적으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 바 없어, 피고인이 그 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 형사소송법 제311조 내지 제315조 에 규정한 것이 아니면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는바 (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1669 판결 1997. 3. 28. 선고 96도2417 판결 각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녹화테이프나 그에 대한 검증조서(녹취록)에 기재된 진술에 대하여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피해자의 법정진술은 없었으나, 위 검증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변호인이 위 녹화테이프의 검증기일에서 테이프 자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한 사실을 알 수 있어, 녹화테이프에 대한 검증조서에 첨부된 녹취록의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도 증거로 함에 관한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제1심법원의 녹화테이프에 대한 검증조서의 기재를 증거로 삼은 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이를 김유선의 검찰 진술과 제1심·원심 법정진술 중 각 전문진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과 정옥순의 검찰 진술·제1심 법정진술, 피고인의 검찰 진술, 제1심·원심 법정진술(피고인은 전체적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그의 진술 중 피해자의 정신상태 등에 대한 부분은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있고, 다른 일시에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한 부분 등도 유죄의 간접증거로 삼을 수 있다.) 등 기록상 나타난 다른 증거들이나 정황들과 모아 보면, 피고인이 내세우는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이 잘못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의 사실인정에 상고이유 제2점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법 제8조 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을 추행한 자를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요건은 형법 제302조에서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의 처벌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2003. 10. 24. 선고 2003도5322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저능아이기는 하나 7~8세 정도의 지능은 있었고, 평소 마을 어귀에 있는 요트 경기장 등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등 자신의 신체를 조절할 능력도 충분히 있었으나, 평소 겁이 많아 누가 큰 소리를 치면 겁을 먹고 시키는 대로 하였던 점,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이 나오라고 하였을 때 안 나가면 경찰차가 와서 잡아가므로 안 나갈 수 없었고, 옷을 벗으라고 하였을 때 벗지 않으면 피고인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므로 무서워서 옷을 벗지 않을 수 없었으며, 아버지에게 이르면 때려준다고 하여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피해자는 지능이 정상인에 미달하기는 하나 사고능력이나 사리분별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성적인 자기결정을 할 능력이 있기는 하였으나, 다만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데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가벼운 폭행과 협박·위계로써 피해자의 반항을 손쉽게 억압하고 피해자를 간음하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피해자는 형법 제302조 에서 말하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있겠으나, 법 제8조 에서 말하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임에도, 원심은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관하여는 심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그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속단하여 피고인을 법 제8조 위반의 죄로 처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같은 조 소정의 '항거불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끝에 사실을 잘못 인정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1점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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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4.2.9.선고 2003노894